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지점장 출신 가장의 제2막 인생 : 주택신축판매업자
세법에서 말하는 주택신축판매업자란?
“도급 및 자영 건설업자에 의하여 주거용건물을 건설하는 산업활동으로 건설하여 판매하는 경우 및 직접 건설 활동을 수행하지 않더라도 건설공사에 대한 총괄적 책임을 지면서 하도급을 주어 전체적으로 건설공사를 관리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얼마 전 50대 후반의 점잖은 신사분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자신을 **주택 홍** 대표라고 소개한 그는 외국계은행 지점장으로 근무하다 얼마 전 자진 퇴직했고 은퇴 이후의 제2막 인생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온 사업이 있는데 최근 그 사업이 잘못돼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고 한다. 평생 모은 재산마저 까먹게 생겼으니 어쩌면 좋겠냐고 하면서 내게 들려준 사연은 이랬다. 수십년간 은행에서 근무하며 주택신축업자들에게 부동산관련 대출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부동산 운용수익률분석, 부동산가치평가, 은퇴설계 등에 대해서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은퇴 후 주택신축판매업이 그나마 위험성도 적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을 사업으로 판단하였고, 주택신축에 관한 강의를 듣는 것은 물론 성공사례라고 말하는 분양현장까지 직접 찾아가 확인하는 등 오래 전부터 철저한 준비를 했다고 한다. 퇴직 당시 보유하고 있던 재산은 재작년 부인에게 증여해 준 서울 강남의 아파트 한 채와 13년 전 구입한 봉천역 근처 대지 137.8㎡(42평, 매입가 7억원).
2011년 4월 퇴직과 동시에 미리 검토해놓았던 서류들을 가지고 건축설계 및 건축허가신청을 하고 아래와 같이 허가를 받아 공사에 들어갔다.
· 분양주택 수 : 다세대 원룸 19세대
· 대 지 면 적 : 137.8㎡
· 건 축 개 요 : 건축면적 82.14㎡, 연면적 299.82㎡, 건폐율 59.61%, 용적률 157.97%
· 공사 예상액 : 7억원
2. 도급공사? 직영공사? 어느 것이 유리할까?
주택 신축 시 건축주가 제일 처음 고민하는 것이 건설업체에게 도급을 주어 공사할 것인지 아니면 건축주 본인이 직영으로 공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직영으로 하는 것이 도급공사보다 공사비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영공사를 선택한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홍대표도 비록 처음이지만 부분적으로 하도급을 주면서 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본인이 직접 공사를 했다.
그 결과 건설업체(도급공사)에 맡기는 것보다는 10% 정도 절감을 해서 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다만 공사비 절감을 위해 단종업체(전문건설업체)들하고 부가세를 주지 않고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점과 세금계산서나 노임 관련 영수증, 자재구입 영수증 등의 공사비용 관련 증빙서류를 안 받아놓은 것이 마음에 좀 걸리기는 했지만 다른 업자들도 그렇게 공사하는 것을 보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완공 후 세대 당 분양가 1억1천만원으로 바로 분양에 들어갔다. 워낙 입지가 좋은데다가 임대수요가 많은 2호선 역세권이라 준공 전부터 주변 중개업소에서 수수료 없이 분양해준다는 섭외가 들어올 정도여서 분양은 쉽게 끝낼 수 있었다.
건물 전체를 사겠다는 한 매수자에게 19세대를 통으로 총 20억원에 매매함으로써 홍대표는 2012년 3월, 주택건설업자로의 첫 사업을 성공리에 마쳤다. 손익계산을 대충해보니 지출한 경비가 16억원(토지 7억원+공사비 7억원+기타 경비 2억원)으로 4억원이 남았고, 여기에 세금(추계신고로 계산시 약 6천만원)을 제외하더라도 약 3억원이라는 이익을 남겼다.
하지만 큰 돈을 벌었다는 행복함도 잠시. 1년 후인 2013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안내문이 날라오면서 상황은 뒤바뀌게 된다. 종합소득세를 계산하려 인근의 세무사무소를 찾아갔으나 돌아온 대답은 세금신고를 못 해주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뿐이었다. 이유인즉슨 공사비에 대한 증빙서류가 없어 세금계산을 할 수가 없는데다 관련 법이 바뀌어 추계로도 신고가 안 된다는 것. 그렇다고 신고를 전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사비 7억원을 증빙서류로 입증할 수 없을 경우 추계로 계산한 세금의 3배 정도를 더 내야 한다며 대충 계산해주는 세금이 2억원이 넘었던 것이다. 참으로 황당하고 답답하여 다른 세무사무소와 세무서에도 가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억울하기는 하지만 2억원이라는 큰 돈을 당장에 낼 수도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 납부기한까지 결국 납부를 하지 못했고, 가산세까지 포함 약 3억원 가량의 세금을 내라는 고지서까지 날라온 상황. 만약 끝까지 세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세무서에서는 홍대표가 다른 현장에서 공사하고 있는 토지와 건물을 압류해서 공매 처분한다고 한다. 평생 모아온 재산마저 다 없어지게 생겼다며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찾아왔으니 그저 도와만 달라고 하신다.
·2010년까지 주택신축업자의 소득세 계산방법
대한민국의 모든 사업자는 매년 5월 사업소득세를 관할 세무서에 신고 납부해야 한다. 사업소득세는 1년간 사업을 해서 남은 금액(이익)에 소득세율(6~38%)을 곱하여 계산한다. 문제는 이익이 얼마인가를 정확히 계산해야 하는데 건설업 같은 경우 투입된 공사원가를 인정받으려면 증빙서류를 근거로 한 장부로 신고하면 원가를 인정받을 수 있지만, 영세한 주택업자들의 공사현장에서는 세법대로 처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유는 대부분의 주택업자들이 자재 등을 구입할 때 거래처가 미등록사업자인 관계로 세금계산서를 못 받았다던지, 무면허 공사업자한테 맡겨 돈은 줬는데 공사원가로 인정을 못 받는다든지 또는 일용근로자들의 임금을 원천징수하려고 해도 신용불량자·중국동포 등이 대다수라 정상적인 세무처리가 사실상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세법에서는 장부나 증빙서류가 없어 수익계산이 어려운 신규사업자나 영세사업자는 “단순경비율에 의한 추계신고”라고 하는 아주 쉬운 계산법으로 세금을 신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방법으로 위의 홍대표의 사례를 계산하면 약 4천만원의 소득세만 부담하면 된다. 그러나 2011년 이후부터는 세법개정으로 인해 세부담이 확 늘어나게 되었다.
·주택신축업자의 2011년 이후 소득세 계산방법
2011년도 세법이 개정되면서 신규건설사업자의 분양금액이 1억5천만원을 초과하면 추계로 신고를 못하도록 개정이 되었다. 현재 수도권의 원룸빌라 한 채의 분양가가 2억은 되는데, 결국 추계신고는 하지 말라고 만든 규정으로 판단된다.
주택신축업자의 추계신고 인정범위가 2010년12월31일로 사실상 종료됨으로, 2011년 이후 분양사업자는 장부로 신고를 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증빙서류가 없어 추계로 신고를 하려 하면 여러 가지 불이익을 주어 세금을 과도하게 내도록 법령이 개정되었다.
그러나 주택업자들의 공사 관행은 예전과 마찬가지인 상태에서 세법만 개정이 되다 보니 실제로는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 건축주들의 불만인 것이 현실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본인의 세금만 내고 끝나는 게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건축주의 공사비 서류를 세무서에서 확인 후 세금누락이 되었다고 판단하면 건축공사에 참여한 업자들에게 세금이 고지되고, 가산세까지 포함하여 추가 과세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공사현장의 관행상 공사업자에게 고지되는 세금 역시 건축주가 물어줘야 하기 때문에 건축주의 세금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구 분 |
2011년 이전 계산 |
2011년 이후 계산 |
총수입금액
|
2,000,000,000 |
2,000,000,000 |
공 사 원 가 |
(×0.92) 1,840,000,000 |
(×0.92) 1,840,000,000 |
토 지 구 입
|
소 득 금 액
|
160,000,000 |
160,000,000 |
배 율
|
× 1배 |
× 3배 |
과 세 소 득
|
160,000,000원 |
480,000,000원 |
세 율
|
35% - 14,900,000 |
38% - 23,900,000 |
산 출 세 액
|
41,100,000원 |
158,500,000원 |
가 산 세
|
0원 |
47,550,000원 |
지방소득세
|
4,110,000원 |
20,605,000원 |
총납부세금
|
45,210,000원 |
226,655,000원 |
4. 주택신축업자가 알아야 할 절세포인트 및 제언
주택신축판매업의 정의에서 보듯이 도급을 주든 건축주가 직접 공사를 하든 세법에선 모두 건설업으로 보아 과세한다. 즉 거의 모든 건축주는 주택신축판매업자로서의 사업자등록의무가 있다는 것으로 보면 된다. 또한 부가가치세 면세와 과세의 구분은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 이하인지 초과인지로 판단한다. 대부분의 신축주택이 원룸·투룸 형태의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이 되어 공사비를 지급할 때 부가가치세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는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는 아주 큰 혜택인 것이다.
이는 조세특례제한법에서 국민주택에 대한 면세조항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 △건축주가 면세사업자등록이 되어 있어야 하고 △도급시공업자가 건설업면허가 있어야 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건설업면허는 도배, 철거, 하수 등 종류에 상관없이 건설업법에 등록만 되어있으면 된다. 위 사례의 홍대표 역시 세금을 절감하기 위해 거래처나 하도급 단종업자한테 증빙서류를 받지 않아 문제가 된 것인데, 국민주택 규모 이하의 주택판매업자들은 건설용역과 설계용역에 대해서만큼은 부가가치세를 안주고도 공사를 시킬 수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증빙서류를 챙기면서도 공사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기준경비율이나 장부에 의한 방식으로 신고해야 된다는 개정 소득세법은 분명히 실질과세 논리에 부합한다. 그러나 주택공사 현장의 관행이나 공사원가 중 노무비 처리의 어려움을 감안할 경우 신고방식의 변경은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공사현장의 일용근로자가 신용불량 등으로 인해 통장 개설이 어려울 경우 사실상 노무비 처리가 불가능하며, 사업자등록이 없는 하도급업자는 공사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신고방식의 변경으로 인해 일일생계형 서민들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장 실상을 고려하여 기존의 세금 계산방법인 단순경비율을 일정기간 유예해준다든지, 신규건설사업자의 단순경비율 기준금액(1억5천만원)을 현실에 맞게 상향조정 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 생각하여 조심스레 제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