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팔각이
철산에서 지인직을 맡던
이의남이라는 남자가 있었음
의남은 사또의 휴가행차를 따라 상경했다가
마침 날씨도 화창한 봄이고 해서
허락을 맡고 용산에 구경을 나옴
그렇게 강변에 배가 다니는걸
구경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꿈에서 웬 노인이 나타나
편지를 한 장 건네주며 이렇게 말함
"내가 집을 떠난 지 이미 오래되어
집안 사람들이
내 소식을 듣지 못했으니
바라건대 그대가 나를위해
이 편지를 내 집에 전해주오."
"노인장의 집은
어디에 있습니까?"
"내 집은 아무개 산 아래에 있는
큰 연못에 있으니,
그 연못가에 가서
'유철(兪鐵)'을 세 번 부르면
어떤 사람이
물 가운데서 부터 나올 것이오.
그때 이 편지를 전해주도록 하오."
의남은 알겠다고 하고
꿈에서 깨어났는데
실제로 그 편지가 놓여있지 뭐임?
놀란 의남은 보통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일단 편지를 챙겨들서 돌아감
얼마 지나지않아 사또의 휴가가 끝나고
사또와 의남 다시 관아로 돌아왔고
의남은 사또를 배행하는 업무가 끝나자마자
그날로 잠시 휴가를 청하고
자신의 집에도 들리지 않고
곧장 노인이 말한 연못가로 달려갔다
그리고 유철을 세 번 부르자
물이 부글부글 끓는듯하더니
곧이어 정말로 물 한가운데서
어떤 사람이 모습을 드러냄
"당신은 누구인데 무엇 때문에 나를 부르시오?"
의남이 꿈속에서 받은 편지를 전해주며
이곳에 온 목적을 말하자
유철은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며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철이 다시 나와 말했다
"수부(水府=용궁)에서 부르시니 들어갑시다."
"내가 어찌 물속으로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눈을 감고 내 등에 타기만 하면 저절로 근심이 없어질 것입니다."
유철의 말대로 물이 저절로 갈라지며
몸을 적시지도 않았고
양 귓가에 바람 소리만 세차게 들릴 뿐이었다
수부에 도착한 뒤
유철을 따라
웅장한 저택의 계단을 올라가니
아름다운 여자가 의남을 맞이했음
"저의 부친께서 오랫동안 가향(家鄕)을
떠나계셔 소식을 듣지 못하였었는데
음신(音信)을 전하여 주시다니
대단히 갑사합니다.
부친은 그대와 결혼하라는
가르치심을 주셨습니다.
그대의 뜻은 어떠 하신지요?"
의남은 기뻐하며 청혼을 수락함
"나는 사람이 아니라
용왕의 딸, 용녀(龍女)인데
그래도 상관 없으시겠는지요?"
"문제 될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의남은 그대로 수부에서 사흘을 머물렀음
그동안 육지에서 보지 못한 진귀한 음식과
교초*라 불리는 전설 속의 비단으로 옷을 만들어주었음
*교초:교인(인어)이 가졌다는 물에 젖지않는 비단
사흘째 되던날 의남이
육지로 나가고자 하니
공주가 물었음
"어디로 가실 것입니까?"
"휴가한 기한이 이미 지났으니
죄를 책망함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얼른 나가봐야겠습니다."
"당신은 관가에서
무슨 직임을 띠고 계셨습니까?"
"지인입니다."
"지인의 의복이 어떻게 생겼는지요?"
"긴 웃도리에
쾌자를 입습니다."
공주는 그 자리에서
바로 교초를 이용해 의복을
만들어 입히고 이렇게 말함
"일후에는 반드시 자주자주 들어오십시오."
"그리하겠습니다."
원래 사또에게 신뢰받던 의남이었지만
휴가 기한이 다 끝나고도 돌아오지 않았기에
사또는 굉장히 화가 난 상태였음
어째서 돌아오지 않는건지
의남의 집에 가서도 추궁했지만
의남은 집에도 들리지 않고
연못으로 간거였기 때문에
의남의 부모님도 의남을 행방을 알 수 없었음
사또는 의남의 아버지를 가둬두었고
의남의 어머니는 의남을 찾아 헤매었음
수부에서 나와 집까지 열심히 달려
6일째 되는 날 돌아온 의남
어머니는 의남에게 이렇게 말함
"관령이 엄하고 급한데
너는 도대체 어디 갔었길래
이처럼 지체하였느냐?
너의 부친은 감옥에 갇혀있고
우리들도 너를 여러 날 기다렸다.
너는 반드시 엄중한 문책을 당할 것이다.
급히 급히 들어가서 원님께 알현토록 해라."
의남은 곧장 관아로 달려가 엎드렸다
그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사또는 반색하며
나와봤는데 의남이 입고있는 의복이
도저히 인간 세상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다워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물었다
"너는 말미를 받은 후 어디로 곧장 갔었느냐?
그리고 입고 있는 의복은 어느 곳에서 나온 것이냐?"
의남은 사실대로 말했고
사또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질책하지 않고 말했다
"네 아내가 용왕의 딸이라면
그 자태가 심히 아름다울 터인데
나도 한번 만나보고 싶구나
내게도 한번 만나게 해줄 수 있느냐?"
"....가서 아내와 의논해 보겠습니다."
의남은 공주에게 사또가 당신을
한번 만나길 원한다고 전했고
공주는 함부로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어렵다고
매우 난처해 했다
하지만 거듭된 의남의 부탁에 결국 청을 수락했고
이 사실을 들은 사또는 매우 기뻐하며
연못가로 가서 공주를 기다림
소문을 들은 백성들도
용공주를 구경 하겠다고 물가로 몰려들었다
의남은 유철에게 공주를 모시고 나오라 했는데
유철만 다시 나와서 말함
"공주께서 융복(군복) 차림으로 나올까
평복 차림으로 나올까 물으십니다."
사또는 이왕이면 융복이 좋겠다고 했고
유철이 돌아가 그리 전하자
공주는 망설이다가 결심한듯 알겠다고함
융복으로 나온다는 말을 들은 사또와 백성들은
그 미색을 대단히 기대하며 공주가 나오길 기다렸음
얼마 후 물이 부글부글 끓더니
물 아래서 두 개의 뿔이 솟아오르고
황룡 하나가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냄
그 눈은 섬광처럼 붉었고
비늘은 매우 생생하여
군복 차림의 미인을 기대했던
사또와 백성들은 눈앞의 커다란 용의 모습에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공주는 예상했던 결과였는지 상심하여
곧장 물속으로 돌아갔고
미인을 보지못해 실망한 사람들도 물가를 떠났다
어쨌든 이 일로 의남은
용의 남편이라는 게 증명되었으니
수부에 들릴때마다 휴가를
쉽게 얻을 수 있었음
그러던 어느 날...
가뭄이 심하게 들어 모두가 힘들어 하고 있었음
그동안 갖은 노력을 해보았지만
이제 굶어죽는 백성까지 생길 판이라
사또의 근심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사또는 의남의 아내가 용이니
능히 비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의남에게 부탁함
"자네의 아내가 용이지 않은가.
제발 비를 내리게 해달라고 해주게.
이렇게 가뭄이 이어지다가는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을 걸세 ."
".....부탁 해보겠습니다."
의남 역시 공주가 들어주기 어려운 부탁이란걸
알고 있었지만 사또의 청을 거절 할 수 없어
공주에게 가서 이 사실을 전했다.
"비를 내리는 것은 용이 하는 일이지만
하늘의 명이 있어야 비를 내릴 수 있습니다.
지금은 천제의 명이 없으므로 어렵습니다."
"부인께서 마음대로 행할 수 없다는 것은
저 역시 알고 있지만...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이 땅의 백성들이 굶어가고 있습니다.
모두 비를 갈망하고 있어요.
부탁입니다, 부인."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의남의 거듭된 호소에
이번에도 공주는 억지로 부탁을 들어주게 됨
"부인, 비를 내리는 것을 내가 같이 가서 봐도 되겠습니까?"
"저는 용이지만 그대는 인간의 몸이지 않습니까.
무슨 수로 구름에 오르겠다는 것입니까."
"부탁입니다 부인.
무슨 수가 없겠습니까?
나도 용을 아내로 두었으니
한 번쯤 하늘에 올라보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내 겨드랑이 아래 비늘을
단단히 잡고 절대 놓지마십시오.
절대로 양손을 내 비늘에서 떼어서는 안됩니다."
"알겠습니다. 약조하지요."
공주는 버드나무 가지와
물이 든 작은 병 하나를 가져오더니
의남을 겨드랑이에 끼고
곧 바로 융복 차림인 용모습으로 변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절대로 양손을 놓으면 안된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의남은 비늘을 두 손으로 단단히 잡고
자신이 살던 마을을 내려다 봤다
가뭄으로 인해 논밭이 갈라진 모습이 보였다
공주는 버드나무 가지에 병에 든 물을 적셔
세 방울 아래로 떨어뜨렸다
곡식이 말라죽는 모습을 본 의남은
그 정도 양으로는 부족하다 생각해
자신도 모르게 비늘을 잡고 있던
한 손을 떼어내서 병을 든 공주의 앞발을 잡아당겨
병 속의 물을 모조리 아래로 쏟아버렸다
공주는 크게 놀라 소리쳤다.
"이게 무슨짓입니까!"
"왜, 왜그러십니까."
"앞으로 큰 화가 미칠것입니다.
그대가 따라오겠다는 것을
말렸던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늘에서 양손을 떼지 말라고 했거늘...
수부의 한 방울 물은
인간 세계에서는 한 촌의 비입니다.
세 방울이었으면 이미 족한데
이제 병 전체의 물을 다 엎질러버렸으니
그 해를 어찌 다 말로 할 수 있겠습니까?"
공주의 말대로 아래 땅에선
갑작스러운 폭우와 큰 홍수에
모든 밭이 쓸려가고 있었다
공주는 의남을 안전한 곳에 내려주고 말했다
"나는 하늘에 죄를 지었으니
천벌을 피할 수는 없겠군요.
만약 나와의 정을 잊지 않으신다면 이후
백각산 아래에 가서 내 머리를 거두어 묻어주십시오."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공주는 다시 황룡의 모습으로 변해 떠나버렸고
의남은 물난리가 그친 뒤 마을로 돌아왔다
자신이 했던 행동을 뒤늦게 후회해 봤지만
물에 쓸려 망가져버린 고향 땅과
목숨으로 벌을 받게 된 아내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의남은 공주의 말대로 다음 날
백각산 아래로 가보았더니
잘려나간 용의 머리가 떨어져 있었다
의남은 그 머리를 집으로 안고 돌아와
모래와 흙을 씻어낸 뒤
백각산 아래 묻고는 통곡했다
끝
<청구야담>에 수록된
의남임수환유철(義男臨水喚兪鐵)
이라는 이야기고
<청구야담>에는 없지만
뒤에 후일담이 붙는 건
<동상기찬>에 나오는데
의남은 이후로 재혼을 못하고 있다가
15년 뒤에 용천읍에 사는
용씨 집안의 딸과 이어지게 되는데
그게 용공주의 환생임 ㅋ
(참고로 공주와 결혼 당시
의남의 나이가 15세라고 함)
거기서는 의남과 공주가 결혼하게 된 것도
다 정해진 운명이었고
다시 만나게 되는 것도 정해진 거였다고 함
의남의 아버지가 과거에 잉어 두 마리를 살려줬는데
그중 숫놈은 죽었다가 의남으로 환생한 거고
암컷 잉어는 용공주였다는 거임 ㅋ
뭐 암튼 공주만 불쌍함
용일 때도 별 볼일 없는 인간 남편땜에 고생하고
인간으로 환생해서도 15살이나 차이나는 놈하고 살아야되노
첫댓글 개짜증나네 하여간 한남은 예나 지금이나 말 쳐안듣고 징징거리는건 똑같다니까 한남의 공주병은 예로부터 전해진 고질병이구나
우리나라 전통설화는 다 왜 이러는거야
의남아 말좀들어라;;;
으이구 한남아 유구하노
한남들아ㅜ말좀 처 들어
어휴 콱 물어 죽여버렸야하는데 뭔 놈의 정;
싮알 한번 잉어로 만났음 되었지 3번이나 환생해서 만나노... 여자 좀 냅둬ㅠ
진짜 유구하구나 ㅋㅋㅋ 전통설화 중에 한남이 일 안 그르치는게 없네
모지리 한남이랑 엮여서 목숨도 잃었는데 환생해서 또 엮이네
어휴 한남은 진짜..
너무 재밌다 여시야
아오 한남아........ 글 너무 재밌다 ㅠ
역시 xy는 모자란게 맞다 어휴 글 재밌었어!!
미친놈이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