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의 업을 많이 지은 사람, 파계를 한 사람, 병으로 신음하며 죽어 가는 사람, 원한 맺힌 귀신에 시달리는 사람 등등, 업보 때문에 불행한 임종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나무아미타불을 염하게 되면 능히 평안을 얻고 아미타불의 영접을 받으며 극락에 왕생할 수 있습니다.
그럼 평소에 염불정진을 잘 한 사람과 임종시에만 염불한 사람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임종의 순간에만 염불하는 사람은 구품연화대 중 가장 못한 하품하생의 연화대 속에 태어나 12대겁 동안 더 도를 닦아야 하는 것이 평소에 염불하며 도를 닦은 이의 왕생과 다른 점입니다. 곧 평소에 염불정진을 꾸준히 한 사람은 무려 12대겁이라는 시간을 단축하여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임종할 때의 십념염불 공덕으로 태어나는 이 하품 하생의 연화대 또한 극락세계입니다. 여기에만 태어나도 더 이상의 퇴보도 타락도 불행도 있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께서 설하시는 참회법문을 듣고 차츰 깨달음을 이루어 상품상생의 연화대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임종 때의 염불은 꼭 행하여야 합니다
이제 다시 한번 정리해 봅시다. 어떻게 단 십념만으로 극락왕생이 가능할 수 있는가? 그 까닭은 크게 두 가지로 풀어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모든 덕을 갖춘 아미타부처님의 근본서원력 때문입니다. 무량한 빛과 무량한 수명 그 자체인 아미타불께서 스스로 대자비의 서원을 발하여 그 서원의 힘으로 임종 전에 십념염불을 행하는 중생을 극락으로 영접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임종직전의 중생이 스스로 갖게 되는 전심 회향의 덕분입니다. 목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마지막 온 마음을 기울여 극락으로 돌아가고자 하면, 숨이 다한 후의 영혼은 마지막 결심을 따라 나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정녕 아미타불의 근본서원력과 '나'의 전심회향이 일치하게 되면 틀림없이 극락왕생이 보장됩니다. 그러나 온 마음을 다 쏟는 전심회향염불이 되지 못하면 업을 따라 극락이 아닌 다른 세계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불교집안에서는 임종 전의 사람에게 지극한 마음으로 '나무아미타불'을 외울 것을 권하고, 숨이 끊어진 뒤에도 남은 사람들이 계속 '나무아미타불'을 불러주고 있습니다.
이때의 염불은 발원이요 축원입니다. 다시 태어나되 극락에 태어나겠다는 발원이요, 떠나되 행복의 나라인 극락으로 가라는.축원입니다. 이제 우리 불자들 이 세상을 하직하는 이를 앞에 두고 구체적으로 행하여야 할 염불천도의식에 대해 함께 살펴 보도록 합시다.
◈왕생과 천도
세상을 하직하는 이를 위한 천도의식은 망인으로 하여금 고통의 세계를 벗어나 행복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의식입니다. 그러나 저 세상으로 떠나야 할 사람이 이 세상에 대한 애착이 지나치거나, 보내는 사람이 이별의 슬픔에 빠져 망령되이 행동 하게 되면 올바른 천도를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므로 떠나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발원과 축원을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제 떠나는 사람을 가장 좋은 세상인 극락세계로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예로부터 불교집안에서 행하였던 방법을 종합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여기에서는 죽음에 다다른 사람을 “떠나는 이”, 옆에서 임종을 지켜보는 가족 등을 '보내는 이'로 통일하여 이야기하겠습니다.
◈(1) 떠나는 이의 방에 아미타삼존불 또는 아미타불의 그림이나 사진 등을 서쪽 벽에 모시고 그 앞에 향을 피웁니다. 만약 그림이나 사진을 구할 수 없으면 크게 '나무아미타불' 글씨를 써서 모셔도 좋고, 그것마저 할 수 없으면 그냥 서쪽을 향해 염불을 하면 됩니다.
◈(2) 떠나는 이는 모름지기 염불에만 몰두해야 합니다. 이 세상에서 못다한 일이나 집안 일에 대한 생각을 모두 놓아버리고, 오직 극락왕생만을 발원하며 일심으로 염불해야 합니다. 중병에 시달리고 있을지라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나무아미타불'을 염하십시오.
이 법계에 가득한 모든 존재는 생명의 기운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죽음의 기운으로 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죽음도 생명의 한 흐름일 뿐입니다.
새로운 생명력을 얻기 위한 한 과정으로 죽음이 있을 뿐입니다. 더욱이 염불은 생명의 기운을 충족시켜 주는 최상의 방편입니다. 아미타부처님과 함께 하면 그 죽음은 어둠이 아니라 무한한 생명력과 빛으로 바뀝니다.그러므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직 정성을 다해 염불을 하면 됩니다.
정성껏 염불을 하다가 떠나게 되면 반드시 극락왕생할 것이요, 죽을 때가 이르지 않았으면 업장이 소멸되어 오히려 병이 나을 것입니다. 그냥 모든 것을 아미타불께 맡기고 온 마음을 기울여 염불을 하게 되면, 살아남으나 죽으나 행복과 광명 속에 있게 됩니다.
◈(3) 떠나는 이의 염불할 때의 몸가짐은 몸의 상태에 따라 하면 됩니다. 마지막 기운이 동하여 앉아서 아미타불의 영접을 받기를 원하는 분은 서쪽을 향해 앉아도 좋고, 기력이 미치지 못하면 누운 채 염불을 하면 됩니다. 아미타불의 명호를 부를 기력조차 없다면 아미타불의 모습을 떠올리는 관상만 하여도 됩니다.
◈(4)떠나는 이를 보내는 가족 , 친족 등은 떠나는 이가 편안히 마음을 잘 모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세상에 대한 미련, 인간적인 애착에 휩싸이게 하여서는 안됩니다. 만약 떠날 때 한을 지녀 잘 떠나지 못하면 그야말로 떠돌아다니는 외로운 혼이 되고 맙니다.
그러므로 보내는 이들은 애정에 못이겨 슬픈 기색 을 보이거나 눈물을 보이지 말아야 하고, 세속의 잡된 일을 논하여서도 안됩니다. 떠나는 이가 오로지 정념속에 있을 수 있도록, '뒷일은 우리에게 맡기고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정성껏 나무아미타불'을 외울 것을 권하고, 나무아미타불을 함께 불러주거나 염불 테이프 등을 들려주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주의할 것은 떠나는 이의 의식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통곡을 하거나 손발을 거두거나 자리를 움직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적어도 한 시간, 길게는 여덟 시간 가량 그대로 모셔두고 염불을 해 드려야 합니다. 이는 신식(神識)이 완전히 몸을 빠져나가 몸이 차가워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각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바로 이 때 보내는 이가 떠나는 이의 뒤를 이어 정성껏 염불을 하면서 명복을 빌면, 부처님의 근본서원력으로 망인 극락세계로 직행을 할 수 있습니다. 정녕 사후에 거창한 재를 지내면서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종의 순간에 잘 하면 더욱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니, 슬픔에 빠지거나 당황하지 말고 잘 처신하시기 바랍니다.
◈(5) 또 한가지,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는 것 말고 임종의 순간에 외우면 좋은 것으로 광명진언이 있습니다.
옴 아모가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 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릍타야 훔
29글자로 이루어진 부처님의 한량없는 자비와 지혜의 힘으로 새로운 태어남을 얻게 하는 신령스러운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무리 깊은 죄업과 짙은 어두움 이 마음을 덮고 있을지라도. 부처님의 광명 속으로 들어가면 저절로 맑아지고 깨어나게 된다는 것이 이 진언을 외워 영험을 얻는 원리입니다
신라의 원효스님께서는 앞에서 잠간 살펴본 《유심안락도》를 통하여 이 진언의 공덕을 크게 강조하셨습니다.
만일 중생이 이 진언을 두 번이나 세 번, 또는 일곱 번을 귀로 듣기만 하여도 모든 죄업이 없어지게 된다. 또 중생이 십악과 오역죄와 사중죄를 지어 죽은 다음 악도에 떨어지더라도 이 진언을 외우면 능히 해탈을 얻을 수 있다.부처님의 광명이 망인에게 이르러 모든 죄업을 소멸시켜 줄뿐만 아니라 서방극락세계의 연화대로 인도하여 주신다.
나는 불치의 암 등에 걸려 고통 속에서 떠나게 된 이의 유족들에게 임종시에 나무아미타불을 외우거나 광명진언을 외울 것을 자주 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족들로부터 하나같이 떠나는 이가 고통 없이 편안하고 안온한 모습으로 가셨다는 말과 함께 감사의 인사를 들었습니다. 부처님은 결코 거짓을 모르시니, 믿음을 가지고 행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6) 망인이 떠난 후 상례를 치를 때에도 가족들은 나무아미타불 또는 광명진언을 염하며 지내야 합니다.스님의 독경이나 염불에만 의존하지 말고, 마음속으로라도 망인이 아미타불의 자비광명 속에서 극락에 왕생하는 모습을 그리며 지내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상례를 치를 때 절대로 주의할 점은 생명, 특히 가축 등을 죽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부득이 조문객에게 육류를 대접하는 경우에도 가게에서 사서 써야지, 집 또는 집 주위에서 소, 돼지, 닭 등을 잡아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가축들의 원한에 찬 혼이 망인의 혼에 달라붙어 갈 길을 가로막는 경우가 참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실로 망인만 잘 천도시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그 가축의 원한에 찬 혼까지 천도시키려면 얼마나 힘이 들겠습니까?
실제로 어느 큰스님께서도 모친상을 당했을 때 이러한 경우를 겪어 모친을 천도시키는데 무진 애를 먹었다고 하셨습니다. 하물며 우리 같은 범부는 더하지 않겠습니까? 더욱이 도시와는 달리 시골의 경우에는 상을 당했을 때 가축을 잡는 일이 많습니다. 제발 상을 당했을 때만이라도 가축을 잡지 않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7) 상례를 치른 후 불자가족들은 49재를 지내줍니다. 재를 지내는 49일 동안, 망인이 살아생전의 업에 대한 심판을 받아 새로운 몸을 받게 된다고 하여 7일 마다 한번씩 사찰을 찾아가서 일곱 번의 재를 지내주는 것입니다.
재를 지낼 때 유족들은 망인의 이름으로 능력껏 기꺼이 보시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삼보전에 공양을 올리는 재물보시는 물론이요, 불서를 나누어주는 법보시, 불쌍한 이를 돕는 보시에도 적극 임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공덕이 그대로 망인과 '나'에게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물론 형편 이상으로 지나쳐서도 안되겠지만, 아끼고 탐하는 마음으로 보시를 망설여서는 안됩니다. 스님과 상의하여 여법(如法) 하게 행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49재 기간동안, 유족은 집에서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하여 '나무아미타불'을 3천 번 또는 만 번씩 외우거나, 광명진언을 천 번씩 외우며 망인을 천도해 주어야 합니다. (이때는 1,080개의 알을 꿰어 만든 염주를 돌리면서 외우는 것이 좋음)
염불이나 진언을 외울 때는 그냥 입으로만 외우지 말고 마음속으로 망인이 극락회상에서 아미타불의 광명을 받으며 설법을 듣고 있는 모습을 관(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천도의 기도를 하고, 마지막 49일째 되는 날 사찰에서 재를 지내며 탈상을 하면, 떠나가신 님은 극락의 새로운 생을 누릴 수 있고 남아 있는 이는 큰복을 이루게 됩니다. 더욱이 《시방정토경》이나 《지장보살본원경》에서는 망인을 위해 복을 닦으면 그 복의 칠 분의 일은 망인이 얻고 칠 분의 육은 산 사람에게 돌아간다고 까지 하였으니......
실로 불가에서는 상식을 넘어선 불가사의가 자주 일어납니다. 불가사의한 부처님의 능력을 믿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행하는 종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꼭 믿고 실천해 보십시오. 망인의 은혜를 갚는다는 자세로 천도의 의식을 행하여 보십시오. 망인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틀림없이 큰 공덕이 미칠 것입니다.
◈발원하고 회향하라
아미타불■석가모니불■약사여래■관세음보살■지장보살 등 어떠한 불보살을 원불(願佛)로 모시고 신행생활 을 하든, 염불■참선■경전공부■주력 등 그 어떠한 공부를 하든, 아미타경■ 법화경■금강경■반야심경 등 어떠한 경전을 독송하든, 꼭 발원(發願)을 하고 회향(廻向)을 하라는 것입니다.
모든 기도와 공부는 발원을 함으로써 시작되고 회향으로 결실을 맺습니다. 발원이 씨를 심는 것이라면 회향은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발원이 없으면 어떠한 기도도 공부도 나아갈 바를 잃고 맙니다. 염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아미타불을 염한다고 하여 꼭 극락에 왕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극락왕생을 발원하지 않는 이는 극락왕생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생에서의 행복을 발원하며 극락교주인 아미타불의 명호를 외우면, 관세음보살을 외워 현실의 고난을 극복하고 행복을 이루는 것과 똑같은 결과를 얻게 됩니다.
어떻게 발원하느냐? 어떠한 씨를 심느냐에 따라 거두어들이는 결과가 다른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아미타불이 아닌 관세음 보살이나 지장보살을 외우며 극락왕생의 발원을 하면 극락에 태어날 수 있게 되고, 법화경■금강경을 외우면서 극락왕생을 발원하면 능히 극락에 태어납니다.
꼭 명심하십시오 그 어떤 공부를 하더라도 발원에 따라 성취가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현재 한 가지 수행이라도 올바로 하고 있으면 다른 이들이 '좋다'고 권하는 것을 굳이 하려 하거나 지조를 바꾸려 하지 말고 현재의 공부를 꾸준히 계속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히려 공부방법을 자꾸 바꾸게 되면 힘이 모이지 않아 좋은 결실을 보기가 힘듭니다.
정녕 원을 잘 세워 그 원을 핵으로 삼고 꾸준히 정진하다 보면 차츰 힘이 모이게 되고, 힘이 모여 삼매(三昧)를 이루게 되면 능히 그 자체만으로도 신통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고 다른 모든 것을 응용할 수 있게 되며 깨달음을 이를 수 있게 됩니다. 부디 원을 잘 세우고 지조있게 공부하십시오. 결과는 자연성취입니다.
그런데 불교에서 무심(無心)을 강조해서인지, 염불을 하는 이들 중에는 흔히 말하는 무심염불(無心念佛)을 “아무런 생각 없이 행하는 염불”로 풀이하는 이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이때의 “무심”은 번뇌가 없다 는 뜻이지, 발원도 부처님에 대한 생각도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를 잘 명심하고 염불을 하거나 참선■경전공부■주력 등을 할 때 꼭 발원을 하십시오.
이 발원은 곧 회향합니다. 회향은 공덕을 돌려서 어느 곳으로 향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곳으로 향하게 하는가? 물론 나의 행복과 성불, 중생의 행복과 성불을 위해 공덕을 들리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이 회향을 지극히 중요한 것으로 보셨습니다. 그래서 불교의 모든 의식 뒤에는 다음과 같은 회향축원문을 곁들입니다.
원컨대 이 공덕이 일체에 두루 미쳐 우리 모든 중생들이 극락세계 태어나 무량수불 친견하고 함께 성불할지어다
'나'만의 행복과 성불이 아니라 모든 중생의 행복 과 성불을 바라는 한 마디의 회향축원이 우리가 머물 어 있는 자리를 극락으로 바꾸고 우리를 무한한 생명력과 빛의 몸으로 바꾸어 준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게으름 없이 잘 정진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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