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불광 1998년 8월호에 나왔던 글입니다.
부처님 말씀에는 확실히 틀린 것이 없습니다..
마늘과 파는 조금만 먹어도 정신이 흩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조금 자제합시다.
부처님 정법에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입니다..^^
특집 - 수행과 음식
불교의 금기음식
글 ·심준보
모든 종교에는 금기(禁忌;taboo)음식이 있다. 가령 회교의 돼지고기, 힌두교의 쇠고기 등이다. 유교에서도 제삿상에 비늘 없는 물고기를 올릴 수 없다는 금기가 있다. 불교에서도 이런 금기 음식이 있는데 술, 고기(肉食), 5신채(五辛菜)가 그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 중에서도 육식과 5신채를 알아보면서 불교의 계율, 수행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먼저 육식을 살펴보자. 간혹 불자들 중에는 “부처님도 육식을 하셨다던데…”하면서 궁금해한다. 실제로 초기 불교 경전을 보면 육식이 완전히 금지되었던 것 같지는 않다. 죽이는 장면을 안 보고, 그 소리를 듣지 않고, 그 고기를 취하는 사람을 위하여 잡은 고기가 아닌 경우, 소위 3정육(三淨肉)은 취하여도 계율상 문제가 없었던 것 같다.
가끔 전철을 타보면 극렬하고 광신적인 이교도들이 부처님이 돼지고기를 드시고 열반하셨다고 비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소승대반열반경을 보면 부처님은 금세공장(金細工長)이었던 춘다가 올린 공양을 드시고 일으킨 복통으로 돌아가시는 비통한 장면이 있다. 이때 부처님께서 드신 것은 한문에서는 전단수이(栓檀樹耳)라 불리는 수카라맛다바(sukaramaddava)라는 음식인 수카란 기쁨의 뜻이고, 맛다바는 돼지의 일종을 말한다.
그래서 이 공양물에 대해서 돼지고기였다, 혹은 돼지라는 이름을 가진 버섯이었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이를 버섯이라고 보는 사람은 원래 이 버섯은 맛다바라는 돼지가 좋아하는데 땅 깊은 곳에서 나기에 돼지가 공들여 땅을 파서 이 버섯을 얻은 후 매우 기뻐하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어떤 이들은 돼지고기의 일종이라고 주장한다. 무엇이 정설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것이 돼지고기냐, 버섯이냐 하는 문제가 아니고 죽음에 이른 부처님의 자세이다. 부처님께서는 자신이 춘다의 공양을 받은 후 열반에 이르게 되자 혹시 제자들 중에서 춘다를 원망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를 염려하셨다.
그래서 제자들을 부르신 후 말씀하시기를 “내가 수자타의 우유죽을 얻어 기운을 차린 후 성불했듯이 이제 춘다의 공양을 받고 무여열반하게 되었으니 어찌 춘다의 공이 수자타만 못하겠는가. 너희들은 조금이라도 춘다를 원망치 말라.” 라고 하셨으니 참으로 대성자다운 면모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부처님의 수행법은 중도적인 방법으로 결코 극단적 고행이나 극단적 쾌락에 기울어 지지 않았다. 그래서 비록 수행자로서 자비종자를 끊는 육식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나 어쩔 수 없는 경우 즉 육체적인 병으로 심신이 극히 쇠약해졌을 때, 또는 공양물로 받았을 때 등에는 이를 허락하신 것이다.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데도 계율에만 집착하여 육식을 피하는 것만이 부처님의 정법을 따르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초기 불교의 전통을 지금도 잘 유지하고 있는 남방지역의 스님들은 오후 불식은 철저하게 지키지만 식사시간에는 채식뿐 아니라 육식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모든 중생들의 성불을 목표로 하는 대승불교권에서는 더욱 자비의 덕목이 강조되었고 결국 육식은 자비종자를 끊는 큰 잘못으로 여겨져 한·중·일의 대승불교권에서는 스님들은 절대로 육식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우리는 모든 중생의 불성을 믿는 대승불자로서 가능하면 육식을 피하고 맑은 음식을 취해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오신채란 파·마늘·부추·달래·흥거의 5종의 강한 자극이 있는 채소를 말한다. 율전에는 이 채소들의 금지인연(禁止因緣)을 밝혀 놓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설법을 하실 때 평소에는 부처님 곁에서 열심히 설법을 듣던 한 스님이 멀찍이 뒤에 앉아 안절부절 못하는 것을 보셨다. 그래서 그 연유를 물어보셨는데 ‘마늘을 먹어서 역한 냄새가 나기에 부처님께 누가 될 것 같아 뒤에 있었습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부처님은 이후로 마늘을 먹지 말라고 계를 세우시고 다만 약 등으로 쓰이는 경우는 제외하셨다.
또 다른 이야기가 역시 율전에 나타나는데 투라난다 비구니가 마늘밭을 지나가다 밭주인에게서 마늘을 조금씩 보시받게 되었다. 그러던 중 주인이 없어 마늘을 하루 못 받게 되자, 비구니스님들을 몰고가 여러 날에 걸쳐 보시받을 것을 한꺼번에 따오면서 밭을 망치게 되었다. 이에 부처님은 비구니들이 마늘을 먹지 못하게 제계(制戒)하셨다. 이를 통해 우리는 냄새라든지 비구니의 탐욕 등으로 5신채가 금지된 것 같지만 사실상은 이것보다 더 큰 이유가 숨어 있다. 이는 대승경전인 『능엄경』에 잘 나타난다
“오신채를 익혀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 일어나고, 날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이 더하게 된다… 시방의 천신과 신선들이 다 떠나고 모든 아귀와 악귀들이 그(5신채를 먹은) 입술을 빨고 핥을 것이니….”
위 경전에서 알 수 있듯이 5신채는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흥분시키는 작용을 한다. 필자는 5년 전부터 수행방편으로 요가를 해왔는데 확실히 5신채를 먹으면 정신집중이 안 되고 마치 붕 떠있는 듯한 상태가 되어 깊은 명상을 할 수 없었다. 이는 필자만의 경험이 아니라 같이 요가를 수행하는 선배와 동기들도 똑 같이 느낀 현상이다.
마늘의 경우 항암제로 이용될 정도로 약용이 강한 좋은 식품인데 왜 먹지 말라고 하는지 의아해하실 분도 있겠다. 마늘은 마치 웅담처럼 인체의 모든 힘을 일시에 모아 쏟아내는 기능이 있다. 암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강하고 끈질긴 체력을 요하기에 마늘은 분명 암에 효과가 있다. 하지만 웅담을 자주 쓰면 인체의 기(氣)가 고갈하여 마침내 천수(天壽)를 다 못하듯, 마늘 역시 먹는 순간에는 기운이 나지만 결국 타고난 천기를 일찍 소진하여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된다.
더구나 정신집중이 절대로 필요한 수행자는 이런 흥분제 역할을 하는 5신채를 먹지 않아야 한다. 간혹 기공이나 단전호흡을 하는 사람들 중에 기를 강화시킨다고 5신채나 개고기 같은 음식을 먹는 이들이 있는데 이들은 육체나 기를 수련하는 사람들이지 명상수행을 통해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다.
특히 5신채 중에서 흥거는 우리 나라에는 없고 인도에만 있는 식물로 순무같이 생겨서 그 맛이 맵고 끈적한 액체가 난다고 한다. 그리고 양파도 역시 5신채와 유사한 성질을 가진 것이다. 또한 화학 조미료나 인스턴트음식, 담배 같은 것들도 현대판 5신채가 아닐까 한다. 아무쪼록 꼭 수행의 목적이 아니라도 건강을 위해 삼가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사실 우리 나라 사람들처럼 5신채를 좋아하고 많이 먹는 민족도 드물다. 사실 마늘이 들어가지 않은 김치가 맛있을 리 없으며, 양파 없이 먹는 자장면처럼 싱거운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불자라면 부처님의 말씀에 따라 이러한 5신채의 효과를 알고 일상생활 속에서 조금씩 줄여 나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신적 안정을 찾고 많은 번뇌가 잦아들 것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아마도 파, 마늘이 들어가지 않은 시원한 배추맛 그대로의 맛있는 절 김치를 먹어 보았을 것이다. 조금만 노력하면 5신채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 오히려 더 담백하고 맛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한번 노력해 보시길 권한다.
지금까지 불교의 음식 특히 금기음식인 고기·오신채를 살펴봤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불교에는 금기음식이 없다. 왜냐하면 필요하다면 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불교의 합리주의, 양극단을 피하는 중도이다. 하지만 주의해야 한다. 중도는 칼날과 같아서 아무 데나 중도를 갖다붙이면서 마음대로 계를 파하는 경우에는 언젠가는 그 칼날이 자신에게로 떨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