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산차의 대부분은 엔진힘으로 앞바퀴를 굴려서 달리는 전륜구동방식입니다.
85년 포니 엑셀이 나오기 전 국산승용차는 모두 후륜구동방식이었습니다. 앞자리에 엔진을
두고 앞바퀴를 구동하는 전륜구동방식을 FF( Front engine- Front wheel drive) 라 하고
체어맨처럼 엔진을 앞에 두고 뒷바퀴를 구동시키는 차를 FR(Front engine-Rear wheel drive)
이라고 부르지요. 이밖에도 엔진의 위치와 구동방식에 따라 여러가지로 구분이 되지만 보통의
차들이 FF나 FR이므로 이번엔 이 둘만 가지고 얘기를 해보도록 하지요. 가끔씩 매니아들
사이에 FF 가 더 좋다, 아니다 FR이 더 좋다등의 주제로 설전을 벌이는 것을 본 적이 몇 번
있습니다. 두 방식은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지요. 대체적으로 FR 방식은 고급차나
스포츠카등에 주로쓰이고 그외 대부분의 차들은 FF 방식이 주류를 이룹니다. 제대로 된
이론적 바탕을 갖지 못한채 ‘고급차나 스포츠카가 FR이니 FR이 더 좋은거다.’라고 하는 사람도
본 적이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인 취향은 후륜구동을 좋아하지만 드림카중에 FF차들도 몇
있습니다.
우선 FR 방식에 대해 얘기를 해 볼까요? 우선 대부분의 스포츠카는 FR 내지는 네바퀴에 엔진
힘이 동시에 전달되는 AWD, 미드엔진, 포르쉐911같은 RR (Rear engine-Rear wheel drive)
방식등이 쓰입니다. 엘란의 경우 애초부터 FF 스포츠카를 지향한 독보적인 존재이지만 그
이외의 정통 스포츠카는 대부분 엔진위치를 불문하고 뒷바퀴나 네바퀴를 굴립니다. 전통주의자
들이 FR 에 부여하는 가치는 상당하지요. 예전에 964바디의 911터보가 발표되었을때의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발표회장에서 왜 터보를 카레라4같은 AWD 로 하지 않고 후륜구동으로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포르쉐측에서는 ‘스포츠카를 모는 즐거움은 구동과 조향이 분리되어있는 것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라는 류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차기 911이었던 993바디의
터보모델이 4륜으로 바뀐것을 보면 그때의 얘기는 964바디 터보형의 마케팅을 위한, 다소
정치성이 가미된 이야기였겠지만 많은 스포츠카팬들의 공감을 얻을만했다고 봅니다.
카레라 4를 코너가 많은 길에서 몰아볼 기회는없었고, 설사 그런 기회가 있었다고 해도 제
운전실력으로는 차 성능의 반정도도 못 써봤겠지만 포르쉐 전문가들의 얘기에 의하면
카레라 4는 AWD 보다는 후륜구동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인다고 하더군요. 카레라2였다면
스핀했을만한 상황에서 카레라4는 앞바퀴에 걸리는 트랙션을 이용해 스핀을 벗어날 수
있다는 데 가장 큰 차이가 있다고 하는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의 고출력
스포츠카들은 높은 파워를 감당하기 위해 AWD 방식의 사용이 늘겠지만 고전적이 후륜구동
스포츠카를 선호하는 시장도 계속 존재하겠지요.
투스카니 개발단계에서 현대의 개발담당자중 한분이 일본출장중 스카이라인 1세대부터 8세대(R32)
까지의 개발을 담당한 사쿠라이라는분을 만났을때의 일화도 있습니다. 사쿠라이씨는
“FF 로 스포츠카를 만들고자 하고 이에 대한 조언을 내게 구하러 왔다면 그것은 사람을 잘못
찾아온 것이다. 이세상 네발달린 짐승중에 앞발이 뒷발보다 더 두껍거나 긴 동물이 있는가?
(혹시 고릴라나 오랑우탄은 앞발이 더 길지 않나요??ㅡ ㅡ?) 앞발은 앞발이 해야 할 일을 하고
뒷발은 뒷발이 해야 할 일을 한다. 무게배분을 비롯한 기타 운동역학에 있어서의 많은 지식들을
뒤로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에 있어서의 기본이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FF 로 만들
수 있는 차는 패밀리용 차량 뿐이다. FF 방식의 고출력/고토크차는 고도로 숙달된 운전자가
아니면 운전하기 힘든 차다. 그리고, 고출력/고토크의 FF 차를 원하는대로 콘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결코 흔하지 않다. 언젠가 당신이 FR로 스포츠카를 만들고자
할 때, 그때 다시 만났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하네요. 물론 현대에서 출장가신
분은 이밖에도 많은 조언을 듣고 오셨다고 합니다. 사쿠라이씨의 이야기중 FF로 만들 수
있는 차는 패밀리카뿐이라는 얘기는 조금 재고의 여지가 있어보입니다만 스포츠카 엔지니어들이
후륜구동에 가지고 있는 소신을 잘 보여주는 얘기라고 생각됩니다.
FR 이야기만 늘어놨는데 FF 방식이 갖는 장점도 많습니다. 그때문에 FF 방식은 현재 생산되는
대부분의 승용차에 쓰이고 있지요. 우선 프로펠러샤프트(추진축)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차량중량을 줄일수 있다는 절대적인 이점이 있고 실내공간을 넓힐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이지요. 엔진과 변속기등 기계음을 내는 장치들이 한곳에 몰려 있으므로 차음과 방음이
용이하고 미끄러운길에서 후륜구동보다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FF 차가 갖는 장점
입니다. 반면FF는 차 앞이 무겁고 앞바퀴가 구동과 조향이라는 기능을 동시에 떠맡고
있으므로 비슷한 급의 FR보다 무게배분이 나쁘고 균형이 좀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강한 출력이 앞바퀴로 전달되면 스티어링휠을 통해 그 킥백이 전달되어 운전감성을
해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엔진이 가로배치된 FF 차의 경우 좌우 구동축의 길이가 다르므로
토크스티어라는 것이 발생하지요. 넓은 주차장 같은데서 핸들을 놓고 급출발을 해 보시면
차가 한쪽으로 방향을 조금 바꾸며 전진하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FF 차
에서 가장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부분이 이 토크스티어입니다. 물론 아우디나 구형 사브 900
처럼 엔진이 세로로 배치된 전륜구동의 경우 토크스티어가 없지만 가로배치 엔진의 보통 FF
차들은 다소의 토크스티어를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FF차들이 FR 차에 비해 핸들링이
뒤지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것은 서스펜션과 노면상황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요즘에는 서스펜션과 타이어 관련기술의 발달로 인해 평범한 운전에서는 FF와 FR이 갖는
캐릭터가 예전처럼 확연히 구분되지 않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운송수단으로서의 자동차를 만들 경우 FR 보다는 FF방식이 갖는 장점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현재 승용차의 대부분이 FF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가 갖는 기본특성상 FF 보다는 FR이 일반적인 스포츠카에 훨씬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이지요. FF를 채택한 스포츠카는 원래부터 스포츠카로 개발되었다기 보다는 다른 차와
플랫폼을 공유하여 제작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백지상태에서부터 스포츠카를 개발하면서 FF방식을 적용한 차는 엘란
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FF 승용차를 기초로 만든 스포츠 모델들 중에서도 FR 방식의
차들과 트랙에서 맞붙어 충분한 경쟁력을 보이는 차들이 있습니다. 지금은 단종된 영국산
미니 쿠퍼의 경우 비교적 최근까지도 아마추어 레이스에서 좋은 경쟁력을 갖춘 레이스카로
평가받았고 골프 GTI 나 알파로메오GTV, 혼다 인테그라 타입R 같은 차들은 성능과 스포츠성을
동시에 인정받고있는 전륜구동차입니다.
제가 FF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후륜구동을 더 좋아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선 대부분의
FF차가 지니고 있는토크스티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FF에만 적응된 경우 토크스티어의
존재에 둔감해지지만 저처럼 몇년간 후륜구동을 타오던 사람은 전륜구동차를 타는 즉시 느껴지는
것이 이 토크스티어입니다. 물론 요즘에는 전자제어기술의 발달로 스티어링 칼럼에 모터등을
장치해 토크스티어에 상응하는 반력을 가해 이를 중화시키는 차들도 있습니다만 이는 아직 값이
비싼 고급 FF 차에만 적용되고 있지요. 아우디나 구형 사브 900처럼 엔진이 세로배치되어 좌우
구동축의 길이가 같은 경우 토크스티어는 없앨 수 있으나 좌우 앞바퀴가 서로 다른 노면상태에
있을때 출발을 하면 역시 스티어링을 통해 조금은 부자연스런 반력이 느껴지지요. 스티어링휠을
통해 노면의 느낌을 전달받는 과정에서 엔진의 동력이 느껴지는게 좀 맘에 안든다고 할 수
있겠지요. 난 얘랑 얘기하고 싶은데 쟤가 자꾸 끼어드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리고
앞바퀴만 죽어라고 고생하는 FF차보다는 앞뒤바퀴가 고통을 분담하는 후륜구동이 더 민주적이지
않나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봅니다. 한때는 전륜구동의 장점이 지나치게 부각되어 상당수의 차들이
급격히 FF화 되었으나 현재는 FF 에만 주력해오던 혼다에서도 S2000을 내놓고 차세대 레전드를
FR로 개발하고 있는 등 후륜구동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산차들중 체어맨이나
엔터프라이즈급의 대형차 말고도 작은 몸집의 스포티한 후륜구동차가 나올 날은 언제쯤일까요?
카페 게시글
Futurist!(게시판)
[자료]
(자동차) 전륜구동과 후륜구동에 대한 잡담....
풍딩이
추천 0
조회 106
01.07.07 21:10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