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 선수가 3호 골을 기록했다. 한 달 반이 넘는 시간만에 기록한 그의 세 번 째 골은 지난해 박지성 선수의 득점 수를 뛰어 넘으며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중의 최고 성적으로 기록되었고, 소속팀인 레딩에게는 귀중한 승점 3점을 안기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여러가지로 그의 지난 찰튼전에서의 득점은 우리 축구팬들과 레딩팬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줌에 틀림이 없었다.
설기현 선수가 맹활약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우리 국민들에게 큰 기쁨이다. 90년대 박찬호 선수가 꿈만 같아 보였던 빅리그에서 강속구를 뿌려대며 두 자릿수 승수를 쌓아갔을 때 느꼈던 희열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설기현 선수의 활약에서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는 팀의 주축 선수로써 필드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그의 출전은 이제 당연시 되고 있음에 틀림이 없으며 우리는 매 주 한 경기씩은 어김 없이 한국인이 영국의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세계 최고의 프로리그를 갖춘 영국, 그 곳에서 우리의 희망으로, 나아가 아시아의 자존심으로 우뚝 서 있는 설기현 선수. 그렇다면 이곳 영국 현지에서 바라보는 설기현 선수의 모습은 어떨까.
우선 박지성 선수에 대해 잠깐 이야기 해 보려한다. 지난해, 정확히 말해 05-06 시즌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꾸준히 출장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 필자는 올드트래포트 구장을 찾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영국의 전형적인 날씨, 비단 경기를 관람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 중의 하나인 맨체스터의 구장을 찾는다는 설레임은 클 수 밖에 없었고 과연 그곳에서 박지성 선수의 흔적을 얼마나 보고 또 느낄 수 있을까는 단연 최고의 관심사였다.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둘러보는 경기장. 그리고 선수들 락커룸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각 선수마다의 락커에 큼지막하게 여권사진을 확대한 듯한 얼굴사진들이 걸려있다. 안내자는 각 선수의 이름을 다 말 할 수 있는 지원자를 받았고, 아직 열 살도 안 되보이는 이런 남자 아이가 용감히도 손을 들었다. 게리 네빌, 반 니스텔로이, 크리스티아노 로날도... 놀랍게도, 혹은 어쩌면 아주 당연하게도 아이는 차근차근히 이름을 말하고 있었고 드디어 박지성 선수의 얼굴 사진에 순번이 돌아갔을 때, 아이의 조그마한 입술에서 그의 이름이 흘러나온다.
'박지성.'
'박' 도 아니고 '지성' 도 아니며 '지성박'도 아니다. 또렷하게 그 어린 아이의 입술에서 '박지성' 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허나 더 놀랄 것은 그 자리에서, 50여 명의 사람들 가운데 놀라 보이는 것은 나 자신 밖에 없었다는 것. 그들에겐 자신의 클럽 선수의 이름을 정확히 외우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기 때문일까.
필자가 수학하고 있는 University of Nottingham 에는 영국 각지에서 온 학생들이 역시 세계 각지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캠퍼스를 체우고 있다. 그리고 그들 중에 레딩의 펜들도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필자와 같은 수업을 듣고 있다. 나는 그가 레딩의 펜임을 알고 조심스레 물었다.
-'설' 을 아느냐.
-'설?' '설기현을 말하는 것이냐?'
살짝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낀다. 이제 그는 나에게 이것저것을 묻는다. 그가 벨기에에서 활약을 시작하기 전에는 어디서 뛰었느냐? 한국에 있다는 K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것이냐? 그는 윙 포워드와 사이드 미드필더, 그리고 간혹 공격형 미드필더로 국가대표 팀에서 뛰고 있다는데 네 생각으로는 어디가 적합한 것 같으냐 등등, 이제 필자는 묻는 사람이 아닌 답하는 사람으로 위치가 바뀌어 버렸고 그 푸른 눈의 백인 친구보다 설기현 선수를 잘 모르는 자신에 대해 안타까움 까지 느낄 정도였다. 그 친구는 올해 설기현 선수를 보강하게 된 것은 레딩으로선 큰 힘이며 나아가 축복이라고 말한다. 나는 할 말을 잊고 그냥 고개를 끄떡거리며 웃었다.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내 상표를 단 상품들, 혹은 한국과 관련된 것들에 대해 '한국' 이 아닌 '일본' 에서 수출된 것으로 생각해 버리는 경향이 많다. 필자의 전공 상 스페인에 몇 번을 가봤을 때도 느낀 점이고 또한 유럽의 여러나라를 다니면서도 역시나 그들에게 동양에서 온 것은 일본 혹은 중국의 것으로 자체결론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축구 선수는 다르다. 매번 그들이 경기를 할 때 마다, 공을 잡을 때 마다 캐스터와 해설자는 꼭 한 번 씩은 '한국에서 온 프리미어리거' 라는 말을 한다. 그것이 무심코 하는 설명의 말이든 혹은 다른 의미를 지녔던 간에 그들은 확실히 한국에서 수출된 -의미가 와전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한국 선수이며, 이런 사실은 이들의, 영국인들의 뇌리에 조금씩 하지만 아주 빠르게 각인되고 또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레딩과 토튼험과의 경기가 끝나고 핸드폰으로 경기 결과와 해설을 덧붙인 글을 읽었다. '이영표와 설기현, 두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첫 맞대결이라는 의미를 가진 경기' 인터넷 뉴스 상으로 보는 이 한문장이 필자에겐 얼마나 소중하고 또 기뻤는지 모른다.
물론 성급한 일반화는 무리다. 제목은 '영국인들이 본 코리안 프리미어리거' 이지만 실지로 필자가 듣고 또 얘기해 본 영국인은 두 자리 수를 넘지 못한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필자는 영국인들과 프리미어리그를 이야기 할 때면 힘을 얻고 또 자신감을 느낀다. 할 말도 더 많고 그들 역시 필자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도 늘어간다. 타지에서 고학하고 있는 한국인 학생에게 이런 즐거움은 빼앗길 수 없는 커다란 행복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2003년 1월, 이탈리아 베니스에 며칠 머물 때 만났던 영국인 두 명이 생각난다. 경찰이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이 백인 친구들은 작년의 한일 월드컵의 인상이 강하게 남았는지 이것저것을 필자에게 묻다가 한국인 선수 이름을 몇 명 거론한다. 그리고 그 중에 약간 더 진중한 표정으로 대화를 임하던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내가 보기엔 '설' 이 최고인 것 같아. 그는 정말 큰 선수가 될 거야. 이건 틀림 없는 사실이라구.'
지금쯤 아마도 그 친구 역시 베니스에서 만났던 그 동양인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또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겠지.
지금 영국인들에게, 코리안 프리미어리거들의 존재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들의 더 큰 활약과 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멋진 모습을 기대해 본다.
첫댓글 설기현도 빨리 CF찍어주란 말이야 ^^
설기현선수 대기만성형;
CF찍고싶다~~
ㅋㅋㅋ
삼성CF찎을까우리?얼마면돼??
설기현은 유럽무대 진출의 표본같은데. 우리나라 스타라는선수들이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