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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하늘 원문보기 글쓴이: 보리향(菩提香)
[나무를 찾아서] 느티나무에 부는 가을 소슬바람 타고 붉게 물든 단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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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슬바람 불어오니 푸르던 잎 위에 붉은 단풍 물을 선명하게 끌어올린 괴산 오가리 느티나무. | |
[2011. 11. 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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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리 느티나무 세 그루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수형을 가진 상괴목의 줄기가 보여주는 그늘의 장관. | |
자주 찾아보는 나무임에도 가을이면 새로운 설렘으로 나무를 찾게 되는 건 그래서입니다. 지난 계절을 잘 버텨온 나무가 준비한 겨울나기의 모습을 보고 싶은 거지요. 특히 가을 느티나무에 대한 설렘은 각별하달 수 있습니다. 대개의 느티나무는 붉은 계통의 단풍 빛을 띠지만, 나무마다 조금씩 그 빛깔의 차이가 있거든요. 단풍나무처럼 빨간 빛이 돌기도 하고, 갈참나무처럼 비교적 갈색에 가까운 단풍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올 가을 느티나무의 단풍 빛은 어떨 지에 대한 기대감이 보태집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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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밭이었던 자리를 마을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고치고, 자그마한 정자까지 세운 오가리 느티나무 풍경. | |
사실 나무의 시간표를 맞춘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꽃 필 때도 그렇고, 단풍 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창 괜찮게 꽃이 피었지 싶어 찾아갔어도 고작 꽃봉오리만 맺혔을 뿐일 때도 있고, 또 어떤 때에는 단풍이 잘 들었지 싶어 찾아갔지만 이미 낙엽을 다 마쳤을 때도 있지요. 한 그루만 직수굿이 찾아보는 일이라면 몰라도, 여러 그루를 찾아보고 싶은 욕심을 갖고는 사계절 동안 보여주는 나무의 변화를 모두 볼 수 없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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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오가리 느티나무 줄기의 수피 부분. 수피가 너덜거리는 건 느티나무의 특징입니다. | |
괴산 오가리 느티나무를 이야기할 때에는 마을 어귀에 모여 있는 세 그루의 느티나무를 한꺼번에 말해야 합니다. 오래 전부터 마을 사람들은 '세 그루의 느티나무 정자'라는 뜻으로 삼괴정(三槐亭)이라고 부르는 곳이지요. 공식적으로 '괴산 오가리 느티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건 세 그루 가운데에 두 그루 뿐이긴 합니다. 그 두 그루는 따로 상괴목 하괴목이라고 부르지요. 그밖에 한 그루는 두 그루에 비해 조금 수척한 상태여서 기념물 지정에서 제외된 겁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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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보이는 커다란 나무가 상괴목이고, 뒤쪽으로 붉은 단풍이 선명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언덕 위로 보입니다. 천연기념물 지정에서는 제외된 나무입니다. | |
상괴목에도 붉은 단풍이 선명하게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그 단풍이 조금 수상합니다. 앞쪽으로 뻗어나온 가지 위의 잎사귀에는 붉은 빛이 눈에 부실 만큼 선명하게 올라왔는데, 언덕 위쪽으로 뻗은 가지는 아직 초록 빛이 그대로입니다. 그게 이유가 있습니다. 상괴목은 매우 굵은 줄기를 가지고 묵지근하게 솟아올랐는데, 그 나무 앞 쪽으로 하나의 작은 느티나무가 하나 또 올라왔다는 겁니다. 바로 그 작은 느티나무의 잎에만 붉은 단풍 물이 올라온 겁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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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심천(深淺)과 농담(濃淡)이라는 그늘의 미덕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오가리 느티나무의 그늘. | |
괴산 오가리 느티나무는 언제라도 그냥 좋습니다. 느티나무 사방을 빙글빙글 돌면서 바라보아도, 또 나무 줄기 가까이 짙은 그늘에 들어서 더러는 껍질이 벗겨진 느티나무 수피를 하염없이 들여다보아도 전혀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좋은 나무입니다. 세 그루 중에 마을 사람들이 여전히 당산제를 올리는 하괴목은 제가 찾아갔던 때에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마 단풍이 잘 들었겠지요. 그의 단풍 모습은 어땠을 지 참 궁금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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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괴목의 앞 쪽에서 자란 작은 또 하나의 느티나무에는 붉은 단풍이 들었지만 큰 나무에는 아직 단풍이 덜 든 상태입니다. | |
끝으로 '시가 있는 아침'에 소개했던 나무 시(詩)와 제가 덧붙인 글 함께 보실 수 있는 신문 칼럼 링크하며 오늘의 나무 편지 마무리하겠습니다. 이 칼럼은 원래 석달 동안 연재하기로 했는데, 잘 봐 주시는 여러분들 덕분에 두 달을 더 이어 쓰기로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감사 인사 올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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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죽녹원의 대나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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