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연 아버지의 눈물은 왜 마르지 않는가] 정병경.
ㅡ이양연의 가족ㅡ
조선시대는 평균 수명이 50대에 못미쳐 삶이 아쉬웠다. 어쩌다 장수하면 못 볼 일을 겪는다. 자식을 먼저 떠나 보내는 부모가 있게 된다.
내 일곱 남매의 중간 남동생도 부모 가슴에 묻혔다. 동생은 소년 시절에 긴 세월 동안 아팠다.의술이 부족한 시대에 치료는 엄두를 못낸다. 가족은 마음만 저밀 뿐 방도가 없다. 운명으로 치부하기엔 하늘이 원망스럽다. 가족 곁을 떠난 지 반세기가 흘러도 여전히 가슴에서 맴돌고 있다.
조선 후기 문인 '야설野雪' 주인공 산운山雲 이양연李亮淵(1771~1853)에게 슬픈 사연이 있다. 네 살 때 생부와 이별하는 아픔을 겪는다. 열세 살 때 양부가 세상을 뜬다.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 할 시기에 외롭게 소년기를 보낸다. 효자 노릇 하고 싶어도 부모가 없어 허공에 뜬 삶을 살았다.
결혼 후 부인과 3남 1녀의 단란한 가정은 서서히 무너져간다. 64세(1835년)되는 해에 환란을 겪는다. 아내와 둘째 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가 남긴 시를 읽어본다.
"지난해 바로 오늘
이 저녁에는
내 발길 바다에서 돌아왔을 제
집 가득 웃고 맞던
사람들 중에
두 사람이 이제는
있지를 않네."
이양연의 딸이 죽은 뒤 쓴 제문 중간 일부를 읽는다.
"어떤 사람이 "화와 복, 삶과 죽음은 운명 아닌 것이 없다."했다. 그러나 하늘과 사람은 둘이면서도 하나인 것이니, 사람의 일이 이와 같았기 때문에 천명이 마침내 이와 같은 것이다.(하략)
이양연은 딸과의 정이 남다르다. 잘 해주지 못한 아쉬움만 가득하다. 병으로 고생하는 딸에게 치료를 제대로 못해 준 아버지 이양연의 안타까움은 말로 표현이 어렵다.
이듬해 둘째 며느리도 딴 세상으로 떠난다.
일흔다섯 살(1845년)에 장남 인욱도 곁을 떠난다.
집에는 아내와 자녀들의 흔적조차도 없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가족을 꿈에서나 그려야 한다.
"일생을 수심 속에 지나왔더니
밝은 달 바라봄은
부족했었네.
만년토록 길이길이
마주할거니
이번 길 나쁘다고만
하지 못하리."
이양연은 세종대왕의 다섯 번째 아들인 광평대군 이여李璵 후손이다. 침두서ㆍ석담작해 등 많은 저서를 남긴 성리학자다.
"무심히 가는 구름
마음 실어 보내노라
비 되어 내릴 때는
눈물은 아닐런지
바람이
봉창 스치면
아린 가슴 저민다."
아내와 자식을 먼저 보내고 상심한데 몇줄의 내 글로 위로가 될까.
지인의 자녀가 올해 셋이나 별이 되어 밤마다 저린 가슴에 내려앉는다. 비극이다.
그가 만년에 가족과의 이별은 큰 아픔이다. 통곡의 세월을 보내고 떠난 그에게 어떤 위로가 필요할까. 의술이 발달한 첨단 시대에도 이양연 처럼 여전히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가 있다. 슬프다.
2022.09.22.
첫댓글 조선 후기 문인 이양연의 슬픈 사연에 마음이 아파옵니다.
글 올려주셔서 공유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의미심장 합니다
감사합니다
건행 건필 기원합니다!
손글씨 직접 쓰신건가요?
글씨가 너무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