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전 감독이 지난 2일 한국시리즈가 열린 인천 SSG랜더스필드를 찾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심혜진 기자
김성근(80) 전 감독이 암에 세 번이나 걸렸다는 사실을 밝혔다.
김 전 감독은 11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자신의 야구 인생과 지도 철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오늘 여기서 처음 말씀드리는데 제가 암이 세 번 걸렸다"며 "그 시절이 오히려 모든 걸 야구장에 던지고 있었는데, 힘이 든다는 것보다 오히려 즐겁더라.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그게 아마 기억에 제일 남고, 또 다른 사람보다는 내가 강했구나 싶다"고 말했다.
암에 걸린 사실을 주변에 숨겼다고도 털어놨다. 김 전 감독은 "비밀로 했다. 우리는 경쟁사회이니까 약점을 보이면, 그만큼 다음에 경쟁에 못 이기지 않는가. 감독이라는, 지도자라는 위치에서는. 내가 처음에 암에 걸렸을 때는 10년 동안 아무도 몰랐다. 바깥에 말 한 마디도 안 했다"고 전했다.
김 전 감독은 1984년 OB(현 두산)를 시작으로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SK, 한화 등 무려 7개 팀에서 프로야구 사령탑을 지냈다. '가장 인상 깊고 기억에 남는 경험'에 대해 김 전 감독은 "사명감"을 꼽았다. 그는 "무조건 결과를 얻어야 되겠고 그 결과를 선수한테 줘야 되겠고, 그리고 그 결과로 선수들이 행복해야 되고... 그런 게 항상 머릿 속에 있었다"며 "일본 감독들한테도 이야기를 했는데, 감독이 제일 먼저 해야 되는 문제는 '선수들 돈 받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반드시 이겨야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 지도자가 시작할 때는 '프라이빗 타임(사적 시간)을 선수한테 주라'고 얘기한다"며 "그게 부모의 마음이다. 부모가 자식한테 모든 걸 바치지 않는가"고도 했다.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감독 고문 생활을 마치고 지난 1일 귀국한 김 전 감독은 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를 찾아 SSG-키움의 한국시리즈 2차전을 관전했다. 김 전 감독은 "5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야구를 야구장에서 봤다. 솔직하게 말씀드려 '왜 이렇게 떨어졌나' 싶었다"며 "야구란 것이 제일 중요한 건 생각이다. 대처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감독 시절 '1㎝의 변화'를 열심히 봤다. 변화를 포착하려고 매우 노력했다. 그만큼 집중해야 된다"며 "이번에 한국시리즈를 봐도 얻어맞으면 얻어맞고 끝이다. 왜 맞았을까 어떻게 됐을까, 이건 완전히 결여돼 있지 않나 싶다. 요새 젊은 친구들이 포기가 빠르다"고 쓴소리를 했다.
자신이 마지막 감독 생활을 했던 한화 이글스에 대해서는 "야구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는 세대교체가 아니라 흐름 속에 나오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옆 동네에서 하면 흉내내고 이쪽에서 하면 또 흉내내고, 한화도 거기에 빠져 들어갔지 않나 싶다. 한화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그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전 감독은 최근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 '최강 몬스터즈'의 감독을 맡았다. 오는 20일에는 잠실야구장에서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와 이벤트 경기도 치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