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의 오어사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느즈막 하게 혼자서 운제산을 오릅니다.
산사의 밤은 항상 일찍 찾아 오지요.
잠시 가쁜숨을 고르고 나면 땅거미에 덮여 가는 고즈녁한 산사의 모습을 볼수 있습니다.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 몇장의 사진을 카메라에 담고 하산을 하는길 출출한 배를 달래야 합니다.
오어사에서 오천방향으로 나오다가 보면 왼쪽 길옆으로 예전에는 자주 갔지만 새롭게 건물을 짓고 나서는 잘찾게 되지 않는 밝은 불빛의 '나드리추어탕' 바로 옆에 그 흔한 형광등 간판 하나 없는 허름한 돼지 국밥집이 하나 있습니다.
가게에서 나오는 불빛에 의존해서 자세히 보면 '문덕리할매 순대국,돼지국밥'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가게 내부는 마치 시골 장터에 있는 국밥집의 모습 입니다.
요즈음 보기 힘든 커다란 양은 주전자에서 보리차가 끓고 있구요, 벽에 두건을 덮어 쓰고 있는 선풍기 는 조금 있으면 에어콘 대신 손님을 맞이할것 같습니다.
이 집은 젊었을때는 뭇여인의 눈물을 흘리게 했을것 같은 잘생긴 할아버지와 후덕한 모습의 할머니 두분이 장사를 하고 있고, 어쩌다 한번씩은 아름다운 30대의 여인이 일손을 거들때가 있습니다.
넌지시 한번 물어 보았더니 딸인데 한번씩 시내서 들어와서 도와 준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두분이 장사를 하다가 보니 낮에는 모르겠지만 저녁에는 대부분의 손님들이 연세가 있으신 분 들이 많습니다.
이날도 이렇게 두분이 동동주 한잔 나누고 계시더군요.
이렇게 쥬스잔 같은 플라스틱 물잔을 쓰는집 요즈음은 그리 흔하게 볼수 있는 풍경은 아니지요.
이제 이집의 메뉴를 살펴볼 차례지요.
요즈음이야 어느 식당에 가나 거의 규격화된 메뉴판이 벽에 걸려 있지만, 이집은 그냥 시멘트 벽에 그냥 써서 붙여 놓은 식단 입니다.
일단 가격 부담없이 굉장히 싼것들 입니다.
누군가 같이할 술 벗이 있다면 '껍데기볶음' 에 '술국' 하나 해서 동동주 한됫박 하면 좋으련만, 혼자 하는 자리이기에 마음 접고 '김치 돼지국밥' 한그릇과 '왕대포' 하나를 시켰습니다.
국밥 나오기 전에 목부터 축이라고 이렇게 왕대포 먼저 내어 주네요.
타는 목마름으로 한 대포 단숨에 들이키고 깍두기 한개 입에 털어 넣습니다.
식도에서 부터 시작해서 엉치끝까지 한꺼번에 싸한것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목도 추겼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식사를 해야 겠지요.
드디어 오늘의 주메뉴 '김치 돼지국밥' 이 나왔습니다.
'김치 돼지국밥' 이라는 메뉴를 자세히 살펴 보면 돼지 국밥에 신 김치를 썰어 넣어서 나오는것 입니다.
그냥 돼지 국밥에 김치 넣어서 먹으면 마찬가지 같아 보이지만, 김치를 같이 넣어 한소큼 끓여 나온탓 에 다른 맛을 냅니다.
물론 이 집이 돼지국밥으로 최고의 맛이 라고는 할수 없지만, 먹는 내내...
"밥 한공기 더 줄까? 안 모자라나?" "국물 더 갖다 줄까? 모자라 보이는 구만"
이렇게 말씀 하시는 할머니의 정겨운 목소리가 있어 다시 찾게 되는 그런집 입니다. |
출처: 삿갓의 세상사는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삿갓
첫댓글 음 맛보다도 할머니때문에 가보고 싶어지네요^^
예. 돌아가신 시골 할머니 생각 납니다.
멋진 후기, 잘 읽었습니다. 음식맛이 후기 만큼은 않될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후기가 너무 맛깔스러워서.....
감사 하구요. 그래도 이집 동동주 맛은 경주 '도솔마을'의 막걸리 보다 제 개인적으로는 훨씬 맛있다는 생각 입니다.
깔끔하니 새련된 술집역시 나름대로 좋지만 이런곳도 매력있지요~ 찾기 힘든데...한번 맘편하게 있을수 잇는곳 찾게 되면 계속 단골로 남는것도 좋을거 같아요...주인장과의 편한 입담도 쏠쏠히 맛난 안주꺼리가 되겠구요 ㅋㅋ 상세한 소개 잘봤어요~
테이블 몇개 안되는 작은 선술집에서 주인장과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혼자 마시는 술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것 같습니다.
시커먼 주전자^^ 근데 술국은 뭔가요?
술국은 국밥 그릇보다 조금 더 큰 그릇에 밥이 따라 나오지 않는 대신 돼지 고기 듬뿍 넣어서 주는것 입니다. 물론 식으면 데워 주면서 소리 없이 리필도 해 주지요.
큰 곳 사람 북적이는 곳보다 인심 느끼며 조용한 곳에서 먹는 맛이 좋을때가 있습니다..잘보고갑니다^^
제가 유별난 취향 인지는 모르지만 너무 크고 번쩍 거리는집은 좀 꺼려 집니다. 그래서 내연산 갔다가 내려 올때도 할머니가 하는 쬐그만 집에 들어가서 칼국수 먹고는 했습니다. 지금도 그집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잘 보고 갑니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
감사 합니다.
그야말로 탁배기 한잔에 수육 생각네요 가족들과 오어사 갈 있으면 꼭 들려 볼겁니다 후기 감사 드려요
맛을 너무 많이 기대는 하지 마세요. 그냥 시골에서 외할머니가 해 주시던 음식의 맛이라고 생각 하시면 될겁니다.
요즘은 이런 말 한마디에 정이가지요...가고싶네요,,오어사와 탁배기......좋은 후기 감솨
요즈음은 이런 이야기 듣는것은 그리 흔치 않을겁니다. 지금 한창 철쭉이 피는 시기이니 운제산 등산하고 내려 오면서 한번 들려 보세요.
삿갓님의 후기를 보고나면 절대로 안가볼수가 없을꺼같습니다..좋은정보 감사드립니다.^^
혹여 실망을 드리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한번 가 보세요.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지나가면서 나드리는 몇번 들렀는데, 여긴 안 가봤네요. 시원한 막걸리 한잔 하러 가야겠네요. 감사합니다.
나드리의 불빛에 묻혀서 잘 안보일겁니다. 전에는 안그랬는데 건물 다시 지어 놓고는 나드리에서 주차장 사이에 장애물을 설치해서 두집 주차장을 분리해 두었습니다.
어머니의 손맛과 고향의 향기가 풍기네요. 한잔생각이 나내요.
자주 지나다니는데, 왕대포한잔 하러 들러야겠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전에 이곳에서 순대국이랑 수육과순대 반반 먹었는데 맛있어요 근데 순대국에 후추가루 뿌려 나옵니다 수육이 더 맛있어요 순전히 갠적 입맛입니다 ㅎㅎ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이시네요. 대림역 양고기 후기 본지가 얼마 안되었는데 벌써 운제산 등반 후 문덕 후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