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 [울산광역매일]편향성은 민주주의 구현의 최대 적(敵)이다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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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매일] <NGO 칼럼> 편향성은 민주주의 구현의 최대 적(敵)이다

 요즘 세상의 이치가 수상하다. `자기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현실밖에 보지 않는다`고 했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말이 다시 생각나는 시절이다. 2010년 정치적 양극화와 반지성주의가 심화된 격동기를 지났던 미국의 경험이 카이사르의 지적과 겹쳐진다.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기대심리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일이 일반화 돼 버린 느낌이다. 


 우리는 삶속에서 가끔 자신을 잃을 때가 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무엇인가를 따르다 보면 편향되기 쉽다. 이런 편향된 사고가 갈등을 가져오고 오판을 일으키며 번뇌의 원인이 된다. 오랫동안 사회 구석에 내재돼 있던 정치적, 지역적, 문화 사회적 편향성이 최근 팽배해지고 있는 것도 그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현상은 현상에 대한 오판으로 갈등구조만 더 심화시킨다.


 문제는 이런 편향 현상이 심화되면 민주주의에 입각한 사회 질서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극단적 편향을 보이는 정치인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견제와 균형, 상호존중이란 민주주의 질서가 위기를 맞으면 다음 국면은 하나뿐이다. 결국 국민들이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질서를 흔들어 놓은 정치인들을 그들의 무대에서 퇴장시킨다.


 여성학자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는 『보이지 않는 여자들』에서 남성을 위한, 남성에 의해 설계된 이 세계가 어떻게 지구인구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을 어떻게 배제하는지 증명한다. 남성을 인간의 기본값 으로 여기는 편향적 사고방식으로는 여성과 관련된 지식과 정보를 제대로 수집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여성을 배제한 데이터 공백은 여자들을 가난하게 만들고 아프게 만들고 때로는 죽이기까지 한다. 남성들의 편향성이 가져온 비극적 결말이다.


 민주주의는 편향이 아니라 조화를 통해 구현된다. 그런데 다름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지향해야 할 정치와 정치가가 실종된 채 극단적 강경파만 득세하는 게 요즘 모습이다. 모든 문제를 자신이 아니라 남 탓으로 돌리면서 이를 정치 선동으로 연결하고 극단적 행동으로 국민들의 불안감과 무력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미래 지향성을 상실했다. 


 정부의 역할은 남 탓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것이 아니라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설계하고, 민족적 가치로 국민과 다음 세대를 위한 반석을 쌓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의 카르텔 철폐나 이전 정부의 적폐청산은 상대편을 탓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다. 현재 우리 정치는 인간존중의 본질이 보이지 않는다. 여야 할 것 없이 상대편의 과거 청산만이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는 기준이라고 주장한다.


 편향된 개인 미디어와 언론 보도도 경쟁적으로 정치를 선동하고, 극단주의 세력의 역량을 키워준다. 극단적 팬덤은 정치인의 소신을 묵살시키고 정당의 기본 이념과 가치는 집단의 이익 앞에 좌절당한다. 극단적 세력이 득세할 때 합리적 사고는 묵살 당한다. 편향적 사고를 세력화하여 득세한 이들로부터의 민주주의 기본원리가 깨어지고 있다. 


 민주주의는 치열한 대립과 갈등 속에서 대안을 찾고 결국 화합하는 꽃이다. 때문에 우리안의 거대한 편향 사고를 바꿀 수 있는 담대한 시도가 필요하다. 실제와 다르게 갈등에 초점을 두고 이슈를 반사회적 측면에서 부각시킬 게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고 합리적 해결책을 모색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