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의 여정, 믿음의 여정 “참회, 용서, 사랑”
2024.9.19.목요일 연중 제24주간 목요일 1코린15,1-11 루카7,36-50
잠시 교황님 인터넷 홈페이지 소식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어제 일반알현후 삼종기도후에는 최근의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사목여정중 소감을 밝혔습니다. 얼마나 교황님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물한 여정인지 깨닫습니다.
“나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서 살아 있는, 기쁨 가득한 믿음을 보았다!”
“이들 교회는 ‘개종(by proselytizing)’이 아니라, ‘매력(by attraction)에 의해 성장하고 있다.”
“믿음, 형제애, 연민은 인도네시아 방문의 모토였다”
“무엇보다, 나는 동티모르 사람들의 아름다움에 충격을 받았다. 시련중에도 기쁨이 넘쳤고, 고통중에도 지혜로웠다. 많은 아이를 낳은 사람들일뿐 아니라, 이들에게 웃음(smile)을 가르치는 사람들이다. 나는 결코 아이들의 미소를 잊을 수 없다.”
이어 제39차 세계 젊은이들의 날을 맞이한 메시지도 고무적이었습니다.
“주님께 희망을 두라, 그러면 지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오늘 강론 주제는 ‘회개의 여정, 믿음의 여정’입니다. 윗 말마디들은 우리 삶의 여정에 참 좋은 도움이 됩니다. 여정의 때를 아는 것이 지혜요 겸손이요 믿음입니다. 오늘 복음의 죄많은 여자의 참회 과정이 참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향유가 든 옥합을 들고서 예수님 뒤쪽 발치에 서서 울며, 눈물로 그분의 발을 적시기 시작하더니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고 나서, 그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부었다.’
죄녀의 참회와 예수님께 대한 존경과 감사와 사랑을 매우 겸손하게 드러내는 장면입니다. 예수님을 초대한 바리사이 시몬과의 대화가 사건의 본질을 명확히 깨닫게 합니다. 시몬과 대조하여 죄녀의 ‘회개의 표지’인 환대를 예로 듭니다. 둘의 예수님 환대가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이 여자를 보아라. 내가 네 집에 들어왔을 때 너는 나에게 발씻을 물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아 주었다. 너는 나에게 입을 맞추지 않았지만, 이 여자는 내가 들어왔을 때부터 줄곧 내 발에 입을 맞추었다. 너는 내 머리에 기름을 발라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여자는 내 발에 향유를 발라 주었다.”
그대로 죄많은 여자의 온맘을 다한 참회의 구체적 표현에 감동하신 예수님의 결론같은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이 여자는 그 많은 죄를 용서 받았다. 그래서 큰 사랑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적게 용서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
죄녀가 회개하기에 앞서 회개 은총이 선행했음을 봅니다. 참회와 용서의 결과 이런 감동적인 사랑의 표현입니다. 사랑이 많아서 용서가 아니라 참회와 용서에 대한 감사에서 샘솟는 주님 향한 사랑입니다. 회개와 용서와 함께 가는 사랑입니다. 회개의 여정과 더불어 끊임없이 용서받음으로 겸손과 사랑은 날로 증대됩니다.
정말 날로 겸손해지고 사랑이 많아지는 사람들은 바로 끊임없는 회개로 주님께 끊임없는 용서를 받은 은총의 사람들입니다. 한 두 번의 회개가 아니라 살아 있는 그날까지 ‘회개의 여정’입니다. 참된 회개와 더불어 용서의 은총이요, 주님과 사랑의 우정도 날로 깊어집니다.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죄책감에 아파할 것이 아니라 복음의 죄녀처럼 즉각적인 참회로 주님 사랑을 드러내는 것이요, 이에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주님의 용서입니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그대로 오늘 복음은 미사장면의 압축같습니다. 복음의 죄녀처럼 참회의 표지로 큰 사랑을 드러낸 우리에게 미사후 파견시 우리를 향한 말씀으로 들어도 무방합니다. 참된 회개를 통해 입증되는 믿음입니다. 회개를 통한 용서와 겸손한 믿음이요 살아나는 순수한 아가페 사랑입니다. 복음의 죄녀와 참 좋은 대조를 이루는 제1독서 코린토 서간에 나오는 죄인 바오로입니다. 바오로의 회개가 얼마나 철저했는지 말그대로 은총에 감격하는 은총의 사도 바오로의 고백입니다.
“사실 나는 사도들 가운데 가장 보잘 것 없는 자로서 사도라고 불릴 자격이 없는 몸입니다. 하느님의 교회를 박해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은총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베푸신 은총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들 가운데 누구보다도 애를 많이 썼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한 것이 아니라 은총이 한 것입니다.”
모두가 은총입니다. 참된 회개를 통한 은총이 ‘참된 겸손, 참된 지혜, 참된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아마도 동병상련(同病相憐), 누구보다 복음의 죄녀를 깊이 이해했을 바오로이며, 누구보다 바오로를 깊이 이해했을 복음의 죄녀입니다. 은총의 열매가, 은총의 자녀가 바오로이며 복음의 죄녀이고 회개로 용서받은 죄인들인 우리들입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회개의 여정중 주님과 사랑의 우정을 날로 깊이해 주시며 ‘사랑의 제자’, ‘사랑의 사도’로 살게 하십니다. 아멘.
- 이수철 신부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