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만에 예전의 독서습관을 되찾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책을 읽을 때
글쓴이가 앞에 앉아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으며 그것을 즐기기 시작하여
결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그런 책읽기를 했는데
그것을 잃어버리고도 잃어버린 줄도 모른 채
제법 긴 나날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
글쓴이가 내 앞에 앉아 가만히 속삭이는 소리를
그야말로 모처럼만에 들을 수 있었고
단지 책을 글로 읽는 것과는 또 다른 감동,
孙毅霖(쑨이린)의 『생물학의 역사』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글낯을 ‘생물학의 역사’가 아니라
‘생물학의 역사 이야기’라고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자연과학이 여기까지 걸어온 궤적을 살피는 일은
모든 자연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일이고,
그 분야의 전문인이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더 알려야 할 내용입니다.
그것은 인류가 어떻게 현재라는 자리까지 올 수 있었는지,
제자리를 맴돈 일은 얼마나 많았고,
나아가는 것을 방해받은 일은 또 어떤 식이었는지,
무지(無知)함이 힘을 얻었을 때 진실을 가로막는 횡포는 어땠는지,
그러면서도 끝내 문 열고 길 걸어간 이들이 겪은 시련의 내용은 어떤 것이었는지
오늘의 우리는 그들의 열정,
그들의 어리석음,
그들의 한숨과 탄식과 심지어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참혹한 일들까지,
그 모든 것을 바탕에 두고 이 현재를 이루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절실하게 확인합니다.
언뜻 보면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책 같지만,
일반인 누구라도 읽어야 할 책임에 틀림없습니다.
생물학의 중요한 지점에 대해
칼 짐머나, 빌 브라이슨과 같은 이들과는 또 다른 시각이고
어쩌면 그들보다 인간중심적이기 때문에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생물학의 세계에 대해
문 열고 들려주는 孙毅霖(쑨이린)의 이야기는
모든 이가 귀 기울이기에 충분한
가치 있는 책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