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fmkorea.com/6472829612
남북 병사들이 중무장을 하고 24시간 대치중인, 한반도에서 가장 위험한 지대. 휴전선
이 휴전선에서 무장없이, 군복도 입지 않은 채 매일같이 열띤 전투를 벌이는 병사들이 있다.
바로 '대면병' 들
이 대면병들은 보통 GP에 배치되어있는데 이들의 임무는 바로 '대북심리전'
이들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북측에 대한민국 체제의 우월성, 대한민국 경제의 부유함을 선전하며 탈북을 유도한다.
한편 북한도 이에 질세라, 대면병을 배치하고 북한 체제의 우월성과 경제발전 성과등을 자랑하며 월북을 유도한다.
이들은 서로 대화를 주고 받으며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고, 서로의 체제를 공격하고, 자신들의 체제를 선전하며
치열한 논리적 대결을 펼친다.
언어구사력과 논리적 사고력이 뛰어나야 하고, 순발력과 화술이 좋아야 하기 때문에
남북 모두 엘리트들이 주로 배치된다고 한다.
남측은 보통 서울대 등 국내 유수의 대학 출신들이, 북측은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대 졸업생들 위주로 배치된다고 알려져있다.
또한 옷 역시 화려한 색깔의 트레이닝복을 입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이는 상대측 초소 눈에 쉽게 띄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야말로 체제의 자존심을 건 총성없는 키보드 배틀. 그 예시를 한번 보자.
아래는 대면병 출신 전역자가 기록해 둔 대면작전의 일부이다.
1988년 10월 26일. 오전 11시
북 - 북한초소 적공조, 주체농업에 의한 생산량 확대 원고 낭독중.
남 - 인민군 민경초소에 새로운 친구가 마이크를 잡았구만. 나는 국군초소의 김정운 병장이다.
북 - 평소에 자네 이야기 많이 들었다. 나는 다른 초소에서 온 것이 아니라 근무서다가 마이크를 처음 잡게 됐다. 이름은 이현철 나이는 21세. 고향은 평양시 모란봉구역이다. 앞으로 정운이와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나눌 수 있기 바란다.
(역주: 모두 가명이다. 특이하게 북한은 항상 '철'자 돌림의 가명을 썼다고 한다. 또한 북측이 소개한 나이 역시 가짜인데 북측 대면병은 보통 대졸자를 배치하기 때문에 보통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남 - 사나흘 동안 인민군 민경초소에서 아무도 마이크를 잡지 않아 소식이 궁금했는데 이렇게 새 친구를 만나게 되어 반갑네. 현철이는 내 동생뻘 정도 되는데 환영하는 의미에서 현철이가 평소에 궁금한 것들, 먼저 질문해봐라.
북 - 정운이는 마치 형님처럼 아량이 넓은 것 같다. 손아래 사람을 먼저 배려해주는 것은 우리 민족의 좋은 풍습이다. 그럼 한 가지 물어보겠는데 저번 올림픽 폐막식때 미국 선수단이 들쥐가면을 쓰고 입장을 했다는 데 정운이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가.
(역주: 거짓이다. 북측 대면병은 교묘하게 사실과 진실을 적절히 섞어가며 심리전을 했다.)
남 - 현철이 질문 의도를 대충 짐작할 만하다. 올림픽 폐막식은 개막식 분위기와는 다르게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석별의 정을 나누는 자리다. 사상최대 참여국 기록을 세운 서울 올림픽이었다. 160개국 각국 선수단이 4년 후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면서 각국 선수와 임원들이 입장순서 구별하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어울렸다. 나도 TV화면으로 계속 지켜봤다. 유독 미국선수단이 들쥐가면을 쓰고 입장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북 - 분명히 미국 선수단이 들쥐가면을 쓰고 조선민족을 모독했다는 방송보도가 있었다. 이것은 몇 년 전 주한 미8군 사령관이었던 위컴 놈이 남조선 인민들을 들쥐와 같다고 망언을 한 적이 있는데 들쥐 가면사건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남조선인민들을 모독하는 사건이다. 나는 이 소식을 듣고 울분을 참지 못했다. 정운이 너의 생각은 어떤가.
남 - 외국인이 이유 없이 자기 민족을 모독한다면 우리민족이라면 누구라도 분노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철이가 북한 방송을 통해 들었다는 이른바 들쥐가면 사건이라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 봐야한다. 까놓고 이야기해서 너희 북한 당국자 또는 대남사업 담당자들의 요즘 과업은 한국사회를 향해 반미 선동하는 것에 총력투쟁 하는 것 아니냐. 이 점은 현철이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한국 내에서 미국과 관련된 조그만 뉴스라도 발생하면 이것을 대단한 굴욕사건인 냥 과장보도하면서 반미투쟁할 것을 선전선동 하는 것 아니겠냐. 니가 이야기하는 들쥐가면사건이라는 것도 대남전략에 의해 북한 방송매체가 조작해서 2천만 북한주민들에게 허위선전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북 - 정운이가 내 이야기를 부정하고 있는데 한심하구나. 자기 땅에서 벌어진 일도 모르고 있으니... 그러면 며칠 전에 남조선 서울에서 미군 병사놈이 행패를 부려 남조선 인민들과 집단 편싸움을 벌인 사실을 알고 있느냐. 알고 있다면 너가 알고 있는 대로 이야기 해봐라.
( 역주: 사실임. 북측 대면병은 남측 신문과 뉴스 최신자를 매일 입수해 분석해가며 남측 체제선전에 타격을 줄 법한 소식을 골라 심리전에 써먹었음)
남 - 그 사건은 잘 알고 있다. 지난 10월 16일 새벽 3시쯤 서울 이태원거리에서 술취한 미군병사 4명이 택시운전사와 싸움을 벌인 적이 있다. 이것에 대해 지나가던 한국 시민들이 미군병사에 대해 항의를 했다. 이 사건은 분명히 군인 신분으로 술을 먹고 민간인인 한국 시민에게 행패를 부린 미군 병사가 잘못을 했다. 경찰 관계기관에 의해 응분의 조치를 받을 것이다.
북 - 정운이가 알고 있다시피 한반도 남쪽을 강점하고 있는 미국놈들은 이렇게 남조선인민들을 깔보면서 지난 40년동안 계속 행패를 부려왔다. 정운이가 진정 조선 사람이라면 그같은 행위를 어떻게 용서할 수 있으며 울분을 참을 수 있냐. 미국 놈들은 지금 당장 자기 땅 미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남 - 미군병사 경범죄 사건은 우리의 경찰 당국이 현행법대로 처리할 문제이지, 너희들이 흥분과 열에 들떠 정치 군사적인 문제로 비화시켜 비분강개할 문제는 아니다. 판에 박힌 대남선전에 이용하려는 너희들 태도가 너무나도 상투적이고 지겹다. 나도 '대를 이어 충성하자’는 너희 북한 내부 세습체제 분위기를 언급하면 어떻겠냐? 그동안 북한 1인독재 권력체제 문제점를 꼬집으면 마이크를 잡은 북쪽친구들은 전부 대화를 거부했다.
북 - 자네가 구구절절이 잔소리를 늘어놓는데 긴말이 필요 없다. 미국 놈들은 오늘 당장 철수해야 한다. 통일을 진정으로 바라는 사람이라면 미군철수를 진정으로 바랄 것이다.
남 - 대한민국에 미군주둔은 6.25 남침전쟁을 근거로 해서, 전적으로 너희 북한 당국자의 반민족적 동족침략 행위로부터 주둔 이유가 발생했다. 너희들이 그렇게 떠들고 있는 주한미군철수 문제의 해결여부는 너희 북한 당국자에게 달렸다. 과도한 무장력을 해체시키고 진정으로 평화통일의 실천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주한미군 철수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북 - 참으로 결론이 나지 않는구먼. 우리 인민군에서는 전방 군인들을 현재 후방 건설사업에 투입시키고 있다. 평양 광복거리 건설장, 고속도로 건설장에 군인들을 동원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 인민군대가 무력증강을 하고 있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봐, 정운이. 우리가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결론이 나지 않겠구먼. 오늘은 길게 이야기했으니 그만하고 다음에 다시 해보자. (일방적으로 마이크 끔)
물론 이런 고도의 키배만이 있는것은 아니라고 한다.
보급받은 음식이나 물자를 보여주며 자랑하거나,
빵 가득 박스에 담아서 한 입 먹고 버리는 식,
노래를 부르거나, 보는 앞에서 음식을 펼쳐놓고 잔치를 벌이거나,
여군이 방송을 하여 상대측을 현혹시키거나,
"수령을 쏴죽이고 탈북해라" 같은 노골적인 말
심지어 욕을 하는 등
다소 유치하면서도 다양한 전략으로 심리전을 펼쳤다고 한다.
이러한 대면병들은 2004년, 남북합의로 대북심리전이 중단 된 이후 사라졌다고 한다.
첫댓글 양국 잼민이를 배치해야....
아니 개재밋넼ㅋㅋㅋㅋ 이렇게 대화를 햇다니요;;;
오.... 나름 교양있게 키배를 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