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고창사람들 원문보기 글쓴이: Rail Art 박우물
1)08년 5월5일 산호세로 들어오다 특별할 것 없는 과정을 통하여 니카라과에서 코스타리카 국경에 도착한 후 제일 먼저 국경을 넘는 실질적인 행위로 환전을 하였다.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에 들어와 그전처럼 숙소를 잡고 도미니카에서 선교사님께 소개받은 윤박사님께 연락하려다 혹시 어쩔지 몰라 전화기를 드니 강의에 익숙한 교수풍의 정제된 목소리가 반가이 맞으며 바로 당신의 자동차사업장으로 오라한다. 미터기가 의무적으로 장착된 시내 현대 택시를 타고 먼저 그곳에 들른 후 첫 인사를 하고 이어 당신의 댁에서 머무르는 동안 유숙하라는 권고에 따라 같이 움직였다. 서로 동일한 일을 하고 같은 관점을 지닌 부부관계를 나타내는 부창부수나 유유상종 고사성어만큼 그분네들을 더 적합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싶게 더 따스히 사모님은 오래전 알아오던 사람처럼 여정에 지친 객의 마음을 부담없는 진심으로 어루만져준다. 두 아들들은 한국의 군대와 대학에서 있다보니 당신들끼리 사용하는 공간외에 따로 손님을 위한 방을 내어놓고 있다. 그 깔끔하고 아담한 공간이 나에게도 배당된 것이다. 한국에서 신문칼럼기고자로 활동시 대변되던 캐리캐쳐를 보니 물론 일방적인 나만의 대면이었지만 지상을 통해 나에겐 낯이 익은 분이다. 11시 텔레비젼 방송프로그램을 통해서도 경제고정패널자로 나왔던 면모도 모 기업 연구소에 있었던 이력과 무관치 않았다. 그런분이 중미땅 코스타리카까지 어찌 오게되었는지는 짧은 대화를 통하여서 가늠을 해갔고 저녁후 두분만을 위한 노래를 부르자 잠시 노래를 멈추게 하더니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 두분끼리 듣기에는 너무 아깝다며 살갑게 지내는 이웃을 초청한뒤 두 사람이 더오자 바로 노래를 이어가라고 채근했다.
2)5월 6일 빡빡하지 않은 꽉찬 하루 일반 숙소에 자고 나면 수면시간과 상관없이 무언가 찌뿌둥한데 정말 숙면을 예서 취했다. 밝게 창문을 통해 보이는 단아히 정돈된 정원의 신선함이 창을 투과하는 것 처럼 상쾌하다. 모든 병이나 완치도 결국 마음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정설이듯 편한 마음으로 잠을 청한 결과이리라. 장기 여정중에는 그전까지 누구 집에서 따로 신세를 져본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퍼질 수 있는 편한관계라는 것도 꼭 시간의 법칙이 개입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침은 고구마, 옥수수, 과일, 군계란등으로 그야말로 웰빙식이다.
윤박사님은 자신의 직업을 가지고 있고 사모님은 이곳 빈민촌에 다니면서 자비로 선교사역을 하는 부부 직업사역자로 볼수 있겠다. 생업이 우선일진대 귀한 손님이 먼데서 왔다며 잠시 사무실에 들른 후 나를 위한 시간을 내어준다. 중남미 전체에 차가 많이 경작되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이곳도 예외는 아닌 듯 차밭을 구경가자며 인도한다. 거기서 독일 남편을 둔 한국인 세뇨라를 만나 세사람이 짧지만 한국말로 서로 반가움을 나눴다.
이어 근처 고지대까지 올라 간 김에 들러야 할 곳이 있다며 이곳 예술가가 자기만의 공간을 꾸미고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더운 나라에서는 어김없이 발견할 수 있는 해먹이 만사 제치고 여우로움에 취해보라는 듯 걸려있다. 방문할때마다 무언가 달라져있다는 소릴 들었는데 현지인 주인은 부지런히 가게와 정원단장도 하고 새들이 날아오고 벌들이 꿀을 찾을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름하여 평화의 공간답게 코스타리카에서는 군대가 1948년부터 없어졌다는 문구도 장총모형 목재와 같이 걸려져 있는 게 보이고 거기에는 각 나라 문자로 평화라는 단어가 써져있다. 윤박사님은 한글도 집어넣어야 한다며 즉석에서 매직펜을 집어든다. 크기가 너무 작아 벌새라고 불리우는 새가 아까부터 예의 그 부지런한 날개짓을 멈추지 않고 있다. 언제 다시 주말쯤에 여길 방문하면 야외음악회를 구상해보자는 제안에 예술인 주인은 반색을 하고 난 여기 방문한 기념으로 중미에서 유명한 마림바연주 CD를 한장 샀다.
꼭 페루 뿌노에서만 송어가 유명한 것이 아니고 이곳에서는 산속에서 양식을 한 송어들이 유명하다는 데 마침 방문한 날은 휴무일이라 숲속 레스토랑 앞 반가운 대나무만 렌즈에 담고 시내로 내려와 해산물로 점심을 대신하였다.
이어 점심 후 윤박사님이 미룬 업무를 보는 동안 난 조금만 길어도 거추장스레 여겨지는 머리를 자르기 위해 알려준 근처 이발소 를 찾아갔다. 사무실에 걸려있는 사진으로 미리 인지를 하고 찾아갔기 때문에 어려움없이 로드리고라 이름한 그와 조우할 수 있었다. 탈모현상도 작용했겠지만 스스로 남은 머리를 죄다 밀어버린 듯 시원하게 보이는 그는 미국에서 생활을 하다 말년에 귀국을 하여 이미용업으로 혼자 살아간다고 한다. 자녀들이 음악에 종사하고 자신도 성악에 관심많다는 그는 나또한 음악을 한다고 하자 이발도중에도 끊임없이 벨칸토 창법으로 이태리 가곡들을 선보인다. 다음에 다시오면 같이 협연을 해보자는 소릴 자연스럽게 하는 그는 생업이외에는 같이 빈민촌에 나가 이미용봉사를 하면서 윤박사님네와 알게 된 사이라 한다.
다시 사무실로 들어오자 폴크롤레쪽에 관심이 많은 개인성향을 알고 나처럼 문화NGO운동을 하는 인디오연구소 매니저를 소개해주겠디며 윤박사님이 또 다른 곳을 같이 가보자 한다. 외곽지대에 위치한 그곳은 인디오들의 연구소라 했지만 내 관심분야인 음악과 춤, 미술보다는 기독교적인 것에 편중되어 있었고 부대시설이 용이한 2층건물에 수영장이나 캠프파이어까지 가능해보였지만 공간을 못살리고 있는 것이 여실해보였다. 독일 자본으로 진행되던 프로젝트는 자생력이 없는 NGO들의 한계가 극명하듯 지금은 현상유지조차도 못하고 페루에서 온 아비가일 세뇨리따 남매들의 거주지 이상의 의미는 없어보였다. 낡아빠진 곳이지만 그니는 페루아나 특유의 살가움이 묻어나는 몸짓으로 한국 손님들을 맞아주었다. 나중 윤박사님은 이곳에서 안정된 층만이 영어교육 수혜를 받는 것이 아쉽다며 기회가 되면 이곳 빈한한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영어교육을 시도해보겠다 한다. 나도 봉사의 기회가 있다면 가진 다른 재주로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다.
저녁은 또 과테말라에서 오신 다른 한국분들을 소개받으며 명성있는 중국집에서 6명이서 함께 식사를 하였다. 적지 않은 지출이었을텐데. 과테말라에서 오신분도 우리 레일아트 법인 법률이사님과 긴한 관계에 있어 그 매개체로 쉽게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어디서든 다니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만 좁은 게 아니라 세상이 너무 좁다. 그것은 비단 한국인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을 만남에서도 예외가 아니라 어디서든 처신을 잘하는 것이 너무도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어느 소소한 만남이건 관계를 통해서든 말이다.
3)5월 7일 파나마로 출발 오늘도 사모님은 지방으로 봉사를 간다고해서 미리 전날밤 인사를 나누었다. 생선까지 포함된 웰빙식사를 또 한번 윤박사님이 차려준 아침으로 대신하고 그분네가 싸준 고구마와 옥수수등 차내식까지 들고 나섰다. 사무실에 잠깐 들러 미국에서 오는 의료봉사팀 관련해 갑작스레 일이 밀린 윤박사님에게 인사를 한후 이제 이 길손은 파나마로 넘어가는 버스를 타러 가야한다.
코스타리카는 이름에서도 풍성한 해안나라임을 풍기고 있지만 내게 있어 그곳은 비록 짧은 만남일지라도 그 풍성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길손을 대접하였던 윤박사님네와 같은분들이 있어서 가득한 포만감으로 떠날 수 있었던 곳이었다.
문화의 레일 관계의 레일 Rail Art 박우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