마음이 무거우면 생각도 무거운 법,
가을이 깊어가고 날이 차가워지자 마음도 몸도 무겁다.
그래서 그런지 어둔 날씨처럼 마음이 우중충하다,
한 잎 한 잎 날리는 나뭇잎, 이리 저리 휩쓸려 가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오고 가는 우주의 진리를 새삼스럽게 느끼는 시간이다.
“혜능慧能대사가 대범사大梵寺의 법좌法座에 올라
마하반야바라밀법과 무상계無相戒를 설할 때,
법좌 아래에는 일만여 명의 대중이 있었다.
그때 다음과 같은 법문을 했다.
“나의 법문은 무념無念을 세워 궁극의 진리로 하고,
무상無相을 본질로 하며, 무주無住를 근본으로 한다.
무상이란 현실을 떠난 것이며, 무념이란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며,
무주란 사람의 본성이 생각과 생각에 머물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지나간 생각과 지금의 생각과 다음의 생각이 이어져 단절이 없나니,
만약 한 생각에라도 머물면 생각과 생각에 머무는 것이므로 얽매임이고,
생각과 생각에 머물지 않으면 곧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주를 근본으로 한다.“
<돈황본. 육조 단경>에 실린 글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가 이어져
나의 한 평생이 이루어진다고 할 때
오늘의 나는 과연 무엇이며,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 중일까?
얽매이지 않으리라 마음먹지만
이런 저런 일에 얽매어 한 순간도 자유롭지 않은
이러한 나날이 이어지다가 어느 날
문득 돌아갈 지점에 서겠지,
그때 나는 나의 생애를 어떻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2023년 10월 25일
출처: 길위의 인문학 우리땅걷기 원문보기 글쓴이: 신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