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STANDARD TENNIS CLUB (Private)
6월 30일, 경기도 양주시 삼숭로 97번지에 있는 97 STANDARD TENNIS CLUB (Private) 테니스장을 방문했다. 이 테니스장은 국내 최초 데코터프 쿨탑 소재를 사용해 태양열을 받아도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30% 줄일 수 있어 쾌적하게 경기를 할 수 있는 이색적인 하드 코트라고 했다.
4층 건물 옥상에 만들어진 코트를 둘러보는 순간 곳곳에 많은 정성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과연 이 코트는 어떻게 탄생이 된 것인지 주식회사 우진통상의 곽재옥 대표와 부인 노윤경 이사를 만났다.
“우리는 결혼 후 20년 이상 유아동복을 만드는 일에 혼신의 힘을 다 쏟아 왔다. 일을 하는데 창고가 필요하고 사옥이 필요해서 건물을 짓는데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테니스를 즐기기 위해 꼭 테니스장을 함께 만들고 싶었다. 이 건물이 완공 될 때가지 수도 없이 설계 변경을 한 것도 테니스장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현재 유아동복 시장은 세월호 사건 이후 소풍을 안가고 코로나로 한동안 외출을 자제하면서 경직되고, 유통 환경이 바뀌어 위기를 맞고 있다. 경기가 좋아지고 창고에 재고로 쌓인 물건들이 다 처리되면 1층과 4층을 여러 용도로 사용 할 수 있게 두개 층의 높이를 6미터로 했는데 최우선으로 실내 코트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옥상에 테니스장을 만드는데 공사비용이 추가 되는 점이 부담이었지만 그동안 비즈니스와 육아를 병행하며 회사를 운영한 우리 스스로에게 주는 ‘명품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쿨탑’이라는 최고의 바닥제를 사용해 만들었다.”
50세 초반의 곽 대표 부부는 개인코트가 왜 간절하게 필요했는지를 설명했다. 그동안 곽 대표는 3개월씩 테니스를 배우다 중간 중간에 라켓을 놓아야만 했다. 웬만큼 볼을 넘길 수 있으니 게임도 하고 싶었지만 클럽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고 가르쳐 주고자 하는 선배들의 주입식 게임 스킬들도 소화하기 힘들어 포기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곽 대표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테니스 레슨을 시작해 같은 심정을 가진 초보자들과 어울려 클럽을 만들었다.
‘테미스.’ 테니스에 미친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으로 실력 비슷한 레슨자 4명이 노원구 마들코트에서 낮 12시 부터 4시까지 남들이 기피하는 가장 뜨거운 땡볕에 모였다. 서비스나 포핸드 하나만 제대로 넘어 가도 너무나 행복했던 순간들을 만끽했다. 그런데 테니스 붐이 일어나 코트를 온라인으로 예약하기 시작하면서 주말의 한 낮 시간마저도 코트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종종 생기게 되었다.
“현재 테미스는 아내 포함 회원이 8명으로 늘었다. 감사하게도 연배가 다 비슷해서 40대 후반에 만나 대부분 50초반이 되었다. 코트를 구하지 못해 테니스를 못치는 것이 가장 힘들었는데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우리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개인전용 코트 하나만 있다면 참 좋겠다는 꿈을 드디어 실현하게 된 것이다.”
유아복 베비라 생산 md (merchandiser)출신이었던 아내 노윤경 이사는 3년 전부터 테니스 레슨을 시작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고 또 온 가족이 같은 취미를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낮에는 출근하느라 시간을 낼 수 없으니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가족들의 식사 준비를 해 놓고 6시에 레슨을 받는다. 그리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데 하루 평균 30킬로를 달리는 슈퍼우먼이다. 테니스가 빨리 늘어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주말에 볼을 쳐 주고 있는 테미스 회원들이 자신 때문에 루즈한 게임을 하는 것이 미안해서라고 한다.
“나는 잘 살기 위해서 테니스를 시작했다. 내가 라이딩을 시작한지 5년이 되었는데 남편은 오로지 테니스만 좋아하고 좋아하는 것에 푹 빠지는 성격이다 보니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가지고 주말을 함께 보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가족 여행을 떠나도 호텔에 코트가 있는지의 여부를 알아보고 숙소를 잡게 된다. 군대에 가야되는 아들도 중학교 때 몇 개월 레슨을 받았고, 현재 대학 재학 중인 딸도 2년 전부터 라켓을 잡아 제법 잘 치기 때문에 넷이서 경기를 하면 뿌듯한 행복감이 솟는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늘 시간에 쫒기는 삶 속에서도 건강하게 잘 자라준 자식들이 감사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하며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 온 남편과 하모니를 이루며 테니스 경기를 할 때는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슈퍼리치가 되고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앞으로 새 가족이 될 며느리나 사위도 테니스를 취미로 갖고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곽 대표 부부는 20년 이상 대기업을 상대로 ODM,OEM으로 납품을 하고 자체 브랜드 토토헤로스 아동복을 키워가며 옆을 돌아 볼 틈도 없이 일에 매진해 왔다. 7년을 둘이서만 해 오던 일을 현재는 20명이 넘는 직원들과 같이 하고 있지만 여전히 월차나 휴가등은 생각할 틈도 없이 전천후로 하루 14시간 이상 일을 해 오고 있다.
“유아동복 제작을 지하실에서부터 시작해 볕이 드는 건물에 오르기 까지 20년 넘는 세월동안 성실하게 일에 집중 해 왔다. 테니스가 너무 좋았지만 마음껏 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10년 전부터 매 년 코리아오픈 기간에는 짬을 내 공짜표 사양하고 대한민국 테니스 발전을 위해 반드시 표를 사서 평일에 몇 시간씩 구경하고 돌아오면 무척이나 흡족하고 행복했다. 올해 처음 아내와 주말에 구경을 갔는데 입장료가 비싸졌고 관전하러 온 사람들이 많아 너무 놀랍고 반가웠다. 무명이어서 잘 알지 못하던 테니스 선수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한 후 유명해져 세계적인 선수로 활약하던 플리스코바와 워즈니아키, 오스타펜코, 무호바 등등 모두 다 코리아오픈 관전을 통해 추억에 새겨진 선수들이다.”
곽 대표 부부는 평소 근검한 생활을 해 왔다. 하지만 가치 있는 일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번 하드코트를 만들 때도 반사 안료를 추가해 코트 표면 온도를 낮추어 주는 데코터프 쿨탑을 소개 받았고 망설임 없이 시설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 자주 머물게 될 코트는 지붕이 없는 루프 탑인만큼 믿을 만한 분께 의뢰하고 싶었다. 주)천기 산업 개발의 최문현 대표가 직접 시공을 하게 되었는데 쿨탑(DecoTurf CoolTop) 소재는 역시 기존 하드코트 표면에서 느끼던 열감을 줄여주어 훨씬 쾌적했다.”
잘 만들어 진 코트를 앞으로 어떻게 사용하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완전한 코트를 만들기 위해 엘리베이터는 4층에서 내리도록 했고 4층에 샤워시설까지 깔끔하게 만들어 놓았으니 동호인 누구라도 이용에 불편이 전혀 없는 코트였다.
“일단은 테미스 회원들이 주말에 운동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필요한 분들이 와서 이용 가능하도록 운영할 방침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놓은 것은 아니지만 코치님이 상주하며 초보자들에게 레슨을 하는 것도 바람직 할 것 같다. 가급적 다양한 분들이 오셔서 이용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결혼 후 25년 동안 거의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며 사업을 키워낸 곽대표 부부에게 관점의 차이가 생기면 어떻게 조율하는지 궁금했다. 잘 살아 보겠다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어도 과정이 힘들면 서로가 피로감이 쌓이는 것은 명약관화다.
“남편은 배려심이 많다. 그리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나는 공대 출신이고 남편은 인문대 출신인데 나는 보이는 것이 전부지만 남편은 그렇지 않다. 가끔은 내 생각이 남편의 사고 영역에 미치지 못 할 때 이해를 많이 해 주는 편이다. 남편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집중력이 매우 좋은 편인데 서로 좋아하는 걸 인정해 주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유아동복 분야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지속해왔던 이 부부에게 앞으로 더 이루고자 하는 소망은 뭐가 있을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처럼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해서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을 마음껏 쏟고 싶다고 한다.
“전국 부부테니스 대회를 출전해보면 자극을 받아 테니스를 더 열심히 하게 될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오스타펜코와 아자렌카 선수가 살고 있는 라트비아와 벨라루스를 여행하기 위해 구글 맵에 위치를 꼼꼼하게 표시해 두고 있다. 언젠가 아내랑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그랜드 슬램을 구경할 그날이 오리라고 확신한다.”
활기차고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부부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루프탑의 쿨탑 소재로 만들어진 코트에서 권 대표 부부와 테니스 경기를 같이 해 보았다. 구력이 6년 되었다는 곽 대표의 열정적인 샷과 부인 노윤경 여사의 샷은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해 잘 살고 있는 권대표 부부는 무엇이든 추구하는 대로 다 이룰 것 같은 예감이 기분 좋은 여운을 남겼다. 아름다운 삶의 주인공들이었다. 글 사진 송선순