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주들은 운동을 좋아한다. 그리고 잘 한다. 내 생각에 이건 우리 공주들의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도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살면서 여러 가지 운동을 한다는 것은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해 주는 것 같다. 작년에 민채를 따라서 테니스를 배우며 매일 저녁에 흘린 땀은 즐거움과 건강을 동시에 선물한 것 같다. 1년이 지나고 신체검사를 하니 심혈관 나이가 5살 정도 젊어졌으니 그 효과는 가히 놀라울 따름이었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살 수 없듯이 일상적인 생활에서 운동을 추가한다면 좀 더 즐거운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나름의 확신이 든다.
오늘도 민경이가 먼저 실내 클라이밍장을 가자고 했다. 이런 부탁은 내게 큰 기쁨이다. 우리 동내에 있는 가장 큰 곳을 찾아 갔고 시설도 좋았지만 1일 이용료가 만만찮아 아내와 난 구경만 했다. 예전에 여름 캠프에 갔을 때 난 11미터 높이의 절벽을 한 번에 올라간 기억이 있다. 그 당시 나와 민경이는 성공을 했고, 아내와 민채는 아쉽게 실패했다. 아내는 조금 올라가다가 이내 내려왔고, 민채는 거의 다 올라갔지만 마지막에 1계단을 남기고 내려왔다. 우리 가족은 밑에서 민채를 여러번 응원했지만 2학년이 올라가기에는 만만찮은 높이였다. 당시 난 호기심으로 한 번 했는데 생각보다 잘 되었고 신이 나서 더 열심히 했다. 난이도에 따라 몇 군데가 있었는데 난 모두 성공을 했다. 스스로 놀라기도 했고, 많이 살 찌지 않은 몸이라 이럴 때는 정말 괜찮다는 생각을 당시에 했던 것 같다.
이번에도 공주들은 클라이밍을 열심히 했다. 난이도가 낮은 기본부터 시작해서 조교의 지도를 조금씩 받으며 하는데 즐거워하는 모습이 참 좋았고 즐거운 웃음소리에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 날 난 아내와 공주들로부터 받은 작은 섭섭함으로 인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고 공주들과도 약간 서먹했다. 그래서 같이 하기가 싫었다. 하지만 웃음소리에 이내 기분이 좋아졌고, 표현을 잘 하지는 못했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이내 즐거움이 가득했다. 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이 약간 답답한 정도였다. 그래도 쉽게 기분이 풀어진 모습을 보이기에는 뭔가 좀 기분이 별로였고, 이 사이에서 나 혼자 겉으로 화나고, 속으로 즐거워해야 하니 약간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뭔가를 같이 하는 이런 상황이 오면 난 자연스레 기분이 좋아지니 같이 있는 것은 늘 좋다.
클라이밍장의 손잡이는 인공암벽이고 약간 까칠하기에 얼마 지난 후 공주들은 손가락 끝이 아프다고 했다. 그리고 안 쓰던 근육을 써서 그런지 팔과 다리도 아프다고 했다. 민경이는 잘 하려는 욕심이 지나쳐서 조금 무리하다가 손 끝에 피가 나기도 했다. 그래도 이런 과정을 거치며 공주들은 조금 더 성장한다. 난 공주들에게 늘 이야기 한다. 공주들이 운동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아주 자랑스럽다. 민경이는 클라이밍이 재미가 있는지 피가 난 아픈 손으로도 계속해서 하고 싶어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조금 안쓰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내 기분이 더 좋아진다. 공주들이 뭔가를 열심히 하려는 노력은 나를 아주 기쁘게 하기 때문이다. 역시 즐기는 것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생각을 다시 해 본다. 체력이 떨어져 더 이상 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서야 공주들은 집에 가자고 했다. 지켜보고 있으면 다른 부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 시간도 잘 가기에 대기하는 시간이 지루하지는 않았다. 잠시 동안 ’나도 할 걸~‘ 이라는 후회도 하지만 오늘은 시작할 때 기분이 별로라서 하지 않았는데 지켜보는 것도 가끔씩은 괜찮은 것 같다. 같이 하는 것과 보는 것 두 가지를 동시에 생각해 본 것 같은 하루다. 두 가지를 조화롭게 하면 좋을 것 같다.
첫댓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소중하지요.^^
그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늘 문제네요~~
"시간아 멈추어다오~~"라고 부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