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부는 원래 나였던 나를 잊어버린 후,
우여곡절 뒤에 비로소 나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애를 태우다
참나의 옷자락을 보고 난 뒤
그것을 잊어버리지 않으려
갖은 노력을 하며 힘쓰다가
그나마 운좋게 길을 잡아 원래 나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하여 공부라고 하기에는 오히려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이 공부는 자랑할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당연한 공부인데 누구의 칭찬에 우쭐거려서
과거의 망상으로 돌아갈까 걱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너무나 망상속에서
공부라는 의미와 관념을 짓고는 으시댄 세월이 있었으니까요.
하여
이 공부를 하는 자는
하나 하나 알아갈 때마다
알았다는 기쁨을 느끼는 것은 인지상정이니 버릴 필요는 없지만
내가 안다는 생각만은 절대로 버려야 합니다.
오히려
잊었던 나를 만나는 고마움과
그런 내가 있을 수 있게 해준 인연들에게 고마움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나를 알아보는 나의 대견함을 느끼기전에,
내 주위의 모든 존재,
티끌부터 축생 난생 습생 화생,
그리고 감정 없어도
지금의 나와의 인연 자리에 있어준 모든 무정물에 까지도,
나를 대견해하는 마음의 몇배나 더,
더더욱 고마워 해야 합니다.
혹여 그들이 나를 힘들고 괴롭게 해도 말입니다.
그것 역시 인연이었으니까요.
명심하십시오.
이공부는 잊어버렸던 나를 아는 것이지
내게 없는 보물을 얻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원래 있는 것을 내가 바보같이 잊어버리고는
이제야 비로소 찾은 것이지 내게 없는 것을 찾은 것이 아닙니다.
그것도
삼라만상의 도움을 얻어서 말입니다.
그러니 무엇을 자랑삼겠습니까?
오히려 모든 이에게,
모든 것에 고마워해야 합니다.
조심하십시오.
명심하십시오.
그리고 고마워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