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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인연을 맺고 도반으로 새로운 삶을 찾은 중견 탤런트 김영란.조양자 씨. 이들은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지난 4월15일 서울 용산 조계종 군종특별교구를 방문해 교구장 자광스님과 차담을 나눴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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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불도를 닦는 벗을 의미하는 도반(道伴). 외로울 수 있는 구도의 길을 함께 걸어 갈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 불제자로서 신행생활을 함께하는 도반이야말로 또 다른 스승이다. 특히 재가불자에게는 스님의 가르침만큼이나 도반의 존재가 중요하다. 30년 넘게 안방극장에서 활약해 온 중견 탤런트 조양자(56) 씨, 김영란(55) 씨도 불교에서 인연을 맺은 도반이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면서도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치열한 연기자의 삶을 살아온 이들은 중년의 나이에 불교 도반으로 새로운 길을 함께 걷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탤런트 조양자, 김영란 씨를 만났다.
조양자, 108배로 하루 시작
김영란, 군포교 원력 보살
함께 신행하는 평생도반
부처님오신날을 한 달 여 앞둔 지난 4월15일 서울 용산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에 단정하고 멋스럽게 차려입은 중년 여성 두 명이 방문했다.
30여 년 동안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했던 연기자 조양자.김영란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누가 봐도 한눈에 알아볼 이들의 방문에 봉축준비로 한창 바쁜 군종교구장 자광스님도 잠시 일손을 놓았다. “스님, 그 동안 별일 없으셨어요?” 익숙한 모습으로 두 손 모아 합장 반배하는 두 연기자의 인사에 군종교구장 자광스님은 “많이 바쁘실 텐데, 방문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불자 연예인으로 의례적인 방문이 아닌 오랜 인연을 이어온 스님과 신도 간에서 느낄 수 있는 친근함이 배어있다.
조 씨는 자광스님에게 20년 넘게 불교 가르침을 배우고 있다. 또 김 씨는 조 씨의 소개로 군종교구와 인연을 맺어 수 년 전부터 논산 육군훈련소 호국연무사 신축불사 등 군포교에 힘을 보태고 있는 만큼 갑작스런 방문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자광스님은 “조양자 보살의 권선으로 김영란 보살이 불교에 귀의하게 됐고 군포교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어 천군만마를 얻은 듯 힘이 된다”면서 “특히 개신교세가 강한 연예계에서 재가도반으로 서로 아껴주며 신행생활도 열심히 하고 있는 점은 불자들의 모범이 될 만하다”고 격려했다.
김영란 씨를 불교의 세계로 이끈 조양자 씨는 매일 아침 108배 정진과 <금강경> 독송으로 하루를 시작할 정도로 누구보다 신심 깊은 불자다. 법명은 ‘만덕화’. 대구 동화사에서 학봉스님으로부터 “영부인에 버금가는 덕을 쌓으라”며 받은 법명이다. 조 씨는 독실한 불자였던 어머니 박금선 씨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불교와 친숙했다. 어머니 역시 매일 <천수경>을 독송했으며 전국 사찰을 다니며 신행과 불사에 동참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누가 봐도 독실한 불자였어요. 얼마나 많은 사찰 불사에 동참하셨는지, 전국 어느 사찰을 가도 우리 가족 이름이 있을 정도니까요. 또 학교를 다니지 않으셨지만, 독학으로 붓글씨를 배워 지금도 틈나는 대로 사경을 하세요. 또 집안에 연등이 많아 집이 절이나 다름없죠. 그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저 역시 불교가 좋고 항상 의지가 됩니다.”
조 씨에게 어머니는 불교로 이끈 도반이자 스승이다. 그는 바쁜 연기생활을 이어오면서도 불교의 끈을 놓지 않았다. 새벽이나 밤늦게 끝나는 불규칙한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틈나는 대로 인근의 사찰을 찾아 참배하며 신행생활을 이어갔다. 지방촬영을 나설 때면 108배를 할 수 있는 신행가방을 먼저 챙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 씨는 “화려하게만 보일 수 있는 연기자 생활이지만, 나름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안고 있다”면서 “사찰을 찾아 기도를 올리면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어 연기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 씨의 독실한 불심은 평소 가깝게 지내던 동료 연기자 김영란 씨에게 전해졌다. 누구보다 화려한 주목을 받으며 연기자로 데뷔한 김 씨는 30여 년 동안 국민들의 사랑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아 온 스타급 연예인이다. 하지만 굴곡이 많은 연기자의 삶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평소 불교에 대한 호감이 있긴 했지만, 불교에 문외한이었던 김 씨는 지난 2005년 평소 알고 지내던 선배 연기자 조 씨에게 무작정 전화해 절에 가고 싶다고 부탁했다. 그렇게 난생처음 찾아간 사찰이 자광스님이 주지를 맡고 있는 용인 반야선원이다. “우연히 성철스님의 책을 읽어 불교에 대한 호감이 있었지만, 평소 종교에는 큰 관심이 없었어요. 나이를 먹다보니 인생에 대한 회의도 들고 해서 답답한 마음에 불자인 양자 언니에게 절에 가고 싶다고 졸랐죠. 반야선원에서 자광스님에게 인생의 큰 교훈을 배웠어요. 살면서 내려놓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깨달으니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었어요. 모든 것이 집착해서 생기는 욕심이었던 거예요. 앞으로 기회가 되면 우리 아이들이나 주위 연기자들에게도 불교의 참맛을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중년의 나이에 불제자로 새로운 인생을 찾았다는 김영란 씨는 자광스님과의 인연으로 육군훈련소 호국연무사 신축불사에 동참하고 홍보영상에 무료로 출연하는 등 불자 연예인으로 포교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 씨는 “남들이 보기엔 화려하게만 보일 수 있겠지만 굴곡 많은 30여 년의 연기생활이 쉽지 않았다”면서 “때로는 스타로 기억하고 있는 팬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불교에서 배운 가르침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스타로 살아왔던 과거보다는 평범한 생활인의 삶이 더 만족한다”면서 “앞으로 불교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이웃에게 봉사하는 불자로 살아가고 싶다”고 남다른 포부를 밝혔다.
“108배를 안하면 밥을 안 먹은 것 같다”며 모범적인 신행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조양자 씨와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며 여생은 사찰 인근에서 보내고 싶다”며 불교의 매력에 푹 빠진 김영란 씨. 이들은 30년을 이어온 동료 연기자에서 불교에서 인연을 맺은 도반으로 새로운 여정을 떠났다. 더불어 한 목소리로 연기자의 꿈을 키우고 있는 불자들에게 “기대보다 연기자의 삶이 고달프고 스타로 성공하는 사람도 극소수”라며 “꾸준히 실력을 쌓고 평생 연기자로 살겠다는 각오를 먼저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