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봉, 맹달, 황권 이 세 사람은 정사에서는 꽤 중요한 사람들이지만 소설에선 거의 다뤄지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세 사람 모두 촉에서 싸웠지만 촉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사에 주연만 있는 건 아닙니다. 단역에 가까운 이들이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음. 유봉, 맹달, 황권에 대한 기록들은 정사에는 조운이나 마초보다 오히려 많습니다)
이들의 인생행로를 통해 배울 점은 배워야 합니다.
유봉은 본래 구(寇)씨였는데, 유비에게 아들이 없어 양자로 들인 사람입니다.
제갈양은 유비에게 아들 유선이 태어나자 유봉을 없애 버리라고 말했으나, 유비는 이런 면에는 우유부단하여 유봉을 쉽게 죽이지 못했습니다.
맹달은 본래 촉의 영주 유장의 부하였는데, 유비가 촉을 취하자 유비의 부하가 되었습니다.
황권도 유장의 부하였습니다. 황권은 유봉, 맹달과는 달리 무관이 아닌 문관으로,
유장이 방통의 꾀임에 빠져 유비를 만나러 갈 때 유장이 속아넘어간다고 생각하여 유장을 붇잡았습니다.
그러나 유장은 듣지 않았고, 황권은 유장의 옷을 입으로 물어 잡으려 했지만 유장의 호위병들이 황권의 얼굴을 쳐서, 황권은 앞니가 모두 날아갔습니다.
이 정도로 황권은 유장에게 충성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유장이 황권의 예상대로 유비에게 패하여 유비가 촉을 차지하자, 황권은 두말 없이 유비의 부하가 되었습니다.
유비가 한중을 치러 가면서 유봉과 맹달에게 상용 (지금의 호북성 서북부 산지에 있는 작은 성 - 당시엔 이민족들이 살았음) 을 지키게 하고 관우를 돕게 했습니다.
그러나 관우는 번성을 치러 갔다가 여몽에게 패하여 포위되었습니다.
여몽군은 3만 5천명 정도이고 유봉, 맹달의 병력은 합해야 5천 명이 못 되었습니다.
유비는 관우가 위기에 몰렸다는 사실을 알자 유봉, 맹달에게 구원하러 가라고 명했는데, 유봉은 나가려고 했지만 맹달은 승산이 없다고 말하며 출병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관우는 붙잡혀 처형되었습니다.
관우의 죽음을 안 유비는 대노하여 유봉, 맹달을 급히 소환했습니다. 유봉은 양아버지가 부르는 것이라며 돌아가려 하였습니다.
맹달은 유봉을 설득했습니다. "지금 돌아가면 죽습니다. 차라리 위에 투항하면 목숨은 건질 겁니다."
그러나 유봉은, '아버지께서 부르시는데 가지 않을 수 없다' 며 돌아갔고, 촉의 국경을 넘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장비의 사모에 꿰뚫리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맹달은 유봉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상용성을 들고 위나라에 투항했습니다.
그러나 맹달도 마지막이 좋지 않았습니다. 맹달은 조비 시절에는 잘 나갔으나 조예가 즉위하자 대우가 나빠졌습니다.
이 때는 제갈양이 출사표를 올리고 북벌을 준비하던 시기라, 맹달은 촉에 다시 투항할 것을 제의했습니다.
자기 영지를 버리고 낙양 같은 대도시로 나왔으면 목숨은 보전했을 것을, 영지 상용을 지키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입니다.
제갈양은 맹달이 자기 이익만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기에 그 제의를 받아들였지만 그를 별로 신용하지 않았습니다.
맹달은 제갈양이 군을 움직이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자기 마음대로 모반을 해 버렸고,
맹달이 수상하다는 정보를 이미 포착하고 있던 사마의는 급히 정예부대를 이끌고 가서 10여일만에 상용을 함락하고 맹달의 목을 베었습니다.
마지막이 좋지 못했던 것이지요.
한편, 황권은 소리내지 않고 유비를 섬기다가, 이릉 전투에 일개 부대를 이끌고 따라갔습니다.
이릉 전투에서 오군에게 유비가 대패하자, 황권의 부대는 고립되었습니다.
황권은 오나라와 무의미하게 싸워 개죽음을 하는 것보다 위에 투항하여 목숨을 보전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황권이 위에 투항하자, 위제 조비는 황권에게 진남장군 (지금의 사단장 정도 되는 계급) 이란 비교적 높은 벼슬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황권이 유장, 유비를 섬겼던 경력을 문제삼는 이가 있어, 조비는 황권에게 물었습니다.
"황권. 자네는 촉에 남겨둔 자네 가족들이 걱정되지도 않나?"
황권이 말했습니다. "유비가 의를 아는 자라면 제가 어쩔 수 없이 투항했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황권이 가져온 정보들은 위가 촉을 방비하는 데에 엄청난 도움이 되었으며, 황권은 위나라에서 영지까지 받고 평안한 여생을 보냈습니다.
유봉은 쓸데없는 명분에 집착하다 개죽음했고,
맹달은 불리함을 알면서도 영지를 지키려고 무리를 하다가 죽었으며,
황권은 언제나 주어진 상황에 충실했기 때문에 성공한 인생으로 남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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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유봉, 맹달, 황권에게서 배우는 인생의 교훈
P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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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9.15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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