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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사랑이다-7
11.
작은 개울은 그 본류를 향하여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브로험은 그 다리 건너 잡초와 잔디가 섞여있는 들 사이에 난 자동차 길이 끝나는 곳에 서 있었다. 다리를 지나서 1킬로미터는 될 것이었다. 그 좌측에 바랜 푸른 색을 띈 유카리 나무로 만든 1미터 높이의 상판위에 아이다호 인디언들의 천막같은 꼬깔 모양의 3개의 하우스가 있었다. 천지수는 펠콘을 천천히 움직여 브로험 옆에 세웠다. 브로험은 들어온 방향으로 앞이 주차되어 있었다. 그는 이곳에 오래 있지는 않을 것이었다. 차에서 내려 보는 천막하우스는 웅장하였다. 앞의 두개 하우스에서 조금 뒤에 세워진 세번째 하우스는 더 컷다. 1미터 정도의 간격으로 기둥을 아주 촘촘히 박아서 그 넓은 상판을 지탱하도록 하였다. 세개의 하우스는 그 상판위에 지어진 것이다. 지반 침하를 계산하여 얼마나 깊이 파고 내려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정도면 그들만의 건축 공학적인 설계를 기초하여 지어진 것이라 믿어도 틀림이 없을 것이었다. 유칼리 나무는 물속에서도 가라앉는다. 오랫동안 썩지 않으며 자체에 방부와 방충 메커니즘이 있어서 죽었지만, 살아있는 나무라 하였다.
10미터는 족히 될 듯한 높이의 고스트 검 트리 (ghost gum tree)나무들이 그 하우스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하우스의 벽은 유칼리와 고스트 검 트리로 하였고, 지붕은 캉가루와 워나비 가죽에 기름을 칠하여 덮었다. 중간 부분에는 지름 20센티미터 크기 정도의 플랩이 달려 있었다. 포치로 올라가는 계단은 역시 바랜 푸른색의 유칼리 통나무 9개로 만들었다. 출입문 역시 무거운 유칼리 통나무를 반으로 잘라 연결하여 만들었으며, 특이한 것은 정면 벽에 가로 세로 1.5미터 됨직한 통 유리로 창을 만들었음을 보았다. 천지수는 하늘을 쳐다 보았다. 전선이 있었다. 전기가 동력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천지수! 도대체 여기가 어디에요? 사막을 지나 오아시스에 우리가 도착한 거예요?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차에서 내린 지선경이 펼쳐진 광경에 놀라워 하며. 천지수 곁으로 다가 갔다. 그녀의 눈길은 세개의 꼬깔 천막에서 떠나지않았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어요. 저기 보이는 돌산과 지나 온 사막과 옆에 함께하여 온 에머데우스 강 그리고 이 푸르며 촉촉한 초원과 원주민들이 지은 꼬깔 하우스와 그 하우스를 지탱하고 있는 통나무 마루. 이 모든 것들이 잘 조화되면서 우리를 이곳까지 지루하지 않게 끌어 당긴 것 같아요. 그렇죠. 천지수?”
12.
그 때, 와이카바씨가 포치의 계단을 조심스레 딛으며 내려왔다.
“천지수. 그리고 지선경.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지금 곧 울루불루 추장께서 나오십니다. 저는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때가 되면, 떠나시기 전에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와이카바 족장님을 떠나기 전에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는 팔뚝을 내 밀었다. 천지수도 팔뚝을 내 밀었다. 팔뚝이 교차하는 인사였다. 손바닥만 잡는인사보다는 거리를 좁혀야 이 인사를 할 수가 있다. 서로의 냄새까지도 맡을 수가 있다. 친해서 믿지 않으면 이런 인사를 할 수가 없다. 단 한방에 끝날수가 있기 때문이다. 지선경은 놀라 망설이며 천지수를 봤다. 천지수가 고개를 끄득였다. 그가 지선경에게도 팔뚝을 내 밀었기 때문이다.
와이카바씨가 먼지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떠나자 곧 그들은 포치의 계단위에 서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얼핏 보기에 키는 천지수보다 조금 작았으며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눈썹은 짙었고 눈은 크고 눈동자는 맑았다. 얼굴은 둥글었다. 나이는 얼굴만으로 약 50대 중반으로 생각되었으며, 옥양목 같은 흰천으로 한쪽 어깨와 몸과 그 아래 하체를 감고 있었다. 그러나 하체는 활동하기 편하도록 무릅까지 오는치마형이었다. 그는 원주민 모습과는 좀 다른 인도인같은 모습이었다. 눈이 들어갔고 코가 제대로 발달되었고, 입술만 두툼하며, 그래도 튀어 나오거나 하지 않았다. 이목구비가 제대로 잘 갖추어진 잘 생긴 모습이었다. 대체로 외모로는, 별 흠이 없는 사람이었다.
호주인이면 누가봐도 오시아부오리지널(호주원주민)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며 그것이 맞을 것이다. 누가 그를 울루불루추장이라 짐작하겠는가? 1에서 9까지 다 아니다. 단지 하나 그 꼬깔 하우스에서 나왔다는 것만 빼고는. 그러나 그는 울루불루 추장이었다.
“I’m Ulubulu. Come on in, please. 제가 울루불루입니다. 두분 이리로 오시지요.”
그의 목소리는 낭낭하였다. 그는포치앞 계단을 내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문없는 입구로 들어갔다. 둘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허나 들어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오르는 계단은 비가 올 때는 특히 조심해야 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선경이 천지수의 손을 잡았다. 넘어져도 함께 넘어지자는 속셈이었다. 그런 지선경의 손을 제임스가 더욱 꼭 잡았다.
거실은 의외로 밝고 환하였다. 예상했던 냄새도 없었다. 실내공기가 맑았다. 바닥은 수평을 맞춘듯아주 고르게 밝은 회색빛 양탄자가 깔려 있었다. 실내가 온화한 밝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꼭대기 꼬깔부분이 우유빛 반투명 유리로 덮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형의 벽은 역시 들소와 워나비 켕거루등의 가죽으로 둘러처져 있었다. 안쪽 벽 중간쯤에 환기구멍이 있었다. 밖에서 본 그 플랩이 비 바람을 막아주고 있었다. 대단한 건축방법이었고 섬세하고 자세한 인테리어였다. 원형 바닥의 중간에 원형 탁자가 있었고 그 탁자 주위로 12개의 나무 줄기로 만든 듯한 의자가 있었다. 울루불루 추장은 그 하나에 앉아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천지수와 지선경이 실내를 둘러보며 천천히 그의 맞은 편 의자에 앉자 이곳에서 갈아입은 듯한 흰색의 원피스를 입은 쟈스가 캔콜라 3병과 조금 작은 크기의 캔 하나와 프라스틱 라이터 그리고 유리로 만든 재털이가 담긴 나무껍질로 만든 갈색 쟁반을 탁자 위에 놓았다. 쟈스는 허리에 두른가죽 띠의 앞 부분에 두 손을 올려놓고 한 발 물러서 울루불루 추장 옆 뒷편에 섯다. 쟈스의 눈은 지선경을 살피고 있었다. 와이카바씨의 집에서 부터였다. 천지수도 그것을 느꼈다. 설마 호감이겠지, 사랑일라고. 하며 넘어갔다. 지선경은 첫 인상이 이쁘고 아름다운데다 크고 호수같이 맑은 눈과 아랫입술이 윗 입술보다 조금 더 매력적으로 넓고 눈과 코 입들이 얼굴에서 가장 호감적인 배분으로 자리잡고 있어서 그녀를 보는 사람들은꼭 두번 이상씩 다시 쳐다 보고야 만다. 쟈스도 호락한 인물은 아니었다. 와이카바씨가 처로 하였음에야… 그런 그 녀가 지선경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좋은 상황 일 것이다.
“자. 긴장을 푸시고 편안하게 콜라로 갈증을 달랩시다. 이것들이 충분히 그 역활을 다 할 것입니다.천지수 그리고 지선경.”
울루불루 추장은 50개들이 담배 캔모리아스의 뚜껑을 열고 천천히 흰 필터가 붙은 모리아스 한개피를 꺼내어서 입에 물었다. 그는 쟁반 안에 있는 초록색 플라스틱 일회용 라이터를 들었다. 분명 메이드인 차이나 일 것이다. 50개들이 한 캔의 담배. 모리아스. 제임스는 그 담배를 보면서 파란만장했던 과거 호주생활을 기억했다. 그도 모리아스 캔을 사서 피웠었다. 변하지 않았음에 반가웠다. 울루불루 추장은 아직 불을 켜지 않았다.
"나는 지금 천기누설을 하려하오. 들으면서 궁금한 것들이 많겠지만, 나에게 많은 것을 묻지 않길 바라오. 내 말이 다 끝날 때까지. 아시겠오?"
그의 음성은 그렇게 생각해서 인지 천상은 아닌 것 같지만, 지하에서 울려 오는 괴기를 띈 음성이었다. 지선경이 먼저 입을 얼었다. 그 목소리는 맑았지만, 작았다.
"예. 알겠어요. 궁금한 것이 있어도 참겠어요."
천지수가 고개를 돌려 지선경을 봤다. 지선경은아주 진지한 모습으로 두 눈을 똥글 똥글 뜬채 깜박도 하지 않고 울부불루 추장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초등학생이 선생님의 말씀을 초롱 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며 듣고 있듯이. 지선경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예. 그대로하겠습니다. 말씀하시지요."
천지수는 자리를 고쳐 앉으며 비장함마저 깃든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울루불루 추장은 라이터를 켜서 타오는 불꽃을 담배에 가져가 불을 입에 문 담배에 붙혔다. 그리고 깊이 담배연기를 들이 삼킨 후 고개를 들어 천장으로 내 뱃었다.
"인연이라는 것은 인간이 알고 이해하기는 너무 오묘한 자연순행의 한 법칙이오. 오래 전부터 우리 부족은 인연이라는 이름아래 부족외의 사람을 만났오. 그것이 인연이라고 알려준 사람은 당신들이 이미 만났던 싱할라마 초인이요."
천지수는 초인에 대하여 묻고 싶었다. 싱할라마가 초인이라고는 지금까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를 처음 만났던 인도에서도, 몰디브에서도 그를 그런 류형으로 집어 넣지 않았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니 범상하지 않고 평범치 않은 말과 행동들이 많았음을 그때, 느껴졌다. 초인 비슷한 쪽으로 왜 한번도생각해 볼 수 없었을까? 천지수는 스스로의 내공이 아직 일천함을 느꼈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옆구리가 아펏다. 지선경이 슬며시 손가락으로 찌른것이다.
“스쳐버리는 인연이라고 스스로 만들 수도 있고, 소중한 인연이라고 스스로 만들 수 있는겁니다. 나는 당신들과의 만남들이 세상에서 한 번 만나는 인연으로 느꼈기 때문에 그렇게 만들었오. 이 인간세상은 당신들은 물론 나도 모르는 오묘함이 많오. 그러나 당신같은 인간들이 모르는 영의 세계가 또 있습니다. 그것은 나도 정확히 말 할 수는 없오. 초인이신 싱할라마께서 하신 말씀이오. 그 분은 몇 번 환생하였기에 년령에 대한 개념이 없는 분이십니다. 이 말은 종교를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아. 내가 너무 일찍 멀리 나갔습니다. 우선 지선경께서는 시원한 물에 샤워하고 좀 휴식을 가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먼 길 달려 오너라 변변히 쉬지도 못하셨을 것 같군요."
울루불루 추장은 쟈스를 보며 고개를 끄득였다. 지선경은 듣던 중 가장 반가운 말을 들었음에 쌍수를 들고 반기고 싶었으나 옆에 앉은 천지수가 걸렸다. 그녀가 천지수를 돌아보자 기다렸다는 듯 그가 머리를 끄득였다. 그녀는 놀라서 그녀의 머리를 끄득였다. 그러자 천지수가 다시 머리를 끄득였다. 그 둘의 모습을 보고있던 울루불루 추장이 머리를 끄득였다. 그것으로서 딜은 성사되었다. 쟈스가 지선경의 곁으로 가서 정중히 그 녀를 모시듯하여 입구 반대편의 다른 문으로 나갔다. 이제 큰 홀에는 그들 둘만 남았다.
울루불루 추장은 그제서야 담배에불을 다시 붙혔다. 그는 담배가 든 쟁반을 천지수쪽으로 밀었다. 모리아스 50개들이 알류미늄 캔. 언젠가 늘 함께했던 담배였다. 천지수에게는 추억의 담배였다. 아마도 천지수가 다녀 본 지구상의 나라들 중에서 오직 호주에서만 살 수 있었던 50개들이 알류미늄 캔 담배 모리아스. 천지수는 팔을 뻗어 단 한 번만에 50개들이 캔에서 1개피를 꺼내어 입에 뭄과 거의 동시에 왼쪽 주머니에서 꺼낸 은색 지포 라이터를 켰다. 라이터에서는 팅하는 맑고 경쾌한 금속성 소리와 함께 파란 불꽃이 튀듯하며 빨강색 불이 타 올랐다. 울루불루 추장의 눈이 천지수의 몸짖을 따라 다녔다. 일종의 경이로움과 함께. 천지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나서 다시 두껑을 닫았다. 꺅하는 소리와 함께 한번에 불이 꺼지고 다시 은색 지포는 천지수의 손바닥에 남았다. 허리를 굽혀 탁자밑에 둔 빽쎅에서 무언인가를 꺼낸 후 그는 나무 쟁반에 든 프라스틱 일회용 라이터를 들어내고 은빛나는 실버 지포를 조심스럽게 그 자리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노란 프라스틱 병과 24개의 라이터 돌이 들어있는 투명 프라스틱 케이스를 함께 놓았다. 그리고 그 쟁반을 울루불루 추장 앞으로 밀었다.
“이것은 순은으로 만든 지포 라이터입니다. 그리고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라이터 깨스와 돌입니다. 가격도 보통 사람들이 사서 사용하기에는부담가는 높은 가격이며, 저는 그것을 저에게는 가장 귀한 사람 지선경에게서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 사람의 마음과 함께 이 라이터를 추장님에게 드립니다. 거절치 말고 일언지하에 받아 주십시요. 감사합니다.”
그는 마무리 말까지 다 해 버렸다. 투명 지붕위에서 비취는 햇살을 받아 그 라이터는 더욱 빛났다. 울루불루 추장은 그 라이터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천지수의 눈을 보았다. 그는 고개를 끄득였다.
“두 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겠습니다.고맙습니다.”
그는 그 라이터를 잡았다. 그리고 햇볕을 향해 들어 올렸다.
"천지수!"
울루불루 추장이 금방 받은 지포라이터에 불을 켜 새로운 담배에 불을 붙이며 불렀다.
"예. 울루불루 추장님."
천지수가 그를 보며 대답하였다. 그의 얼굴에서 긴장을 읽자 천지수는 자리를 다시 고쳐 앉았다. 예상같이 그의 나직한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지금 내가 하는 말을 따라 실행하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들어 줄 것으로 믿오. 이 실행은 절묘하게 때를 맞춰 나를 방문한 두 사람을 위하여서 이기 때문에 이해를 먼저 한 후 두 사람의 완전한 동의와 믿음아래 할 수가 있오. 아시겠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폐부로 파고들듯 날카로웠다.
천지수는 이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천지수는 이런 류형의 틀 같은 것과 형식적인 긴장상태에 놓여있는 것들에 익숙치 않았다. 그 만큼 그러한 것들과는 친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천기누설적인 음모같은 이야기를 울루불루 추장에게서 들었다. 그 사이 쟈스가 3번 그린티를 채워 놓았고, 2번 커피를 가져왔고, 2번 얼음이 든 시원한 콕을 갖다 놓았다. 울루불루 추장이 9개피의 담배를 피웠고 천지수가 5개피의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울루불루 추장은 잠시 후 만나자며 뒷문으로 나갔고 천지수는 꼬깔 천막하우스 앞 잔디 정원으로 나왔다. 해는 아직 서쪽 유칼리 나무 중턱에서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힘은 다소 완화되어 있었다. 살랑이며 불어 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정원 건너편 언덕아래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곳은 사막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에메데우스 강 지류가 아닌 다른 어디에선가 맑은 물이 공급되고 있었다. 북쪽은 돌산이었다 중간쯤 곳곳에 푸른 잎을 가진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아마도 산 속 어디엔가 이 물의 근원이 있을거라 천지수는 짐작하였다.
“천지수. 뭘 그리 유심히 보고있어요?”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지금 그녀의 목소리는 더욱 맑게 들렸다. 지선경은 헐렁한 반바지에 넉넉한 면 티만 입고 다가왔다.
“지선경!”
그는 돌아서서 다가오는 지선경을 불러 세웠다. 그녀는 놀라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더 가까이 오지 못하고 주춤 2미터앞에서 섰다.
“오늘 우리는 아까 내가 말했던, 에메데우스 강의 북쪽에 있는 가부에카당카의 돌산에 있는 동굴 쏘울나들목에서 묵어야 해. 울루불루 추장이 우리를 위하여 특별히 마련해 놓았어. 아주 안전해. 시원하고.”
“아니? 천지수. 우리가 그 돌산에서 왜 자야해요? 이곳에 잘 곳이 없으면, 어서 시내로 나가 묵었던 모텔로 가면 되잖아요? 아니면, 저를 충분히 이해시켜서 그곳에 당신과 함께 묵게 하든지요?”
지선경은 원래 똑똑하고 현명하였다. 그녀는 수학사였다. 잘 넘어 가다가도 그녀가 이해할 수 없는 곳에서는 꼭 이렇게 묻곤 하여 천지수를 당황하게하였다.
“그렇게 하고 싶어. 지선경. 허나, 지금은 다 말 못해. 당신은 나만 따라와. 그러면 다 알게돼.”
“싫네요. 아무리 그래도 무슨영문인지도 모르고 이상한 일들을 한다는 것이 좀 그렇네요. 천지수~ 어서 말해줘요. 선경이는 당신을 무조건 믿잖아요. 당신이 말 하지않으셔도 물론, 저는 따라 갈 것이지만… 그래도 이 지선경이도 미리 좀 알아서 이해하여야 무엇이든 당신을 도울 수 있잖아요. 저는 그러고 싶어요.”
“선경아. 울루불루 추장은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이 어떤 계시에 의해서라고 믿고 있어. 우린 어떤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이곳에 온 것은 아니지만, 그에게는 특별한 의미로 받아들여 진거야. 그는 그들이 전설로 믿고 있던 어떤 것이 우리 둘에 의하여 만들어지길 바라고 있어.”
“그게 뭐예요? 좀 신비하고 요괴적이고 흉흉하게 들려요.”
“아니야. 내가 그렇게 표현을 하니 그런데, 평범하게 생각하면 또 별 것도 아니야. 다만, 우리가 특별한 경험을 한다는 것 뿐이야. 그것은 굴 속에서 며칠을 묵는다는 것이야.”
“뭐예요? 며칠 씩이나. 정말이에요? 왜 며칠씩이나 묵어야 해요? 뭘 먹고 뭘하며 무엇을 위해 그곳에 며칠씩이나 머물러야 하는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