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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을 마시며...... 스크랩 `밥`의 온갖 말
금천재 오상룡 추천 0 조회 77 12.01.02 22:11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밥'의 온갖 말

 

 

 


백두현(경북대학교 인문대학 학장)

 

한국 사람에게 ‘밥’은 생명줄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래서 ‘밥’이 갖는 속뜻은 매우 깊다. 남에게 베푸는 밥 한 그릇은 인정의 상징이고 나눔의 미덕을 대표한다. 그래서 ‘쌀뒤주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도 생겨났다. 흔히 “언제 밥 한 그릇 같이 합시다”라고 인사말을 한다. 밥 한 그릇을 통해서 서로 소통하고 정을 나누는 시간을 갖자는 말이다. 지금의 50대 이상인 사람들은 하얀 쌀밥에 대한 특별한 느낌을 갖고 있다. 김이 무럭무럭 나고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하얀 쌀밥은 어릴 적의 추억과 함께 간절한 그리움의 빛깔로 뇌리에 박혀 있다. 나이든 사람 중에는 보리밥을 하도 먹어서 보리밥이라 하면 질색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한국인은 ‘밥맛’에 매우 민감하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밥맛은 약간의 찰기가 있으면서 구수한 향미가 있는 것이다. 점심 때 식당의 밥맛이 좋으면 다른 반찬은 좀 못해도 그집의 음식은 호평을 받는다. 밥맛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만큼 높은 것이다.
음식 상차림에서 밥은 항상 중심 자리에 놓인다. 먹는 사람의 가장 앞자리에 밥과 국이 놓이고, 나머지 여러 반찬들이 그 주변에 진설된다. 상의 주인은 밥이다. 그래서 한국어에서 식탁을 ‘밥상’이라 부른다.


 

한국어에서 밥에 관련된 낱말은 특별히 많다. 밥에 들어가는 곡물 재료에 따라 ‘쌀밥’, ‘보리밥’, ‘조밥’, ‘수수밥’, ‘찰밥’, ‘콩밥’, ‘팥밥’, ‘오곡밥’ 등이 있다. 밥맛을 돋우거나 밥의 양을 늘리기 위해 첨가하는 재료에 따라 ‘콩나물밥’, ‘무밥’이란 것도 있다. 밥을 할 때 사용하는 용기(容器)에 따른 구별로 ‘가마솥밥’, ‘돌솥밥’, ‘냄비밥’, ‘대나무밥’, ‘새옹밥’ 등이 있어서 밥을 더욱 다채롭게 만든다.


 

밥의 지어진 상태에 따라 그 이름이 여러 가지라 나뉜다. 큰 솥에 많은 밥을 한꺼번에 할 때, 밥 짓는 기술이 시원치 않으면 ‘이층밥’이나 ‘삼층밥’이 되어 버린다. 솥바닥 밥은 타서 ‘눌은밥’이 되고, 윗밥은 설어서 ‘선밥’이 되며, 중간의 밥은 그런대로 되는 상태가 삼층밥이다. 요즘은 가족 수가 단출하여 밥을 적게 지을 뿐 아니라 적당한 크기의 전기밥솥이나 압력밥솥이 자동으로 밥을 지어주니 젊은 층은 삼층밥이 무언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밥을 지을 때 밥물의 양을 너무 많이 잡으면 ‘진밥’이 되고, 그 반대로 너무 적게 잡아 ‘된밥’이 되기도 한다. 일부러 물을 적게 잡아 밥을 고들고들하게 지으면 ‘고두밥’이 된다. 술을 빚으려 할 때 고두밥을 지어서 쓴다. 술밑으로 쓰기 위해 일부러 만든 고두밥을 ‘지에밥’이라 부르기도 한다.


 

밥의 온도 상태에 따라 ‘찬밥’과 ‘더운밥’, ‘식은밥’과 ‘뜨신밥’이 짝이 되어 쓰인다. 앞의 두 개는 서울 경기 등 중부 방언권에서 많이 쓰이고, 뒤의 두 개 ‘씨근밥’과 ‘뜨신밥’은 대구 부근에서 주로 쓰인다. 대구 사람들은 ‘더운밥’이나 ‘데운밥’은 잘 안 쓰고, ‘찬밥’도 비유적 표현(인자 찬밥 신세 다 대 뿌?다.)에서 주로 쓴다.


 

밥을 조리하여 먹는 방법에 따라 나물 등과 섞어 비비면 ‘비빔밥’이 되고, 국에 밥을 말면 ‘국밥’, 김에다가 싸면 ‘김밥’이 된다. 대구에서는 국 따로 밥 따로 나오는 것을 ‘따로국밥’이라 하여 지역 특유의 음식 이름으로 쓰인다.


제사상에 올리는 밥을 예전에는 ‘메’(‘뫼’에서 변한 말)라고 많이 했지만 요즘 이 말은 잘 안 쓰이고 ‘제삿밥’이 되었다. 실제의 제사에 쓰이지 않고 제사 음식처럼 상차림을 만들어 파는 ‘헛제삿밥’도 있다. 초상 때 망자에게 올리는 것을 ‘사자밥’이라 부르고, 신령에게 올리는 밥으로 특별히 지은 밥은 ‘노구메’라 불렀다.

‘밥’을 비유적으로 쓰는 용법도 다양하다. ‘밥벌이는 한다’에서 밥벌이는 생계의 뜻이 된다. 시계 태엽을 감아 주는 것을 ‘시계 밥 준다’고 하였고, 봄철에 잔디가 무성히 자라도록 흙을 잔디에 뿌려 주는 것을 ‘잔디 밥 준다’고 하였다. 활동성을 부여하는 힘의 원천이 밥에 있음을 암시하는 비유 표현들이다. 밥이란 말이 한국인에게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그 쓰임새의 많음과 번져 나감의 풍부함에서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한 때 재미없거나 싫은 느낌을 표현할 때 “밥맛이야!”라고 내뱉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말은 밥에 대한 커다란 결례이자 한국인답지 않은 그릇된 표현이다. 한국인에게 밥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진 것인데, 어찌 이런 식으로 밥을 대접할 수 있는가!

 

 

 

출처: 대구일보 2011년 12월 27일자에서 부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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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01.02 22:39

    첫댓글 막 50대에 들어선 저도 하얀 쌀밥에 대한 특별한 느낌을 갖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역시 한국사람 힘은 밥심에서 나오는듯~~!!

  • 12.01.03 20:21

    공덕중에 생명을 살리는 공덕이 첫번째 요
    밥을 대접하는 것이 그다음 공덕이라
    걸식하던 걸인에게 도 꼭 상을 차려 대접하던 조부님 이 생각납니다

  • 12.01.04 14:31

    온갖 밥,애기,보니 뜨신밥에 김치한조각 올려놓고 한입 냠냠,하고싶네요^^

  • 12.01.04 16:23

    그래서 밥을 보약이라했나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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