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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세대 주택들이 즐비한 성북동 골목길 사이에 최순우 선생의 옛집이 있습니다. 우리의 옛 정취를 느껴보라 이야기하는 듯 대문을 활짝 펼치고 가는 이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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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푸른깨비 최형국 |
| 가을 햇살 은은히 감싸던 오후 옛집의 향취를 따라 서울의 성북동으로 향합니다. 서울시 성북구 성북 2동 126-20번지에 자리잡은 '최순우 선생 옛집'은 굽이굽이 작은 골목길을 휘적휘적 걸어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 서서>의 저자로 더 잘 알려진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혜곡(兮谷) 최순우(1916~84년) 선생께서 살다 가신 곳으로 이곳에 들어서면 마치 고요한 산사에 들어 선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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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 작은 우물과 소박한 앞뜰이 옛집의 신선함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합니다. 작지만 여유로운 그곳을 바라보며 세상에 찌든 탁한 눈을 씻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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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푸른깨비 최형국 |
| 지금으로부터 약 30여년전 최순우 선생이 사들여 펜을 놓으실 때까지 기거하셨던 이 집은 그의 대표적 저서인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 서서>를 집필했던 곳으로 그분이 돌아가신 후에는 외동딸이 거주해왔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그 모습 그대로 옛집의 은은함을 유지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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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이 머무시던 안채에는 오늘도 소박한 검정고무신이 댓돌 위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색하며 글을 쓴다는 것은 아마도 또 다른 기다림일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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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푸른깨비 최형국 |
| 특히 주변에 다세대 주택 건립이 추진되면서 헐릴 위기에 처하게 되자 2002년 12월경에 문화유산 보전운동 시민 단체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이 건물을 시민들의 작은 힘을 모아 매입함으로써 최순우 선생 옛집은 '시민 문화재 1호'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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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문즉시심산(杜門卽時深山)이라, 툇마루에 걸쳐있는 작은 편액에 선생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문만 닫으면 이곳이 곧 깊은 산중이라. 그 마음으로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 서서>라는 책이 탄생되었는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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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푸른깨비 최형국 |
| 우리들이 흔히 근대이전 유물들의 가치만을 생각하고 있을 때,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서는 우리 동시대의 유물 또한 보전할 가치가 있다라는 뜻깊은 관심에서 이곳이 보존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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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채 마루에는 선생이 생전에 쓰시던 여러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하나 하나 고운손때 묻어 더욱 정감이 갑니다. 거기에 자원봉사자들의 고운 손길이 더해 정겨운 사람의 향내가 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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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푸른깨비 최형국 |
| 최순우 선생 옛집은 오색단청과 화려한 익공을 뽐내지 않지만 수수한 조선 산수화를 보듯 옛집의 여유로움이 깊이 배어있습니다. 특히 안채에 들어서면 자원봉사자들의 고운 손이 선생님이 사시던 때처럼 늘 가까이에 있어 어젯밤에도 누군가가 포근한 잠을 잔 것처럼 훈훈한 정이 감도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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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햇살에 더욱 포근하게 자리잡고 있는 안채의 방 모습입니다. 저 옆의 미닫이창을 열면 바로 가을이 소리 없이 다가옵니다. 고운 바람에 단풍 날리듯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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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푸른깨비 최형국 |
| 안채에 조심스레 발을 디뎌 보면 당시 살았던 선생의 마음을 조금은 엿볼 수 있습니다. 고개 흘긋 들어 창문을 바라보면 고운 가을햇살을 한바구니 담아 뿌려 주고 있는 이쁜 미닫이창이 있고, 수묵화의 여백미처럼 아무것도 없는 듯하나 작은 옛 장롱 하나에 온 마음을 담아 둘 수 있는 작은 마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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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깥채 처마에 매달리는 소방울은 세월의 향내를 고이 간직한 채 조용히 매달려 있습니다. 앞으로 오래도록 잘 보전되어 우리의 아이들도 이 고요함을 함께 느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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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푸른깨비 최형국 |
| 그곳에는 최순우 선생이 생전에 쓰시던 자필 원고와 안경 등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어 책 속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우리 옛문화에 대한 선생의 넉넉한 미소를 함께 느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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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채 처마에는 현대와 과거가 조화롭게 공존합니다. 전깃불이 들어오는 전등이지만 결코 이질적이지 않습니다. 우리의 근대유산 또한 지금부터 보전해야 합니다. 동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향취는 또 다른 매력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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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푸른깨비 최형국 |
| 전체적으로 이곳을 넓게 살펴보면 'ㄱ' 자형 안채와 'ㄴ'자형 바깥채로 건물이 앉혀진 이른바 튼 'ㅁ' 자 형으로 집 안쪽의 중심부에 작은 뜰이 있고, 안채 바깥쪽으로 작은 장독대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조금 넓은 뒤뜰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뒤뜰에는 세월이 세월인지라 가을날의 정취를 가득 담은 단풍과 작은 석조물들이 바닥의 박석들을 따라 조심스레 펼쳐져있습니다. 그리고 장독대 옆에는 관람객들의 마음을 포근히 녹여줄 따뜻한 보리차가 기다리고 있어 선생의 마음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듯했습니다. 거기에 하나 하나 꼼꼼하게 설명해 주시는 자원봉사자분들 덕에 그 고요한 마음이 선생의 옛집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가슴 푸근하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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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잔뜩 내려앉은 뒤뜰의 모습입니다. 관람객들을 위하여 내놓은 소박한 보리차 한잔이 오히려 더욱 이 공간을 정겹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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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푸른깨비 최형국 |
| 심미안의 소유자로 우리나라의 미에 대한 쉼 없는 탐구로 한 평생을 살다간 선생의 마음을 조금이나 함께 느껴보시려면 이곳 옛집으로 향하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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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죽 너머로 선생이 살다간 그곳을 바라봅니다. 댓잎의 푸름처럼 학자로써 올곧게 그리고 우리문화에 대하여서는 대나무처럼 유연한 마음으로 좋은 글 남겨 주신 그분께 고맙다는 말씀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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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푸른깨비 최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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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킴이, 환경 지킴이 우리 손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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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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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트러스트운동은 국민의 자발적인 성금과 기부 등으로 조성된 재원을 이용하여 훼손이나 멸종위기에 처한 자연 및 문화유산을 확보한 후 이를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영구히 지켜가는 운동입니다.
이 운동은 1895년 영국에서 출발, 협회가 설립된 이후 현재 전 세계 30여개 나라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세계적인 국민보전운동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0년에 한국 내셔널 트러스트가 결성되어 전국운동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21세기형 ‘자연과 문화의 지킴이’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02년 강화도에 서식하는 법정보호식물 매화마름 서식지 1천여평을 매입한 것이 시초이며 이후 지역주민을 포함한 회원들의 참여를 통해 이 곳을 자율적으로 보호관리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최순우 옛집, 동강 등이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으로 영구 보존이 가능케 됐었습니다. / 최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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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더욱 번성하여 우리나라 곳곳의 소담스러운 모습들과 삶을 볼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