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희 교육감 당선자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직선제로는 두 번째 치러졌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4년 전과 마찬가지로 보수와 진보진영 간의 갈등과 반목이 심했다. 교육계 일각에선 이제는 양 진영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화합과 통합이 시급한 이유다.
민 당선자는 18개 시·군 중 17개 시·군에서 40% 이상의 고른 지지를 받으며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지난 4년 동안 꾸준히 쌓아온 `신뢰'가 가장 큰 승리 요인으로 꼽힌다. 고교 평준화와 친환경 무상급식 등 공약이행률 98.1%가 후보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완승과 자신감을 토대로 이제는 강원교육가족 모두를 끌어안는 통합의 교육감이 돼야 한다. 도를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 중 13곳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1위를 차지했다. 보수 대신 진보 교육감을 원한다는 국민의 메시지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는 민 당선자에게는 힘이다. 진보 교육감들의 압승 원인은 몇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로 꽃다운 학생들이 희생된 것을 지켜본 앵그리 맘(분노한 엄마)들이 정부와 교육 당국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진보 교육감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현행 교육제도나 교육 당국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도 해석된다. 지금과 같은 교육 풍토를 교육수요자들이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 대한 성찰이다. 정부는 무한경쟁체제를 재검토해 혁신에 나서야 한다.
강원교육의 변화와 발전을 이뤄내는 데 있어 주변 여건은 녹록지 않다. 행사장에서 자리 다툼이나 하고 있을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정책과 예산을 심의 의결하는 도의회를 새누리당이 석권했다. 비용을 분담하는 기초단체장도 18명 가운데 15명이 새누리당 소속이다. 당선자의 공약인 일반계 고교까지 친환경 무상급식의 확대는 도의회의 승인을 받고 시장·군수들의 찬성도 이끌어 내야 한다. 교육감이 직접 의원들과 단체장을 만나 당위성을 설명하는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
전국 하위권인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와 기초학력 저하 논란에 따른 학부모들의 불안감 해소, 비싼 전기료 문제도 해결 과제다. 학교마다 천차만별인 급식의 질 개선도 필요하다. 평준화에 따라 먼 거리 고교에 배정된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도 높다. 교직원들 간 업무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온다. 일부 초등교사는 수도권으로 가기 위해 학생들은 내팽개쳐 놓고 임용시험 공부에만 열 올리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등 일부 개혁적인 정책은 벽에 가로막혀 있다. 현장의 혼란 등을 고려하지 않고 성급히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오는 9월과 내년 1, 3월 예정된 교직원 정기인사는 `탕평인사'로 단행해야 한다. 민 당선자는 이번 선거에서 안전한 학교, 즐거운 공부, 돈 안 드는 교육 등 10대 약속 42개 정책을 공약했다. 교육자의 약속은 진정성이 다르다는 것을 향후 4년간 입증해 보여야 한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은 지난달 19일 공동공약을 통해 입시고통 해소와 공교육 정상화, 학생 안전과 건강권 보장, 교육비리 척결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간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학부모들의 무언의 외침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교육감들은 연간 사교육비가 18조 원이 넘고 아이들을 끝없는 경쟁으로 내몰면서 피폐화되는 비정상적인 교육을 제자리로 돌려놔야 할 책무가 있다. 교육의 공공성과 일관성은 기본이다. 교육정책의 중심에는 항상 학생이 우선이어야 함을 거듭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