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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아침바람을 맞으며 딸아이와 단 둘이서 고향에 내려가는 열차에 몸을 맡겼다.
아내는 연휴 이틀 후에 있을 아버님 제사 때 내려가기로 하고 고 3인 아들녀석과 집에
남아서 열심히 공부도 하고 수시 원서도 쓴다고 하니 내 기꺼이 ....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큰 아들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어머님과 나의 부하들이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니 어깨가 으쓱해진다.
'모두 세워놓은 채 열~차 열~차 하면서 군기를 한 번 잡어?'
'에이 그래도 명절인데 차마 그렇게까지...'
넓고 깊고 따뜻한 가족의 품을 새삼 느끼면서 식사 후 음식 만들기에 동참했다.
예전 같으면 친구들 만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나이도 들고 아내도 내려오지 못했으니
나라도 열심히 일을 해야할 형편이다.
제수씨들과 도란거리며 요리를 하다보니 일몰 시간이 다가온다.
바다까지 가려면 40분은 걸리니 서둘러야겠다.
"아주버님!! 저희랑 같이 가면 안되요?" 제수씨들이 따라나설 채비다.
"가 혼자 댕겨오게 너그들은 집에 있어라 이~~"
어머님의 명령에 제수씨들은 집에 눌러 앉고 난 혼자서 동생의 멋진 독일제 승용차를
운전해서 채석강으로 향했다.
해넘이를 관찰하면서 바닷가를 신나게 달리다 보니 채석강에 도착하고 붉은 태양을
바라보며 비릿한 바다내음을 맡아본다.
옅은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고 노을은 서서히 붉게 변하건만 무엇이 그리 좋은지 팔랑대며
파도와 함께 깔깔대는 연인들,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
문득 <어린 물결과 늙은 파도 이야기(?)>라는 책이 떠오른다.
늙은 파도와 어린 물결이 육지를 향해 긴긴 여행을 하면서 나누는 대화 속에 담긴 삶의
의미들이 희미하게 생각이 난다.
삶은 큰 파도와 어린 물결들의 조화 속에 이루어지거늘 매사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묵묵히
걸으리다 고요와 푸르름이 기다리는 바닷가 초원을 향하여.
서녘 하늘이 붉게 변해 간다.
종말인지, 휴식인지, 새로운 시작인지 어떻든 하루를 마감한 붉은 해는 수평선 아래로
사라질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 나 죽어 무엇이 된다면, 사랑하는 당신의 노을이 되리. 해 저문 저녁 하늘, 붉게 물든
노을이 되어 그대 작은 가슴에 아름다움 곱게 피워보리...> 싯귀에 마음이 머문다.
내가 죽어 붉은 노을이 된다면 누구의 가슴에 아름답게 피어날지 사뭇 궁금하다.
노을에 취해 허둥대다 보니 젊은 날의 추억이 묻어 있는 채석강의 암벽들을 소홀히 대하는
것 같아 늦게나마 한 컷...
추억은 과거인지, 현재인지, 미래인지...
추억은 현재이자 미래임이 분명하기에 난 오늘도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파도소리와 붉은
노을빛과 함께 나즈막히 노래를 부른다.
< 고동을 불어본다 하~얀 조가비 머 어 언 바닷물 소리가 다시 그리워 노을진 수평선에
돛단배 하~~~나 루루루 하얀 조가비 곱게 물든다 >
아름다움을 떠나 신비스럽고 두렵기까지 한 붉은 태양이 빚어내는 저녁노을이여!!
헤어짐의 아쉬움인지, 희망찬 내일에 대한 설렘인지, 하루를 마감한 홀가분함인지
마지막 순간까지 눈부시게 아름다운 빛의 향연을 베푸는 붉은 태양이여!!
고향의 바닷가에서 빛의 향연에 빠진 난 먼 바다만 바라보며 또 다시 추억의 책장을
넘기고 있으니 아련한 노스텔지어에 내 마음은 모래밭을 휘청휘청....
윤슬처럼 빛나는 저 물결 위로 사뿐히 내려앉은 붉은 태양이 경외롭다.
잠시 후면 사라질 빛이건만 저토록 아름다우니.
태양 속에 자리한 통통배의 애환을 상상하면서 태양을 향해 돌팔매질을 해본다.
미움의 돌팔매가 아닌 사랑의 돌팔매를.
<태양의 노래>라는 영화가 생각이 난다.
주인공인 소녀는 태양빛을 느낄 수 없는 선천적 질환을 앓고 있다.
낮과 밤이 바뀐 생활에 익숙해진 소녀는 서녘하늘에 태양이 지면
16세의 나이에 기타를 들고 거리에서 노래를 부른다.
남들이 자고 있는 새벽녘에 친구들과 서핑을 즐기러 가는 한 소년을 창문 너머로 보게 된
소녀는 소년을 좋아하게 되고....
비운의 소녀의 삶을 통해서 평범함 속에서의 행복을 찾는 지혜를 가르쳐 준 영화가 문득
눈 앞에 펼쳐진다. 소녀와 듀엣으로 노래를 하며 소년이 되어 본다.
아쉬운 이별이기에 바다까지 조용하다.
따라갈 수 있다면 수평선 아래로 태양과 함께 침몰하고 싶다.
거대한 자연 앞에 나의 존재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작은 물결에도 울고 절망하며 포말로 부서지는 나의 영혼은 건강한 것인지
마지막 빛줄기에 영혼을 실어본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
.
우리는 만날 때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태양은 사라지고 붉은 노을도 점점 옅어가지만 난 태양과 노을과 푸른 파도를
내 넓은 가슴에 꼭 꼭 담아 본다 이 다음의 재회를 꿈꾸면서.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마친 후 어머님과 오후 내내 대화를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주다 보니 오후가 다 가버렸다.
저녁엔 가까이에 있는 처가에 가기로 했지만 친구들의 성화를 어쩔 수
없어 처가에 가는 사이에 친구들과 짧은 생맥 타임을 갖기로 했다.
한놈 한놈 늘다보니 여러 명의 친구들이 모이게 되었고 금방 간다던 처가행은
자꾸만 늦어지니 이걸 어쩐담
빨개진 얼굴로 들어서는 맏사위를 혼낼 수도 없고 웃음으로 맞아주는 장인 장모님.
또 열심히 어른들의 얘기를 들어주다 보니 자정이다.
" 저~~저 내일 새벽에 친구들이랑 내장산에 오르기로 했으니 아침에 없더라도
놀라지 마세요"
" 아니 자네 나이가 몇인데 우리가 놀란당가 조심혀서 잘 댕겨오소"
아침 6 시 절친한 친구들 셋이서 내장산에 오른다
내장산을 아래서 휘~~둘러보고는 갔어도 산에 오르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단풍이 들지 않았어도 이토록 아름다우니 단풍까지 든다면 정말 멋질 것만 같다.
저곳이 내 고향을 지키고 있는 내장산이라니 정말 아름답다.
뒤에 보이는 내장저수지와 흐릿하게 보이는 정읍 시가지의 일부가 어머님의
품 속 같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우리 어머님의 품 속
'그래~~ 고향의 정기를 받아서 멋지게 살아보는 거야, 산 만한 파도가 덮쳐도,
폭설이 몰아쳐도, 거센 비바람이 내 몸뚱아리를 때려도 두 주먹 불끈 쥐고 저 높은
곳을 향하여....'
교사인 친구 둘이 뜻밖의 얘기를 한다.
친구 하나는 올 4월에 위암으로 수술을 받았고 친구 하나는 관상동맥 중 하나가
막혀서 수술을 했단다.
'아니 나이가 얼마나 된다고...아니냐 그럴 나이도 됐지'
새삼 건강의 소중함을 생각한다.
늘 푸른 소나무처럼 사는 동안 큰 병 없기만을 간절히 소망해 본다.
내장산에서 내려 와 친구들과 내장산에서 산장과 식당을 하는 고모집을 찾았다.
깔끔한 산채정식에 배불리 밥을 먹고 가볍게 막걸리 몇 잔 하고 나니 세상이 다 내것이로다.
오후엔 마지막 여정으로 고향마을에 들렀다.
16년 간 내 몸과 마음이 묻혀 있던 곳,
지금의 내 영혼의 씨앗이 싹텄던 곳,
답답할 때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꿈에도 잊지 못할 곳
내가 살았던 집은 예전에 허물어지고 지금은 비닐하우스가 지어져 곡식을 말리는 곳으로
사용되고 있으니...
집 터 앞에서 한참을 머물러 본다.
일곱식구의 추억들을 마음에 그리면서.
친척이 살았던 집이 폐가가 되어버린 모습에 안타까워서.
시골의 모습이 이렇게 변해가고 있으니 뾰죽한 방법은 없는 것인지.
살던 집 앞 개울가가 알 수 없는 꽃으로 덮혔으니 좋은 일인지 안타까운 일인지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도 마음이 휑한 것이 뭔가 아쉬운 모양이다.
산천은 그대로인데 그리운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니 내 마음이 즐거울 수가 없다.
<....가을 밤에 날아오는 저 기러기떼들아 내 고향에 계신 부모님 다 평안
하시더냐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고향생각뿐일세 나 언제나 사랑하는
내 고향 다시 갈까 아~~내 고향 그리워라>
나즈막히 노래부르며 고향의 들녘을 바라본다.
귀밑머리 누나가 빨래를 머리에 얹은 채 종종걸음으로 걸어온다.
서울로 오는 기차 안에서 어린 조카들이 내 손에 온갖 낙서를...
조카들과 마지막 추억을 만들면서 3일 간의 추석 연휴는 끝을 맺고
입가에 흐뭇한 미소 띈 채 난 또 활기찬 일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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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분주하고 알찬 추석명절을 보내셨군요. 채석강에서의 해지는 모습과 매지님의 소년같은 감성이 살아나는 글 잘 봤습니다. 수려한 내장산 모습은 아쉽게도 불청객 때문에 그림 버린()것 같아 안타깝네요.
무시라꼬요? 그림이 버렸다? 으!!!!!~~~미루나루 님의 전공이 반어법을 구사하는 것이라더니 소문이 맞네요. 추석 잘 보냈죠? 혹 명절증후군에 시달리고 있지는 않는지요? 산행에 동참을 해야할 텐데 언제일지...활기찬 한 주 만드시길.
고향의 정겨움을 만끽하고 내장산의 정기를 받으셔서 앞으로 산행은 거뜬히 하실것 같습니다.. 매지구름님 감사합니다^^
산행은 항상 거뜬히 한답니다. 내장산의 정기와 파도나라 님의 젊은 기를 함께 받는다면 전 앞으로도 30년은 거뜬히 산행에 동참할 수 있을 듯. 아차 그때는 후배들이 받아주지 않겠구나 흑 흑. 편안한 밤 되길 바랍니다. 파도가 잔잔해야 숙면을 할 텐데 파도나라라서 걱정이...ㅎㅎ
시간에 쫒기다 보니 글의 마무리가 영~~~. 할 얘기들이 많았는데 아쉬움을 남긴 채 대충 마무리를 하고 말았네요. 바다내음과 산의 정기와 고향의 포근함을 선물합니다.
노을이 아름다운 내고장 부안의 일몰과 추억같이 겹겹이 쌓인 채석강의 퇴적층의 모습을 , 그리고 내장의 아름다운 풍경과 고즈넉한 폐가의 아쉬움을 한눈에 바라보니 처녀적 첫 직장 생활하며 몸 담았던 연지동 시기동의 모습들이 다시금 떠올려 지네요 매지님 덕분에 잠시 그 옛날로 돌아가 봅니다
가리다, 돌아가리다. 눈물 글썽이며 나를 맞아 줄 산이며 들이며 바다며 낡은 초가집이며 붉에 타오르다 잿빛으로 식어가는 저녁놀의 울음 섞인 얘기를 들으러. 해마다 나고 죽은 풀잎들이 잔잔하게 깔아놓은 낱낱의 말을 들으러.연지동, 시기동...머리 속에 작은 지도가 펼쳐집니다. 활기찬 나날이길
멋진 사진작품과 늘 좋은 글에 열성팬 되었습니다.바쁘다 보니 다 볼수도 없구요저도 고향이 그리워집니다.막상 가서 보면은 초라한게 그지없지 만서도요
괴태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나는 기껏해야 나그네로 길을 갈 뿐이다. 그대들도 더 무엇이겠는가"라고 했답니다. 인간은 이 세상에 올 때부터 나그네였던 것이고 고향은 저 멀리 두고 타향에서 떠돌고 있는 것이라네요. 어서 오너라 산과 들이 부르는 소리, 동구 밖까지 마중 나오신 어머니의 목소리, 어서 가자 가서 안기자 어머니의 품속 같은 내 고향 마을, 어린 날 뛰놀던 내가 있는 곳으로. 하얀이슬 님!!초라한 고향의 모습에 눈물짓지 마시고 고향의 따뜻함을 정신적 버팀목으로 삼아 알찬 미래를 가꾸어보자구요.
촌T 나는 산과 바다 .... ㅎㅎ .... 잘다녀오셨어여? ...... 분주하게 움직이심에 ...... 싸모님 역활까지 두둔히 하시궁... 복받으실고에요~메지구름님 ~~ ㅎ
촌T 에 촌 바지를 입고 고향에 잘 다녀왔답니다. 촌 모자도 쓸 걸 그랬나?ㅎㅎ. 고향의 하늘내음은 역쉬 최고였습니다. 물론 안산의 하늘내음 보단 향기가 덜 했지만 ㅎㅎ.복 많이 받으면 내음 님에게 듬뿍 나눠드리겠슴다. 마음 편한 나날이길.
아~~~~~ 왜 !! 나를 걸구 넘어지시는겨? 이잉~ㅎㅎ
내거 먼저 걸었남? 서산 팔봉산 갔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어설프게 노래 한 곡 부르고 내 자리로 돌아올 때 내음 님이 먼저 다리를 걸었잖유~~ 우~씨~~``ㅎㅎ
따뜻하고 알찬 추석명절 보내셨네요..전 고향이 서울이다보니.. 짧은 연휴동안 수고 많으셨읍니다.
서울이 고향인 사람들의 명절날의 심정이 궁금하네요. 회색빛 도시가 고향이라... 하지만 누구에게나 고향은 소중한 것이기에 저도 바윗돌 님의 고향을 더욱 사랑하겠습니다. 좋은 날 되고요 걸걸한 목소리 들으러 산행에 한 번 가야할 텐데.
추석연휴 부지런하셔서 그런가요 알차게 보내셨네요 볼링멘도 연휴 마지막날 사랑하는 옆지기와 북한산을 다녀왔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요
금슬 좋은 볼링멘 님이 부럽습니다. 우린 맨날 티격태격 ㅎㅎ. 직장 일 하다보면 연휴가 흔치 않아 며칠의 연휴가 있을 때는 정신없이 돌아다닌답니다. 하루 종일 좁은 공간에서만 생활해서 그러나 봅니다. 멘님 옆지기님 언제까지 다정하고 행복하시길.
저는 큰집과 처가가 부산이라 연휴동안 여기서 쭉 지냈습니다. 어제는 논산에 아들 군입대시키고 맘이찡했는데 마음을 위로해줄 좋은 카페에 차와 좋은 글에 머물다 갑니다. 고향의 따뜻한 풍경 즐감했습니다.
부산 하면 바다, 회, 낭만, 광안리 해수욕장의 야경, 마지막으로 여친(?ㅎㅎㅎ) 등이 떠오른답니다. 봉사활동을 위해 몇년 전까지 일요일마다 군부대를 다녔었는데 사병들과 대화를 나눠보고 눈으로 확인을 해봐도 군생활 정말 좋아졌더군요. 편한 마음으로 멋지게 변한 아드님과의 첫 대면을 기대하심도 좋을 듯. 월출산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아쉽네요. 오늘 하루도 활기차게 보내십시오.
그래도 매지구름님이 제일 알차게 추석연휴를 보내신것 같습니다 - 저는 어머님이 서울 형님댁에 계셔서 - 시골 고향의 정취는 마음 뿐입니다 ~~~~~~~~
마음 안에라도 고향의 정취가 있어서 자주 꺼내볼 수 있음이 얼마나 좋습니까. 오에스 님도 감성형이라서 마음 안에 있는 고향의 정취가 무척 아름다울 것 같은데 맞는지요 굴뚝에서 밥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를 때 들려오는 어머님의 목소리가 그립네요 " 영율아 밥 머그라 이"
잘 보았읍니다.
버트 님, 안녕하신지요? 큰 키에 맑은 미소가 떠오르네요. 항상 건강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