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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성시대* 차분한 2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원문보기 글쓴이: 흥미돋는글
출처 : 여성시대 (본인 닉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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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 - 노르웨이, 스피츠베르겐 섬
(Svalbard Global Seed Vault, Svalbard globale frøhvelv)
인류가 살 수 있는 최 북단에 위치한 섬으로 유명한 누르웨이의 스발바르 제도
의외로 크고,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먼 거리에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메르카토르 도법에 의한 왜곡으로 의외로 모스크바보다 가깝고, 스리랑카보다 작은 섬이다
누르웨이에서는 좀 먼 거리로 취급하는 듯 하다
보다시피 누르웨이보다는 루스끼에 더 가까워서 한때는 소련이 공동통치하면 안될까?를 제안했다가
ㅈㄲ라는 답변을 듣고 짜지기도 했다
그래도 스발바르는 이민정책이 꽤 풀려있는 편이기 때문에 루스끼들도 많이들 가서 산다
이 스발바르는 사람의 때가 적게 묻은 아름다운 풍광과 뒤지게 추운 날씨로 유명한, 누르웨이에서도 최북단에 위치한 섬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다산 과학기지가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섬은 하도 작아서 인프라가 은근히 부족한 편이며, 주지사가 경찰서장을 겸임할 정도로 인구도 적다
그래서 인간의 상징 중범죄가 거의 일어나지 않으며 길가에 쓰레기 버리기 등 경범죄만 간혹 일어난다고 한다
이 섬이 얼마나 고립되어 있냐면, 2차 대전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옛날 옛적 독일 땅에 낙지들이 살 무렵 1944년, 낙지들은 하우디겐 작전을 실시하여 스발바르의 무인도 중 하나인 북동섬에 비밀 기상관측소를 설치해 놨다
이 별거 없는 섬에 왜 기상관측소를 설치해 놨냐면 여기가 랜드리스 함선들이 소련으로 가는 데 쓰는 나름대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11명의 독일군 병사들과 빌헬름 데게 박사가 남아 기상관측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히틀러가 애국지사 아돌프에게 암살당하고 독일이 항복했다는 무전과 함께 갑자기 연락이 끊기고 만다
소련군과 미군에 줘터지고 있던 독일 본토는 혼란 속에 이 스발바르 아쎄이들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고, 보급을 담당하던 유보트들도 격침되거나 억류당해 이들은 진짜 완전히 고립되게 된다
조국으로부터 버림받은 낙지들은 일단은 이를 구라핑으로 판단, 맥주가 없는 것 빼곤 불편한 게 없었기에 충실하게 기상관측 임무를 계속했지만, 결국 꼼짝없이 냉동낙지가 될 것을 뒤늦게 깨닫고 연합군에 열심히 구조요청을 보낸 끝에 유럽전선 종전 5달만에, 태평양전쟁이 끝나고도 20일만에 누르웨이 민간 어선에 항복하여 구출되게 된다
당시 노르웨이는 레벤스보른 등등 해서 낙지에 이것저것 쌓인 게 많은 상황이었고
존나게 열받은 본토에서는 낙지 새끼들과 부역자 새끼들을 싹 다 죽여버리겠다고 자기네 손으로 죽인 사형을 되살려내어 실제로 크비슬링이라고 낙지에 협조한 대가리급 인물을 벌집핏자로 만드는 등 아주 살벌한 상황이었다
노르웨이의 사형은 실제로 죽일만한 낙지들을 다 죽인 이후에야 깔끔하게 다시 폐지된다
그래서 이 낙지들도 개빡친 노르웨이 어부들에게 사망할 수도 있었다만 다행히 해당 어선 선장과 데게 박사가 안면이 있는 사이라 낙지탕탕이가 되진 않았다고 한다
아무튼 남극도 갔다오고 브라질도 갔다오고 뉴욕 앞바다도 갔다온 낙지들도 고전할 만큼 여러모로 고립되어 있고,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곳이 많은 제도이다보니 이 섬에는 여러가지 특이한 금지사항이 있는데
첫번째로는 카짓은 출입 금지다
물건을 많이 훔쳐서 그런 건 아니고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 단또들의 출입을 금지시킨거다
멸종위기 동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인간과 그들이 데려온 단또들이 얼마나 많은 섬의 생태계를 황폐화시켰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딱 한 마리, 케샤(Кеша)라는 고양이만이 이 제도에 사는 것이 허용됐는데, 이름에서 보다시피 루스끼들이 데려온 단또이다.
아무리 봐도 단또인데 루스끼들이 대충 북극여우로 등록시켜주고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어차피 혼자니까 번식할 일도 없고 대충 봐준 듯 하다
루스끼들 중 누가 정확히 얘를 데려왔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라고 한다
두번째로는 시신 매장을 할 수 없다
법적으로 매장할 수 없도록 지정된 거라서 매장하면 법적처벌을 받는다
그래서 사망 직전인 사람이 발견된다면 누르웨이 본토로 이송해야 한다
사망자가 발생해도 그 자리에서 시신을 묻거나 처리할 시설이 없어서 누르웨이로 시체를 실어간 다음 거기서 처리해야 한다
왜 못 묻냐고?
보비는 만화만 떴다 하면 맨날 불려나오는 그 새끼들 때문이다
스발바르에는 북극곰탱이들이 하도 많이 살아서 시체를 매장한다는 것은 곧 이 새끼들을 위한 무료냉동밀키트를 제조하겠다는 얘기와 똑같다. 인간보다 북극곰이 많이 산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다
그래서 북극곰들이 밀키트를 꺼내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체를 절대 매장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게 와전되서 스발바르에서는 사망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농담이 돌기도 했다
그래서 스발바르 대학에서는 사격이 필수 수업으로 지정되어 있고
야지를 여행갈 때는 무조건 총 든 가이드를 대동하고 진입해야 한다
총기 없이 도보로 이동하는 것 역시 권장되지 않으며 때문에 대부분의 스발바르 사람은 기본적으로 운전을 할 줄 안다
세번째로는 아까도 말했듯이 이민정책이 상당히 풀려있다는 점이다
본토 누르웨이에 비해서 외국인들의 체류 및 정착 절차가 상당히 간소한 편인데, 이 때문에 루스끼에서 온 광부나 포경업자들이 상당히 많이 정착해 있는 편이다
물론 스발바르와 누르웨이의 이민 정책은 별개로 돌아가므로 여기 오래 산다고 해도 누르웨이 영주권이 주어지는 건 아니다
그리고 막상 간다고 해도 뭐가 1도 없는 곳인데다 노르웨이와 달리 복지와 취창업 인프라가 심히 부족해서 도착하고 쭉 실업자인 양반들도 많다
그래도 본토보다 소득세는 낮고 부가가치세가 없다고 한다
이게 또 와전되서 스발바르는 실업이 불법이라는 농담이 퍼지기도 했다. 이 새끼들은 스발바르를 대체 뭘로 보는거노
그래도 노르웨이는 노르웨이인지라 옆나라 루스끼에서는 제국 시절부터 여기에 자리잡고 탄광이나 포경기지를 가꾸던 사람들이 많았고
나중에 소련은 마음에 안드는데 일은 계속 해야겠고 하는 사람들이나 반대로 소련에서 여기 가서 일 좀 하라는 명을 받고 온 사람들이 합류하면서 대규모 러시아인 정착촌이 여럿 생기기도 했다
스발바르 조약에 따라 여기 채굴권은 노르웨이와 러시아에만 허용되어서 러시아인들에겐 아주 개꿀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냉전 시기에는 러시아인 인구가 섬 전체 인구 4000여명의 3분의 2를 차지했지만, 옐친이 소련을 부숴버린 이후 러시아인들이 많이 빠져나가 현재는 450여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래서 여기에는 러시아인들이 남기고 간 유령마을 및 폐광들이 상당히 많다
위 사진의 마을은 피라미덴(러시아어로는 피라미다 Пирамида)이라고 한때는 천여명이 살던 잘나가는 탄광촌이었다
여긴 '제일 북쪽에 있는' 타이틀을 가진 게 참 많았는데, 대표적으론 수영장, 레닌 동상, 그랜드 피아노 등등이 있었다
근데 석탄 사업이 사양길에 들고 결국 1998년부로 유령도시가 되고 말았다
제일 북쪽에 있는 수영장과 레닌 동상, 그랜드 피아노는 그 날로 그냥 폐허가 되고 말았다
참고로 이 피라미덴이라는 곳은 세계에서 제일 위험한 유령마을 중 하나이다
러시아인 유령이라도 나오냐고?
또 이 새끼들 때문이다
여기 북극곰들은 이렇게 사람이 다 빠져나간 러시아 유령마을들을 점거하고 게토를 만들어 산다
그래서 총 없이 여기를 지나다닌다면 높은 확률로 쮸쀼쮸쀼를 당해 죽을 수도 있다
3편에서 다룬 반가르와 비슷한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반가르에 호랭이 유령이 살듯 러시아인 유령들은 북극곰 유령들이 다 잡아먹어서 없다
호랭이 유령과 북극곰 유령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수박도에도 기록된 사실이다
그나마 피라미덴은 관광지 개발 때문에 어느 정도 관리가 되는 편이라 좀 나은거지 다른 곳은 얄짤없이 이런 북극곰촌이 되어버렸다
아 근데 피라미덴 얘기할라고 한 게 아닌데
근데 오늘 얘기는 이런 버려진 탄광촌들에서부터 시작한다
20세기 후반부터 석탄 사업이 점차 사장되었고, 이 때문에 스발바르에는 위의 피라미덴처럼 폐광하여 폐허가 되어버린 곳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많은 수의 광부들은 노르웨이와 소련 본토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여기를 떠맡을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이에 이 폐허들을 어떻게 써먹을까 고민하던 와중, 1984년 노르딕 유전 은행(NordGen)이라는 곳은 이 폐허 중 하나를 자기네 냉동 종자를 보관하는 창고로 써먹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1980년대는 세계 곳곳에서 기근이 유행하던 때였고, 에티오피아같은 데는 이 기근이 너무 심해서 보다 못한 영미권 가수들이 발품을 팔아 라이브 에이드로 후원까지 받던 상황이었다
캐리 파울러를 비롯한 환경운동가들이 이에 탄력을 얻어서 곧 먹고 살기 힘들어질 세상을 대비해 탄광을 개조해서 창고를 만드는 건 어떨까 생각했고, 2001년 마침 타이밍 좋게 식량 및 농업을 위한 식물 유전자원에 관한 국제 조약 (ITPGRFA)이 체결되었고, 캐리 파울러를 필두로 한 환경운동가들이 노르웨이 정부에 접근해서 스발바르 폐광에다 종자를 저장하는 건 어떨까요?하고 열심히 어필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환경운동가들이 차 막고 스프레이 뿌리고 지랄하는 이미지지 이 때만 해도 나름 괜찮은 사람들이었다
노르웨이 역시 고래를 제외한 환경을 사랑하는 곳인지라 2004년부터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타당성 조사를 시작했고, 조사 결과 스발바르 제도가 종자 보관에 적합한 장소임을 동의했다
존나 고립되고, 인간에 의한 개발도 거의 안 됐고, 누가 특별히 찾아 올 일도 없으며 요새는 스발바르 협정 덕분에 스발바르에 전쟁이 일어날 일도 없으니 참으로 기합찬 부지 선정이었다
또한 스발바르는 지각 활동이 거의 없고 보존에 도움이 되는 영구 동토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주 이상적인 환경으로 간주되었으며 이 때문에 앞으로 천 년동안 보관도 거뜬하다는 평을 받았다
마침 2004년부터는 ITPGRFA가 발효되어 이 조약에 따라 종자를 저장할 단 한 곳의 공간이 필요했는데, UN 식량농업기구 소속 식량농업유전자원위원회 역시 노르웨이의 계획에 동의했고, 그 결과 스발바르는 세계 모든 종자들을 보관할 단 하나의 장소로 지정받는데 성공한다
사실 딴 데도 아니고 노르웨이가 제안해서 한큐에 통과된 것도 있다. 중공이나 이란 이스라엘같은 애들이 종자 달라고 하면 니들은 줄 거냐? 절대 안 주지 ㅋㅋ
마침 노르웨이가 나름대로 중립적인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고 지구상 거의 모든 나라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각국의 동의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이 시점에서도 세계 각국에 종자저장고 1400여곳이 있긴 했으나, 이미 2차 대전 때 파블롭스크 실험국 연구원들의 눈물겨운 희생부터 해서
1990년대 탈레반에 의한 아프간 종자저장고 파괴,
2003년 미구니에 의한 이라크 종자저장고 파괴,
2005년 쓰나미에 의한 인니 저장고 파괴 등등 자연재해와 전쟁의 위협이 항상 도사리는 곳에서는 영속적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되었고, 바이킹이 부활하거나 영국이 미치지 않는 이상 전쟁의 위협이 없는 노르웨이가 종자저장고 건설 책임을 맡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있다
그 결과 2006년부터 저장고가 착공되었고 2008년 마무리되어 드디어 세계의 거의 모든 작물 종자들이 이 저장고에 들어오게 된다
비용은 전부 노르웨이 정부가 출연했고, 저장고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노르웨이 정부와 세계작물다양성재단(GCDT)에서 부담하게 된다
저장고는 노르웨이 정부와 스발바르 주정부가 모두 소유권을 갖지만, 이 곳에 저장된 종자에 대한 권리는 종자를 제공한 각국이 갖게 된다
부지 선정 역시 향후 200년간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고려해서 지었으며, 지반의 지질구조 역시 지진 피해가 적은 곳으로 선정하였다
지붕에 있는 녹색은 Dyveke Sanne라는 사람이 만든 일종의 예술 작품인데, 멀리서도 저장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등대 역할을 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종자 보내기에 동참하였고, 아일랜드, 미국, 콜롬비아, 스위스, 캐나다, 멕시코 등등이 동참한 덕분에 영업개시 1년만에 총 보관 종자 샘플이 40만에 달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1주년 기념으로 4톤을 더 받아서 2천만 점의 종자 수를 달성하는 성과를 보였다. 아메리카의 원주민 공동체들도 애지중지하던 종자들을 보내는 등 열심히 동참했다
우리나라도 세계식량농업기구와 종자기탁협정서를 체결하여 식량작물 위주로 K-종자 1만 3천여 종을 보관했고 북괴 역시 이 곳에 자기네 NK-종자를 보내고 있다
그 결과 2008년 타임지 선정 세계 최고의 발명품 6위에 선정되었고 프로젝트 관리 연구소 선정 지난 50년 간 가장 영향력 있는 프로젝트 10위로 선정되었다.
2013년에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 은행에 저장된 종자 종류의 3분의 1 가량의 종이 이 저장고에 저장되었다고 한다
이 곳에 오는 종자 아쎄이들은 우선 산소와 물기를 제거하고 밀봉된 3겹 호일 패키지에 진공포장한 후 '블랙 박스'라고 불리는 검은 플라스틱 용기에 넣어져 각자 배정된 금속 랙 위치에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영구 보관된다
원래는 유리관에 보관했는데 바꾼 거라고 한다
각 종자들의 상자에는 종자 식별과 같은 정보를 담은 나노필름 시트가 붙여져 있어 구분이 가능하다
보관실은 항상 섭씨 영하 18도를 유지하며, 이를 통해 낮은 온도와 제한된 산소 접근을 의도하여 종자의 대사 활동을 늦춤으로써 종자의 노화를 지연시킨다
이 온도 유지에는 현지에서 채굴된 석탄을 냉동 장치에 사용하기 때문에 스발바르의 지역 발전에도 기여하는 셈이다
또한 영구동토층을 가지고 있고 해발 130m이므로 만년설이 녹더라도 현장은 건조된 상태로 유지된다. 덕분에 저장고의 전기가 혹여나 끊기거나 발전 시설이 고장이 나더라도 최대 영하 3.5도의 저온을 유지할 수 있다
유전자 변형 종자는 여기에 저장하는 것이 금지된다
2016년에는 스발바르에 닥친 이상 고온과 폭우로 인해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물이 저장고에 스며드는 앙증맞은 찐빠가 있었다
물이 저장고에 살짝 스며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이 경우에는 종자 저장소 터널 안으로 15m를 들어온 대사건이었다
그러나 사전에 이를 대비한 저장고의 설계 덕분에 종자고에 도달하기 전에 물이 얼어버려서 다행히 대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저장고 앞에서부터 영하의 저온을 유지하기 때문에 종자고에 미처 도달하기 전에 물이 얼어버리는 것이다
이를 상정하고 설계한 것이긴 하지만 꺼림칙하긴 했는지 2019년에는 대대적인 방수 공사와 열원 제거, 추가 배수로 굴착 등의 대비를 완료했다고 한다
해수면 상승같은 경우에는 이를 대비해 해발 130m 암반의 120m를 뚫고 들어가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 내진설계 물론 철저히 되어 있어서 리히터 규모 6.2의 강진에도 버틸 수 있는 설계가 되어 있고 혹여나 더 큰 지진이 와도 암반층 덕분에 문제가 안 된다고 한다
이렇듯 별의 별 상황을 다 상정하고 만든 스발바르지만 뭐니뭐니해도 제일 위험한 건 인간 아니겠는가?
만약 어떤 미친 새끼가 여기 침입해서 종자를 독으로 오염시킨다던가 긴빠이나 방화라도 한다면 굉장히 끔찍할 것이다
따라서 이 스발바르 종자 저장고는 허가받지 않은 자의 출입을 엄금하고 있으며, 상주 직원도 유지하지 않고 있다
관리는 어떻게 하냐고? 정확히는 맨 처음 여기에 저장고를 만들었던 노르딕 유전 은행의 후신인 북유럽 유전자자원센터에서 관리를 하긴 하지만 현장에 정규 직원을 두지는 않는다
평소에 문을 굳게 닫아 놓는 것은 기본이고, 종자 샘플 접근을 요청한 사람 역시 이 안에 함부로 들어올 수 없다
사도 문서고는 그나마 연구자라도 들여보내줬지 여기는 안 된다. 연구자, 식물 육종가, 농업기업 종사자 등등 누구도 허용되지 않는다
유전자은행에 저장된 샘플은 대부분의 경우 저장에 참여한 148개 국가 및 당사자가 승인한 식량 및 농업을 위한 식물 유전자원에 관한 국제 조약의 조건에 따라 접근 가능하다
종자 저장고는 대충 은행의 안전 금고와 같은 방식으로 기능한다고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은행은 건물을 소유하고 예금자가 상자의 내용물을 소유하듯이, 노르웨이 정부는 이 저장고를 소유하며 예금하는 당사자들이 이 종자를 소유한다
그러니까 여기에 종자를 보낸 이들에게 종자의 소유권이 주어지는 것이다. 스발바르 제도에 샘플을 기탁한다고 기탁자의 권리가 노르웨이나 스발바르에 이전되거나 하진 않고 노르웨이가 이들 종자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도 없다. 은행에서 기탁자의 허가 없이 금고에서 마음대로 돈을 빼다가 남한테 주지 않는 것처럼, 이 저장고에서도 종자를 함부로 빼다가 남한테 주지 않는 것이다. 이게 그 누구도 종자에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이유이다
따라서 샘플 반출을 위해서는 일단 기탁자와 상의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지 저장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를 상술한 검은 플라스틱 용기의 이름을 따서 '블랙박스 배치'라고 한다
이런 믿-음직한 서비스 덕분에 세계 수많은 기증자들이 여기에 종자를 보관하는 것이다. 각 기증자들은 노르웨이 정부를 대신하여 여기를 관리하는 NordGen과 계약을 체결한다. 이 계약에서는 여기 기탁된 샘플에 대해 노르웨이 정부가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며 소유권은 종자 저장소에 있는 해당 자료에 대한 단독 접근 권한을 갖는 기탁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다. 이들의 데이터베이스는 NordGen에서 관리한다
품질 처리 책임도 기탁자에게 있기 때문에 밀봉이나 발아 테스트 역시 기탁자가 알아서 해야 한다
그래서 위 사진에 나온 사람들은 종자를 가지러 나온 사람들이 아니고 종자를 넣으러 온 사람들이다. 아까 말했지만 상주 직원이 없기 때문에 항상 문이 잠겨 있으므로 여기에 종자를 저장하고 싶으면 미리 NordGen과 얘기해서 문 따주는 사람을 불러야 한다
상주 직원이 없으니까 보안이 허술한 거 아니냐 싶겠지만 일단 문 따는 것부터 문제일 것이다. 이 곳의 문을 따려면 UN과 국제기구들이 보관중인 마스터키 6개가 모두 모여야 딸 수 있다. 애초에 종자를 넣으러 오거나 한 게 아니면 이 문을 열어주지도 않고 종자를 넣으려면 사전에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상술했듯 이 저장고는 내진설계를 겸해서 존나 딴딴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야매들이 허가 및 열쇠 없이 침입하기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혼자 간다고 해도 그 두꺼운 문부터 부술 궁리를 해야 한다.
또한 내부에도 방범장치가 꽤 빡세게 되어 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안 된다고 한다
이렇게 거의 항상 굳게 닫혀 있는 스발바르 저장고이지만 2015년, 개시 이래 처음으로 저장고에서 종자가 인출된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21세기 제일 험한 국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온갖 끔찍한 죽음들이 한 번씩은 다 벌어진 그 나라
실사판 북두의 권, 2010년대에 강림한 지옥도를 겪고 있는 그 곳
시리아의 내전 때문이다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스발바르의 블랙박스 배치가 처음으로 시행되게 되었다. 국제건조지역농업연구센터(ICARDA)는 내전으로 시리아 텔하디아에 위치한 유전자 은행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고, 이 때문에 샘플 배포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ICARDA는 결국 최후의 결단으로 해당 종자들을 재생성할 수 있도록 저장고에 특별 요청을 하여 저장되어 있던 백업 샘플 중 일부를 회수했다
2015년과 2017년에 걸쳐 ICARDA는 대규모의 종자를 인출하여 레바논과 모로코에 있는 멀티에서 번식시킨 후 일부를 반환하고 일부는 레바논과 모로코에 그대로 보관하였다. 이는 2023년 현재까지 저장고의 유일한 인출 사례이다
2008년 이후 첫 인출이라 신기하긴 하지만 국제 저장고 입장에선 이게 전혀 좋은 일이 아닌지라 저장고 운영을 총괄하는 캐리 파울러는 이게 마지막 인출이 되길 바란다고 씁쓸한 평을 남겼다. 좋아서 인출한 게 아니라 현지 상황이 둠스데이가 되어버린지라 어쩔 수 없이 인출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저장고의 최종 목표는 이 시리아 내전 상황과 같이 인류가 어떠한 절망적인 상황을 마주했을 때, 특정 작물이 멸종했을 경우 이 저장고에서 샘플을 꺼내 와 다시 재배하여 부활시키기 위해, 전 세계에 보급된 모든 작물들을 그 날까지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다
이 절망적인 상황은 시리아 내전처럼 전쟁 뿐만 아니라 각종 천재지변과 기후변화, 전염병, 핵전쟁, 운석 충돌 등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포함한다. 이전에 설명한 온칼로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간혹 이 저장고를 둠스데이 볼트, 즉 최후의 날 저장고라고도 부르곤 하지만, 막상 여기를 관리하는 사람들은 듣기 좀 ㅈ같다면서 '종자 보험'이라는 앙증맞은 순화 표현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현재 스발바르 저장고에는 112만여종의 샘플이 저장되어 있다
2015년에는 2호점도 차렸는데, 그 장소가 놀랍게도 우리나라의 봉화군이다
이를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라고 하며, 스발바르와 함께 전 세계에서 유이한 시드볼트이다
분명 아직도 전쟁 중인 머한 땅인데 뭘 믿고 시드볼트를 차렸는지는 알 수 없다
출산율 낙하로 인한 머한의 안락사를 노리고 지었다면 대충 이해는 간다
이거 아니면 다른 이유를 생각해낼 수가 없다
아무튼 여기는 작물종자를 주로 보관하는 스발바르 1호점과 달리 야생식물 종자를 주로 보관한다
해발 600m고도에 있고 지하 46m지점에 터널형으로 만들었으며 강화 콘크리트 60cm와 3중 철판구조를 사용하여 규모 6.9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끔 내진설계가 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전원 공급을 다원화시켜 전원 차단 시 자가 발전기가 돌아가며, 습식 냉동설비를 사용하고 고장 시를 대비해 냉각 장치가 여러 대 준비해 놨다
현재는 종자 2백만 종을 보관할 수 있으며 추가 종자 확보를 위해 2개 터널을 더 만들 수 있도록 예비 공간을 마련해 놨다고 한다
22년 12월 기준으로 종자가 총 5424종 192,625점을 보관하고 있다고 하며 국내 종자가 62.2%, 국외 종자가 37.8%이다. 종자 입고는 일년에 4번 이루어진다
이 곳 역시 보안이 빡세기는 1호점과 매한가지인데다가 누르웨이와는 달리 주요 국가보안시설 취급을 받는지라 GPS상에 잡히지도 않는다
즉 지도 보고서는 찾아갈 수 없다는 얘기다. 일반인의 출입은 당연히 통제되며 지하는 진짜 관계자 외에는 출입할 수 없다. 또한 위치경로를 수집하는 테슬라 자동차는 일절 출입할 수 없다고 한다
머스크 우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이 스발바르 종자저장고의 성공적인 운영에 영감을 받아서 2017년에는 종자보관소 이웃에 '세계극지기록보관소(Arctic World Archive)'라는 정보 버전 종자저장고가 생겼다
여기도 종자저장고와 마찬가지로 폐탄광을 이용한 시설이며, 노르웨이 디지털 보관업체인 피클과 국영 광산기업 SNSK가 운영을 맡았다
여기는 각종 천재지변에 대비해서 인류의 가능한 모든 기록을 모아놓자는 것이 목표이고, 영구동토층 암반 150m 깊이 파들어가서 종자저장고와 마찬가지로 지진과 해수면 상승은 물론 핵 공격과 EMP 공격에도 대비하고 있다
여기 보관되는 것은 각국의 헌법과 고전문학, 회화, 논문부터 최신 과학저널, 영화, TV쇼 녹화본 등등 인류의 정신이 담긴 모든 자료들이며, 이는 고문헌/영상/사료/사진 등등을 가리지 않는다
피클은 3300만 딸라를 들여 개발한 영구 기록보관 기술을 이용하여 데이터를 특수감광필름에 QR코드 형태로 변환하여 암호화하여 보관한다
또한 먼 훗날 미래 인류가 이를 꺼내볼 것을 대비해 데이터 해독 방법을 담은 각국 언어로 된 설명서와 전용 스캐너 등을 함께 보관해 놨고, 복원을 요청하면 보관소 직원이 관련 필름을 찾아 데이터를 복구해 광섬유 케이블로 본사에 보낸다
아무래도 종자보다는 기록 탈취가 덜 위험하니 보안은 종자보관소보다 덜 빡센 경향이 있다. 그 때문에 이 기록보관소는 국가나 단체 뿐만 아니라 개인도 이용할 수 있어서, 개인의 가족사진이나 일기장 등을 보관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가상화폐 코드도 저장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와 같은 컴퓨터박이 코딩노예들이라면 알 법한 GitHub에서도 2019년부터 모든 오픈 소스 프로젝트 코드들을 여기에 저장하고 있다
GitHub 데이터들은 길이 1km의 필름 릴에 저장되며 매트릭스 바코드로 저장된 암호 코드로 덮여 있어 강철 금고에 영구 저장된다.
한 필름 릴 하나에 데이터 120GB가량을 전달할 수 있고, 이들 중 첫 번째 릴에는 Linux와 Android 운영 체제의 소스 코드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하며 6000여개의 오픈 소스 앱 코드들이 그 뒤를 따른다고 한다.
이외에도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그래밍 언어 및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대한 기타 정보를 담은 설명서가 같이 동봉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니가 개똥같은 코드를 짜서 GitHub에 올릴 경우 그게 영구 박제되서 스발바르로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후손들에게 고로시당하기 싫다면 꼭 생각하고 프로그래밍을 하도록 하자
2020년에는 종자 저장고 옆에 또다른 이웃이 생겼는데
바로 국제 오레오 저장고 (Global Oreo Vault)이다
진짜다
여기서는 지금까지 만든 오레오의 진공포장본과 그 레시피를 보존하고 있다
인류 최악의 상황이 도래해도 사람들에게 오레오를 기어코 쳐먹이겠다는 그들의 의지가 느껴진다
꼭 스발바르 얘기 하다가 오레오 저장고 얘기가 나오면 구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나오는데
왜냐하면 진짜로 반쯤 구라기 때문이다
한때 커뮤를 휩쓸었던 이 오레오 저장고는 필자도 진짜인 줄 알았지만 사실 스발바르 종자저장고에서 영감을 얻은, 마케팅을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모큐멘터리의 일환이었다고 한다
사실 여기는 설립 이유부터가 골때렸는데 당시 열심히 지구에 접근 중이던 소행성 2018 VP1의 충돌로부터 오레오 레시피를 지키기 위해 굳건한 벙커를 세우겠다는 내용이었다
소행성이 꼬라박았는데 오레오를 저기서 어떻게 꺼내오는지는 묻지 말도록 하자
정작 소행성 2018 VP1는 직경 2m도 안 되는 천체여서 충돌해도 큰 위협은 없다는 추측이 지배적이었고 그나마도 갑자기 사라져 버림으로써 없는 일이 되어브렀다
비록 작은 천체긴 했지만 그래도 지구가 멸망해도 사람들에게 오레오를 먹이겠다는 그들의 의지 자체는 관철한 셈이다
그래도 시설 자체는 진짜로 지었고 실제로 오레오 샘플을 진공포장해서 보관도 했다
구글 어스에 오레오 측에서 공개한 ‘78° 08’ 58.1” N, 16° 01’ 59.7” E’ 좌표를 찍으면 진짜로 콘크리트 시설 하나로 이동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레오 저장고의 보안도 원본 종자저장고만큼 빡센지는 알 수 없다
하도 골때리는 마케팅이었던지라 그쪽 부문에서 상도 많이 탔다
오레오 오즈가 뒤지게 맛있긴 하지
다리엔 갭 - 파나마-콜롬비아 국경지대
(Darién Gap, Tapón del Darién)
다리엔 갭은 파나마와 콜롬비아 국경지대 사이에 펼쳐진 87km 남짓의 넓은 미개발 열대우림 지역을 말한다
이 지역은 전체가 개발되지 않은 오지 중의 오지로, 각각 파나마의 다리엔 국립공원과 콜롬비아의 로스 카티오스 자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구역이다
근데 사실 여기는 법적으로 여행금지가 명문화된 곳은 아니다
똑같이 아무도 안 사는 곳이긴 하지만 법적 규제가 있는 사우스 센티널 섬처럼 드나들었다고 감빵에서 썩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여기를 드나들어도 우리나라 법이나 현지 법으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얘기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 그럼 출입금지 지역이 아니지 않나요
어... 공식적으로는 아니다
하지만 명문화된 출입금지 규정이 없는거다 뿐이지 이 곳은 정말 출입하기 험난한 지역이다
일단 이 곳에 들어서는 그 순간부터 여기를 나오는 그 순간까지 여행자 보험이 전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여기서 만약 사고가 나도 여행자 보험 보상을 절대 받을 수 없다는 얘기이다
보통 이런 조치를 취하는 곳은 미국에서도 여행금지로 지정한 치안이 박살난 국가들, 즉 이라크나 아이티 같은 곳에서나 이런다
그러니까 보험사에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미주에는 팬 아메리칸 하이웨이라는 게 있다
미국 알래스카의 프루도 만부터 시작해서 각종 주요 도시들을 찍고 멕시코를 지나 남미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 끝까지 찍으며 끝나는 그야말로 미주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끝내주는 고속도로이다
근데 지도를 잘 보면 이 팬 아메리칸 하이웨이가 끊긴 곳이 보인다
저기가 바로 다리엔 갭이다. 야비자부터 시작해서 투르보에서 끝나는 87km 구간. 이 다리엔 갭이 팬아메리칸 하이웨이에서 유일하게 끊어진 구간이다
이 쬐끄만 끊긴 구간 때문에 팬 아메리칸 하이웨이는 지금까지도 완벽하게 미주를 통과하지 못하고 팬아메리칸/하이웨이로 남아있다. 여기서는 보통 페리를 타고 이동한다고 한다
근데 87km는 따지고 보면 그렇게 긴 구간도 아니다
위 사진은 몇 달 전에 어디서 대학생들끼리 87km 비치대장정 한다고 찍은 사진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횡단했냐고? 함평에서 부안까지 갔단다. 그 거리가 87km다
함평에서 부안까지, 대학생들도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를 저렇게 끊어 놓고 현재까지 건설하려는 시도 조차 안하고 있는 것이다
다리엔 갭에는 지금도 제대로 된 도로 하나 뚫려 있지 않다. 원시적인 비포장 도로조차도 없고 그냥 야지 그대로이다. 그래서 차를 타고 여기를 통과한다는 것은 크나큰 모험에 가깝다. 그냥 차 타고 가지 말라는 것이다
함평에서 부안까지 도로가 뚫린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 시발 87km가 뭐라고 지금까지 건축을 안하는거지?
잘만 쓰면 파나마 운하에 비견되는 북남미간 교통의 장이 될 수도 있는 지역으로 보이니 말이다
그러나 다리엔 갭에 그 누구도 도로를 뚫을 생각을 못하고 지금까지 저런 미개발 지역으로 방치해 두는 데에는 여러가지 사유가 있다
일단 자연환경이 정말 개 박살이다
이 다리엔 갭은 세상에서 제일 비가 많이 오는 지역 중 하나로, 그 체라푼지와도 자웅을 겨룰 정도로 비가 존나게 많이, 그리고 자주 시도때도 없이 온다
위에 사진들마다 개울들이 꼭 찍혀있는 것처럼 다리엔 갭에는 물가가 정말 많다. 근데 이 때 갑자기 급발성 호우라도 온다면?
저 개울들이 다 불어나 초대형 홍수를 일으킨다. 그 옆에서 하이킹하는 새끼라도 있었다면 바로 물회 신세가 되는 거다
또한 산지도 물만큼 많다. 다리엔 갭을 드나든 사람들에 의하면 평평하다가 갑자기 산이 우뚝 솟아 있는 지형이 굉장히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열대우림답게 곤충, 뱀, 위험한 포식동물들이 많이 존재한다.
특히 독사와 모기가 겁나게 많다. 여기 모기는 정말 독하기로 유명한데, 황열과 말라리아 등을 신나게 옮기고 다닌다
옛날 옛적 프랑스와 미국이 이 지역에 파나마 운하를 열심히 지을 때를 생각해 보자
그 내로라 하는 강대국들이 진두지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파나마 운하를 건설하는 데 약 22000여명의 인부들의 목숨이 소모되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원인은 바로 이 파나마 모기였다. 이 때는 파나마 전체가 다리엔 갭 꼬라지라서 그 악독한 파나마 모기들이 있는 대로 말라리아를 존나게 옮기고 다닌 결과였다
그 22000여명을 죽인 모기의 동족들이 다리엔 갭에서 지금도 살아 있는거다. 어느 정도인지 예상이 가지 않노?
자기가 말라리아 증세가 있는거 같거나 독사에 물린 것 같다면? 당연히 구조대에 신고를 해야 되겠지?
아니다. 당신이 다리엔 갭에 있다면 큰1 난거다. 다리엔 갭에서는 그 어떠한 통신도 통하지 않는다. 위성전화를 갖고 있지 않는 이상 구조대와의 연락은 꿈도 못 꿀 것이며, 설령 연락에 성공한다 해도 구조대가 다리엔 갭으로 오기를 거부할 것이다. 왜냐하면 거기까지 갔다가 구조대까지 사고가 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이 다리엔 갭이 얼마나 개같았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도 있다
한 17세기 후반, 다리엔 갭에 식민지를 건설하려는 세력이 있었으니...
바로 스코'을랜드다
? 왜 뜬금없이 치마쟁이들이 남미로 오노?
당시 스코틀랜드는 그야말로 흙수저 중 흙수
저 신세였다
이 때를 불운한 7년이라고 하는데, 지금도 스코틀랜드의 최악의 시절 2위로 꼽힌다. 1위는 당연히 잉글랜드 놈들한테 점령당한 거고
불운한 7년이란, 스튜어트 왕가의 복귀를 주장하는 치마쟁이 반군 자코바이트와의 내전이 잘 안 풀리면서 스코틀랜드의 유력 귀족 클랜들과 도시 자치회들이 대부분 파산 상태에 몰리게 되고 여기에 가뭄과 경제난까지 겹친 엿같은 시절을 일컫는다
이 불황 때문에 졸지에 단체로 가진거라곤 부랄 두짝밖에 없는 그지가 되어버리게 생긴 스코'이쉬들은 어디 돈이라도 꿀 데가 없나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옆동네 잉글리쉬들이 식민지 경영으로 떼돈을 쓸어담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스코티쉬들은 이를 보고 머릿속에 쏜살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데...
와 시발 우리도 식민지 세우면 저 잉글랜드 새끼들처럼 돈을 쓸어담을 수 있겠구나!
뭐든지 잉글랜드 새끼들이 하는 거라면 반대로 할 정도로 잉글랜드 새끼들을 세상 그 누구보다 싫어하지만 이런거 하나는 어째 생각이 잘 맞는 스코티쉬들이었다
그런고로 식민지를 세울만한 곳을 찾아보던 스코티쉬들, 당시에 식민지 하면 아메리카였고, 스코틀랜드의 국력으로 갈 수 있을만한 곳도 결국엔 아메리카였기 때문에 스코틀랜드는 아메리카의 임자 없는 땅을 샅샅이 뒤져보게 된다
문제는 당시 아메리카는 이들이 당도하기 한참 전, 남쪽 이베리아의 교황쟁이들끼리 대충 짝짜꿍해서 갈라먹은 상태였고
그나마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힘이 잘 미치지 않은 북미 지역은 잉글랜드와 빠게트가 손을 뻗어 놓은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대충 아무도 없는 땅을 발견했으니 여기가 바로 현재의 다리엔 갭 되시겠다
상술했지만 다리엔 갭이 겉으로 보기에는 참 그... 예쁜 판도다
아무것도 모르고 보면 북미와 남미를 잇는 중개무역의 중심지 아니노? 생각할 수도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태평양과 대서양의 간격 역시 그리 멀지 않아 여기를 먹은 후 기술력만 어떻게 키워 본다면 운하를 뚫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었고
이 계획이 잘만 풀린다면 북남미간 통행세만 먹어도 배부른 그런 지형으로 보였다
실제로 이 계획을 입안한 책임자 윌리엄 패터슨은 파나마에 운하를 뚫을 생각을 처음 한 선구자로 불린다
게다가 이 곳에는 수상하리만치 원주민도 거의 안 보였다. 그래서 들어가기만 하면 저항 없이 땅을 먹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해당 지역 상황에 발기를 멈출 수 없었던 스코틀랜드 귀족들은 다 쓰러져가는 자기네 집 초가삼간과 백파이프까지 싹다 내다팔면서 있는 돈 없는 돈을 다 끌어모아 이 곳에 다리엔 계획을 수립했고, 스코티쉬들을 이 곳에 이주시켜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무역 거점을 완성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게 된다
스코틀랜드는 1695년 스코틀랜드 은행을 설립하였고 귀족들은 각자 끌어모은 돈 40만 파운드 가량을 여기에 꼬라박기 시작했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돈으로 800억원이 넘어가는 거금이었다
원래는 이 돈을 모아 잉글랜드처럼 동인도 회사를 설립하여 인도와 아프리카 등을 침략해보자는 생각도 했지만, 일단 내일 먹을 해기스도 없는 그지인 자기나라 사정을 고려해 파나마부터 어떻게 해 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그리고 이 때부터 일이 존나게 꼬이기 시작한다
첫번째 시련은 당연히 존나 독한 파나마 모기였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벌레가 날아올라마 홀롤롤로 하고 달려들었고
스코틀랜드는 뭐 어떻게 대처할 세도 없이 모기들의 훌륭한 피주머니가 되어주었다
황열과 말라리아가 뭔지도 모르던 스코티쉬들은 압도적인 물량의 모기 습격에 상대가 되지 못했고 결국 모기에 물리는 족족 죽어나가고 만다
괘씸하거든요?
두번째 시련은 스패냐드들이었다
주인 없는 땅인줄 알았건만, 재수없게도 이 다리엔 갭은 사실상 스페인의 영향권 아래 있었던 것이었다
스패냐드들 또한 일찍이 이 다리엔 갭을 점령하려 들었지만 혹독한 자연환경에 밀려 자연스럽게 이 땅을 권외지역 취급한 것 뿐이었지, 엄연히 자기 세력권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여기를 웬 북방 흰둥이들이 들어와서 멋대로 불법체류를 하고 백파이프를 불며 소음공해를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진압에 나선 것이었다
당연하지만 당시 스페인과 스코틀랜드의 국력 차이는 비교할 수가 없는 수준이었고, 스패냐드들의 준동에 쫄은 스코틀랜드 국왕 윌리엄 2세는 전쟁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여 다리엔의 스코트 거주민들을 그냥 버렸다
진짜다. 국가 측에서 그냥 무시하고 내 버린 것이다
결국 다리엔 갭의 스코트 거주민들은 모기-스페인 연합에게 궤멸하였고 소수만 살아 돌아올 수 있었고, 다리엔 계획은 실패하여 스코틀랜드는 막대한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었다. 1700년을 기점으로 다리엔의 스코트 정착촌은 전부 버려졌다
물론 스코틀랜드는 이를 갚을 능력이 없었다. 파산을 우려하여 진행한 다리엔 계획이 파산을 불러오고야 만 것이다
역사에 흔하디 흔한 슬픈 일화 중 하나로 볼 수 있겠지만, 의외로 이 다리엔 계획은 실패로 돌아간 것 치고는 역사에 큰 족적을 두 개나 남겼다
첫번째야 뭐 파나마에 운하를 뚫으면 개쩔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이 세상에 낸 것이고
두 번째로는 혐성국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잉? 혐성국?
그렇다. 진퇴양난에 빠진 스코틀랜드 파산쟁이 불쌍맨들은 자존심을 잠시 집어넣은 채 눈물을 머금고 타개책으로 18세기 초 잉글랜드 앤 여왕에게 스코틀랜드 왕국과 잉글랜드 왕국의 합병을 앙망했고, 앤이 이를 승리하여 대 타협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렇게 두 나라는 하나로 합쳐졌으니, 이게 바로 그레이트브리튼 연합왕국, 현재 우리가 아는 그 영국의 시작인 것이다
스코틀랜드가 세워진 지 864년째 되는 해였다
그렇게 그레이트 합체를 하게 된 두 나라는 손을 잡고 전 세계를 유랑하며 혐성질을 하게 되었다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와 손을 잡고 나서야 그토록 꿈에 그리던 식민지 경영을 실컷 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그지 신세를 면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혐성국의 탄생인 것이다
이 엿같은 땅이 혐성국을 탄생시켰다는 것에서 다리엔 갭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 수 있다
아무튼 이렇게 엿같은 땅임이 만천하에 알려진 나머지 다리엔 갭은 오랜 세월 간 방치되었고
이 지역에 세워진 그 어떠한 나라도 이 곳을 감히 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스페인도 마찬가지고 훗날 이 지역에 세워진 그란 콜롬비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오래오래 방치된 탓에 이 지역을 더 이상 개발하거나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가 몇몇 추가되었는데
일단은 너무 오래 방치된 탓에 이 곳이 자연의 보고가 되어버렸고, 그 때문에 환경보호가 이 지역의 개발의 발목을 잡았다
이 지역이 거대한 자연보호 구역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리엔 갭에는 세드렐라와 마호가니, 체이바 나무가 지천으로 깔려 있으며, 온갖 희귀동물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그 때문에 현재 고속도로 건설에 가장 반대하는 세력이 환경주의자들이다
그리고 스코트와 스페인 애들이 못 봤다 싶을 뿐이지 원주민들도 살고 있었다
여기에는 엠베라-워난 족과 구나 족을 비롯한 5개 원주민 부족들 8000여명이 살고 있으며 이들은 오래 전부터 고속도로 건설이 자신들의 삶 유지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이들의 삶을 존중하기 위한 것도 다리엔 갭의 개발이 안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 여기가 뒤지게 위험한 바로 그 이유
다름 아닌 인간들이다
또 좆간이야?
오랫동안 방치된 만큼, 이 곳을 드나드는 인간은 크게 두 부류 정도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하이킹하는 횡단객들이고, 하나는 범죄자들이다
이 다리엔 갭은 범죄자들에게는 꽤나 장사하기 좋은 곳이다
일단 이 다리엔 갭은 제대로 된 도로가 하나도 없다. 따라서 이 곳을 어떻게든 횡단하려면 맨몸 하이킹이 제일 좋은 수단이다
그리고 맨몸 하이킹을 하는 놈들은 범죄자들이 털기 가장 쉬운 대상이기도 하다
여기는 공권력도 미치지 않고, 신고도 못 한다. 주변에 도움을 청할 대상도 없다
내가 범죄자라도 여기에 살림 차리고 살 것 같다
그래서 이 다리엔 갭에는 얼치기 강도, 강간범부터 대형 범죄조직들까지 다양한 범죄자들이 분포하여 암약하고 있다
또한 하필 이 지역은 FARC, ELN을 비롯한 콜롬비아에서 온 빨4갱이 반군들이 주로 숨어 있는 곳이며,
빨4갱이들을 싫어하는 극우 반군들도 여기 모여있고,
그 옛날 파블로 에스코바르도 애용했고 현재는 클란 델 골포를 비롯한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이 중남미 카르텔들과 이어지는 장삿길이기도 하다
공통점으로는 빨4갱이와 극우, 카르텔 셋 다 마약을 그렇게 좋아한다는 점이 있다
그래서 약장사를 하는 빨4갱이, 극우 반군들과 카르텔들이 이 지역에 그렇게 많이 출몰한다
평소에도 숨어 지내는 새끼들인데 당연히 자기들이 약장사하는 걸 본 새끼들을 살려둘 리 만무하다
애초에 다리엔 갭이 위치한 다리엔 주 자체가 이런 카르텔과 빨4갱이, 극우 꼴통새끼들이 멕시코로 마약을 실어 나르는 주요 트랙 중 하나라 치안이 정말 나쁜 곳으로 꼽힌다. 도심 지역도 위험한데 이런 아무것도 없는 험지가 설마 더 안전할 수 있을까?
실제로 2000년에는 영국 여행자 두명이 사냥을 하던 중 FARC 빨4갱이들에게 납치당해서 9개월동안 억류된 적도 있었고, 2003년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어드벤쳐 취재진 세 명이 극우 반군인 콜롬비아 자위군(AUC)에게 일주일간 억류된 적도 있었다
그나마 이건 억류라서 좋게 끝난 거고, 사망 사고는 셀 수 없이 많다
대표적으로는 1993년 에스노스360이라는 선교 단체 소속 선교사 3명이 FARC에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고, 2013년에는 스웨덴 배낭여행자 얀 필립 브라우니쉬가 도중에 실종되는 사건이 있었다.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이었지만 훗날 FARC가 자기들이 외국 스파이로 오인하여 살해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래서 사실 다 필요없고 이 인간 문제가 제일 크다
어떤 새끼들이 암약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 곳으로 함부로 인부들을 보낼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원주민들의 문화도 보호하고 자연도 보호하고 하는 김에 파나마-콜롬비아 간 거대한 육상교량을 건설해서 팬아메리칸 하이웨이를 잇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그 교량 짓는 인부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가 없어서 취소된 사례도 있다
그 망할 치안을 대변이라도 하듯, 다리엔 갭에는 이렇게 누군가 꼬라박고 버려진 주인잃은 차량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 차의 주인들이 어떻게 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차량들은 그저 무심하게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있을 뿐
이렇게 버려진 차량들은 수상하게 중요 고가치 부품들이 다 빠지고 없다고 한다
여행자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도 사실상 여기에 있다. 다리엔 갭을 지나는 방법에는상술했듯 육로 횡단 말고도 엄연히 페리로 가는 방법도 존재하며, 이게 육로횡단보다 메이저한 방법이다.
근데 페리가 있는데도 굳이 육상 횡단을 고집한다면, 딱 누구인지 견적이 나온다. 죽음따위는 우습게 여기는 얼치기 익스트림 여행자거나, 아니면 십중팔구 도피, 밀입국, 마약거래, 인질극, 시체암매장 등 불법적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보험 씌워봤자 곤란하기만 하니 그냥 아예 여기를 육로로 횡단하겠다는 미친놈들은 보험 처리를 안 해주는 것이다
그런 실정인지라 간혹 일부 정신나간 익스트림 여행자들은 이 지역의 범죄조직들에게 뇌물을 찔러주고 가이드를 맡기는 일도 있다고 한다
물론 다리엔 갭을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람들은 많다. 기록도 여러가지인데 도보로 횡단한 사람도 있고, 차량으로 횡단한 사람도 있고, 자전거와 오토바이로 횡단한 사람도 있다. 위키피디아에 보면 한 트럭이다
그러나 이는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망각하면 안 될 것이다. 이를 잊고 다리엔 갭에 들어섰다가 뒤진 사람은 성공한 사람보다 배는 많기 때문이다. 이것도 시체가 나온 사람들만 따진 것이지 시체조차 못 찾은 사람까지 하면 더 될 것이다
마치 북괴에 갔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이 있다고 북괴가 안전한 곳이 되는 게 아니듯이 말이다
이렇게 누가 봐도 박살난 다리엔 갭이지만, 다리엔 갭으로 발걸음을 향하는 이들은 2023년 현재에도 결코 줄지 않고 있다
아니다, 오히려 더 늘어났다. 그것도 훨씬 많이 늘어났다
그 이유는 박살난 자기나라를 피해 도망나온 남미 캐러밴들 때문이다
이들의 존재 때문에 2020년대의 다리엔 갭은 그 이전보다 한 술 더 뜨는 그야말로 지구 최악의 정글이 되고 말았다
이들은 대부분 아이티와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의 생지옥 출신이고, 그 뒤를 아프간, 중공, 남아시아, 아프리카 출신의 불법 이민자들이 뒤따른다. 2020년대 들어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이한 쿠바 사람들도 간혹 합류한다고 한다
이런 불법 이민자와 난민들이 뜬금없이 다리엔 갭에 있는 이유는 입국이 훨씬 쉬운 남미 나라들, 특히 에콰도르와 같이 자유 비자 정책을 운용하는 나라들에 입국해서 다리엔 갭을 건너 미국에 오는 것이 스트레이트로 미국에 오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이다
이들의 트랙은 다음과 같다. 일단 아메리카가 아닌 먼 나라 출신 불법 이민자들이 에콰도르 등에 먼저 입국해서 도보로 북쪽으로 향한다
이 과정에서 베네수엘라 난민들과 물 건너 온 아이티 난민들이 합류하고 그 상태로 다리엔 갭을 도보로 건너 메소아메리카를 쭉 관통하여 멕시코-미국 국경에 도달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온다고 미국에 입국이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실낱같은 희망 하나라도 부여잡아야 하는 이들이기에 이렇게 다리엔 갭을 몸으로 건너 오는 난민들이 13만명을 넘었고 그 중 383명은 어린이였다고 한다
당연하지만 난민 신분이라고 다리엔 갭이 레벨 하향조정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엄청난 사망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약도 물도 음식도 없는 곳인데다가 다리엔의 그 엿같은 자연 환경이 난민을 피해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곳을 건너는 난민들은 참호족, 탈수증, 말라리아, 기생충 감염 등 각종 질병에 걸려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고, 수해 역시 이들의 사망률에 한 몫 한다
시체가 발견되기라도 하면 다행이지 시체조차 발견되지 않는 이들이 너무 많아 몇 천명이 죽었다고 추측만 할 뿐이다
2021년 한 해에는 50구의 시체가 다리엔에서 발견되었고 적어도 5명의 어린이 시체가 나왔다고 한다. 그나마 공식적으로 수습된 게 이정도고 지금도 심심하면 다리엔 쪽에서는 독수리에 반쯤 먹힌 신원불명의 시체들이 물에 떠내려오는 게 일상이다
신분조차 확인할 수 없으니 파나마 정부에서는 이들을 수습해 임시 묘지라도 만들어주고 있다
오히려 난민 출신이라서 다리엔 갭은 이들에게 훨씬 더 위험하다
이들의 불법 밀입국을 주선하는 브로커들은 대부분 뒷배에 카르텔 혹은 삼함회 등의 대형 범죄조직들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통제에 따르지 않거나 하는 자들은 바로 즉결처형이고, 이들이 법적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하여 약탈, 강간, 인신매매 등을 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하다
원래 다리엔 갭을 드나들던 범죄조직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빨4갱이, 극우 반군, 카르텔 할 것 없이 난민들이 보였다 하면 그들에게 통행세를 걷거나 물건과 신분증을 뺏고, 마음대로 강간하는 등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카르텔 단원이 어머니를 강간하자 소리를 질렀다는 이유로 6살 어린이를 총격 살해했다는 기사도 있다
그나마 파나마 정부와 지역 원주민 공동체가 이들의 사정을 딱하게 여기고, 다리엔 갭 중간중간에 있는 몇몇 정착촌들에 NGO들을 들여보내서 이 난민들을 돕고 있긴 하지만 이들이 멕시코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에 가깝다
설령 멕시코에 도달한다 해도 멕시코 역시 난민들을 싫어하는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에 이들 대부분은 난민 수용소에 갇혀서 학대를 받는다고 한다
이렇게 극한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멕시코로 가야 하는 난민들을 그냥 하이킹하는 민간인이 맞닥뜨린다?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이다. 아마 높은 확률로 습격당하고 가진 걸 모두 뺏기지 않을까 싶다. 사실 난민들보다도 브로커들이 진짜 위험한 사람들인지라 이들에게 총 맞는 걸 먼저 걱정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그런고로 2020년대의 다리엔 갭은 그 옛날 스코트인들이 당도했을 때보다도, 빨45갱이와 극우 반군들이 도사리고 카르텔이 약장사를 할 때보다도 훨씬 빡센 곳이 되어 버렸다
참 녹색 지옥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곳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그 명성과 달리 지금도 다리엔 갭에는 어떻게든 이 곳을 횡단하려는 사람들이 열심히 걸어 가고 있고
잊혀진 자들이 언젠가는 누군가가 그들을 찾아줄 것을 기다리며 정글 한 구석에 잠들어 있다
참 길었던 시리즈였다
이로써 금지금지 세계의 여행하기 빡센 관계자외 출입금지 시리즈는 끝이다
지금까지 봐 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멀쩡하게 살아나올 수 있는 지역은 끝이라는 거다
다음부터는 들어가면 최소 구금 혹은 반병신, 최대 시체로 나올 수 있는
그냥 가지마 수준이 아닌 아주아주 위험한 출입금지 지역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군사지역, 오염지역, 그리고 최종보스 분쟁지역이 아마 여기에 속할 것이다
그럼 왜 최종편이냐고?
어그로좀 끌었다 미안하다
첫 빠따로는
우리나라에서 법적으로 막아버린 새끼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는 새끼들...
맨날 뭐만하면 생각나는 '그 새끼들'
여행금지국가들과
아직도 비밀이 한 트럭인 러시아의 비밀도시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확정은 아니고 둘 중에 꼴리는 거 아무거나 하겠다
첫댓글 재밌겠가 다음글도 ㅋㅋㅋㅋ
와 아니 진짜 흥미돋..
헐 신기해 ㅋㅋㅋㅋ
https://youtu.be/aswvkdCpZYc?si=Kb8-DB0J6iCki52Y 다리엔 다녀온 유튜바 개 흥미돋
PLAY
헐 잼써
대존잼....연합왕국된 이유도 알고 유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