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 ◈ 되돌릴 수 없는 후회, 음주운전

[이종영]

되돌릴 수 없는 후회, 음주운전

이종영ㅣ시인

 지난해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일어난 음주운전 사고 소식은 우리에게 충격적인 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 윤창호 법이 제정되고 처벌은 강화됐지만 여전히 음주운전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30대 여성 운전자가 중앙선을 넘어 치킨 배달을 가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음주운전 사고다. 음주운전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큰 문제인지를 엿보게 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법원은 며칠 전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징역 5년과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잊을만하면 전해지는 음주운전 사고 소식을 듣다 보면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을 지니고 있어 가슴이 매어지곤 한다. 지난해 11월 강남의 한 도로에서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대만 유학생 쩡이린 (여. 28) 씨 사고가 그 예이다. 자신의 꿈을 위해 온 머나먼 타국에서 끔찍한 음주운전 사고를 당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오던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가슴 아픈 일이다. 외동딸을 잃은 쩡이린 부모는 사고 운전자의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인터뷰를 했다. 무엇보다 가해 운전자는 이번이 세 번째 음주운전이라는 것에 대해 분노와 통탄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매년 15.000건의 음주운전에 300여 명이 음주운전 사고로 직간접으로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다. 그리고 음주운전을 단속하다 사망하는 경찰관이 한 해에 80여 명에 이른다는 소식은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무엇보다 윤창호 법이 제정되었다고 하지만 일부 운전자의 의식구조는 법과는 동떨어진 습관적인 음주운전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 잔 비우셨다면, 운전할 마음도 비우십시오."라는 공익광고가 무색하다. 음주운전을 ‘재수 없어 걸린다’는 식으로 여기는 잘못된 사고방식과 무엇보다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상습적인 운전자의 의식이 문제라고 본다.

 이십여 년 전 미국 메릴랜드주 누님 댁에 잠시 머물 때의 일이다. 누님께서 가까이 지내시는 국제결혼을 한 한국인 후배 가족과 버지니아 바닷가로 게 낚시를 갈때의 일이다. 드넓은 벨트라인을 따라 달리는 미국의 도로 사정은 우리나라와는 비교되지 않은 것에 놀라웠다. 간단한 대화에도 그녀의 미국인 남편은 낯선 동양인과의 여행이 즐거운 듯 알 수 없는 콧노래를 불러가며 기분 좋은 표정으로 운전하셨다.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바닷게 낚시에 대한 들뜬 기분 속에 갈증이 난 나는 생각 없이 아이스박스에서 캔 맥주를 꺼내 땄다. 그랬더니 조금 전 기분 좋은 표정은 어디로 갔는지 그녀의 남편은 당황할 정도로 내게 무안을 주었다. 나중에 누님께서 미국에서는 설령 운전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차내에서 술병을 따는 것도 술을 마시는 것도 위법이라는 설명을 해주셨다. 우리나라와 문화의식이 다른 미국 생활에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그분을 통해 그들의 엄격한 음주문화의 단면을 알게 되었다. 새삼 다 민족 국가인 미국의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얼마나 강한지를 느낀 새로운 경험이었다.

 오래전 뜻하지 않은 음주운전 사고로 지금도 아픔을 겪고 있는 지인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직업군인이던 지인의 사위는 딸과의 결혼식을 마치고 미리 계획되어 있는 동계훈련에 참여하느라 신혼여행도 잠시 미루어야 했다. 그러나 불행은 훈련을 마친 한 달 뒤 일어났다. 사랑하는 신부와 뒤늦은 신혼여행을 꿈꾸면서 훈련을 마친 사위는 동료와의 회식에서 마신 술기운에 사고를 내고 말았다. 잡지 말아야 할 운전대를 잡은 것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말았다. 지금도 지인은 그날의 사위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평소의 성격으로 보아서,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술은 자신도 모르게 정상적이지 못한 분별력 속에 빠져들게 한다. 한순간의 잘못된 행동은 결국 한 가정을 파괴하며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하고 만다. 시시각각 일어나는 음주사고에 대해 제정한 강력한 법을 통해서라도 음주운전의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고 본다. 코로나로 인해 제한된 생활에서 벗어나 이제 연말이면 잦은 모임은 이루어질 것이다. "음주운전" 절대 금물이라는 것을 운전자 스스로가 인지하고 안전운전으로 자리 잡아가길 기원하여 본다.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 음주운전 단속에 수고하는 모든 경찰 관계자께 박수를 보낸다.

[이종영]

어제 뉴스에는 일상생활로의 전환 후 100여건이 넘는 음주운전이 적발되었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군요

[황득 김한규]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이종영]

감사합니다

[우병택(시인. 문학평론가)]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심도있게 그린 秀作입니다.
1개월여 전에 졸음사고로 앞차의 뒤를 추돌한 경험이 있는 터라
작품 감상보다 잠깐의 방심이 가져온 그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 향기님들께서도 一讀하시기 바랍니다^^*

[이종영]

감사합니다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