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늙었나봐. 이가 시려 과일도 맘대로 못먹어.” “찬물에 시린 정도를 지나서, 이제는 찬바람만 불어도 시리다니까.”
중년에 접어들면 치아가 시리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성인 10명 중 3명 이상이 이가 시린 증상을 갖고 있다. 양치질하면서 거울을 유심히 들여다봐도 별 이상이 없어 보이는데, 찬물 한번 제대로 마시기 어렵다. 치아의 마모 뿐 아니라, 충치, 잇몸이 뒤로 물러나 드러난 치아가 심하게 닳는 것 등이 시린 이의 주요 원인이다. 치은염(잇몸염증), 치주염(치아를 지탱하는 조직의 염증), 치아 균열 등고 관련이 있다.
◆왜 이가 시릴까= 치아의 구조를 보자. 치아는 겉으로 드러난 흰부분(법랑질)이 있고, 잇몸 아래에 숨겨진 부분(백악질), 그리고 안쪽의 상아질과 신경 다발이 지나가는 ‘치수’ 등으로 구성돼 있다. 비유하자면 법랑질은 ‘사기그릇’처럼 단단하지만, 백악질은 ‘질그릇’처럼 무른 편이다.
사람들이 칫솔질을 할 때 주로 겉으로 드러난 법랑질 부분에 칫솔 모가 닿지만, 비교적 단단하기 때문에 조금씩 닳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거나, 오랫동안 잘못된 칫솔질이 반복되면 잇몸이 조금씩 뒤로 물러나 잇몸 속 백악질이 밖으로 드러난다. 똑같은 칫솔 모가 마찰해도, 백악질은 무르기 때문에 쉽게 마모된다.
이 시리는 이유: 잘못된 칫솔질로 잇몸 물러나 백악질 마모, 치신경 자극 원인 백악질 표면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아주 작은 구멍이 많이 나 있다. 이 구멍으로 찬물, 산(酸) 등이 흘러 들어가면 치아 내부의 신경을 자극, 깜짝 놀랄 만큼 시린 증상을 경험한다. 이는 송곳니와 작은 어금니의 바깥쪽(뺨쪽)에서 많이 생긴다.
좀더 아니든 사람들의 경우 치아를 오래 사용하면서 닳아 윗 부분 쪽으로 시릴 수 있다. 또 충치나, 치아에 생기는 미세한 금(균열)도 원인이 된다. 치아 윗 부분이 깨지거나, 인공치아(보철)와 마찰하면서 닳기도 한다.
꽤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충치가 생기지 않는다고 여겨, 젊을 때 충치를 치료한 치아는 평생 썩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는 잘못됐다. 구강위생 관리를 잘 하지 않으면 치료한 부분(수복물) 주위가 다시 썩을 수 있다. 이를 2차 우식이라고 하며, 시린 이의 흔한 원인이다. 치아가 시린 증상을 ‘민감증’이라고도 하는데, 이처럼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치과에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시린 이 치료법은?= 이가 시린 증상이 가벼울 때는 자극성 음식을 피하고, 시린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성분이 들어있는 치약 등을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그래도 좋아지지 않으면 약물 치료도 할 수 있다. 스트론튬 클로라이드, 포타슘 클로라이드, 불소 등의 약제를 시린 치아 부위에 바르면 작은 구멍을 막아줘 증상을 완화시킨다.
치료법은: 가벼운 증상은 전용 치약·약물로 물러난 잇몸은 연조직 이식수술 상아질 접착제를 씌우는 코팅법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들은 근본 치료법은 아니다. 이 뿌리 쪽(백악질)이 드러나 칫솔질 등으로 푹 패여서 시린 경우에는 치아와 같은 색깔인 ‘레진’이란 재료를 이용해 치료한다. 잇몸이 심하게 뒤로 물러난 경우에는 잇몸을 이식하는 ‘연조직 이식술’을 하기도 한다.
어른들의 치아를 자세히 보면 금이 가 있는 경우가 많다. 질긴 음식을 좋아하거나, 이를 심하게 가는 사람들은 수복물 주위로 균열이 생긴다. 이 부위로 자극이 전달돼도 무척 시리다. 이런 사람들은 수복물을 제거한 뒤 균열 부분을 치료해준다. 치아가 서로 부딪히는 부분이 심하게 마모되면, 신경치료를 한 뒤 치아를 씌우는 방법을 택한다
<도움말: 구영·서울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 박성호·연세대치과병원 보존과 교수, 이민구·강북삼성병원 치주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