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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주오비(兎走烏飛)
토끼가 달리고 까마귀가 난다는 뜻으로, 해와 달의 빠른 바뀜, 즉 세월의 빠름을 이르는 말이다.
兎 : 토끼 토(儿/5)
走 : 달릴 주(走/0)
烏 : 까마귀 오(灬/6)
飛 : 날 비(飛/0)
직역을 하면 까마귀가 날고 토끼가 달린다는 뜻이다. 여기서 까마귀는 해를 상징하고 토끼는 달을 가리킨다. 그만큼 세월이 빨리 가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토주오비(兎走烏飛)는 달의 상징인 토끼가 달리고 해의 상징인 까마귀가 나는 것처럼 세월이 빠르게 흘러감을 의미한다. 인생도 그렇게 길지않은 만큼 허물이 있으면 고치되 남탓 말고, 상대방도 너무 궁지에 몰아넣지 않는게 삶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된다.
몇년만에 눈다운 눈이 내렸다. 눈이 내릴 때는 포근하더니 오늘은 일어나기 싫을 정도로 춥다. 커텐을 젖히고 창밖을 보니 또 눈이 소복히 내렸다. 이럴 때면 생각나는 말이 있다. 해가 중천에 떠도 일어나지 않고 자꾸 아랫목 이불속으로 파고 드는 나를 보고 할머니가 하시던 말씀이다. ‘이놈아, 밤새 까마귀가 하얗게 얼어 죽었으니 빨리 일어나 주워오너라’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가 대여섯살쯤, 진짜인 줄 알고 마당에 나가봤더니 서리만 하얗게 끼었을뿐 죽은 까마귀는커녕 산 까마귀도 없었다. 할머니는 내가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옆집 애가 먼저 집어갔단다. 그후로도 장소만 바뀌었을뿐 하얗게 얼어죽었다던 까마귀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얼어죽은 까마귀가 하얗게 내린 서리였다는 것을 안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토주오비(兎走烏飛) 혹은 오비토주(烏飛兔走)라는 성어가 있다. 직역하면 '까마귀는 날고, 토끼는 달린다'라는 말이지만, 해와 달의 빠른 바뀜, 즉 세월의 빠름을 비유한 말이다. 이제 나이좀 드니 이 말이 실감난다. 벌써 임인년 호랑이해도 다 갔으니 말이다.
일찍이 당나라 시인 한종(韓琮)은 춘수(春愁)라는 시에서 세월의 빠름을 ‘金烏長飛玉兎走 靑鬢長靑古無有(금오장비옥토주 청빈장청고무유)’라고 한탄했다. ’금빛 까마귀 멀리 날고, 옥토끼 빨리도 달리는구나, 칠흑같은 살쩍 머리 언제까지 검을 손가‘라는 뜻이다.
이 시에서 오비토주(烏飛兎走)라는 성어가 유래했다. 이는 아동계몽서인 증광현문에 실려 있는 '光陰似箭 日月如梭(광음사전 일월여사)' 즉, '시간은 마치 쏜살같고 세월은 베틀의 북처럼 빠르다'’와 같은 의미다.
전설에 의하면 태양속엔 삼족오(三足烏)인 금오(金烏)가 살고 있고, 달속에선 옥황상제의 시동인 옥토끼가 선약(仙藥)을 빻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까마귀는 해, 토끼는 달로 비유했다. 일월여사(日月如梭)는 해와 달이 베틀의 북처럼 빨리 오간다는 말로 세월의 빠름을 뜻하는 성어다.
옛날 요임금때 상상을 초월한 가뭄과 혹독한 더위가 있었다. 그렇게 된 까닭은 태양이 하나가 아니라 무려 열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동방의 천제(天帝)인 제준(帝俊)과 태양의 여신 희화(羲和)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이었다. 열개의 태양은 신성한 세발 까마귀인 삼족오(三足烏)로 동방의 양곡(陽谷)이라는 곳에 모여 살고 있었다.
이들의 어머니인 희화가 만든 규칙은, 열흘을 주기로 순서대로 하루에 하나씩 번갈아 떠오르게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질서를 잘 지켜 순조롭게 돌아갔으나, 수만년동안 허구한 날 똑같은 일을 되풀이 하다보니 지겨워졌다.
지겨움에 장난끼가 발동한 이들은 어머니가 일어나기 전을 틈타 일제히 떠올라 멋대로 공중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자기들은 놀이랍시고 한 짓이었지만 이세상 사람들에게는 지옥의 문이 열린 것과 같았다.
여축(女丑)이라는 무당을 시켜 기우제까지 지냈으나 소용없자, 요임금은 몸소 제단을 차려놓고 제준에게 하소연했다. 그러자 제준은 천계에서 활을 가장 잘 쏘는 용사 예(羿)를 불러 그에게 재앙을 물리칠 수 있는 신비한 힘이 담긴 붉은 활과 흰 화살을 하사하며 세상을 원상태로 돌려놓으라 명했다.
명을 받은 예는 아내인 항아와 함께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활을 쏘아 단 하나의 태양만을 남기고 아홉 개의 태양을 떨어뜨렸다. 인간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태양이면 충분해서였다.
12지(支)중 네번째로 등장하는 토끼는 귀엽고 연약하나 꾀가 많으며 과단성있는 동물로 묘사된다. 토끼는 묘신장(卯神將)으로 표현한다. 묘(卯)는 만물이 잘 자라는 중춘(仲春)의 계절로 음력 2월을 나타내고, 묘시는 아침 5시~7시의 여명을 말한다.
방위는 정동방이며, 밝은 해가 하늘에 높이 떠서 만리를 비춰 주는 것을 상징한다. 오행으론 목성(木性)을 지니며 호랑이와 더불어 동쪽을 방위하는 동물이다. 토끼가 경복궁 근정전 돌난간 동쪽에 자리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 전한 시대 유향(劉向)이 지은 전국책(戰國策)에 ‘현명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판다’는 의미의 교토삼굴(狡兎三窟)이란 말이 있다. 천적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든 대응할 수있는 여러 방책을 세워 놓는다 의미다.
중국 속담의 ‘토끼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자기 굴 주변의 풀은 먹지 않는다(兎子不吃窩邊草 토자불흘와변초)’라는 말은 "아무리 막돼먹은 놈일지라도 자기 동네에선 못된 짓을 하지 않는다"라는 의미다. 토끼는 이 정도의 도덕성을 지닌 현명한 동물로 묘사되고 있다.
‘토끼가 죽으면 여우가 슬퍼한다’는 토사호비(兎死狐悲)의 속뜻은, 토끼가 죽어 사냥할게 없으면 다음의 사냥 대상은 여우가 되기때문에 슬퍼한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 여우가 죽어도 토끼는 슬퍼한다. 여우가 토끼의 천적이지만, 이들에게 더 무서운 천적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기다림이란 전혀 모르는 매우 고약한 녀석이다. 살아보니 우리네 인생도 그리 길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도 아까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제 허물이 있다면 남탓은 하지 말며 내 자신이 고쳐야 마땅하고, 상대방을 너무 궁지로 몰아넣지는 말아야 한다. 토끼가 다 없어지면 여우도 통곡하게 된다.
가는 세월을 술로 붙잡으려 했던 사람
세월이 흘러가고, 생이 흘러가는 게 안타깝지 않는 이가 누가 있겠는가? 이규보(李奎報)는 평생 슬퍼하는 것을 오늘이 가는 것이라고 했다.
平生我所悲, 今日逝成昨.
내가 평생에 슬퍼하는 것은, 오늘이 가면 어제가 되는 것이네.
昨積便成昔, 應戀今日樂.
어제가 쌓이면 곧 옛날이 되어, 응당 오늘의 즐거움을 그리워하리.
欲爲後日忘, 今日極歡謔.
뒷날 오늘을 잊지 않으려거든, 오늘 한껏 즐기자꾸나.
오늘 하루를 즐겨라! 오늘 하루를 잘 보내는 것이 현명한 일이고, 가장 충실하게 삶을 사는 것일 터이다. 이규보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즐겼을까? 그는 시와 술과 거문고를 좋아해 호를 삼혹호(三酷好)라 하였다. 술이 없으면 시를 짓지 못했다. 그는 평생 8천 수의 시를 지었으니, 8천 번도 넘게 술을 마셨을 것이다.
이규보는 술을 좋아하다 보니, 세월의 빠름을 술로 멈춰 세워보려고도 했다. 그가 친구 전이지에게 준 취가행(醉歌行)이라는 시다.
日無脛又無翼
해는 다리도 날개도 없이
胡爲劫劫飛走不少息
나는 듯 달리면서 조금도 쉬지 않고
日來日去暮復朝
날이 가고 날이 오고 저물면 다시 아침 되어
使我鬢髮如銀顔如墨
나의 귀밑털 희게 하고 나의 얼굴 검게 하나
吾欲東走扶桑看日上
나는 동쪽 부상으로 달려가 뜨는 해 구경하고
西入濛汜觀日匿
서쪽 몽사로 가서 해지는 것도 볼 참이네
日上時遮擁金烏拉翼墜
해 뜰 때에 금오를 잡아 땅바닥에 떨어뜨리고
日匿處牽挽羲和使沈醉
해질 때도 희화를 술에 잔뜩 취하도록 만들 참이네
是時日未行
이렇게 하면 해도 그만 멈추고서
留待羲和醒酒烏生翅
희화가 술에 깨고 금오가 날개가 나도록 기다리겠지
三百六十日三千一百年作一千年
삼백육십일을 삼천일로 일백 년을 일천 년으로 만들어서
使我兩頰更赤雙鬢玄
내 두 볼 다시 붉고 귀밑머리 다시 검어지면
日換美酒醉倒放顚狂
날마다 좋은 술 취하도록 마시고 싶네
問君能有許多錢
그대에게 묻네 그런데 우리 술 마실 돈이 있던가
여기에서 부상(扶桑)은 동쪽 바닷속에 해가 뜨는 곳에 있다는 나무로, 동쪽 바다를 뜻한다. 몽사(濛汜)는 큰물 웅덩이라는 뜻을 지녔고, 해가 넘어가는 곳을 뜻한다. 금오(金烏)는 금까마귀로 태양을 뜻한다. 희화(羲和)는 중국 신화 속의 인물로, 해를 싣고 마차를 달리는 남자다.
희화에게 술을 먹여 마차를 멈추게 해 시간을 잡아두고, 길어진 세월을 술로 즐기려는데, 문제는 술 마실 돈이 있느냐는 것이다. 태양도 멈추게 할 허황한 배포에 견주면, 호주머니 돈을 헤아리는 것은 아주 현실적인 정서인데, 이는 친구 사이에나 나눌 수 있는 웃음 쏟아지는 대화 내용이다.
한껏 즐기자꾸나, 오늘을 잊지 않으려거든
이규보가 시를 얼마나 잘 짓고, 술을 얼마나 잘 마셨는지를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1213년 12월 어느 날, 그의 나이 46살 때의 일이다. 최우가 저녁 연회를 베풀어 참석한 이들에게 시를 짓게 했는데, 이규보의 글 짓는 솜씨에 놀라, 다음날 당대의 최고 권력가이자 아버지인 최충헌에게 이규보를 데려올 테니 만나보시라고 했다.
이때 최우가 "이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 시를 제대로 짓지 못한답니다"라고 말하고 또 "이 사람은 취한 다음이라야 시를 짓습니다"고 말하며 술을 취하도록 마시게 한 뒤에 최충헌 앞에 이규보를 데려갔다고 한다.
오늘이 지나고 나면 오늘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덧없음을 노래하는 것밖에 없다. 이규보가 술 취해 이청경에게 준 시다.
去年園上落花叢(거년원상락화총)
지난해 동산에 피었다 떨어진 꽃떨기는
今年園上依舊紅(금년원상의구홍)
올해도 그 동산에 예처럼 붉건마는
唯有去年花下人(유유거년화하인)
지난해 꽃 아래서 놀던 사람은
今年花下白髮翁(금년화하백발옹)
올해는 그 꽃 아래 백발 늙은이로세
花枝不減年年好(화지불감년년호)
해마다 줄지 않는 좋은 꽃가지라
應笑年年人漸老(응소년년인점로)
해마다 늙어 가는 사람을 응당 비웃으리
春風且暮又卷歸(춘풍차모우권귀)
봄바람도 저물고 꽃 역시 가버릴 테니
愼勿對花還草草(신물대화환초초)
부디 꽃을 대하고 망설이지 말길
我歌君舞足爲歡(아가군무족위환)
내 노래에 그대의 춤이면 실컷 즐기리
人生行樂苦不早(인생행락고부조)
인생 행락을 왜 때맞춰 아니할 건고
顚狂不顧旁人欺(전광불고방인기)
남이야 우리를 미치광이라 하든 말든
要使千鍾如電釂(요사천종여전조)
천 잔 술을 어서 빨리 마셔나 보세
君不見(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劉郞飮酒趁芳菲(유랑음주진방비)
유랑이 술 마실 때면 꽃향기 찾는 것을
解導風情敵年少(해도풍정적년소)
알건대 그 풍정이 소년에 맞선다오
又不見(우불견)
또 보지 못했는가
東坡居士(동파거사)
동파 거사가
簪花老不羞(잠화로불수)
늙어서도 꽃 꽂고 부끄러워 않았다는 말을
醉行扶路從人笑(취행부로종인소)
취한 걸음 지팡이에 의지해 사람들이 웃었다오
古來得意只酒杯(고래득의지주배)
예부터 흥이 나면 술잔이 최고니
莫辭對月傾金罍(막사대월경금뇌)
달 보고 금항아리 기울이길 사양 말게
榮華富貴一笑空(영화부귀일소공)
허무하여라 부귀영화가 하나의 웃음거리
請看魏虎銅雀臺(청간위호동작대)
위무제 조조의 동작대 노래를 보게나
유랑은 당나라 시인 유우석으로 여겨지고, 동파거사는 송나라 소식이다. 소식의 길상사 상모란(吉祥寺賞牧丹)이란 시에서 "늙은이는 머리 위에 꽃 꽂고 부끄러워하지 않건만, 꽃이야 응당 늙은이 머리에 있기 부끄러우리(人老簪花不自羞 花應羞上老人頭)"라고 노래했다. 위무제는 조조이며, 악부가 동작대에는 조조가 죽을 무렵 기첩(妓妾)들을 애틋하게 여기고, 기첩들이 죽은 무제의 은총을 추모하는 내용이 담겼다.
8백 년 전에 73년 동안 살다간 이규보의 시 세 편을 빌어, 새해 아침을 맞이한다. 이규보는 가는 세월을 술로 붙잡으려 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조금도 쉬지 않고 나는 듯이 달리는 세월을 잡을 리 없다. 인생은 무상하고 세월은 덧없이 간다. 새해 아침이 됐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세월이 빠른 이유
바쁘고 정신없이 살다가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꽤 많은 시간동안 숨이 차게 달려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의 느낌은 아이러니하게도 초콜릿을 맛있게 먹다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느끼는 아쉬움이다. 어떤 때에는 아쉬움을 넘어서 속이 상하기도 한다. 먹은 것보다 얼마 남지 않은 초콜릿 때문에 속이 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면 주변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 감정을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된다. 얼마 전에도 아들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만난 지인과 문자를 주고받았다. 그분 아들이 군대 다녀와서 취업을 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세월의 빠름에 대해서 공감을 하게 됐다. 왜 이렇게 세월이 빠르냐는 필자의 푸념에 다음과 같은 답을 보내왔다. "세월이 빠르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건강하고 행복한 덕분입니다."
쉽게 흘려버릴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며칠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동안 불행에는 무척 예민하게 느끼면서도 행복에는 얼마나 무디게 느끼며 살아왔는지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의 속도를 나이에 비유해 30대에는 30킬로미터, 40대에는 40킬로미터, 60대에는 60킬로미터로 달리는 느낌이라고 한다. 실제로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빠르다고 느끼는 것은 맞는 것 같다. 문제는 70대 80대가 되어도 이렇게 빠르다고 느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언젠가 본 독립영화 중에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이 있다. 영화 속에서 김혜자씨는 인생을 잘 살아온 사람이다. 아이들은 무척 성공해서 외국에 나가 있고 본인은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크고 넓은 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런데 외국에 있는 아이들과는 통화도 제대로 되지 않고 생일인데도 누구하나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
과연 세월이 빠를까? 혹시라도 오게 될 아이들만 기다리면서 사는 삶은 그다지 바쁘지도 않고 행복하지도 않다. 사람이 그리운 김혜자씨는 일부러 냉장고를 고장 내고 AS기사를 부른다. 기사에게 자신이 생일이라면서 미역국과 식사대접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과연 잘 사는 삶은 어떤 삶일까? 로마의 정치가이자 학자였던 키케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당신이 혼자 하늘 위로 올라가 아무리 멋진 우주 광경과 아름다운 별을 본다 해도 전혀 기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자신이 본 아름다운 광경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상대를 찾은 후에야 비로소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인과 주고받은 문자처럼 만날 사람이 많고, 할 일이 많고 세월이 빠르다고 느낀다면,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혹시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자신이 누리고 있는 행복감을 좀 예민하게 느끼는 연습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무척 덥거나 추운 곳에서 시간이 안 가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다면 반대로 시간이 빨리 가는 현재가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에 대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늙어서 얻는 깨달음
세월의 빠름을 절감하니 늙었나 봅니다. 아침인가 하면 어느새 저녁이고, 월요인가 하면 어느새 일요일이고, 봄인가 했는데 어느새 겨울이고, 50인가 했는데 어느새 60이니 말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예전의 팔팔했던 몸은 간데없고 산부인과만 없는 움직이는 종합병동이어서 부끄럽기도 하고 참담하기도 합니다. 마음은 아직도 청춘인데 몸과 환경이 따라주지 않으니 별수 없이 늙은이입니다.
아시다시피 늙음은 한창때를 지나 몸이 쇠퇴해지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늙은이는 살만큼 산이란 의미와 죽을 날이 가까워진 노인네란 의미가 결합된 불경스러운 호칭입니다.
흘러가는 시간을 일러 세월이라 합니다. 오고 가는 세월은 변함이 없는데 늙은이들은 빨리 간다고 한탄하고, 갈 길 먼 젊은이들은 더디 간다고 투덜댑니다.
나이 든 숫자만큼 세월의 속도를 느끼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늙음은 조물주의 저주가 아닙니다. 조물주의 은총이자 자비입니다. 늙어보지도 못하고 불귀의 객이 된 수많은 영혼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100세 시대라곤 하지만 지구촌 인구의 8%가 65세를 경험한다는 엄혹한 사실이 이를 웅변합니다. 물론 늙으면 체력 저하, 정력 감퇴, 기억력·시력·청력의 떨어짐, 일선에서 물러남, 친구들의 줄어둠, 배우자와의 사별. 질병 같은 불편과 고통이 수반됩니다.
늙으면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통과 의례입니다. 그런 노화 현상들이 사는데 다행히 되는 아이러니를 봅니다. 만용이나 객기를 부리지 않아서, 잡다한 것 잊어서, 못 볼 것 덜 보아서, 듣지 말아야 할 것 흘려들어서, 경쟁에서 자유로워서입니다.
암 같은 질병과 배우자와 친구들과의 사별과 빈곤은 노년의 최대 적이자 불행입니다. 빈곤은 국가와 지자체의 복지행정으로 일정부분 케어가 되지만 질병과 사별은 유비무환 외에 달리 방도가 없으니 담담히 받아들이고 병마와 고독과 벗하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있을 때, 건강할 때, 할 수 있을 때 잘해야 합니다. 곱게 의연하게 행복하게 늙어가는 첩경이자 행불과 성패를 갈라놓는 가늠자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있을 때 잘해야 합니다. 부모님 살아계실 때 불효하거나 효도하지 않으면 후회막급의 멍에를 평생 짊어지게 됩니다. 형편이 나아지면, 입신양명하면 잘 모시겠다는 건 하지 않겠다는 거와 진배없습니다. 그때까지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문안인사 자주 드리고 형편 되는대로 자식 된 도리를 하는 것이 있을 때 잘하는 겁니다.
배우자도, 친구도, 신세 진 고마운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있을 때 잘해야 합니다.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할 때 잘해야 합니다. 젊을 때 건강을 오남용 하면 늙어서 저처럼 종합병동이 되고 맙니다.
그리되지 않으려면 과로, 과음, 과색과 과도한 경쟁을 절제해야 합니다. 늙어보면 압니다. 한 번 잃은 건강은 원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걸. 몸에 맞는 섭생과 운동을 꾸준히 해야 된다는 걸.
그리고 할 수 있을 때 잘해야 합니다. 영향력 있는 자리에 있을 때 선한 영향력을 아낌없이 발휘하는 것이 할 수 있을 때 잘하는 겁니다. 공직이든 기업이든 자영업이든 뭐든지 간에 할 수 있을 때 선한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야 합니다. 사랑도 여행도 취미활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퇴하고 늙고 병들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게 인생사입니다.
있을 때, 건강할 때, 할 수 있을 때 갈무리를 잘해서 멋지게 늙읍시다. 덕감사(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면 그리됩니다. 복된 늙음을 위하여 즐기편(즐겁게, 기쁘게, 편하게) 함따오(함께, 따뜻하게, 오래오래)!
우리에게 남은 시간
인생의 무상함과 빠름을 비유하는 말 가운데 인생의 시간은 한 개의 두루마리 화장지와 같다는 말이 있지요. 처음에는 천천히 돌아가다 갈수록 도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그러다 마지막 휴지가 풀어지고 나면 딱딱한 종이 한 개만 덩그러니 남습니다. 마치 허물 벗은 벌레의 흔적 같고, 추수 끝난 들판에 버려진 허수아비를 보는 것 같아 쓸쓸한 기분이 듭니다. 휴지가 돌아가는 모습은 사람이 나이 들며 느끼는 세월의 빠름과 어쩌면 이리도 같을까 싶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시간이란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 아닌가요. 말하자면 이런 겁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기다릴 때는 그렇게도 안 가던 시간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달아나듯 훌쩍 가버리지 않던가요. 똑같은 시간을 두고도 마음 쓰는 데 따라 이처럼 느리게도 가고 빨리 가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마음으로 느끼는 시간이 무슨 도깨비 같습니다.
세월이 빨라도 너무 빠릅니다. 작년 그믐날 가까운 사람과 덕담을 나눈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해가 바뀌어 얼마 안 있으면 강남 갔던 제비가 찾아올 날이 바로 코앞입니다. 생이 이울어갈 즈음인 지금은 두루마리 화장지 돌아가는 소리가 제법 빠른 소리를 내는 것이 남은 게 그리 많지 않음을 알리는 것 같아 괜히 마음만 서글퍼집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남은 화장지를 생각하면 사는 게 몹시 허망하고 외롭다는 생각이 온몸을 휩싸고 돕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남은 것을 한 조각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고 살뜰하게만 쓴다면 혼자서 외로워하거나, 허망하게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외로움이 삶의 한 토막을 값있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며 보람되게 누려야겠지요. 우리가 세상의 시간을 아껴 쓰는 일은 잘 사는 일과 같습니다. 다시 말해 잘 사는 것은 잘 죽는 것과 같다는 말입니다. 아무튼, 잘 살아야 잘 죽습니다.
토끼 이야기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지혜를 배우자
토끼는 12 지지(地支) 가운데 4번째, 방위(方位)로는 동쪽, 시간으로는 오전 5시부터 7시까지이며 정묘(正卯)는 6시, 띠로는 토끼, 달로는 음력 2월이다. 묘음(卯飮) 묘주(卯酒) 묘반(卯飯)에서의 묘(卯)는 아침의 의미로 아침에 마시고 먹는 술이나 밥을 나타내는 성어다.
토끼의 한자는 兔, 兎로 표기하는데 兔가 정자(正字)이고, 兎는 兔의 속자(俗字)이다. 토끼는 토목(兔目), 토속(兔屬)으로 군집성(群集性)이 있는 설치류(齧齒類)의 짐승이다. 설(齧)은 ‘물어뜯다, 갉아 먹다’의 한자다.
토끼는 토(兔), 묘(卯)로 표기하며 토(兔)의 훈의(訓義)는 토끼와 달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토월(兔月)은 달 속에 토끼가 있다는 전설에서 달의 별칭(別稱)이다. 토백(兔魄) 섬토(蟾兔)는 달의 이칭(異稱)이고 토영(兔影)은 달그림자다.
오토(烏兔)는 금오옥토(金烏玉兔)의 성어를 줄인 말이다. 해 속에 세발 달린 까마귀가 살고, 달 속에는 토끼나 두꺼비가 산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된 말로 일월(日月)로 세월(歲月)을 뜻하기도 한다. 섬(蟾)은 ‘두꺼비’의 한자다.
그 외 성어로 둥근달이 이지러지고 태양이 서쪽으로 지는 것을 ‘토결오침(兔缺烏沈)’이라 하고, 세월이 흘러가 버리는 것을 ‘토주오비(兔走烏飛)’ 또는 ‘토기오침(兔起烏沈)’이라고 한다.
토끼는 귀가 대체로 크며 특히 뒷다리가 발달하여 잘 뛰며 겁이 많고 조심성이 있어 보이면서 경망(輕妄)되고 교활(狡猾)한 인상을 준다. 토훼(兔喙)는 토끼의 주둥이를 말하는데 모습이 언청이와 비슷하다 하여 언청이를 결순(缺脣), 토순(兔脣)이라고 불린다. 순(脣)은 입술을, 훼(喙)는 '부리, 주둥이'의 한자다.
토끼의 종류는 대체적으로 산토끼와 집토끼의 2종이나 품종은 세계적으로 20여종이 넘는다고 한다. 사육(飼育) 목적에 따라 육용(肉用), 모피용(毛皮用), 모용(毛用), 애완용(愛玩用)으로 나누고, 양토(養兔) 방법에 따라 방사(放飼), 사사(舍飼), 상사(箱飼) 등이다.
토끼는 번식력(繁殖力)이 강하여 생후 10개월이면 번식(繁殖)이 가능하여 임신 기간도 10개월이며, 집토끼는 한 배에 5~6마리, 산토끼는 3~4마리로 다산(多産)하는 동물로 저출산(低出産) 사회에서 부럼을 사게 된다.
토끼에 대한 많은 전래설화(傳來說話)로는 구토화(龜兔話), 토별가(兔鱉歌), 토생전(兔生傳) 등이 고래(古來)로부터 전래(傳來)되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구토화(龜兔話)인 ‘거북이와 토끼’의 의인화(擬人化)한 전래동화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데, 자손들에게 학습을 권하면서 거북이처럼 쉬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며, 토끼처럼 능력만 믿고 교만(驕慢)하지 않기를 당부(當付)하면서 자주 일러주는 교훈이다.
토끼를 주제(主題)로 한 사자성어 ‘토사구팽(兔死狗烹)’은 ‘교토사주구팽(狡兔死走狗烹)’을 줄인 성어로 ‘사냥하러 가서 토끼를 잡으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게 되어 삶아 먹는다’는 뜻으로 일이 있을 때 실컷 부려먹다가 일이 끝나면 돌보지 않는다고 비유(比喩)했는데 흔히 사람을 이용하고 나서 나중에 돌보지 않을 적에 쓰이는 성어로 인간사회에서 가끔 보는 일이다.
유사한 말로 교토사량구팽(狡兔死良狗烹), 고조진량궁장(高鳥盡良弓臧)은 ‘날랜 토끼가 죽으면 좋은 개는 삶고, 높이 날던 새가 없어지면 좋은 활은 활집에 넣어둔다’로 소용이 있으면 귀하게 여기고 소용이 없게 되면 버림받음을 일컬은 말인데 일상에서 이런 모습이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유사한 성어의 ‘득토망제(得兔忘蹄)’는 ‘학문을 성취한 뒤 책은 쓸모없게 된다’는 것을 비유한 것인데 여기서 제(蹄)는 토끼를 잡을 때 쓰는 ‘올무’를 의미한 한자다.
‘견주장방획토(見走獐放獲兔)’는 ‘달아나는 노루를 보다가 잡은 토끼 놓친다’는 속담은 큰 것에 욕심을 부리다가 도리어 자기가 가진 것마저 잃어버린다는 말로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에게 경각심(警覺心)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장(獐)은 '노루'의 한자다.
토사호비(兔死狐悲), 토사호읍(兔死狐泣)은 ‘토끼가 죽으니 여우가 슬퍼한다’는 의미로 동류(同類)의 불운(不運)을 함께 슬퍼한다는 성어로써 일상에서 동병상련(同病相憐)과 같이 쓰는 성어로 같이 앓는 사람들끼리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슬픔을 나누는 인정을 말해 준다. 비슷한 말로 환난상휼(患難相恤)은 ‘걱정거리나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서로 도와준다.’는 것을 말하는데 서로 돕고 더불어 사는 이웃·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수주대토(守株待兔)는 ‘나무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아무 노력하지 않고 이득을 보지 말라는 비유(譬喩)로 융통성이 없는 어리석은 사람을 빗되어 하는 말이다. 이것을 수주지우(守株之愚)이라고도 한다. 각주구검(刻舟求劍)의 의미와 같이 유사(類似)한 교훈적 성어다. 구습(舊習)에만 젖어 시대의 변천을 모름을 이름인데 생활에서 우(愚)를 범하지 않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곡무호선생토(谷無虎先生兔), 곡무호토반위주(谷無虎兔返爲主)는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스승 노릇한다. 호랑이 없는 골짜기에 도리어 토끼가 주인 노릇한다’는 말로 잘난 이가 없는 곳에서는 그 보다 못한 이가 잘 난 체 한다는 의미로 생활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지 않는가. 토끼는 미력(微力)하고 나약(懦弱)한 동물임이지만 때에 따라 지혜롭게 주인 노릇을 하게 됨으로 ‘사자 없는 산에 토끼가 대장 노릇한다’는 속담과 같이 쓰인다.
축미지구불고토(逐麋之狗不顧兔)는 ‘고라니를 쫓는 개는 토끼를 돌보지 않는다’는 말은 일확천금(一攫千金)을 꿈꾸는 사람은 소소한 이익은 안중(眼中)에도 없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 축녹자불고토(逐鹿者不顧兔)는 과욕(過慾)하지 않는 생활을 당부(當付)하는 금언이다.
‘위난(危難)을 막기 위하여 구멍 3개를 만든다’는 말로 안전(安全)을 위해 미리 몇 개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교토유삼굴근득토기사이(狡兔有三窟僅得兔其死耳)의 문장을 줄여서 교토삼굴(狡兔三窟), 토영삼굴(兔營三窟)의 성어가 있는데 狡의 한자는 ‘교활하다, 민첩하다’의 뜻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민첩하다’의 뜻이 담겨져 있다. 이 성어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의미와 유사하다고 할 것이다.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천안함 공격(攻擊)과 연평도 포격(砲擊)으로 많은 고귀한 인명이 희생(犧牲)되고, 삶의 보금자리 가옥을 무참(無慘)히 파괴 당하였는데 이는 평소 위난을 미리 막기 위해서 대비책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잔인무도(殘忍無道)한 북한의 전쟁도발(戰爭挑發)로 국가안보가 위기상황(危機狀況)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의 국군의 단호한 군의 정신적 무장(武裝)과 전투력(戰鬪力) 증강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국가안전은 허구(虛構)해지고 만다.
군 당국이 서해 5도를 지하(地下)의 요새화(要塞化)를 검토한다고 하니 교토삼굴(狡兔三窟)의 계책(計策)이 아니겠는가. 국가적 안전을 도모(圖謀)하고 경제적 안전 성장을 위하여 국민 모두가 노력하자. 힘의 대결이 아닌 교토삼굴(狡兔三窟)의 지혜로 살아가기를 기대한다.
▶️ 兎(토끼 토)는 상형문자로 兔(토)는 본자(本字), 兔(토)의 속자(俗字)이다. 본래 긴 귀와 짧은 꼬리를 가진 토끼의 모양을 본떠 그것이 지금의 자형(字形)으로 변했다. 그래서 兎(토)는 ①토끼 ②달(달 속에 토끼가 있다는 뜻에서 달의 별칭이 됨)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토끼 털을 토모(兎毛), 달의 딴 이름을 토월(兎月), 토끼 가죽을 토피(兎皮), 토끼 똥을 토분(兎糞), 토끼의 입술처럼 생긴 언청이의 입술을 토순(兎脣), 동물이 눈을 뜨고 자는 현상을 토안(兎眼), 토끼 고기를 토육(兎肉), 토끼의 잔털을 토호(兎毫), 토끼의 뿔과 거북의 털이라는 말을 토각귀모(兎角龜毛), 토끼 그물에 꿩이 걸린다는 말을 토라치리(兎羅雉罹), 토끼의 죽음을 여우가 슬퍼한다는 말을 토사호비(兎死狐悲), 토끼는 숨을 수 있는 굴을 세 개는 마련해 놓는다는 말을 토영삼굴(兎營三窟), 사냥하러 가서 토끼를 잡으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게 되어 삶아 먹는다는 말을 토사구팽(兎死狗烹), 토끼가 달리고 까마귀가 난다는 말을 토주오비(兎走烏飛) 등에 쓰인다.
▶️ 走(달릴 주)는 ❶회의문자로 赱(주)와 동자(同字)이다. 夭(요)는 사람을 나타내는 大(대)를 변형(變形)한 모양으로 사람이 뛸 때의 모습이고, 止(지)는 발자국의 모양으로 나아가는 일을, 走(주)는 사람이 뛰어가는 모습이다. 부수(部首)로서는 그 글자가 달리다의 뜻에 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走자는 '달리다'나 '달아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走자는 土(흙 토)자와 止(발 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하지만 走자의 갑골문을 보면 양팔을 휘두르며 달리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이후 금문에서는 발아래에 止자가 더해지면서 '달리다'라는 뜻을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하게 되었다. 그러니 지금의 走자는 달리는 모습과 止자가 결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走자는 이렇게 달리는 모습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달리다'나 '뛰다'라는 뜻을 전달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금문에서는 '세차게 달리다'라는 뜻을 위해 3개의 止자를 넣은 글자도 등장했다는 것이다. 바로 '급히 가다'라는 뜻의 奔(달릴 분)자이다. 그래서 走(주)는 달음질로 취재(取才)의 한 가지 깊이 8치 7푼, 직경(直徑) 4치 7푼의 8되 들이 구리 병의 아래에 물이 빠지는 직경(直徑) 2푼 되는 구멍의 귀가 있는 데, 윗 구멍은 병 아가리로부터 6치 7푼되는 곳에 있고 아랫 구멍은 그 아래 1치 3푼 거리에 있음 담은 물이 다빠지는 동안에 270보를 달리면 1주(走), 260보 달리면 2주, 250보를 달리면 3주라 함의 뜻으로 ①달리다 ②달아나다 ③걷다 ④가다 ⑤떠나가다 ⑥나아가다 ⑦길짐승 ⑧종, 노비(奴婢), 하인(下人) ⑨심부름꾼 ⑩종종걸음 ⑪저, 자신(自身)의 겸칭(謙稱) ⑫달리기의 등급(等級)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자동차 따위의 주로 동력으로 움직이는 탈것이 달려감을 주행(走行), 달리는 사람이나 선수를 주자(走者), 중도에서 꺾이지 않고 목적지까지 다 달림을 주파(走破), 비밀이 밖으로 새어 나감을 주루(走漏), 말이 몹시 달려서 생기는 병을 주상(走傷), 달리는 경기의 총칭을 주기(走技), 빨리 그리고 매우 빠르게 오랫동안 달리는 힘 달릴 수 있는 힘을 주력(走力), 도망쳐 달아나는 길 도로를 주로(走路), 말을 타고 달림 또는 닫는 말을 주마(走馬), 남의 심부름이나 하고 여기저기로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주졸(走卒), 글이나 글씨를 흘려서 매우 빨리 씀을 주필(走筆), 빨리 달림을 질주(疾走), 피하거나 쫓겨서 달아남을 도주(逃走), 이리저리 바쁨을 비유하는 말을 분주(奔走), 도망쳐 달아남을 둔주(遁走), 싸움에 져 도망침을 패주(敗走), 싸움에 져서 흩어져 달아남을 궤주(潰走), 이어 달리기를 계주(繼走), 뒤로 물러나서 달아남을 각주(却走), 힘껏 달림을 역주(力走), 마지막까지 다 달림을 완주(完走), 있던 곳을 떠나서 달아남을 출주(出走), 단독으로 달림을 독주(獨走), 통쾌하도록 썩 빨리 뜀을 쾌주(快走), 정해진 통로 밖의 길로 달리는 일을 미주(迷走), 등산 용어로 산등성이를 따라 걸어 많은 산봉우리를 넘어가는 등산 형식을 종주(縱走), 올바른 일을 버리고 바르지 못한 길로 감을 횡주(橫走), 미끄러져 내달음을 활주(滑走), 패배하여 달아남을 배주(北走), 알몸을 드러낸 채로 달린다는 뜻으로 전혀 부끄러움을 모르는 모양을 이르는 말을 육주(肉走), 말을 타고 달리면서 산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바빠서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대강 보고 지나감을 일컫는 말을 주마간산(走馬看山),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형편이나 힘이 한창 좋을 때에 더욱 힘을 더한다는 말 또는 힘껏 하는 데도 자꾸 더 하라고 격려함을 일컫는 말을 주마가편(走馬加鞭), 사냥개를 삶아 죽인다는 뜻으로 전쟁이 끝나면 공신도 쓸모 없는 것으로 천대받음을 이르는 말을 주구팽(走狗烹), 달리는 말 위에서 꽃을 본다는 뜻으로 사물의 겉면만 훑어보고 그 깊은 속은 살펴보지 않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주마간화(走馬看花), 급한 산비탈로 내달리는 형세란 뜻으로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이 되어가는 형편대로 맡겨 둘 수 밖에 없는 형세를 비유하는 말을 주판지세(走坂之勢), 달리는 송장과 걸어가는 고깃덩어리라는 뜻으로 몸은 살아 있어도 정신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아무런 쓸모가 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주시행육(走尸行肉), 달아나 숨을 곳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주복무지(走伏無地), 화를 피하려면 달아남이 상책임을 일컫는 말을 주위상책(走爲上策), 옳지 못한 일을 한 이상 앞서갔건 뒤따라갔건 다 마찬가지라는 말을 주축일반(走逐一般), 노루를 쫓는 데 생각지도 않은 토끼가 걸렸다는 뜻으로 뜻밖의 이익을 얻음을 이르는 말을 주장낙토(走獐落兔), 말을 타고 달리면서 비단을 스쳐 본다는 뜻으로 세밀하지 않게 대강대강 빨리 봄을 이르는 말을 주마간금(走馬看錦), 닫는 데 발 내민다는 뜻으로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해를 입힘을 이르는 말을 주전출족(走前出足), 문을 잠그고 몰래 도망함을 쇄문도주(鎻門逃走), 동쪽으로 뛰고 서쪽으로 뛴다는 뜻으로 사방으로 이리저리 바삐 돌아다님을 일컫는 말을 동분서주(東奔西走), 한밤중에 몰래 도망함을 일컫는 말을 야반도주(夜半逃走) 등에 쓰인다.
▶️ 烏(까마귀 오, 나라 이름 아)는 ❶상형문자로 乌(오)는 간자(簡字)이다. 까마귀는 몸이 검어서 눈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鳥(조; 새)의 눈 부분의 한 획을 생략한 글자이다. 따라서 鳥(조)部에 들 글자이다. 그러나 예로부터 내려온 관례에 의해 부수(部首)는 연화발(灬=火; 불꽃)部에 포함시키고 있다. 음(音)을 빌어 감탄사, 또 의문, 반어(反語)로 쓴다. ❷상형문자로 烏자는 '까마귀'나 '탄식'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그러니 烏자에 쓰인 火(불 화)자는 불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烏자와 鳥(새 조)자는 매우 비슷하게 그려져 있다. 다만 몸이 까만 까마귀는 눈동자가 잘 보이지 않기에 鳥자의 눈부분에 획을 하나 생략한 烏자는 '까마귀'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까마귀는 우두머리가 없다. 그래서 오합지졸(烏合之卒)이라고 하면 질서가 없이 우왕좌왕하는 병졸들을 일컫는다. 그래서 烏(오, 아)는 ①까마귀 ②어찌 ③탄식(歎息)하는 소리 ④환호하는 소리 ⑤검다 ⑥탄식(歎息)하다, 그리고 ⓐ나라의 이름(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어조사 어(於), 탄식할 오(於), 갈까마귀 아(鴉)이다. 용례로는 까마귀를 오아(烏鴉), 까마귀와 까치를 오작(烏鵲), 까마귀들이 모이는 것처럼 질서가 없이 모임을 오집(烏集), 까마귀들이 모이는 것처럼 질서가 없이 모임을 오합(烏合), 글자가 서로 닮아 틀리기 쉬운 일을 오언(烏焉), 어찌 있으랴 또는 사물이 아무 것도 없이 됨을 오유(烏有), 슬플 때 내는 감탄사를 오호(烏呼), 바탕이 단단하지 아니하고 빛이 검은 파리 광택의 바윗돌을 오석(烏石), 작고 검은 색을 띠는 대나무의 한 가지를 오죽(烏竹), 검붉은 빛의 구리를 오동(烏銅), 토란의 한 가지를 오파(烏播), 털이 온통 검은 닭을 오계(烏鷄), 검은 구슬을 오옥(烏玉), 털빛이 검은 소를 오우(烏牛), 검은 머리털을 오발(烏髮), 먹구름을 오운(烏雲), 눈이 가렵고 아프며 머리를 돌이키지 못하는 병을 오풍(烏風), 은혜 갚음할 줄 아는 새라는 뜻으로 까마귀를 달리 일컫는 말을 자오(慈烏), 태양을 달리 부르는 말을 직오(織烏), 태양의 딴 이름을 금오(金烏), 옛 중국에서 상서로운 동물로 친 흰 까마귀를 백오(白烏), 새벽녘에 울며 나는 까마귀를 서오(曙烏), 글자가 서로 닮아 틀리기 쉬운 일을 언오(焉烏), 까마귀가 모인 것 같은 무리라는 뜻으로 질서없이 어중이 떠중이가 모인 군중 또는 제각기 보잘것없는 수많은 사람을 이르는 말을 오합지졸(烏合之卒),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의 한역으로 아무런 관계도 없이 한 일이 공교롭게 다른 일과 때가 일치해 혐의를 받게 됨을 이르는 말을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가 새끼 적에 어미가 길러 준 은혜를 갚는 사사로운 애정이라는 뜻으로 자식이 부모에게 효성을 다하려는 마음을 이르는 말을 오조사정(烏鳥私情), 까마귀 얼굴에 따오기 같은 형상이란 뜻으로 주려서 매우 수척한 사람을 이르는 말을 오면곡형(烏面鵠形), 까마귀와 까치가 둥우리를 같이 쓴다는 뜻으로 서로 다른 무리가 함께 동거함을 이르는 말을 오작통소(烏鵲通巢), 거짓이 많아 처음에는 좋았다가 뒤에는 틀어지는 교제를 일컫는 말을 오집지교(烏集之交), 오는 해이고 토는 달을 뜻하는 데에서 세월이 빨리 흘러감을 이르는 말을 오비토주(烏飛兔走), 날고 있는 까마귀가 모두 같은 빛깔이라는 뜻으로 모두 같은 무리 또는 피차 똑같다는 말을 오비일색(烏飛一色), 까마귀의 암컷과 수컷은 구별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일의 시비를 판단하기 어려움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오지자웅(烏之雌雄), 사랑이 지붕 위의 까마귀에까지 미친다는 뜻으로 사람을 사랑하면 그 집 지붕 위에 앉은 까마귀까지도 사랑스럽다는 말을 애급옥오(愛及屋烏), 사랑하는 사람의 집 지붕 위에 앉은 까마귀까지도 사랑한다는 뜻으로 지극한 애정을 이르는 말을 옥오지애(屋烏之愛) 등에 쓰인다.
▶️ 飛(날 비)는 ❶상형문자로 새가 날개 치며 나는 모양으로, 날다, 날리다, 빠름의 뜻이 있다. 부수(部首)로 쓰일 때는 날비몸이라 한다. ❷상형문자로 飛자는 '날다'나 '오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飛자는 새의 날개와 몸통을 함께 그린 것이다. 飛자는 본래 '날다'를 뜻하기 위해 만들었던 非(아닐 비)자가 '아니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새로이 만들어진 글자이다. 飛자는 새의 날개만을 그렸던 非자와는 달리 새의 몸통까지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飛(비)는 ①날다 ②지다, 떨어지다 ③오르다 ④빠르다, 빨리 가다 ⑤근거 없는 말이 떠돌다 ⑥튀다, 튀기다 ⑦넘다, 뛰어 넘다 ⑧날리다, 빨리 닿게 하다 ⑨높다 ⑩비방(誹謗)하다 ⑪새, 날짐승 ⑫빨리 달리는 말 ⑬높이 솟아 있는 모양 ⑭무늬 ⑮바둑 행마(行馬)의 한 가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날 상(翔)이다. 용례로는 어떤 일의 영향이 다른 데까지 번짐을 비화(飛火), 공중으로 날아서 감을 비행(飛行), 태양을 달리 일컫는 말을 비륜(飛輪), 빠른 배를 비가(飛舸), 하늘을 나는 용을 비룡(飛龍), 날아 다니는 새를 비조(飛鳥), 높이 뛰어오르는 것을 비약(飛躍), 날아 오름을 비상(飛上), 공중으로 높이 떠오름을 비등(飛騰), 세차게 흐름을 비류(飛流), 공중을 날아다님을 비상(飛翔), 하늘에 오름을 비승(飛昇), 매우 높게 놓은 다리를 비교(飛橋), 날아서 흩어짐을 비산(飛散), 날아오는 총알을 비환(飛丸), 여름 밤에 불을 찾아 날아다니는 나방을 비아(飛蛾), 날아가 버림을 비거(飛去), 내리는 서리를 비상(飛霜), 바람에 흩날리며 나리는 눈을 비설(飛雪), 용맹스럽고 날래다는 비호(飛虎), 던지는 칼 또는 칼을 던져 맞히는 솜씨를 비도(飛刀), 띄엄띄엄 넘어가면서 읽음을 비독(飛讀), 날아 움직임을 비동(飛動), 일의 첫머리를 비두(飛頭), 힘차고 씩씩하게 뻗어 나아감을 웅비(雄飛), 높이 낢을 고비(高飛), 떼지어 낢을 군비(群飛), 어지럽게 날아다님을 난비(亂飛), 먼 데 있는 것을 잘 보고 잘 듣는 귀와 눈이라는 뜻으로 학문이나 사물에 대한 관찰의 넓고 날카로움을 이르는 말 또는 그 도구의 뜻으로 책을 두고 이르는 말을 비이장목(飛耳長目), 날쌔게 말에 올라 탐을 이르는 말을 비신상마(飛身上馬), 천리까지 날아감을 이르는 말을 비우천리(飛于千里), 날아가고 날아옴을 일컫는 말을 비거비래(飛去飛來), 곧바로 흘러 떨어짐을 일컫는 말을 비류직하(飛流直下), 특히 여자의 뼈에 사무치는 원한을 이르는 말을 비상지원(飛霜之怨), 성인이나 영웅이 가장 높은 지위에 올라 있음을 비유하는 말을 비룡재천(飛龍在天), 모래가 날리고 돌멩이가 구를 만큼 바람이 세차게 붊을 형용하는 말을 비사주석(飛沙走石), 새도 날아 들어가지 못할 만큼 성이나 진지의 방비가 아주 튼튼함을 이르는 말을 비조불입(飛鳥不入),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의 한역으로 아무런 관계도 없이 한 일이 공교롭게 다른 일과 때가 일치해 혐의를 받게 됨을 이르는 말을 오비이락(烏飛梨落), 바람이 불어 우박이 이리 저리 흩어진다는 뜻으로 엉망으로 깨어져 흩어져 버림이나 사방으로 흩어짐을 일컫는 말을 풍비박산(風飛雹散), 넋이 날아가고 넋이 흩어지다라는 뜻으로 몹시 놀라 어찌할 바를 모름을 일컫는 말을 혼비백산(魂飛魄散), 새가 삼 년 간을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뒷날에 큰 일을 하기 위하여 침착하게 때를 기다림을 이르는 말을 불비불명(不飛不鳴),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 자주 날갯짓하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배우기를 쉬지 않고 끊임없이 연습하고 익힘을 일컫는 말을 여조삭비(如鳥數飛), 벽을 깨고 날아갔다는 뜻으로 평범한 사람이 갑자기 출세함을 이르는 말을 파벽비거(破壁飛去), 말이 천리를 난다는 뜻으로 말이 몹시 빠르고도 멀리 전하여 퍼짐을 일컫는 말을 언비천리(言飛千里), 어둠 속에서 날고 뛴다는 뜻으로 남모르게 활동함을 이르는 말을 암중비약(暗中飛躍), 두 마리의 봉황이 나란히 날아간다는 뜻으로 형제가 함께 영달함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양봉제비(兩鳳齊飛), 제비가 날아올 즈음 기러기는 떠난다는 뜻으로 사람이 서로 멀리 떨어져 소식없이 지냄을 이르는 말을 연안대비(燕雁代飛),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있으면 오뉴월의 더운 날씨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을 유월비상(六月飛霜), 함께 잠자고 함께 날아간다는 뜻으로 부부를 일컫는 말을 쌍숙쌍비(雙宿雙飛), 오는 해이고 토는 달을 뜻하는 데에서 세월이 빨리 흘러감을 이르는 말을 오비토주(烏飛兔走)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