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e Kim 관세사, VIP Customs Service Inc.
국제무역에서 사용되는 거래 조건은 인코텀스(Incoterms)로 CIF(운임 보험료 포함 인도조건), FOB(본선인도조건), DDP(목적지관세지급인도조건) 등이 있다. LDP는 인코텀스에 포함되어 있는 정형 거래조건은 아니나 인코텀스의 DDP (Delivery Duty Paid) 조건과 흡사한 유형의 무역 거래 조건이다. LDP는 Landed Duty Paid를 뜻하며 미 세관(CBP)에서는 LDP 거래 조건을 CIF 거래조건에 관세가 포함된 가격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국 바이어들이 요구하는 LDP 거래조건에는 수출자가 세관 검사 수수료를 포함한 모든 수입 통관 절차와 제품 배송까지 책임지는 조건을 의미한다.
최근 미국 바이어들은 한국을 포함한 해외 생산업체 또는 해외 수출기업에게 거래조건으로 DDP 또는 LDP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FOB 거래조건이 일반적으로 사용되었으나 미국 내 상거래 변화로 무역 거래조건도 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온라인 판매는 아마존과 이베이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어 재고 없이 상품만 온라인 판매처에 등록, 주문을 받으면 해외 생산업체가 바이어에게 직접 상품을 포장하여 발송하는 드롭쉬핑(Drop Shipping)이 일반화되고 있다. 전자 상거래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이에 대한 배송 부담을 해외 생산기업에게 전가하는 미국 바이어들 수가 증가했다. 재고 보유가 필요 없으니 유통창고도 필요 없고 온라인 소규모 거래가 많아지니 이제는 FOB보다는 DDP 및 LDP 조건 계약과 거래가 우선시 되고 있다.
LDP 거래조건은 수출자에게 부담이 많이 되는 조건이지만 미국 내 기업들로써는 세관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수출자가LDP 조건으로 배달을 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 최고 규모의 수입시장으로 완제품뿐 아니라 원자재에 있어서도 수입산 의존도가 매우 높으며 매년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다. 수입물량 증가와 함께 상표, 원산지, 수입 신고 등 다양한 통관 문제와 복잡해지는 각종 수입규제들로 바이어들은 복잡한 통관 문제들을 피하기 위해 DDP 및 LDP 거래조건을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미국 법인이 없는 해외 수출자들이 미국에서 수입 통관을 진행할 수 있을까? 외국에 있는 수출자가 미국에서 수입 통관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외국 수입 신고자 (Foreign Importer or Record)로 세관에 등록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관세사를 통해 세관에서 통관번호인 Customs Assigned Number (CAN)를 발급받아야 하고 그 번호로 세관 보험인 Bond에 가입하여 통관을 진행해야 한다. 또한 물건이 배송될 고객사의 미 국세청 등록 납세자 번호인 EIN (Employer Identification Number)을 받아 고객사를 최종 수취인(Ultimate Consignee)으로 통관 서류에 기재 해야 하는데 대부분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 기업들은 어떻게든 미국 수입 통관 절차에 관여하지 않기를 희망하기 때문에 최종 수취인으로 기입되는 것을 꺼리며 이로 인해 EIN 조차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 바이어가 EIN을 제공하지 않고 제공하기를 거부하는 경우 해외 수출자는 통관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를 다시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종단에는 미국에 통관만을 대행할 수 있는 서류상의 기업인 Paper company, 즉 유령회사를 설립하게 되는 것이다. 유령회사라고 지칭한 이유는 현지 회계사 또는 지인들을 통해 서류상의 기업(Corporation)을 설립하고 오로지 통관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법인을 설립하기 때문이다. 직원 한 명 없이 회계사 사무실 주소를 빌려 법인 설립을 완료, 법인 이름과 빌린 주소만을 사용하며 통관 과정에서 세관과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이름뿐인 현지 법인을 폐업 처리하고 또 다른 서류상의 회사를 설립하는 형태의 부당한 행위도 손쉽게 이루어진다. 더 큰 문제는 유령회사들이 마진 창출을 목적으로 저가신고를 통한 관세탈루를 일삼고 수량을 허위 신고 하는 등 이들의 불법적인 무역 활동이 빈번히 발생한다는 점이다.
세관 신고 수입자(Importer of Record)는 합법적인 물건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것을 보장할 책임이 있는 회사여야 하며 모든 물품의 수입서류를 문서화하고 정확한 거래 금액으로 통관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런데 위의 유령업체들이 난무하는 바람에 세관뿐만 아니라 관련 업체들까지도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수출자들은 통관 과정 전체를 물류 업체에 맡겨 책임을 전가하고 있으며 특히 관세 부담이 높은 제품 등을 중심으로 금액, 물량을 낮추어 보고하는 등 관세탈루 행위들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불법 관행에 대해 그동안은 미 세관 당국의 일괄적인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특히 소규모 기업들에 대한 단속에 적극적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LDP 거래가 무역질서와 재정수입, 수입신고의 정확성을 크게 해치고 있다고 판단하여 이에 대대적인 단속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LDP 거래에 대해 미 세관이 심사를 하는 경우 저가신고 혐의에 대해 소명하기 어려우며 통관목적으로 설립된 서류상 현지 법인의 폐업 조치도 불충분한 대응으로 결국 수출자가 LDP 거래 금액 전체에 대해 관세를 추징당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해외 수출자가 우범 업체로 지정되어 세관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등 불이익을 받게 되며 미국 거래기업, 물류 업체와의 사이에서 책임소재를 두고 분쟁도 발생한다.
LDP 거래 관련 적발 사례로 수입 물건에 대한 단가를 내리고 유령회사를 통해 통관을 해오다가 세관으로부터 통관 검역 과정에서 적발된 한 기업이 있다. 세관에서는 물건의 상표를 보고 최종 수입자(Ultimate Buyer)와 중국에 있는 제조업체에 연락해 유령회사의 실존 여부 확인을 시도했다. 세관의 연락을 받은 수입업체의 담당자는 그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어 확인할 수가 없었으며 이를 토대로 세관에서는 바로 물품을 압류했다. 또한 세관에서는 수입자가 제조 업체로 보낸 구매발주서(Purchase Order)를 취득하여 정확한 수입단가를 확인하고, 유령회사의 주소를 조사하여 현지 회계사 사무실 주소임을 확인하였다. 세관 담당자에 의하면 배송기업(Shipper)의 이름이 XX Trading이라는 것을 토대로 제조업체가 아님을 추측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불법행위가 포착되는 경우, 세관에서는 관련 물품을 압수하고 실제 구입주문서의 단가로 통관을 다시 시정하게 할 뿐만 아니라 수입신고자(Importer of record) 자격을 갖춘 수입자가 통관을 다시 진행하도록 시정 조치를 내린다. 즉 유령회사로는 다시 수입을 할 수 없으며 실질적인 수입자의 이름으로 통관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세관에 수출자와 수입자의 이름이 모두 우범 업체로 기록된다.
이와 같은 사례는 그동안 다양한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숨기고 있던 관행이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관행을 개선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것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간 알면서도 미국 바이어의 요구사항에 쉬쉬하며 수응해왔던 LDP 거래에 대해 미국 세관 당국의 집중적인 시선이 몰리고 있는 만큼 LDP 거래에 앞서 미 세관 수입신고 관련 수입자의 의무, LDP 거래법 위반사항 등 불법 통관 사례와 유의사항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합법적인 LDP 거래의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거두어들일 수 있는 눈앞의 수익보다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사업 방안을 찾아야 한다. EIN 번호를 제공하기를 거부하는 거래처의 요구에는 최종 책임에 대한 부분을 계약서 등에 확실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동안 단속에 걸리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을 하고 있다가 덜컥 단속에 걸리면, 1회의 미국 수출이 영원히 1회로 끝날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