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환경관련단체,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양식 있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설악산 케이블카를 기어이 건립하려는 모양이다. 경남 함양군과 산청군이 추진하는 지리산 케이블카도 곧 사업계획안을 정부에 제출한 뒤 밀어붙일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이번엔 전라북도 정읍시가 내장산에 있는 기존 케이블카 노선을 연장하거나 신설을 추진하려는 모양이다. 지금 운행하는 케이블카를 오래전에 타고 올라가 봤기에 아는데 하차장 조금 위쪽부터 천연기념물 굴거리나무 군락지가 있어서 계획대로 추진한다면 식생대 파괴가 불 보듯 훤한 일이다.
작년 9월경 문화체육관광부가 ‘산악관광진흥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 예고할 당시 나는 국가가 앞장서서 국립공원에 대한 최후의 보루를 허물어 버렸다고 탄식한 바 있다. 그리고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허용함에 따라 전국의 국립공원은 물론 도립공원, 군립공원들도 너나없이 케이블카 설립을 추진하려 할 것이라 우려했다. 그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설악산에 이어, 지리산, 내장산이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면 계룡산, 속리산, 오대산, 가야산, 주왕산, 월악산, 무등산 등은 가만있을 것인가? 국립공원은 아니어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산을 끼고 있는 자치단체들은 우두커니 보고만 있겠는가? 이렇게 국토를 훼손하다가는 원형만 잃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결국 우리 삶의 기본 환경 자체가 모두 무너져 버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내가 지나치게 민감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