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를 구매할 때 가구 매장만 들른다면 당신은 초보. 고수의 단계로 올라가고 싶다면 갤러리의 가구 전시에서 디자이너의 오리지널 가구
를 구입하는 것이 최근 트렌드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작품을 소유하는 기쁨은 물론 갤러리를 둘러보는 휴식은 덤으로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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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크로프트에서 열린 피트 하인 이크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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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에 기성복과 오트 쿠튀르가 있는 것처럼 가구에도 기성품과 작품이
있다.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낸 가구에 싫증난 사람들은 생활 속에서
예술을 향유하는 즐거움을 찾기 위해 갤러리로 향한다. 가구를 구입해
야 하는 강박관념은 잠시 접어두고 작품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도 장점 중 하나. 가구를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지는 고개의 몫이기에
별다른 데커레이션 없이 담백하게 작품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간혹 일반 가구 숍과 달리 상황에 따라 제품에 앉아보거나, 직접 만져
볼 수 없을 때가 있어 불편하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의
자와 테이블 등이 ‘작품’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곳이 갤러리이기에 이
는 곧 누구나 지켜야 할 에티켓이 아닐까?
지난 가을 가나아트센터 미루에서 리프로덕션 가구를 전시한 ‘어라운
드 테이블’의 허지영 대표는 “갤러리야말로 가구를 디스플레이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굳이 비싼 대관료를 지불해가며 갤러리에 전시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
문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스토리가 있는 가구일수록 숍에 가둬두는
대신 갤러리에서 보다 많은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전시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최근 2~3년 사이에 갤러리에서 가구전이 자주 열렸다. 디자이너의 가구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컨템퍼러리 아티스트
의 기발한 생활 소품까지 범위도 넓어졌다. 지난해 11월 막을 내린 스페이스 크로프트의 <피트 하인 이크 스크랩 우드 컬렉션(2009년 11
월 5일~11월 29일)>을 비롯해, 현대미술과 디자이너의 가구가 어떤 공간을 연출하는지 보여준 국제 갤러리의 <인테리어스(2009년 7월 2
일~8월 7일)>, 유럽의 현대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 도나 윌슨 등의 가구와 그릇, 인형 등을 선보인 공근혜 갤러리의 <유러피언 컨
템퍼러리 디자인 & 크래프트 전(2008년 4월 21일~5월 11일)> 등이 가장 대표적이다. 스페이스 크로프트는 공식적으로 론 아라드와 피트
하인 이크 작품의 전시와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이쯤에서 활발한 가구전을 선보이는(앞으로도 계획하고 있는) 서울 시내 주요 갤러리의 큐레이터 3인에게 물었다. 갤러리에서 가구를 구
입해야 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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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본 마루니사의 아티스틱 체어 컬렉션 ‘넥스트 마루니 12체어스Chairs’. 크로프트.
국제 갤러리 큐레이터 심아빈 “현대미술을 주로 전시하는 국제 갤러리에서는 가구 디자인의 흐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아티스트의 전
시를 열었다. 2005년 장 프루베전을 시작으로 2006년 조지 나카시마와 세르주 무이전, 2007년 샤를로트 페리앙전에 이어 2009년 6월부터
두 달간 선보인 인테리어전까지 총 네 차례 가구 기획 전시를 열었다. 그림과 오브제를 주로 구입하는 전문 컬렉터 사이에서도 점점 가구
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2006년 4월 18일부터 5월 18일까지 열린 조지 나카시마와 세르주 무이전에 출품한 작품 50여 점 가운데 절반 이
상이 예약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국제 갤러리에서 선보인 전시 중 가장 성공적인 전시는 <인테리어스>. 일상생활과는 다소 거리가 멀
다고 생각했던 현대미술과 가구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공간을 연출하는지 보여주는 기회였다. 작품과 가구를 짝지어 마치 전
시장 전체를 세련된 응접실이나 서재처럼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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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미국 컨템퍼러리 디자인의 선구자 웬델 캐슬의 가구. 갤러리 서미.
가나아트센터 ‘크로프트’ 구병준 실장 “갤러리에서 선정하는 가구들은 하나의 실용적인 조각품이다. 대부분의 작품은 수작업을 기본
으로 소량 생산하기에 디자인 공예 또는 아트 퍼니처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상승한다. 하지만 가구 쇼
핑을 목적으로 갤러리를 찾는 이들은 프라이빗 룸이나 패션 매장 디스플레이, 리조트의 로비처럼 복잡한 장식이 필요하지 않은 공간에 어
울리는 가구를 구입하려 한다. 브랜드 위주의 획일화된 가구에 질린 것도 있지만, 작가나 큐레이터와 상의해 내가 원하는 ‘작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건축가나 디자이너 중심으로 오리지널 가구 시장이 조성되었고 2000년대 초반부터 디자인 옥션을 비롯해 아트 퍼니처가 새로
운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가구가 ‘아트’ 또는 ‘조각품’으로까지 재해석되어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한국에도 많은 마니아층이 형
성된 장 프루베와 찰스 & 레이 임스를 선두 주자로 많은 가구 전시들이 진행되었다. 2006년 3월 우치다 시게루전을 시작으로 2007년 8월
마루니사의 넥스트마루니 12체어스12chairs, 2009년 11월 피트 하인 이크의 스크랩 우드를 전시하고 판매했으며, 그 외에도 2008년 3월에
는 론 아라드 전시를 통해 의자 하나, 테이블 하나에도 디자이너의 철학이 담긴 아트 퍼니처 문화의 시대를 열었다. 막스 램, 폴 켈리, 마
틴 바스, 요시오카 도쿠진, 캄파나 형제 등 유명 디자이너와 함께 국내 및 해외 전시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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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프랑스 건축가 샤를로트 페리앙의 예술적 가치를 담은 모던한 가구. 갤러리 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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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갤러리 서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도예가 권대섭의 항아리.
갤러리 서미 큐레이터 유현진 “서미 갤러리는 1998년 개관 이래 앤디 워홀, 프랭크 스텔라, 로이 리히텐슈타인, 데미언 허스트 등의 작
품을 선보이며 현대미술 거장의 작품을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던 중 2005년 9월 장 프루베를 비롯해 샤를로트 페리
앙, 찰스 & 레이 임스 등의 단순하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의 빈티지 가구전을 시작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영국과 프랑스 가구를 편애
하던 한국인들에게 스칸디나비아 가구라는 새로운 문화를 전파한 계기가 되었다. 디자인 가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아메리
칸 컨템퍼러리에 시선을 돌려 마리아 퍼게이, 웬델 캐슬 등의 작품을 소개했다.”
Lifestyle exhibition
GALLERY SEOMI 전시명 기간 11월 20일~12월 28일 전시 작가 미스 반 데어 로에(독일 건축가 겸 디자이너), 샤를로트 페리앙(프랑스
건축가 겸 디자이너), 오스카 니에메예르(브라질 건축가), 조 폰티(이탈리아 건축가), 토비아 스카르파 & 아프라 스카르파 부부(이탈리아
건축가) 전시 소개 지하 1층에는 건축가가 디자인한 소파와 벤치, 테이블 등으로 생활 공간을 재현하여 공간을 설계한 건축가들의 감성
과 미학을 함께 호흡해볼 수 있도록 구성했고, 1층과 2층에는 다양한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독립적인 오브제로서의 의자를 들여다볼 수 있
는 기회를 마련했다. 비트라 서울의 도움을 받아 유명 건축가 프랭크 O. 게리, 미스 반 데어 로에, 르 코르뷔지에 등이 설계한 가구 작품의
미니어처를 선보인다. 문의 511-7305, www.seomituus.com
CROFT 2010년부터 일본 디자이너와 유럽 중견 디자이너의 소량 맞춤 제작 형식의 가구를 선보일 예정. 브랜드나 실용성을 떠나 자신만
의 공간에 맞는 원하는 디자인의 가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외 유명 디자이너뿐 아니라 영국, 네덜란드, 스칸디나비아, 일본, 한국의 디자
이너와 목공예가, 건축가, 패션 디자이너 등이 새로운 방향에서 공간과 가구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12월 15일 코엑스에서 열린 옥
션쇼에서 피트 하인 이크의 2010년 제품 사전 예약 주문제를 진행했고, 올 초에 해외 디자이너와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100% 핸드메
이드 가구를 제시할 예정이다. 문의 391-0013, www.spacecrof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