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 강둑을 걸어
봄이 무르익어가는 사월 첫날 화요일이다. 날이 밝아온 아침이면 지기들에게 보내는 시조로 어제 자연학교 등굣길에 둘러본 ‘창원사격장 벚꽃’을 넘겼다. “여좌동 천변이나 경화역 철길에서 / 육백도 법칙 지켜 벚꽃이 만개하면 / 창원도 그 못지않아 꽃대궐을 이룬다 // 공단로 교육단지 어디든 화사한데 / 사림동 택지 지나 사격장 고목 그루 / 거기도 덩달아 피면 꽃구름이 솟는다”
지상파나 종편이나 텔레비전 화면 근처로 가질 않은 나는 그날그날 기상 정보는 ‘소박사 tv’에서 접한다. 울산의 어느 고교에서 지구과학을 가르치는 유튜버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한반도 주변 기압의 흐름을 실시간 영상으로 띄워 시청자에게 이해 쉽게 전달했다. 며칠 걸쳐 우리의 가슴까지 새카맣게 태웠던 경북 산불은 위성 사진으로 연기가 동해까지 날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소박사는 유튜브에서 2월 1일부터 일 최고 기온 누적 합계가 600도에 이르면 벚꽃이 핀다고 했다. 벚꽃과 유사하게 목본에서 피는 매화나 복사꽃도 꽃눈부터 영상으로 구별해 주었다. 그는 기상청 통계자료에서 서귀포를 예로 들어 지난달 23일 600도를 채웠는데 거기서는 그즈음 벚꽃이 피었을 거라 했다. 내가 사는 창원은 지난 주말에 적산 온도 600도를 다 채워 벚꽃이 만개한다.
지난 주말에 피는 꽃을 시샘하는 추위가 닥쳐 일교차가 커진 날씨다. 아침 최저가 빙점 근처로 내려가 쌀쌀한 가운데 바람은 그쳐주어 그나마 추위를 덜 느낀다. 만개한 벚꽃은 비바람이 적은 관계로 예년보다 꽃잎을 달고 있는 기간이 하루 이틀 더 길어질 수 있을 법도 했다. 아침에 아파트단지 뜰로 내려서니 꽃이 만개한 고목 벚나무 아래 꽃잎은 하나도 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창이대로에서 도계동과 소답동을 거쳐 창원역 앞으로 나갔다. 근교로 가는 1번 마을버스를 타고 용강고개를 넘어간 용잠삼거리에 이르자 고등학생들이 여럿 타서 차내가 혼잡했다. 동읍에는 공립 중학교가 두 군데인데 고등학교는 없는지라 인근 대산면 사립재단 고등학교로 다녔다. 창원 시내로 가질 않고 들녘 고교로 가야 대학 진학 시에 농어촌 전형에서 우대받을 수 있어서다.
주남저수지를 비켜 들녘과 산업단지를 지난 가술에 닿자 학생들이 마지막으로 내렸다. 이후 혼자 남아 모산리를 거친 제1 수산교 정류소에 내렸다. 기사는 종점 신전을 향해 강변길을 달려가고 나는 강심으로 놓인 옛 수산다리를 걸어서 건넜다. 다리 한복판을 지나면서 물길을 바라보니 곡강마을과 강 언저리 연녹색으로 물드는 갯버들이 멋져 보여 폰을 꺼내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밀양 수산으로 건너간 강둑길과 둔치에 자라는 벚나무도 벚꽃이 막 피어나는 즈음이었다. 강둑에서 벚꽃의 열병을 받으면서 25호 국도가 강심으로 건너온 수산대교를 지나 명례로 가는 길을 계속 걸었다. 맞은편에서는 아침 햇살이 퍼져 벚꽃의 눈부심이 더했다. 대원마을 회관을 지나 둔치로 내려서니 색이 바래 물억새는 움이 트는 낌새를 느낄 수 없어도 갯버들은 유록색이었다.
자전거길과 겸한 산책로를 따라 걸어 오토캠핑장으로 가질 않고 수산으로 거슬러 올랐다. 인적 없는 둔치 개활지에서는 한 아낙이 쑥을 캐느라 집중했다. 파크골프장은 잔디 생육 보호기간이라 입장객이 아무도 없었다. 둔치에서 수산대교를 건너 이른 점심을 때우고 들녘을 더 걸었다. 당근 경작지 비닐하우스가 펼쳐진 가운데 풋고추를 따고 수박과 애호박이 자라는 모습도 보였다.
들녘 한복판 사계절 다다기 오이 농장을 찾아갔다. 베트남 청년들의 도움으로 대규모 농사를 짓는 주인장 내외를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실내에는 잎줄기가 싱그럽게 자랐고 오이를 따서 선별 포장하느라 일손이 분주했다. 상품성이 처져 포장에서 제외된 못난이 오이를 챙겨 가술로 와 오후 일정을 보냈다. 수집한 오이는 안전지킴이 동료와 아파트단지 안씨 할머니 댁으로도 보냈다. 2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