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움을 말리는 주점 주인을, '자신은 미성년자니 신고할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협박한
청소년들이공분을 사고 있는데요. 주점 주인은 피해사실을 단편영화로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지 못하는 관련 법을 개정해달라는 국민청원도 올라왔습니다.
◇판매자에게만 책임…청소년은 불이익 없어
현행 청소년보호법과 식품위생법에서는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할 경우, 판매자만 처벌과
행정처분을 받습니다. 청소년은 아무런 불이익이 없습니다.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에게 술과 같은 청소년유해약물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고, 술을 판매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나이 및 본인여부를 확인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보호법 제28조
제1항, 제3항) 그리고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같은 법 제59조 제6호)
또 식품위생법은 청소년 술 판매행위에 관해 영업장에 대한 행정처분을 규정하고 있는데요.
△1회 위반시 영업정지 2개월 △2회 위반시 영업정지 3개월 △3회 위반시 영업허가취소 또는
영업소 폐쇄처분이 내려집니다. (식품위생법 제44조 제2항 제4호, 동법 시행규칙 제89조 별표23)
다만 이 사건과 같이 청소년이 악의적으로 판매자를 속이기 위해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성인들을 앞세워 먼저 신분증 검사를 받게 하고 뒤늦게 몰래 들어와 술을 마시는 경우,
사실상 판매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한 것은
맞지만 사실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했기 때문이죠.
◇'악의적 기망' 입증해야만 처벌 피할 수 있어
물론 청소년이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타인의 신분증을 제시한 사건에서 주점 주인이
처벌을 피한 경우도 있습니다.
청소년주류판매에 관한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판매자가 애초부터
청소년의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았거나 △확인은 하였더라도 확인한 신분증이 청소년의 것이
아님을 최소한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술을 청소년에게 판매했음이 입증돼야 하는데요.
판매자가 신분증 확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의 기망 등에 의해 이를 인식할 수 없었다면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한다는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헌법재판소
2016. 10. 27. 선고 2016헌마43 결정)
성인들이 들어온 이후 청소년이 술집에 몰래 들어온 경우에도 법원은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한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청소년보호법에서 규정된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하는 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술을 내어놓을
당시 그 일행 중에 청소년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를 판매자가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판단
했습니다.
처음부터 나중에 그렇게 청소년이 합석하리라는 것을 예견할 만한 사정이 있거나 청소년이
합석한 후에 이를 인식하면서 추가로 술을 내어 준 게 아닌 이상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1도4069 판결)
◇판매자의 고의 여부에 더 집중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처벌을 피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청소년이 악의적으로 기망했음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민등록증은 공문서이고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사용하거나 사진이나 생년월일을 변경해서
사용한다면 공문서부정행사나 공문서위변조·행사죄에 해당합니다. 이에 자신의 범죄사실을
숨기기 위해 신분증 확인을 받지 않았다거나 실제 신분증으로 확인받았다고 진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반대 사실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없다면 판매자는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술을 마신 청소년에게는 아무런 불이익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건데요.
청소년 보호라는 본래 취지를 충분히 달성하면서도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현행법의 맹점은
보완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