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해 튼튼한 징검돌을 놓음과 그 놓음에 더하여 한 발 한 발 건너는 발걸음이 경쾌하게도 웃음이 묻어나왔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놓은 오원량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1989년 《동양문학》에 시로 등단한 후 시집 『사마리아의 여인』 『새들이 돌을 깬다』, 『서로는 짝사랑』 『흔들리는 연두』 등을 낸 바있다. 2021년 《아동문예》에 동시가 당선되고 낸 첫 번째 동시집 『하얀 징검돌』이며 그게 첫 징검돌로 놓였다. 시집 『흔들리는 연두』는 제12회 녹색문학상 수상 시집이기도 하다. 시인은 동시집을 내놓을 때마다 징검돌을 놓는 마음을 담아 든든함과 웃음을 선물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저자소개
오원량
경남 밀양 출생, 부산에서 성장 1989년 월간 《동양문학》 시로 등단 2021년 《아동문예》 동시 부문 신인문학상 부산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석사 수료 시집으로 『사마리아의 여인』, 『새들이 돌을 깬다』 『서로는 짝사랑』 동시집 『하얀 징검돌』
책 속으로
나뭇잎도 다 떨어지고 친구 없어 심심해진 바람
누구 나랑 놀 친구 없어?
길거리를 쌩쌩 돌아다니며 이집 저집 창문을 두드리며 불러댄다. --- 「겨울바람」 전문
나는 해님이 달팽이처럼 너무 느리게 간다고 투덜거리는데
할머니는 -해가 벌써 저기 갔네 하시며 해가 너무 빨리 간다고 서두르신다. --- 「할머니와 나의 차이」 전문
들판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는데 벌이 날아들어 윙윙거린다.
-나 꽃 아니야! -나 꽃 아니야 --- 「착각」 전문
엘리베이트를 타면 두레박에 내가 담겨 아득한 깊이의 우물 속으로 내려가는 것 같다.
철퍼덕 지하 아득한 우물 속에서 나는 물이 되어 다시 철렁철렁 올라온다. --- 「물이 되어」 전문
빈 들판에 눈이 왔다.
지붕 위에도 나뭇가지에도 차 위에도 하얀 마스크 썼다. 겨울 감기 안 걸리려고 코로나 안 걸리려고 모두 하얀 마스크 썼다. --- 「하얀 눈」 전문
오른팔을 다친 지영이 통 기브스를 했다.
엄마가 밥을 떠 먹여 주면 좋아서 손가락을 까닥까닥
의사선생님이 운동 삼아 잼잼 자주 하라고 하니까 아기가 되었네.
-어서 나아서 빨리 아기 졸업하기!
통 기브스에 친구들이 써 준 문구
--- 「아기로 돌아간 지영이」 전문
출판사 리뷰
2021년에 《아동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고, 동시집 『하얀 징검돌』을 펴냈어요. 이미 1989년 《동양문학》으로 시인으로 등단했고, 시집으로『사마리아의 여인』, 『새들이 돌을 깬다』, 『서로는 짝사랑』 그리고 『흔들리는 연두』등이 있습니다. 『흔들리는 연두』는 2023년 제12회 녹색문학상 수상 시집입니다. 녹색문학상은 사단법인 한국산림문학회가 숲 사랑과 생명존중, 녹색환경보전의 가치와 중요성을 주제로 한 문학작품을 발굴할 목적으로 제정한 상입니다.
첫 동시집 『하얀 징검돌』의 서평을 쓴 이화주 시인은 ‘시인의 상상력은 독특하다. 그런 동시는 어떻게 태어나는 것일까? 시인의 따뜻하고 특별한 경험과 호기심과 관찰의 힘이다. 시인의 시 속에는 가족의 관심과 사랑이 있다. 언어의 밥이 있고 웃음이 있다. 넓고 두꺼운 배경지식과 사랑은 새로운 생각을 태어나게 한다. 상상력에 투명한 날개를 달아준다. 보이는 것 그 너머까지 생각의 영토를 넓힐 수 있도록.’ 하면서 상상력이 우수한 시인이라고 칭송하고 있습니다.
제2동시집『날마다 산타』를 읽습니다. ‘산타 할아버지’는 성탄절 즈음에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거나, 성탄절 날 밤에 어린이들의 양말에 선물을 놓고 간다는 이야기 속의 할아버지입니다. 할아버지가 계시면 할머니도 계십니다. 이 동시집은 「산타할머니가 보내는 동심의 선물」입니다. 성탄절이 아니지만 동심의 선물로 찾아옵니다. 기분을 흐뭇하게 하는 선물입니다.
―박일 시인 해설 〈산타 할머니가 보내는 동심의 선물〉 중
작가의 말
징검돌을 놓으며
첫 동시집 『하얀 징검돌』 하나를 놓고 두 번째 동시집으로 징검돌 두 개를 놓는다.
내 동시 징검돌이 앞으로 몇 개가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징검돌의 개수는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이 밟고 지나갈 때 흔들리지 않는 징검돌이 되기 위해 나름 다지고 다져 튼튼한 징검돌을 놓기는 했지만 함께 재미있어 했으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