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와 망태
임종철
혹시 너희들 그거 알아?
산타와 망태할아버지는 같은 사람이라는 걸
다들 믿지 못하는 표정인데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봐
산타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에
온 세상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잖아
그 많은 선물을 어떻게 다 만들겠어
처음엔 혼자 만들려고 했는데
도저히 날짜를 맞출 수 없어서
망태할아버지가 되기로 마음먹은 거야
말 안 듣는 아이들을 데려가 일을 시키면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거든
크리스마스 하루만 빨간 옷을 입고
나머지 364일은 망태를 지고
일을 시킬 아이들을 잡으러 다니는 거야
평소에 굴뚝으로 드나드니까
몰래 데려가는 것은 식은 죽 먹기겠지
증거가 있냐고?
당연히 있지
우리를 착한 아이로 만들려고 할 때
둘 중 한 명을 꼭 부르잖아
선물을 안 준다거나 잡아간다고 겁을 잔뜩 주지
어른들의 입에서
태어난 둘은
틀림없이 같은 사람일 거야
[2024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산타와 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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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글 한재숙
산타와 망태할아버지를 같이 불러올 생각을 했다는 것이 신선했다.
산타할아버지가 그 많은 선물을 어찌 만들 것인가에서부터 출발한 궁금증이
이 동시를 탄생하게 했을 것 같다. 시인은 아이들 입장에서 산타와 망태할아버지를
결국 어른들이 만들어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