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문화적 차이를 가장 빠르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세계화의 시대에는 이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 어느 곳에 가도 비슷하게 생긴 건물들로 둘러싸인 빌딩 숲 사이를 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걸어다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인의 입맛은 아직도 세계화를 이루지 못했다. 특히 사람들을 가장 놀라게 하는 것은 음식의 달고 짠 정도, 즉 음식의 간이다. 미국에 처음 온 대부분의 한인은 "아, 이곳이 다른 나라구나"라는 것을 음식을 먹으며 느낀다. 미국 음식을 먹으면서 왜 이렇게 달고 짠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진짜일까
왜 미국음식은 짠가? 이 질문은 틀렸다. 왜냐하면 미국음식은 한국음식보다 짜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건강기구(WHO)와 하버드 의대가 함께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미국인의 일일 소금섭취량은 7.3g 정도로 한국인의 소금섭취량인 14.2g보다 현저하게 낮았다.
그래서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 왜 미국음식은 짜게 느껴지는가? 비밀은 국물에 있다. 한국인은 주로 찌개나 국을 통해서 염분을 섭취한다. 짭짤한 국물을 벌컥 벌컥 들이키면서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염분이 몸 안으로 들어온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국물을 식탁에 올리는 일이 많지 않다. 그래서 미국음식은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짠 맛이 아주 쉽게 느껴진다. 소금이 퍼져 있냐 뭉쳐 있냐 하는 집중도의 차이가 우리가 얼마나 음식을 짜게 느끼느냐를 결정한다. 실제 염분함량과는 관계없이.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미국음식'들이 짜기 때문에 평균 염분함량과는 관계없이 소금기를 느낄 수도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인의 10명 중 9명은 염분을 과다섭취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소금을 많이 먹게 만드는 5가지의 '원흉'을 공개했다. 효모빵, 프라이드 치킨, 피자, 파스타, 가공육이 과다한 염분섭취를 부추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단하게 한끼를 때울 생각으로 햄과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를 찾는다면 짜다고 느낄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똑같은 레시피를 사용하는 것이 철칙인 패스트푸드 조차 미국에서는 더욱 더 짜게 바뀐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캐나다의학협회저널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패스트푸드들은 유럽과 캐나다에 비해서 20% 정도 더 짠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인들의 평균적으로 짠 맛을 선호하고 짠 음식을 좋아한다는 속설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오렌지 카운티에서 쿠킹클래스를 운영중인 요리연구가 미셸 조씨는 "입맛은 버릇이다. 짠 음식에 길들여지면 짜다고 느끼지 못한다. 미국인들은 소금에 중독되어 있는 것이다"고 미국음식의 짠 맛을 설명했다. 점점 더 자극적인 맛을 찾다가 결국에는 '짠 맛'에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염분섭취를 줄이는 법>
지나친 염분섭취가 고혈압을 비롯한 심혈관계질환에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소금기를 줄이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정성스레 만든 집밥이다. CDC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염분섭취의 75% 이상은 가공식품과 밖에서 사먹는 음식에서 나온다. 가정식은 상대적으로 덜 짜다. 외식만 하다 보면 몸이 삭는다는 속설은 통계로 증명됐다.
왜 미국음식은 단가? 왜 설탕을 그렇게 많이 넣는가? 궁금할 법도 하다. 미국은 칼로리를 기준으로 할 때 세계에서 가장 '달게 먹는 국가' 순위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미국과 같이 하루에 600칼로리 이상을 설탕에서부터 섭취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단 한 곳도 없다.
미국인이 이렇게 달게 먹게 된 원인은 '보이지 않는 설탕' 때문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가루 설탕을 보이는 설탕이라고 하며 우리도 모르게 음식이나 음료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보이지 않는 설탕이라고 한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인의 설탕 소비는 주로 보이지 않는 설탕을 통해 이루어졌다. 코카콜라 한캔에 17숟가락 분량의 설탕이 들어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단 맛을 잘 느끼기 힘든 식품에도 알고 보면 설탕이 들어있다. 통곡물빵, 말린 과일, 훈제 연어, 오개닉 요거트, 치즈, 소시지에도 당분은 들어가 있다. 단지 보이지 않을 뿐이다. 알게 모르게 먹는 당분은 우리를 단맛에 둔감하도록 만든다. 이전에 먹던 단 음식들은 싱겁게 느껴진다. 영국 가디언지의 식품전문기자 펠리시티 로렌스는 최근 우리가 먹는 과일이 점점 더 단 맛이 강해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전했다. 건강한 식단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과일에까지 과한 당분이 침투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보이지 않는 설탕에 길들여진 우리들이 더욱 더 단 과일을 찾기 때문이다.
옥수수 과당에서 정치적 의미를 찾는 해석도 있다. 미국의 대통령을 결정하는 대선에서 항상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오하이오 등의 주들은 옥수수 재배가 주요산업 중 하나다. 정치적 이유로 이런 옥수수를 소비할 필요가 있고 그래서 엄청난 양의 옥수수 과당이 사용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쿠킹클래스를 운영중인 파티쉐 그레이스 김씨는 "단맛이 억제된 건강한 빵을 만들면 너무 심심하다면서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다. 평소에 너무 단 과자와 빵에 길들여져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버터와 설탕은 그 누구도 맛있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다"라며 미국음식의 단 맛을 설명했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단 맛에 무뎌져서 더욱 더 단 맛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당분섭취를 줄이는 법>
지나친 당분섭취는 비만과 당뇨병 등의 질병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숨겨져 있는 설탕때문에 당분섭취를 줄이는 건 쉽지 않다. 음식을 선택할 때 의식적인 노력만이 가장 기초적이지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무설탕 제품이 많이 나와있다. 음료는 물론이고 무설탕 초콜릿도 나와 있다. 식품성분표를 꼼꼼히 보고 설탕의 양을 확인한 뒤 음식을 골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