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우연히
우리가 모르는 낯선 곳
그곳에서 만나
한참을 기뻤고
몰래 웃었고
몰래 울었고
연꽃으로 와서
이 모양 저 모양
피어서 안심했고
그리고 이별했다
- 시집〈바위의 꿈〉시와반시
사진〈Pinterest〉
모래의 시간
김 미 선
미세한 바람이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밀어내고,
힘센 바람에 등 떠밀려
빠른 시간을 힐끔힐끔 바라본다.
촉박한 시간은 쌓이고,
바람 속에 섞인 말들은
광속으로 사라져 가네.
어디선가 밀려오는 세찬 물결,
희망의 물질인가?
내 시간은 빠르고 바쁘게
밀어붙이며 다가오고,
겹겹이 쌓일수록
그 속도는 미세해진다.
정동진 해변의 모래밭에서
마지막이 올 때까지
시간의 커튼을 내리고
나의 세계로 나아가리라.
지금도 수많은 시간이
세상의 잡음을 휩쓸고,
우주 밖으로 내다 버린 별이 되지 못한
떠도는 미세한 말들이
먼지가 되어 구름이 되고,
어느 날 비가 되어 내린다.
이 일은 반복되고,
떠돌다 쌓일 것이다.
어떤 것은 비에 젖고
다져져 바람에 씻겨
반짝이며 사라지리라.
태양의 성스러운 혜택을 받아
식물로 자라나고,
풀이 되고 나무가 되어
생명을 잇는 곡식이 되리라.
오래 걸려 식탁에서 마주할 연.
참으로 오래된 기막힌 순간의 인연으로
다시 이 지구에서 꽃피우고,
돌고 돌며 이어지는 연, 인연.
어제 지나가던 바람 속에
잠시 햇살로 모래에 섞여
반짝였거나 쌓였거나
바람에 휩쓸렸을지도 모를
만약의 나.
- 시집〈바위의 꿈〉시와반시
Itzhak Perlman - Papa, Can You Hear Me - From Yen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