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순방·샌프란시스코 방문 앞두고 외신 간담회
"원자력·재생에너지는 모두 '저탄소' 연대"
김용범 정책실장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이재명 대통령의 중남미 3국 순방 및 미국 샌프란시스코 방문을 앞두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정부가 앞서 발표한 4700조원 규모의 AI 메가 프로젝트는 결코 과장이 아니며, 이번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의 초대형 계약을 통해 입증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폭증하는 AI 데이터센터(AIDC) 전력 수요와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대립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저탄소’ 관점에서 통합 접근하겠다”고 했다.
23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김 실장은 주요 외신 기자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이번 샌프란시스코 방문이 한·미 간 AI 및 반도체 기술·경제 파트너십을 획기적으로 공고히 하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4700조 청사진 과장 아니다”
김 실장은 지난 3대 메가 프로젝트 발표 당시 제기되었던 ‘4700조원’ 투자에 강력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실장은 “당시 숫자가 너무 크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클 수 있다”며 “이번 샌프란시스코 계기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등 우리 대표 기업들과 글로벌 빅테크 간에 그동안 오갔던 초대형 장기 공급 계약과 새로운 전략적 투자가 한꺼번에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순방 중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엔비디아, 오픈AI, 엔트로픽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빅테크 4사 CEO와 국내 4대 기업(삼성, SK, 현대차, 네이버) 최고경영진이 이 대통령과 함께 반원형 단상에 올라 대담을 나누는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이 열린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7분간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발제하고, 대한민국을 글로벌 AI 혁명의 핵심 공급망이자 안정적인 테스트베드로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할 예정이다.
김 실장은 “가장 크게는 메모리 칩의 대규모 장기 공급 계약이 체결되고, 1차 8.4GW, 2차 18.4GW 규모로 확대되는 AI 데이터센터(AIDC) 구축과 관련해 글로벌 기업들과 구체적인 확정 투자 협약이 나올 것”이라며 “숫자를 보면 ‘아, AI 혁명이 진짜 풀 스피드로 가고 있구나’를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는 모두 ‘저탄소’… 이분법 탈피해 인프라 총력 지원”
급증하는 AIDC 전력 수요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이행이 충돌한다는 우려에 대해 김 실장은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아우르는 ‘저탄소 관점의 전력 혁신’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실장은 “과거에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나 원자력 자체를 두고 논란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관점에서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며 “예전처럼 단순히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대립적으로 보기보다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저탄소(Carbon)’ 관점에서 접근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실장은 “대한민국은 탄소중립기본법을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며 “해상풍력, 태양광, 양수발전, ESS(에너지저장장치), SMR 등 탄소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이라면 정부가 보유한 재정 여력을 총투입해 5년 내 상업적 실현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외국인 주식 가치 상승으로 차익실현 유출… 생각지 못한 외환 변수”
김 실장은 국내 증시 급등과 환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최근의 기현상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여파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외국인들이 보유한 국내 주식 가치가 많이 올라가면서 자산 리밸런싱 차원에서 차익 실현에 나선 부분이 있는데, 이런 메커니즘은 우리가 과거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고 짚었다.
국내 반도체 및 AI 관련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외국인 펀드 내 한국 주식 비율이 목표치를 초과하자, 비율을 맞추기 위해 주식을 매도하고 달러로 환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구조적 압력이 형성됐다는 뜻이다. 김 실장은 그동안 정부가 갖춰온 외환 방어 체계가 이번과 같은 성격의 충격에는 다소 낯설었음을 인정하며, 전면적인 대비책 마련을 약속했다.
김 실장은 “과거에는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나가거나 단기 외채가 갑자기 회수되는 위기형 유출에 대해서만 대응 체계가 잘 갖춰져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 상황은 전혀 다른 쿼터(궤적)에서 오는 도전들이라서, 기존의 대응 메커니즘만으로는 대처가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제 이에 대한 정교한 대비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이어 “돈이 대거 유입되고 성장이 눈부신 것은 좋지만, 그 이면에서 환율, 부동산, 물가 등 전혀 다른 차원의 리스크와 챌린지(도전)가 몰려오고 있다”며 “정부가 기존에 해왔던 단순 매입 방어 방식 등 통상적 메커니즘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는 만큼, 변화된 시장 환경과 규모에 맞는 정교한 외환 및 금융 안정 대책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미래대응기금, 아주 의미 있는 규모로 모일 것… 잘 써야”
반도체 추가 세수의 전략적 활용을 위해 마련되는 ‘미래대응기금’과 관련해서는 “아주 의미 있는 규모의 돈이 모일 것”이라며 “잘 써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기울기로 (발생한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으로 확보해 청년·미래·지역·교육 등 4개 분야에 쓰자는 콘셉트”라며 “장기 트렌드를 몇 년으로 볼지는 논의해 봐야 하지만 꽤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규모를 수조원대로 예측하냐는 질문에 “당연히 넘는다”며 “기업 법인세가 있고, 직원 성과급의 소득세를 합치면 꽤 많은 부분이 들어올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다만 미래대응기금의 용처가 더 구체화됐는지에 대해서는 “배분 공식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가 중요하다”며 “장기적인 트렌드를 보고,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