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급성 백혈병) 투병 팔백아흔여덟(898) 번째 날 편지, 2 (음식, 건강) - 2023년 2월 21일 화요일
사랑하는 큰아들에게
2023년 2월 21일 화요일이란다.
수많은 검사가 이뤄지는 내시경을 과연 제대로 씻을까?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할 때마다 ‘감염’ 걱정하는 분들이 있어 직접 내시경을 들여다보는 것도 아니어서 불안한 마음이 들지만, 어쩔 수 없이 받는다고 토로하고, 심지어 대충 물이나 소독액에 담근 다음 닦아서 바로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구나.
사랑하는 큰아들아
그러나, 내시경 세척을 기준 없이 중구난방으로 할 것 같지만, 분명한 원칙이 있는데, 학계가 정한 지침을 준수해야 하는데, 그 단계가 무려 ‘9단계’나 된다는데, 검사를 마친 직후부터 시작되는 숨 가쁘고, 복잡한 그 세척 과정을 들여다보자구나.
사랑하는 큰아들아
18일 대한소화내시경학회 내시경 세척·소독 지침과 대한소화기내시경간호학회의 ‘올바른 내시경 세척·소독 관리’ 보고서에 내시경 세척은 전세척→기기이송→누수점검→세척→헹굼→소독→헹굼→건조→보관 등의 매우 복잡한 단계를 거치는데, 전세척, 세척, 소독, 헹굼, 건조, 보관 등 세척 과정만 보면 6단계지만, 전체 관리 과정을 모두 포함하면 9단계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본격적인 세척에 앞서 1단계 ‘전세척’을 해야 해 의료진은 내시경 검사가 끝나도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네
1단계는 ‘전세척’입니다.
내시경 검사가 끝나면, 의료진은 가능한 빨리 침상 옆에서 세정액이나 멸균 증류수를 묻힌 일회용 천이나 거즈로 내시경 표면의 이물질을 닦고, 이어 내시경 앞쪽 끝을 세정액에 담그고, 15초 정도 빨아들인 뒤 공기를 빨아들이는 작업을 반복해 내시경 내부의 오염물질을 제거한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내시경 내부 관에 달라붙은 체액과 혈액이 굳으면, 정교한 소독작업으로도 떼어내기 힘들어서 재빨리 구멍을 통해 물을 흘려보내는 작업도 하는데, 만약 이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균막’이 형성돼 소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이후 공기를 빨아들이는 것으로 1단계 작업이 끝난다네.
2단계는 세척실로 보내는 ‘이송’입니다.
환경오염이나 사람 손을 타 교차 감염이 발생하는 걸 막아야 해서 규격화된 이송 전용 용기에 넣고, 세척실과의 거리가 멀면 뚜껑이나 방수포를 덮어 가져가는데, 세척실은 반드시 검사실과 분리돼 있어야 한다네.
3단계로 ‘누수 점검’이 이뤄집니다.
흡인 밸브, 송기·송수 밸브와 겸자(조직을 잡거나 누르는 장치)공 고무마개 등 분리할 수 있는 모든 부품을 분리한 뒤 ‘누수 점검키’에 연결해 누수되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있으면, 수리를 의뢰하고, 내시경 전체를 물이 담긴 용기에 넣고, 30초간 관찰한 다음 연속적으로 기포가 나오는지 확인해 문제가 있는 제품을 그대로 세척하면 손상 부위가 더 커지기 때문에 1회 사용 때마다 점검해야 해 숨 가쁜 작업이 이어진다네.
4단계에 이르러 드디어 ‘세척’에 들어갑니다.
내시경을 물과 혼합한 세정제에 담그고 겉 부분을 닦은 후 가장 중요한 튜브 내부와 이어지는 3개의 구멍에서 솔질이 이뤄지는데, 솔을 끝까지 꼼꼼하게 밀어 넣어 닦고, 내부로 흘려보내는 세척액은 세척작업을 할 때마다 새것을 사용하며, 솔로 닦기 어려운 부분은 세척액에 넣은 다음 ‘초음파 세척기’로 추가 세척한다네.
5단계로 깨끗한 물로 세척액이 닿은 부위를 모두 씻어내는 ‘헹굼’ 작업이 이뤄집니다.
여기서 수질이 매우 중요한데, ‘마실 수 있을 정도의 물’을 써야 한다네.
6단계는 ‘소독’입니다.
세척이 끝나면, 겉면은 마른 천으로 닦고, 내부는 공기를 강하게 불어 물기를 없애고, 만약 물기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소독액이 희석돼 내부의 미생물을 제대로 제거할 수 없다네.
물기를 꼼꼼하게 제거하고, 각종 밸브와 세척솔을 소독액에 담그고, 내시경 튜브 내부로 소독액을 주입하는 작업을 하는데, 안에 기포가 생기지 않도록 하고, 모든 부위에 소독액이 들어차야 하므로, 이때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최근에 ‘자동 세척소독기’도 많이 활용되고 있어 세척 작업자가 소독약에 노출될 위험을 줄일 수 있게 됐지만, 자동세척소독기를 사용할 때도 반드시 오염물질이 붙어있는 구석 부위는 직접 솔로 세척해야 합한다네.
7단계로 다시 ‘헹굼’ 작업이 진행됩니다.
고농도 소독액은 인체에 해로울 수 있고, 내시경 부식을 일으키기 때문에 세척 과정 뒤 진행하는 헹굼과 똑같이 꼼꼼히 모든 부분을 씻어낸다네.
8단계는 ‘건조’입니다.
우선 내시경 외부를 깨끗한 천으로 닦고, 내부는 알코올을 통과시키는 작업도 진행하고, 미생물 증식을 막기 위해선 ‘에어건’ 등을 활용해 빠른 속도로 건조 작업을 해야 한다네.
9단계가 마지막 ‘보관’입니다.
내시경 전용 보관장에 수직으로 걸어놓는데, 보관장은 닫힌 상태로 두되 적절한 환기가 되도록 해야 하고, 보관장은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매일 환경소독제로 닦아주는데, 내시경 입구 부위를 면봉으로 닦아 미생물 배양검사를 하는 등 엄격한 감염관리를 하는 의료기관도 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등 관련 학계는 복잡한 과정으로 이뤄진 내시경 세척·소독지침을 2011년부터 2020년까지 4차례 개정하고, 정부 고시로 지정해 관리를 계속 강화하고 있고, 보건복지부는 2017년 내시경 세척·소독 과정을 건강보험 수가로 보상해 의료기관의 관리 강화를 유도한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동네의원 등 소규모 의료기관에서 내시경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 이어져 이런 지원책까지 동원된 것인데, 실제로 2016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원급 의료기관 3288곳을 조사해봤더니 54곳은 위내시경, 34곳은 대장내시경 세척·소독을 지침대로 하지 않고, 부실하게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미국에서도 2015년 로스앤젤레스의 한 대학병원에서 담관 질환에 쓰는 ‘십이지장경’을 사용하다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돼 환자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2016년 C형 간염 집단감염 사태 후 병원 내 감염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크게 높아져 위내시경 검사만 한해 1000만 건이 넘게 이뤄지고 있어 철저한 감염관리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어 병원을 방문한 검사자들이 안심하고, 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내시경 세척·소독 지침을 최대한 준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아무튼, 오늘 오후 편지 여기서 마치니, 오늘 하루도 안전하고, 건강하고, 늘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며, 주님 안에서 안녕히…….
2023년 2월 21일 화요일 오후에 혈액암 투병 중인 아빠가
핸드폰에서 들리는 배경음악-[연주곡] The Sounds of Silence-Band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