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량세태라 하더니, 사람의 마음이 급격히 대번, 변했다. 더워도 너무 덥다고 세상이 온통 난리더니 서늘한 바람이 들어 와 창문을 닫고 이불을 덮고 잤다. 염량(炎凉)이 며칠새에 교대했다.
활짝 핀 가로수 무궁화꽃 너머로 길게 푸른 산들이 소처럼 누워 있는 길을 얼마쯤 달리니 홍천 수타사 근처에 도착했다. 수타사 산소길을 걸었다. 산소같은 여자라는 광고카피가 있었지만 진짜 신선한 산소(O2)를 마시며 걷는 길이다. 이곳 계곡은 넓직한 바위와 소(沼)가 많은 비경을 자랑하는데 표현이 과하다. 눈이 높아졌는지 비경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소나무 숲길, 산소길 옆으로 흐르는 개천이 덕지천, 홍천강 상류다. 맑은 물이 흐른다. 절 이름은 수타(壽陀), 절 뒷편 공작산에서 물이 떨어지는 수타(水墮)가 아니다. 산소길을 걷다가 중간에 있는 정자에 앉아 먹을 걸 먹고 마실 걸 마시고 부를 걸 불렀다. 국민학교때 부른 노래를 듣고 부르며 칠십대도, 팔십대도 열 살 때쯤으로 돌아 갔다.
사후천추만세지명 (死後千秋萬歲之名)이
불여생시탁주일배 (不如生時濁酒一杯)라,
죽은 뒤에 천년 만년 남기는 이름보다 살아 생전 마시는 막걸리 한잔이 더 낫다. 그런 기분으로 마셨다. ^아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것이, 좋아하는 것보다 즐기는 게 더 좋다.^ 공자의 말씀을 새기고 있다.
산행을 즐기고 있을 뿐, 산행을 안하는 사람들을 틀렸다 하진 아니 한다. 살아온 환경이나 형편과 생각이 다르다. 27명이 모였다. 산행이라기보다 물가를 걷고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한가롭게 놀았다. 무엇보다 같이 할 사람들이 있어 좋다. 사실, 오래된 친구라고 무조건 가깝게 지내는 건 아니다. 서로의 마음이 다를 수 있다. 손을 흔드는 제스처가 상대에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내버려 두는 것(Let it be)이 현명하다. 그 노래를 들으며 유유상종이란 말을 곱씹는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된 게 아니다.
매주 만나는 사람들이다. 가장 자주 만나는 사이다 인생의 동반으로 귀하게 여긴다. 안 나오면 궁금하고 오랜만에 만나면 반갑다. 말복이 내일이다. 녹두 삼계탕으로 여름의 마지막을 보냈다. 홍천 지인에게 그때 그 코스를 걷고 그때 그집에서 점심을 먹고 떠나는 길이라고 하고 다음 만날 걸 기약했다.
첫댓글 항상 재미있게 읽고 보고 있네요.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