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교수생활 마지막 강의 후 신장내과 식구들이 기념으로 점심을 산다하여
나의 단골(?), 하도 가본지 오래되어, 국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식당을 리모델링하여 방 셋도 없어지고 자릿수도 20석이 안되게 줄었으니 예약이 힘들어서 가지 못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다.
이름도 국(菊)에서 기꾸로 바뀌고.
들어가니까 '교수님, 정말 오랜만이세요.' 라고 인사를 한다.
조리대 한 구석에 정형외과 주니어 스태프도 인사를 하고.
'왜 줄였지?, 한 이십년을 더 하려고 요.'
그렇다, 좀 잘되면 규모를 키우는데 여기는 오히려 줄여서 요리사도 셋에서 둘로,
홀에도 미쓰 공 한 사람이, 바쁘면 주방장이 직접 음식을 들고 서브도 한다.
축하를 하기위하여 꽃 바구니와 아래의 카드도 준비하였다.
그런데 글씨 꼴 좀 보소.
나도 그렇치만 늘 컴퓨터로 글을 쓰다 보니까 손으로 쓰는 글은 모양이 형편 없다.
심지어 여러 행사의 방명록에 싸인을 할 때도.
우리 중학교 때는 글쓰기 교본, penmanship이던가? 을 가지고
펜에 잉크로 글쓰기 연습을 하였는데,
잉크는 파이로트와 좀 비싼 파카잉크도. 그런데 이게 문제이다.
까딱하다가는 잉크가 가방에 흘러나와 온통 가방 안을 다버리고
또 옷에 묻으면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
더구나 펜으로 찔린 적도 한 두번이 아니었었다.
기본으로 나오는 샐러드와 전복 내장 살짝 익혀 무친 것.
계란찜과 아까 미소에 시로 미소를 섞어 가스오부시를 조금 넣은 미소시루,
한 두그릇은 가져다 먹어도 되나 나중에 짜서 물이 많이 먹힌다.
스미트 폰이라 사진의 질은 별로이다.
시원한 맥주, 산토리의 몰트가 있어서 시켰더니 맛이 훌륭하다.
내가 마셔본 일본 맥주 중 으뜸은 삿뽀로의 몰트,
또 북해도 안에서만 팔고 있는 클라씩도 좋고.
그러나 우리나라에 요즈음 많이 팔리는 일본 맥주 아사히는 맛이 싱겁다.
위의 것은 처음부터 간이 되어 나오므로 그냥 먹으면 된다.
오독 오독 씹히는 전복
개불로 만든 초밥은 그 집 생선의 신선도를 판가름한다.
먹고 탈이 잘 나는 피조개.
이 집은 물론 문제가 없다.
맥주 두잔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가장 맛있었던 국수가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았다.
맛있는 건 사진 발을 잘 받지 않나?
마지막은 항상 내가 좋아하는 우매시소 데마끼
여러분들도 끝은 반드시 이걸로 시키면 개운해서 입안을 깨끗하게 헹군다.
나머지 나온 멜론도 달콤하다.
밖에는 예약하지 않고 온 손님들이 기다리는게 눈치가 보여 일어선다.
다음에 생선초밥을 좋아하는 처와 같이 와야지.
첫댓글 개불과 피조개 초밥은 못 먹어 보았는데, 개불은 이상하고 맛이 없어서 난 안먹어요....
회는 좋아 보입니다.
유교수 말 대로.... 제자들이 습자 연습 좀 하면 더 좋을 것 같네요.... 나도 잘 못 쓰지만,
오랜만에, 파일럿 잉크 파커 잉크 소리 들어 보았습니다. 잉크 가방속에 흘린 기억도 공유 되고요...
아, 가방속에서 벤또 김치 국물 쏟겨서 책 버린건 어떡하고.
유교수, 어릴때 기억이 아직 살아있네. 나는 완전 까마득한데.
근데 맥주 두잔에 흔들리는 건 비슷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