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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country Camping
 
 
 
카페 게시글
캠핑/여행 후기 스크랩 Day5. 노숙자의 순례길 TMB-뚜르드몽블랑/GR65-르퓌길/까미노 프랑스길
진갈(박진형) 추천 4 조회 1,395 17.01.24 22:21 댓글 36
게시글 본문내용


▲엘리자베따 비박지에서의 아침


이른 아침 침낭 속에서 바라본 설산의 모습이 그림 같다.

아마도 TMB 트레킹에 위치한 산장 중 락블랑 산장과 더불어 최고의 장소가 아닌가 싶다.
이곳에서 하룻밤 더 머물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꽁발 호수'Lac du combal'의 개인 별장


시간이 그대로 멈추었으면 좋겠다.

휴대폰 카메라의 성능이 괜찮아서 다행이지만
이 아름다운 풍광을 큰 앵글로 담아내지 못하는게 아쉬운 순간이다.


▲베를린에서 온 친구들


여기서 임도길을 쭉 따라가면 'La Visaille'마을이 나오는데
버스를 타고 오늘의 목적지인 꾸르마유까지 갈 수도 있다.

힘들지만
메종 빌로 향하는 정규 코스를 선택했다.

산꾼의 심장을 뛰게 할 알프스 최고의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인의 이빨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좌측의 몽블랑(4,810m)과 함께

거인의 이빨'Dente del Gigante(4,014m)'이 자태를 드러낸다.


▲'거인의 이빨'은 한 봉우리가 아닌 이탈리아 구간에 이어지는 거대한 능선을 의미한다


몽블랑의 날카로운 첨봉들을 끼고 걷는 거대한 능선길은

이상향을 찾아 지구 반 바퀴를 어렵사리 돌아온 여행자에게 최고의 풍경을 선사한다.


▲저 뒤로 메마른 땅이 빙하가 녹고 난 지형이다


▲숨막히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버스를 탔다면 몰랐을 풍경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물론, 아예 모르면 감동도 후회도 없을 테지만 말이다.



이런 풍경을 두고 묵묵히 앞만 보고 걷는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1보 1찍, 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가족단위의 당일 등산객


불어가 조금 적응됐다 싶더니
다시 이태리어를 써야 한다.

'챠오~!'



힘든 건 잠시지만

가슴속에 새긴 기억은 평생 간다.


▲미국 부모님의 팔찌 자랑


아침에 먼저 출발했던 부모님과 재회했다.
사진 속 어머니는 웃고 있지만, 발목에 문제가 생겨서 울고 있었다.

아버지는 메종 빌 산장으로 먼저 내려갔고, 그녀 또한 도움을 받고 싶은 눈치가 아니었다.
결국 상황은 악화되었고 그녀를 부축해서 내려오게 됐다.


▲메종 빌 산장


▲산장에서의 점심 식사


부모님이 감사의 의미로 점식식사를 사주셨다.
이런 식으로 돈을 아끼긴 싫었지만, 배고픔에 거절할 용기 또한 없었다.

옆 테이블에서 행동식을 먹고 있던 이스라엘 친구들을 볼 면목이 없다.


▲메종 빌 산장의 직원들



어디선가 나는 노랫소리에 뒤돌아보니

사장님이 서빙하며 춤을 춘다.
근무시간이고, 분명 보이지 않는 고충이 있을텐데

'아 맞다, 여기는 이탈리아였다'

팁을 드릴 형편은 못되고, 노래에 대한 화답으로 팔찌를 선물하니
이보다 더 좋아할 수가 없다.

흥이 넘치고,
정겨운 사람들과 함께 있으니 나 또한 기분이 좋아진다.



▲꾸르마유 마을로 내려가는 곤돌라를 기다리는 사람들


메종 빌 산장에서 곤돌라를 타고 꾸르마유 마을까지 내려갈 수 있다.

걸어서 내려가면 2시간 정도가 걸리지만 워낙에 가파른 구간이기에
곤돌라로 하산하고 다시 베네토네 산장까지 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돈과 젊음을 바꾼 노숙자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꾸르마유'Courmayeur' 마을


얼마 전 '몽블랑 터널'이 뚫리면서 '샤모니-꾸르마유'간 버스 이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샤모니에서 꾸르마유로 이동해서 곤돌라를 통해 이 곳에 오를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시간이 없어도, 이 아름다운 코스를 즐기는 방법은 너무나 많았다.


▲끄루마유 구시가지


아름다운 마을에 반해서 이정표를 잠시 잊고

골목 구석구석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꾸르마유 마을을 거쳐 베르토네 산장으로 이동할 계획이었지만

이 동화속 마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이곳에 하루 머물기로 결정했다.


▲끄루마유'Courmayeur' 스포츠 센터


▲김연아 선수가 경기를 치렀다는 '아이스 링크'와 '인공암벽'



유럽에서는 물이 귀하다 들었는데

TMB는 예외인가 보다.


▲UTMB 끄루마유'Courmayeur' 골인 지점


버스터미널 화장실에서 간단한 빨래와 식수를 보충하고

노숙할만한 포인트를 찾아보니, 생각보다 큰 마을의 규모에 당황했다.



관광지에서의 노숙은 나를 털어달라는 자살행위나 다름없기에 겁이 났다.

일단 끄루마유'Courmayeur' 마을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에
검색 또는 여행자 인포메이션을 통해 이곳의 정보를 얻는 게 우선이지만

관광객을 위한 정보는 원치 않았다. 


▲끄루마유'Courmayeur' 등산용품점 형님에게 팔찌 선물


언어는 다르지만, 산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는 통하는 무언가가 있기에
레꽁타민에서 그랬듯 결국 내가 가장 잘 알고, 좋아하는 등산용품점을 찾아갔다.

그리고 작업에 들어갔다.

"나는 가난한 여행자다. 이 마을을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이방인을 대하는 그대의 친절한 모습에, 당신의 고향이 궁금해졌다.

관광객들이 가는곳은 관심 없다.
다만, 당신의 추억이 담긴 장소가 궁금하다.

그리고 마을에서 노숙을 할 것인데,
당신이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장소를 선정해달라."


▲이탈리아인은 역시 화끈하다!!


우리는 쉽게 친구가 되었고, 짧은 대화였지만 서로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낯설고 차가웠던 이곳의 공기가 어느 순간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찼다.

누가 현지인 아니랄까 봐 고향 자랑을 늘어놓는다.
'이태리인은 자신의 고향에 대한 애착이 엄청나다'

그는 다음날 이곳에 짐을 두고 사핀 고개'Col Sapin(2,435m)' 정상에 올라서
석양을 보고 다시 꾸르마유로 내려오기를 제안했다.

베르나르다 능선에서 몽블랑으로 넘어가는 석양을 바라보는 건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라며
나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다음날 오후 비 예보가 있었기에 오전에 고개를 넘기로 결정했다.


▲우측에 보이는 교회 뒤쪽이 TMB 코스이다


이 교회의 첨탑은 멀리서도 보이기 때문에

무작정 이 교회만 찾아오면 된다.


▲표식을 찾기 힘들기에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형님이 추천해준 마트에서 식량을 보충했다


▲고산지대에서 나오는 신선한 치즈도 꼭 맛보시길


▲관광지 물가는 비쌌지만, 식탁 물가는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다시 재회한 이스라엘 친구들


이탈리아까지 왔는데 피자 한 번 안 먹고 떠나긴 아쉬웠다.

꾸르마유 형님이 추천해준 맛집에서 피자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때마침 이스라엘 친구들도 이곳에 온 것이다!!


▲이탈리아의 사람, 풍경, 음식, 물가 모든 게 완벽했다


▲술을 못하지만, 이곳의 맥주는 꿀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마을구경을 시작한다


▲이곳은 동계 스키시즌이 성수기고, 오히려 여름엔 썰렁하다고 한다


▲골목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스라엘 친구들은 피곤했는지 일찍 호텔로 돌아갔고
나는 늦은 밤까지 골목 구석구석을 여행했다.

이탈리아 형님이 추천해준 비박지는 오픈된 공원이어서
아무래도 위험했기에 결국 산속으로 들어가서 노숙했다.

어딜 가나 사람이 제일 무섭다.
하지만 사람과 함께할 때 나의 행복은 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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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7.01.24 22:41

    첫댓글 죽이는구만 진짜..

  • 작성자 17.01.24 23:06

    살려주세요 ㅎㅎ

  • 17.01.24 22:52

    멋찐 여행입니다 계속 기다려지네요!!! 앞으로도 화이팅 건강유지 잘하시고!!!

  • 작성자 17.01.24 23:07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파돌이님도 감기조심하세요!!

  • 17.01.24 23:54

    인스타로 뵌 분 이시네요.. 여기서 뵙다니...

    스티커
  • 작성자 17.01.24 23:57

    그러게요...

  • 17.01.25 00:02

    @진갈(박진형) 저에게 좋아요 눌르셔서 저도 가서 눌렀던 기억이 있네요~^^

  • 작성자 17.01.25 00:05

    그렇군요..이곳에서 다시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 17.01.25 00:24

    아... ^^;; 뭐라고 쓸까요? ㅎㅎ
    오늘은 그냥 아무말 안할래요
    그냥 일단은 안전한 노숙을 바랄게요
    그래야 노숙자의 스토리가 계속 이어질테니까요~ㅋㅋ

    스티커
  • 작성자 17.01.25 00:27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하루하루가 생존 전쟁이었습니다ㅎㅎㅎ

  • 17.01.25 00:25

    하루일정은 행복한데 저녁만되면 잠자리가 고행이겠네요~
    화이팅입니다~^^

  • 작성자 17.01.25 00:29

    감사합니다^^ 절대 가족이나 지인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여행방식입니다..^^

  • 17.01.25 01:29

    저두 가기전 여러 후기를 읽었고
    갔다 와서 졸필의 간단한 후기를 남겼지만...
    님의 디테일하고 철학이 담긴 후기는
    읽으면 읽을 수록 최고이고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 작성자 17.01.25 01:43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후기가 정확한 정보를 담고있진 않지만, 여행을 고민하는 분에게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고있습니다^^~~

  • 17.01.25 04:39

    애청자가 되어 갑니다.

  • 작성자 17.01.25 10:11

    감사합니다^^~

  • 17.01.25 10:12

    진갈님때문에 제 버킷리스트가 또하나 추가 되었습니다^^ 너무너무 잘보고 있네요

  • 작성자 17.01.25 10:14

    재밌게 읽어주셔서 저 또한 감사드립니다^^~

  • 17.01.25 11:15

    자꾸만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더 늦기전에, 더 늦기전에라고~
    오늘도 행복한 날 되시길~

  • 작성자 17.01.25 11:57

    산이님도 좋은하루되세요^^~ 졸필인데도 공감해주셔서 저 또한 힘이 납니다!! ^^

  • 17.01.25 11:25

    책을 내셔도 충분하실듯요^^.
    건강하고
    안전한 여행되시길요^^.
    6편을 기다리면서~~

  • 작성자 17.01.25 11:58

    저의 여정을 함께 공감해주는 분이 계셔서 저 또한 힘이 납니다 ^^ 감사합니다^^

  • 17.01.25 12:47

    앉아서 구경하고 있자니 무임승차하는 기분마저.

  • 작성자 17.01.25 12:49

    무임승차 하셔도 됩니다ㅎㅎ 내리지만 않겠다면 ^^

  • 17.01.25 19:48

    진갈님 후기 보니까 저도 다시한번 울트라라이트 백패킹으로 돌고 싶어지네요. 옛추억도 다시 되새기면서요~^^

  • 작성자 17.01.25 21:12

    저도 준비 제대로 해서 다시한번 가보고싶습니다^^~

  • 17.01.26 10:09

    애독자 되어 버렸어요 ㅋㅋㅋ 재밌게 잘보고 있습니다. 고마워요~^^

  • 작성자 17.01.26 10:17

    즐겁게 감상해주셔서 저또한 감사드립니다^^~~

  • 17.01.26 10:20

    애독자입니다 ㅎㅎ
    올 여름 스웨덴 쿵스라덴 가려고 준비 중인데 진갈님 글 읽을 때마다 마음이 흔들흔들거리네요~
    책 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진심)

  • 작성자 17.01.26 10:23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도 정말 가보고싶은 쿵스레덴인데..부럽습니다^^~~

  • 17.01.26 23:25

    지난여름에 숙박했던 메종빌산장 다시 보니 반갑네요~
    활기찬 메종빌 식구들~
    차별화된 후기 잘 보고 있어요~
    다른분 후기와는 다른듯 한거며 젊음이 느껴지는 후기~ 다음편 기대됩니다

  • 작성자 17.01.26 23:32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후기도 기대해주세요ㅎㅎ

  • 17.01.27 17:51

    뒤늦게 애독자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여행중이신가요??

  • 작성자 17.01.27 18:43

    작년 11월 끝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17.01.29 20:18

    뒤늦게 모든글을 정독했습니다. 청춘이여서 빛나고 도전이라서 더욱 아름답습니다~좋은글과 사진 너무 감사합니다~^^

  • 작성자 17.01.29 20:20

    저 또한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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