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기지 입남극,
기지 풍경과 펭귄
연구실에서 좋은 기회를 얻어
22/23시즌 남극 펭귄 모니터링 조사로
세종기지에 다녀왔다.
블로그에 기록해야지 생각만 하다가
시간도 없고 귀차니즘에 미루던 차,
고향집에 잠시 들른김에 짬을 내서 써본다.
당시에 조금 써 둔 걸
오늘 덧붙여 업로드 한다.
남극에 있을 때만 해도
귀국하면 사진이랑 같이
생생하게 체험담을 공유해야지
생각했는데...
남극 세종기지로 들어가는 관문도시는
칠레 남단의 푼타 아레나스라는
작은 도시로,
칠레 수도인 산티아고에서
국내선을 이용해
푼타 아레나스로 이동하게 된다.
칠레 산티아고를 가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1. 미국을 통해서
2. 유럽을 통해서이다.
매년 상황에 따라 가는 방법이 다른데,
이번에 나는 미국 애틀랜타를 경유해서 왔다.
애틀랜타에서의 짧은 관광은
나중에 다시 소개해보겠다.
마침 비행기 내린 날이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라서
횡한 도시를 볼 수 있었다...
네모네모난 넓은 길에
사람이 한명도 없으니
삭막해 보여서
첫인상이 좋진 않았다.
올해는 COVID-19으로 인해
푼타 아레나스에서
5박 격리를 한 후
코로나 검사를 마친 뒤
경비행기를 타고
남극 세종기지로 이동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예정했던 날에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출남극해서 나올 때는 2일 지연되었다.)
경비행기라고 해야할지?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쾌적했다.
한 50명 이상 타는
2좌석 - 3좌석 형태로 된 비행기였다.
무려 샌드위치 기내식도 나온다.
격리식보단 맛있었다.
푼타에서 5박 격리 기간 동안의 밥은
정말 힘들었다.
격리 들어가기전에 사간
컵라면 2개를 먹기 위해서
커피 마시라고
아침에 한번 주는 끓인 물을
사용했던 기억이...
비행기에 배치된
항공사인 DAP 안내문이다.
우측 상단에 보이는게 타고 온 비행기다.
Developing Antarctic Projects(DAP)는
남극 관광이나 조사에 대한 이동을 지원한다.
자체적인 연구도 아마 하는 것 같다.
비포장 활주로에 착륙해서
차로 인근 러시아 기지까지 이동했다.
사진의 이정표는
각국 도시의 이름과 방향, 거리가
표시되어 있던 거로 기억한다.
맨 위쪽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듯이
세종기지의 위치는 남극 대륙이 아니라
그 위쪽에 떨어진
위도 62도에 위치한
킹 조지섬이다.
세종기지로 가려면
활주로가 있는 칠레, 러시아 기지에서
다시 조디악(보트)을 타고
20~30분 이동해야 된다.
러시아 기지에는 성당? 도 있는데,
출남극 할 때 잠시 들러서
엽서도 가져왔다.
일요일에는 사람들이 예배를 하러
모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날씨가 엄청 좋지는 않아서
멀리 위치한 한국 세종기지가 안 보인다.
날씨가 좋을 때는 보였던 거로 기억하는데
실제로 가보면 엄청 멀다...
남극의 재미난 점은
날씨가 몇분 만에 확확 바뀐다는건데...
갑자기 기지가 보일락말락
이동하기 전에
러시아기지에서
처음으로 야생의 펭귄을 마주했다.
젠투펭귄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러 온 개체거나
혹은 올해 번식을 안 하는
개체일 수도 있다.
요녀석은 턱끈펭귄
(사실 세종기지로 이동해서 찍었지만
올리는 김에 함께 올린다...
원래 블로그란 그런 거니까)
뒤에 흐릿한 친구들은 젠투펭귄
나는 세종기지로의 후순위 이동으로 밀려서
러시아 기지 구경을 조금 더 했다.
조디악 2대가 2~3번 오가면서
짐이랑 사람들을 나르는데,
기상이 안 좋거나
사람이 많으면 대기해야 한다.
다시 풍경 구경
남극가마우지 떼가 날아다니는 모습
대형 선박들은 아마도 연구용?인듯 하다.
종종 여객선 크루즈호 들도 보여서
손 흔들고 인사도 해봤다.
듣기로는 관광비가 약 2,000만원이라고...
여차저차 조디악을 타고
목적지인 세종기지에 도착했다.
여기도 이렇게 각 도시로의 방향 및 거리를
이정표로 만들어뒀다.
SEOUL이 가장 위에 있고
일본 중국은 맨 아래에 있다.
위에서부터 나선형으로 돌아가는
방향의 각도를 보면
위쪽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읍읍
KING SEJONG 기지에 들어가면
세종대왕님 사진이 걸려있다.
무전기로 다른 나라와
연락을 주고 받을 때는
킹 세종이라고 응답한다.
칠레 분들 발음으로는 낑쎄종 낀세종...?
기지 모습을 조금 소개하자면
먼저 식당의 모습이다.
각종 라면이나 과자, 아이스크림, 반찬,
심지어 비타민과 영양제 같은 것들도
모두 무료로 무한제공된다.
밥도 매우매우 맛있다.
셰프님들이 매끼니
아주 정성껏 밥을 만들어주시는데,
남극 생활에서 가장 행복했던 것 중
하나가 밥이었다.
야외 조사를 오래 나갈 때는
미리 도시락을 부탁하면
주먹밥을 만들어주신다.
밖에서 일하면서 먹으면 2배 맛있다.
아 그리고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이라고 들은 질문인...)
"남극 춥나요?"에 대한 대답으로
우리나라의 겨울이
남반구인 세종기지의 여름이라서
생각보다 엄청 춥지는 않다.
온도는 거의 0~5도 정도인데,
바람이 심해서
체감온도는 -5도 정도 된다.
야외조사를 나갈 때는
워낙 방한복을 잘 챙겨입고 나가기 때문에
춥다는 생각보단 걸으면서
덥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숙소는 2인 1실과
4인 1실이 있는데,
나는 야조회 선배형이랑 같이
2인실을 사용했다.
대학 입학 후 쭈욱
기숙사 2인실에서 살고 있어서
매우 익숙하고 편했다.
하나 불편했던 점은
12월에는 해가 거의 안 진다는 건데...
커텐을 치거나 그냥 적응하면 된다.
보통 평균적으로
12시쯤 어둑해져서
3~4시면 다시 밝아진다.
12월 초에는
해가 완전히 지는 느낌이 없었는데
1월 말 쯤에는 밤에 꽤 어둑해졌다.
샤워실의 모습.
각종 크림과 로션,
바디워시 샴푸 등이 무한제공 된다.
기지의 모든 게 다 완벽했는데,
단 하나 조금 아쉬웠던 걸 꼽자면
샤워기 수압이 조오금 약하다...
물론 점차 적응되서 괜찮았다.
학교 기숙사 샤워기는
수압이 너무 세서
줄여서 쓰다보니
더욱 크게 체감되었달까나?
휴식공간의 모습이다.
마찬가지로 여러 종류의 간식이
상시 비치되어 있어서
언제든 먹을 수 있다.
새벽이나 한밤중에도 가능
사진 찍을 당시에는
22/23 시즌 정기보급
(배로 1년치 식량을 받는 것)이 오지 않아서
냉장고가 비어있는 모습이다.
나중에는 저기가 우유랑 카프리썬 등
여러 먹을거리로 가득찼다.
세종기지 ASPA171 보호구역의
펭귄 번식지 입구인 언덕,
펭귄마을이라 부른다.
기지 소개는 간략히 마치고
다음부터는 조사 소개와
펭귄을 비롯한 남극 조류
사진들을 올려보겠다.
물론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이제 점점 더 바쁠거니까...
만약 다음 글이 올라 온다면
저 인간이 좀 심심하거나
미쳤거나 둘 중 하나일거다.
바쁘다 바쁘다 해도
사실 그렇게?까지 바쁜 건 아닌데,
돌이켜 보니 이전에 너무 편하게
살아왔던 것 같다.
blizz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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