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가 기사 16명 상대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1심 "유리한 판단 통해 월례비 지급" 원고 패소
2심 "월례비, 수십 년 동안 지속…임금의 성격"
대법 "묵시적인 증여계약 성립…임금과는 달라"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들이 현장에서 관례로 받아오던 월례비가 임금의 성격을 가진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전날 공사업체 A사가 운전기사 16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에 위법 등 특정 사유가 없으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제도다.
A사는 지난 2016년 9월부터 2019년 6월까지 광주 지역 아파트 신축·재개발 공사장 6곳에서 원청인 시공사 2곳으로부터 형틀·철근공사를 하도급받았다.
시공사 2곳과 장비 임대차 계약을 맺은 타워크레인 회사들은 타워크레인 기사 16명을 공사장으로 보내 건설장비·골재를 운반하게 했다.
당시 현장에 파견된 기사들은 업계 관행이라는 이유로 A사에 시간 외(연장) 근무수당·월례비 명목으로 월 300만원가량을 요구했다.
A사는 타워크레인 기사 16명에게 월례비 6억5480만원과 시간 외 근무수당 1억4330만원을 지급했다.
A사는 이후 월례비는 부당이득이라면서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타워크레인 기사들과 계약을 체결한 바 없고, 공사 지연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월례비를 지급했다는 취지다.
1심은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작업을 시키는 지위에 있던 A사가 기한 내 공사 완공 등의 유리한 판단을 통해 월례비 지급 결정을 했다"고 봤다.
A사가 의무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발생할 불이익과 공사 기간 단축의 유리한 점을 고려해 스스로 월례비를 지급한 만큼,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부당이득 반환 의무가 없다는 뜻이다.
1심은 다만, 원청과 타워크레인 회사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인 월례비를 하도급업체에 전가하는 것은 근절해야 하는 관행으로 판단했다.
2심도 기사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유가 달랐다. 2심은 "월례비는 수십 년 동안 지속해 온 관행으로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지게 됐다"고 봤다.
이후 A사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이 타당하고 보고 기각했다.
다만 대법은 "A사와 기사들 사이에 월례비를 증여하기로 하는 내용의 묵시적인 계약이 성립했고 이에 따른 대가를 지급한 것"이라며 "근로계약이 필요한 임금과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