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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country Camping
 
 
 
카페 게시글
캠핑/여행 후기 스크랩 Day7-8. 노숙자의 순례길 TMB-뚜르드몽블랑/GR65-르퓌길/까미노 프랑스길
진갈(박진형) 추천 4 조회 1,451 17.01.31 15:00 댓글 44
게시글 본문내용


▲페레 계곡 'Italian Val Ferret'


지난밤 산장에 들어가서 샤워, 밀린 빨래, 전자기기 충전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서 빨래 건조까지..

산장 직원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의 목적지 'La Fouly' 마을


▲엘레나 산장을 떠나며


오늘은 이탈리아와 스위스의 국경 '페레 고개(Grand Col Ferret, 2537m)'를 넘는다.



엘레나 산장에서 페레 고개 방향으로 올라서는 초반 비탈부는 일정한 트레일이 형성되어 있지 않고 소로가 이리저리 어지러이 널려 있어 각자 알아서 편한 길을 따라오르면 된다.


▲페레 고개 'Grand Col Ferret, 2537m'


노숙하는 내가 걱정되어 밤새 잠을 설쳤다는 마르세유 거지들

페레 고개 정상부는 안무에 가려 지척조차 구분하기 어렵다. 강풍마저 몰아치니 추위가 예사롭지 않아 서둘러 내려간다.




흐르는 구름바다와 이들 사이로 어쩌다 살짝 내비치는 알프스의 속살에 눈을 떼지 못한다.


▲주말을 맞아 산악마라톤을 즐기는 스위스인들




▲라뇌브 빙하 'Glacier de L`A Neuve'


'필요 이상의 장비는 즐겁고 안전한 산행을 방해할 뿐이다.'

-레이 자딘, ≪배낭여행을 넘어서≫ 중에서


▲'Ferret' 마을 도착


▲마르세유 거지들은 Ferret → Champex까지의 구간을 버스로 이동한다


'Ferret La Fouly Champex'
위 구간은 버스 이동이 가능하다.

길 위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 알프스의 풍경 뿐 아니라 이곳에서 만났던 인연 하나하나가 모두 사랑스럽다. 나의 가슴을 뛰게 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던 인연들과의 추억이 앞으로 살아갈 일상의 원동력이 되겠지


▲'La Fouly' 마을


'Ferret' 마을에서 다리를 지나 강줄기를 따라 계속 내려가다 보면 'La Fouly' 마을에 도착한다. 라풀리는 오르지에르 코뮌을 구성하는 21개 마을 중 하나이다.


▲'La Fouly' 슈퍼마켓, Auberge des Glaciers 호텔, 아웃도어 장비점


슈퍼마켓 오픈 시간보다 2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덕분에 이곳에서 미국 부모님뿐 아니라 많은 친구들과 조우했다. 아웃도어 장비점도 있어서 식량, 장비 보충까지 가능하다.


▲베를린에서 온 친구


마을 오솔길을 걷는 'Ferret La Fouly Champex' 구간은 비교적 쉽다. 너무 평이해서 다른 주요 코스들에 비해 볼거리가 없고, 무엇보다 스위스의 비싼 물가 때문에 이 구간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 또한 이곳의 물가가 겁났지만 장바구니 물가는 오히려 프랑스 샤모니와 대동소이했다.


▲이스라엘 친구들과 깡은 커플과의 재회


▲꿀같은 점심식사


관광객은 Bar나 레스토랑을 이용하라는 이유인지 마트에서 판매하는 음료가 시원하지 않았다. 다행히 슈퍼마켓에서 30m 정도 떨어진 곳에 빙하계곡이 있었고, 잠시만 담가놓아도 빙하만큼 차가운 맥주를 즐길 수 있었다.


▲'Camping des Glaciers' 캠핑장


일주일 전 레꽁따민 티에리 형님은 'Camping des Glaciers' 캠핑장에서 멋진 라뇌브 빙하'Glacier de LA Neuve'의 풍경을 바라보며 하루 쉬어가기를 제안했다. 하지만 텐트 없이 비박하는 내게 캠핑장 이용은 큰 부담이었기에 마을 버스정거장에서 노숙하기로 결정했다.

버스정거장 건너편 에델바이스 호텔에 묵는 친구들이 전자기기를 충전해줘서 문제는 없었지만, 다시 TMB를 걷는 기회가 생긴다면 지인들과 함께 캠핑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미국인 아버지 'Glenn'


미국 아버님께 그동안 함께 찍었던 사진을 보내드리기 위해 이메일 주소를 여쭤봤더니 명함을 건네신다. 공군 출신으로 70년대 한국에 파병 왔던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현재 직업이 델타항공 기장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조용한 리더십으로 항상 겸손하고 따뜻한 미소로 남을 배려하시던 아버님이 그립다. 


▲친구들이 준비한 깜짝파티


▲'La Fouly' 버스정거장


호텔에 묵던 친구들이 내가 머물던 버스정거장으로 건너왔다. 본인들도 피곤했을 텐데, 혼자 있는 내가 외로울까봐 찾아온 것이다. 빙하계곡에 담가놓았던 맥주와 약간의 초콜릿 만으로 우리의 버스정거장 만찬은 그 어느 5성급 호텔의 파티보다 풍성했다.


▲상쾌한 아침!!


노숙자가 제안하는 TMB 아침식사 최고의 조합은 '치즈 삼합 (치즈+토마토+바게트)'

오늘은 비교적 완만한 코스에 아침부터 여유를 부려본다. 처음엔 향만 맡아도 헛구역질이 났는데 이제 치즈 없이는 어떤 음식을 먹어도 허전하다. 점점 발효된 치즈를 찾고 있는 나 자신이 신기할 뿐이다




'밀 오솔길'이라 불리는 마을 구간을 통과한다

농업 전통이 풍부한 이 지역에서는 밀농사를 짓고 함께 빵을 굽는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오늘 지나게 될 마을 구간은 `밀 오솔길`이라는 도보여행길로 이 지역 고유의 전통 농업방식을 알린다.


▲설산을 끼고 걷는 마을의 모습


이세르(Issert)

과거 숲으로 들러 찼던 이곳에 사람들이 정착하며 가축을 기르기 위해 나무를 잘라내었는데 이세르는 '나무를 자르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아버님과 함께 오솔길을 걷는다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자연과의 유대와 융화로 점점 변해간다.'

'오솔길의 풀 한 포기에도 더할 수 없는 유대감을 느낀다. 그리고 산과 융화될 수 있다는 느낌이 마음 깊은 곳에서 용솟음친다.'



'걷기라는 지극히 단순한 행위를 통해서 인간은 참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콜린 플레처, ≪완전하게 걷기≫ 중에서



▲작은 마을들을 통과한다


집들은 극도로 공을 들여 일일이 손으로 심은 듯한 꽃들로 장식되어 스위스만의 다소 인위적으로 느껴지는 독특하고 완벽한 풍경이 펼쳐진다.







▲ 전통 샬레(Chalet) 방식의 가옥 형태


둥근 널돌을 기둥과 창고용 건물 사이에 튀어나오게 끼워 넣어 건물을 받쳐 띄우는 구조로 이는 소중한 곡식을 배고픈 설치류로부터 보호하려는 지혜의 방편이다.




'밀 오솔길'을 걷는 'La Fouly Champex' 구간은 다른 주요 코스들에 비해 볼거리가 없을까? 나의 의견은 다르다. 충분히 통과할 만한 가치가 있는 구간이다. 마을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 짧은 코스를 몇 시간에 걸려서 걸었다.

아침 일찍 농사일을 시작하는 농부의 모습과  빵굽는 향기를 맡으며 걷는 스위스의 오솔길은 포근했다.



이 마을에서는 보기 드문 작은 카페를 발견했다.
모든 사람들이 요즘은 어떤 고민이 가장 큰지 한번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여유 있어 보인다.


▲점심식사 '치즈 삼합'





작은 카페에서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TMB 표지판이 보인다. 이때부터 샹페까지는 계속되는 오르막으로 2시간 정도 걸린다. 길 곳곳에 벌목한 나무 밑기둥을 이용해서 이 지역의 특색 있는 동식물을 조각해 놔서 숨은그림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작품들은 `버섯 오솔길`로 이 지역 균류학회에서 교육목적으로 설치한 것들이다.


▲샹페 호수'Champex-Lac' 도착




▲영국인 부부와 재회


▲일광욕을 즐기는 노숙자


▲뉴질랜드 친구들








샹페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호수를 끼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이 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보며 비박을 할지 아니면 조금 더 진행을 할지 고민하던 중 이틀 전 베르토네 산장에서 만났던 뉴질랜드 친구들과 재회했다. 프네트르다르페트(Fenetre d'Arpette) 고개에 있는 Relais d`Arpette 산장에서 묵는다는 말에 한치의 망설임 없이 그들과 동행하기로 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인가보다.


▲샹페 마을 슈퍼마켓에서 장을 본다





Relais d`Arpette까지 가는 길은 어렵진 않지만, 어느 부분부터 표지판이 없다. 위 사진에 보이는 계곡길을 따라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Relais d`Arpette 산장 도착


▲뉴질랜드 친구 Cassie McAdams


▲먼저 도착한 이들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미국 부모님들



이곳의 정확한 명칭은 Pension Restaurant Relais d`Arpette 산장으로 캠핑장은 아니지만 13유로 정도를 내면 온수 샤워에 건물 뒷마당에서 캠핑까지 가능하다. 불과 20m 거리에 빙하계곡이 흐르고 있고 비박할만한 장소 또한 널려있기에, 산장에서의 저녁식사에 13유로를 보태기로 했다.




스위스 가정식에 퐁듀까지, 부모님과 함께 만찬을 즐겼다. 몰래 계산을 해주신 부모님 덕분에 돈을 아낄 수 있었다. 내일은 내가 한턱 내야겠다.




일기 쓰기, 독서, 십자수 그리고 숲 속의 작은 매듭공방까지, 마르세유 거지에서 하루아침에 뉴질랜드 귀족이 된 기분이다. 내일은 이번 트레킹에서 가장 높은 언덕을 넘는 날이기에 조금 일찍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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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7.01.31 15:50

    첫댓글 일광욕을 즐기는 노숙자도 편안해 보이네요~ 좋은사람들과 누릴수 있는 소중한인연~ 복받으셨네요~^^

  • 작성자 17.01.31 18:07

    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 좋은분들이었어요 ^^~~

  • 17.01.31 15:52

    멋집니다
    외국인들의 표정들이 마음속에서 부터 즐거움이 나오는것이 느껴지네요

  • 작성자 17.01.31 18:09

    넵^^~ 풍경 보러갔다가 좋은 인연들을 얻어왔습니다 ㅎㅎ

  • 정말 읽으면 읽을수록 정감이 넘치는 멋진 외국인 친구들과의 스쳐지나가면서 다시 만나는 인연이 참으로 멋지네요
    아름다운 여행으로 책한번 내시죠~~~

  • 작성자 17.01.31 18:10

    말씀이라도 감사드립니다!! ^^~

  • 17.01.31 16:55

    또 다음이 기다려 집니다.
    행운과 안전이 함께 하시길 ...

  • 작성자 17.01.31 18:11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암님 또한 늘 건강하고 안전하시길 기원합니다 ^^~

  • 17.01.31 17:04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신것 같아요. 보는 내내 부러움 가득합니다.

  • 작성자 17.01.31 18:12

    잊지못할 추억 많이 만들어왔습니다 ^^~~ 감사합니다!!

  • 17.01.31 17:37

    진심 멋지당

  • 작성자 17.01.31 18:12

    감사합니다 ^^~~

  • 17.01.31 18:54

    사진들이 모두 예술이예요.

  • 작성자 17.01.31 18:54

    감사합니다 !! ^^

  • 17.01.31 19:10

    버킷리스트중에 한곳인데 너무 멋집니다. 마치 제가 걷는거 같습니다.

  • 작성자 17.01.31 19:53

    꼭 한번 가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 작성자 17.01.31 19:55

    수키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수키님의 까미노 후기 읽으면서 여행을 꿈꿧는데.. 정작 그곳을 다녀와서는..
    한번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 뿐입니다 ㅠㅠ

  • 17.01.31 19:28

    브라보~~브라보~~! 멋집니다~!

  • 작성자 17.01.31 19:56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17.01.31 19:38

    처음부터 잘보고있습니다^^ 계속 기다려지네요 ㅎㅎ

  • 작성자 17.01.31 19:57

    매번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부족하지만 남은 후기도 기대해주세요 ㅎㅎ

  • 17.01.31 20:18

    "진짜가 나타났다!"
    언제부턴지 구독중인데 이제서야 댓글 남깁니다.
    볼수록 흥미진진 오감짜릿 하네요.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 작성자 17.01.31 20:38

    부족한 후기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앞으로 남은 후기도 기대해주세요 ㅎㅎ 더욱 불쌍한 사건들이 기다리고있습니다

  • 17.01.31 20:19

    그냥 박수가 절로 나옵니다. 대리만족 하고 있기에 다음편 기대 됩니다.

  • 작성자 17.01.31 20:38

    감사합니다 ^^~ 앞으로의 후기도 기대해주세요 ^^~

  • 17.01.31 21:05

    (정감)있게~ 잘알 보았습니다.
    저도...몇번씩이나 ㅡ 제네바 비행기표를
    예약을 하였으나....짐이 너무나 많아서
    2~3번씩이나 취소를 하여서 돈만 손해를
    보았네요...이유는~ 짐 ㅡ 엠티비분리. 암벽장비 .빙벽장비. 캠핑장비.
    욕심것 가지고 갈려고 하니....장난이 아니더군요....그래서~
    이번에는 ㅡ (빈몸으로 갈려고요)...(TMB 와 3대북벽)이 유럽에 있기에.

  • 작성자 17.01.31 20:46

    손꼽장난님의 여정을 응원합니다!!! 저도 이번에 딱 한번 다녀온것이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정말 좋은곳임은 분명한듯합니다 ^^ ㅎㅎ

  • 17.01.31 21:44

    멋집니다. 남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그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합니다. 젊음이 부럽고 용기가 부럽습니다.

  • 작성자 17.01.31 22:06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 가진것이 그리 많지 않아서 제가 할수있는건 진심을 담아서 웃는것과 상대를 대하는것이었는데 다행히 많은 이들에게 마을을 전달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었던 여행이 된것같습니다 ^^.

  • 17.01.31 21:48

    사진이 멋있네요...힘차게 응원합니다.

  • 작성자 17.01.31 22:07

    감사합니다 작은배님. ^^~

  • 17.02.01 11:00

    꼭 해보고십은 TMB 비박 트레킹 머리속으로만 그리던풍경을 사진으로보니 일이 손에 안잡히내요...ㅎㅎㅎ
    잘보고 갑니다.

  • 작성자 17.02.01 15:17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17.02.02 16:07

    와~ 멋지다는 말 밖에는 안나오네요.

  • 작성자 17.02.02 16:32

    감사합니다 ^^*

  • 17.02.02 18:20

    볼때마다 부러워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회사를 관둬야 갈수 있을것 같은데... ㅠㅠ

  • 작성자 17.02.02 18:24

    저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ㅠㅠ 다시 가고싶어서요..

  • 17.02.03 10:57

    역시 멋진후기 잘 보았습니다.
    멋진 풍경사진과 그리고 만나는 친구들이
    반복되다보니 제가 마치 걷는 기분이 들고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됩니다 ㅎ
    감사합니다 ^^

  • 작성자 17.02.03 12:06

    재밌게 봐주셔서 저 또한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 17.02.03 20:53

    남자분들은 군대 이야기 평생 하시듯이~ㅎ
    님의 여행기는 평생의 자산으로
    오랫동안 행복하실거예요~^^.

  • 작성자 17.02.04 04:08

    감사합니다^^~ 혼자가는건 위험하다고 다들 말렸었는데 그래도 가길 참 잘한거같아요ㅎㅎ

  • 17.02.05 09:01

    흠흠 기다리던 글이 올라와 엄청 기쁘게 읽고 아침을 맞이합니다.
    진형씨 나이에 나는 앞날을 구분못해 무작정 앞만보고 열심히 먹고 살기에 바빴는데... 그게 후회되지는 않지만
    젊을때 그런 경험을 해볼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란 생각이 듭니다.. 책을로 내셔도 되겠어요 다음차수를 기다립니다.

  • 작성자 17.02.05 09:34

    항상 관심갖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앞으로 남은 후기도 재밌게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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