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만상이 한 법에 찍힌 도장(森羅萬象一法所印)이다. 일체의 모든 만법이 우리 마음에 조그마한 도장이 찍힌 거와 같이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우리 심성에 일체 만물이 물에 달이 비치듯이 다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삼라만상이 하나의 마음거울에 나타난 한 점이라는 것은 곧 무변허공이 각(覺)에서 나타난 바이다(무변허공 각소현발 無邊虛空 覺所顯發).
조선시대에 월봉스님이라는 분이 원각경 보안장을 설하는데, ‘무변허공각소현발(無邊虛空覺所現發)’이라는 구절을, “무변허공에서 각(覺)이 나타났느니라.” 하니, 그 자리에 있던 환성 지안 선사가 “무변허공이 각(覺)에서 나왔다고 해야 옳습니다.” 그래서 둘이 서로 아니다, 맞다 하다가 결국 화엄신장의 판단을 받기로 하고 신장기도를 사흘 동안 했다. 회향일에 어떤 누더기를 입은 수좌가 와서 심판을 하는데, 어떤 해석이 옳으냐 물으니, “무변허공이 각(覺)에서 나왔다는 것이 옳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월봉스님이 밖으로 나가떨어지면서 피를 토하고 죽었다. 그와 같이 무변허공에서 각이 나타난 게 아니고, 각에서 무변허공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 공생대각중 여해일구발(空生大覺中 如海一漚發)이라, 허공이 대각 가운데서 생기게 된 것이 마치 바다에서 물거품이 하나 일어난 것 같다는 말도 있다.
금강삼매경에서 '하나인 근본이 일어나지 아니하여 세 가지 작용이 벌어지지 않고, 여여한 도리에 머물면 6도의 문이 닫힌다(一本不起 三用無施 住於如理 六道門杜)’는 구절을 인용했는데, 어떤 소견에 머무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진리의 법이 있다, 절대적인 성품이 하나 있다, 진여자성 자리가 하나 있다, 나는 깨달아서 아는 것이 있다 이렇게 주장을 하면 부처님 법에 어긋난다. 그와 같이 하나의 근본에서 어떤 것도 일어나는 게 없어야 된다. 일어나면 거기에서 머무르게 되고, 머무르면 어긋나는 것이고 거리가 멀어진다. 이것은 여러분이 본래의 진면목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도록 어떤 것도 내세울 수 없는 것을 해결해 준 것이다. 이 말을 듣고도 여러분이 아직도 어떤 생각에 머물러 있고, 이렇다 저렇다, 이런 건가 저런 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머뭇거리고 의심하고 생각이 왔다 갔다 하면 본인이 지옥 가는 걸 만드는 것이고 스스로 여우를 만드는 것이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헤아리지 않고 즉각 바로 대답을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지, 이런가 저런가 생각을 해가지고 대답하면 벌써 틀리다. 그렇게 계교하지 않고 즉각 대답할 수 있는 힘은 무한대한 지혜(大觀)를 발휘한다. ♣
첫댓글 _()()()_
_()()()_
_()()()_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