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우리가 막 잠에서 깨어났을 때였다. 자리에서 일어나지는 않은 채,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드르럭, 드르럭” 하는 괴음(怪音)이 들린다. 놀라서 그 소리의 근원을 찾아보니, 핸드폰이다. 불이 번쩍 번쩍 들어오고 있다. 얼른 열어보니, 지진경보다. “하리마에서 지진발생, ----.” 막 그 문자를 읽는 찰나다. 우리 집이 잠시 흔들린다. 한 5초 정도 되었던 것같다. 금방 멈춘다.
TV를 켰다. 이미 지진방송 중이다. 진원지는 아와지(淡路) 중부다. 이 섬은 시코쿠와 혼슈 사이에 떠있는 큰 섬이다. 진원지는 6도이고, 가까운 오사카나 다카마츠 지방은 5도이다. 그 외에 교토도 4도이고, 내가 있는 코치는 3도이다.
신속한 지진경보 시스템이 놀랍다. 아와지에서 진도 6의 지진이 일어났고, 그 파동이 코치에 이르기 전에 지진경보가 발송된 것같다.
이후 7시가 지나서 기상청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남해대지진의 전조라고 불 수는 없다”라고 한다. 남해대지진은 오사카, 와카야마, 시코쿠 지방을 포괄하는 대지진이다. 언젠가는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10년전에 교토에 왔을 때부터, 방송에서는 그 이야기를 가끔 하고 있었다. 어느만큼의 피해가 예상되는지 등등.
내가 코치로 오기 전에도, 일본 정부에서는 ‘남해대지진’과 ‘동해대지진’(오사카에서 도쿄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지진)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어느 정도의 피해가 예상되는지 발표하였다. 그에 따르면, “코치는 2분 안에 대피해야 산다”고 되어 있었다.
저녁 뉴스에서는 오늘 지진으로 2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전한다. 오늘 지진의 규모는 엄청난 피해를 낸, 18년 전의 ‘한신대지진(1995)’ 이후 가장 강력한 것이라 한다. 재작년의 ‘3.11 동일본대지진’의 실종자를 아직도 찾고 있다. 8개월 된 아들을 찾는 아버지를 몇 일전에 TV는 보여주고 있었다. 그 불지옥, 물지옥을 생각하면 과연 일본을 가야 하나라는 생각을 안 한 것도 아니다. 사실 지진을 걱정하면 일본에서는 살 수 없다.
생사는 부처님께 맡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서, 오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불안안 마음을 부처님께 맡김으로써, 안심을 얻을 수 있다. 정토신앙에서는 이러한 것을 “안심결정”이라 한다. 결정적인 안심이라는 의미이다. 이렇게 안심하지 않고서는 한시라도 살 수 없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불안에서 벗어나야 하고, 그것이 곧 믿음이다. 불보살님께 우리의 운명을 맡기는 것이다. 그것을 믿음이라 말한다.
언제가는 올지도 모르는 재해 앞에서 인간은 불안해 한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불안해 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인생이 아니겠는가.
나는 일본불교를, 아니 일본문화를 이해함에 있어서 일본이 ‘지진의 나라’라는 사실이 일본불교나 일본문화를 형성함에 있어서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늘 생각해 보고 있다. 죽음을, 순간 순간 의식하자는 것이 불교의 출발점이라면, 또한 인생을 진지하게 살아가는 것의 출발점이라면 역설적으로 일본은 참으로 좋은 조건을 타고 났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한 조건이 피운 꽃이 일본의 불교이고, 일본의 문화이다.
2013년 9월 29일. 내가 귀국하는 날이다. 그 전에는, 비록 지진을 겪는다 하더라도 코치에서 살 것이다. 코치에는 그런 마음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