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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거리’라는 말을 일반적인 사고로 개념화 한다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공연장이나 갤러리 등이 있어 어느때나 공연이나 전시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 공간은 무늬만 문화의 거리일 뿐 사실상, ‘먹고 입고 마시는’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때문에 이들 지역을 진정한 문화의 향기가 흐르는 거리로 만들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문화의 거리
관교동 문화의 거리는 지난 2000년께 지역 상인들과 몇몇 예술인들이 함께 문화의 거리로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이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그 때만 해도 이 곳은 예술인, 특히 미술인들의 작업실과 출판사 등의 공간이 10여곳 이상 있었다. 그러나 몇 년 지나지 않아 높은 임대료 때문에 예술인들이 하나 둘씩 작업실을 옮기기 시작했고 지금은 전시장 세곳 정도만이 남아 있다. 미술인들의 작업실은 술집과 노래방 등으로 바뀌었는데 현재 문화의 거리에서 영업 중인 노래방은 50여 곳 이상이고 길 양쪽 건물의 1층은 술집과 성인PC게임장 등이 들어서 문화의 거리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월미도 문화의 거리도 관과 지역상인 등이 중심이 돼 작은 공연장과 조형물 등을 설치한 친수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살린 곳으로 조성됐으나 60여 곳 이상의 횟집과 카페를 이용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데이트 코스의 성격이 짙다. 갤러리 등은 단 한 곳도 없어 전시 관람은 할 수 없으며 야외 공연장이 있기는 하나 주말을 제외하면 주중에 공연을 보기란 거의 어려운 형편이다. 다만 몇몇 조형물만이 이곳이 문화의 거리임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부평시장과 접해 있는 부평 문화의 거리는 10년 전, 지역 상인과 건물주 등이 차 없는 거리를 만들고 예술 조형물과 소규모 야외 공연장 등을 세워 자생적으로 일으킨 곳이라는 점에서 특색을 갖는다. 하지만 120여 곳에 이르는 상점 가운데 80% 정도가 옷 가게인 이곳도 일반인들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작은 의미의 문화란 개념을 반영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야외 공연장은 공연장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협소하고 전시장은 위치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관교동 문화의 거리 탄생에 참여했고 지금은 부평 지역에 거주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인 신종택씨는 “지금의 문화의 거리에는 문화를 느낄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일부의 경우는 처음의 시도와는 달리 결과적으로 지역 땅 값만 올려놓은 셈이 됐다”며 “예술인들의 참여는 전무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상설 공연·전시 유치 환경 조성에 무관심
문화의 거리들이 지금처럼 그 명칭에 부족한 현실로 변화된 결과에는 관할 관청의 무관심도 크게 작용했다.
중구의 경우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 연간 1억여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모두가 시설 개보수비용으로 환경 개선 차원의 지원뿐이다.
남동구와 부평구의 경우는 이런 지원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부평구에선 올 해 처음으로 문화의 거리 환경 개선을 위해 예산을 반영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 모두는 단순한 시설 개보수 등 환경적 측면에 대한 지원일 뿐 상설로 공연이나 전시 행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기반 환경 조성에 대한 투자나 노력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명칭이 무색한 문화의 거리를 바꾸려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예술인 등의 공통된 의견은 지역 상인들과 행정 기관의 접근 사고의 변화를 최우선으로 꼽는다.
관교동 문화의 거리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인천민예총 사무국의 손동혁 처장은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문화의 거리를 바꾸기 위해서는 ‘자발성’과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고 이는 문화적 접근 사고를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긍정적 차원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문화적 사고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도시 환경적 측면에서도 문화적 접근 사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 이희환 집행위원장은 “문화의 거리는 지역 정체성과 상권, 공간의 역할 등이 반영돼야 할 것”이라며 “개발과 상업주의 논리가 아닌 문화적, 도시 환경적 측면에서 사고하고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변화 모색해야 할 때
이런 가운데 부평 문화의 거리와 부평구 신촌 일부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변화를 모색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부평 문화의 거리 발전 추진위원회 인태연 부회장은 “최근 부평구에서 예산 지원 계획을 알려왔다”며 “부족했던 공연장 부분을 확대하는 등 환경을 보강하면 이전 보다 많은 공연이나 행사 등을 개최할 수 있을 것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인들 대부분이 공연 등의 예술 활동이 장기적으로 문화의 거리를 활성화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당장은 하루 매출에 영향을 줄지 몰라도 시민들이 부평 문화의 거리로 모여 들면 자연스레 상권도 더욱 살아날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부평구 신촌 일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문화 타운을 만들어 대표적인 문화의 거리를 만들어 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신촌지역 생존권 지키기 비상대책위는 최근 인천시에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문화마을(ART-ZONE)로 조성할 계획임을 밝히는 공문을 전달했다.
서양화가이자 비대위 총무를 맞고 있는 이연옥씨는 “이 지역에는 화가들의 작업실은 물론, 음악연구실, 청소년 오케스트라 공연 및 연습실, 갤러리 카페, 악기 판매점, 화방 등 다양한 문화 관련 시설들이 밀집해 있어 문화타운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런 여건을 기반으로 서울의 인사동 같은 거리를 만든다는 구상인 것.
이씨는 “앞으로 지역주민, 예술인, 관과 공동으로 의견을 맞춰가며 문화타운 조성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시도와 노력에는 문화적 사고와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인천민예총 손동혁 처장은 “비슷한 거리 여러 곳을 만드는 것 보다 잘 만들어진 거리 하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역 상인과 행정관청, 예술인 등이 함께 의견을 맞춰가며 가꿔 나갈 수 있는 문화의 거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글·사진=김종만기자 (블로그)jman9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